[재미있는통계]우리나라 성평등 수준 알아보니…

성평등 점수 61.2점 “차별 여전”

우리나라 성평등 수준이 100점 만점에 ‘61.2%’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11월19일 발간한 ‘2010년 한국의 성평등 보고서’에서 측정한 수치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남아선호사상에 깊게 물들어, 성평등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인 것 또한 당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남녀평등은 당연한 과제가 되었고, 어느 정도 성장을 이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를 보면, 성평등 수준은 전반적으로 향상됐지만 개선 속도가 느리고, 의사결정직과 안전영역, 가족영역 등 일부 영역에서는 심한 남녀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했다.

성차별 가장 심한 부문은 ‘의사결정’ 23.7점
4년 전 비해 3.6점 상승…조금씩 나아지는 중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11월19일 발간한 ‘2010년 한국의 성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치는 100점 만점에 61.2%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향상하지만…

이번 연구는 성차별을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과 성평등 정책 전략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연구는 지난해 ‘성평등지표 개발과 측정방안 연구’에서 개발한 성평등지수 산정방법을 이용해 ▲가족 ▲복지 ▲보건 ▲경제활동 ▲의사결정 ▲교육·직업훈련 ▲문화·정보 ▲안전 등 8개 부문별로 성평등 수준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지표를 구축해 지수를 산출했다.

지수는 ‘0.0’(불평등)에서 시작해 평등수준이 높아지면 이 지수의 값도 높아져 ‘100.0’(평등)까지의 범주를 갖도록 매겨졌다.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은 2005년 57.6%에서 2008년 61.1%로 전반적으로 향상됐지만 2008년 이후 정체상태를 보여 2009년에는 미미하게 개선되는 등 개선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사결정직과 안전영역, 가족영역 등 일부 영역에서는 심한 남녀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했다.

부문별로 살펴봤을 때 2009년 성평등수준이 가장 높은 부문은 89.3점을 차지한 보건부문이었다. 그 다음은 문화·정보부문(74.3점), 교육·훈련부문(70.3점), 경제활동부문(66.5점), 복지부문(65.3점), 가족부문(57.1%) 순으로 이어졌다.

가족부문의 경우를 살펴보면 과거 가족부문은 남성과 여성의 분리가 철저했던 부문 중 하나다. 과거 어르신들은 남성이 부엌에 들어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청소나 빨래 같은 집안일은 당연히 여성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근 남성들은 취업자와 비취업자 모두 가사노동시간이 약간 증가하는 등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늘었다. 반면, 여성은 전문적인 사회 인사로 나설 경우 가사 노동시간이 약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가사노동의 성불평등이 약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문은 2009년 여성의 공적연금가입자 수가 남성보다 더 많이 증가한 것에 기인해 개선된 것으로 보이고,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의 남녀격차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등 여파에 따라 교육훈련부문의 성불평등도 개선됐다.

실제 과거에는 집안의 가장이나 남성만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여성들은 형제를 부양하는 부양의 책임만 질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등교육은 물론, 여성과 남성모두 교육에 있어 차별받는 일이 극히 줄었다. 또 의무 교육이 강화된 것도 이런 현상에 일조했다.
대학진학에 있어 아직까지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이는 여성만이 느끼는 문제가 아니라 남녀 모두 느끼는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에 성불평등과는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

반대로 성평등수준이 가장 낮은 부문은 23.7점의 의사결정직부문이었고, 그 다음은 안전부문(53.2점)이었다.
의사결정부문을 살펴보면 국회의원의 성비는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무원 중 5급 이상 여성공무원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관련 성평등지표는 개선됐다. 하지만 민간부문 의사결정직을 나타내는 과장급 이상 관리자 비율에서 여성하락폭이 더 컸다. 결과적으로 민간부문의 성평등수준 하락이 정부부문 개선보다 더 커서 전체적으로 성평등 수준이 악화됐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의사결정부문 점수는 국회의원 수와 5급 이상 공무원수, 민간 기업의 과장급 관리자 수를 합산해 산출하는데, 지난해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민간 기업 여성관리자 수가 줄어든 것이 점수가 떨어진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향후 정치·행정·경제 등 각 분야 여성의 의사결정직 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보건부문의 성평등수준도 전년에 비해 하락했는데, 주된 원인은 여성의 입원급여지급건수가 매년 남성보다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결정부문 점수 최하

또 안전부문의 경우, 여성 강력범죄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그 증가속도가 남성보다 빨라 2009년에도 성불평등 정도가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향후 국가 성평등정책의 방향이 의사결정직, 안전, 가족 부문 등 남녀불평등이 심한 부문의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지속적이며 전략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 간부는 “국가성평등지수의 관리를 통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영역별 여성정책 과제들을 소관부처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히고, “여성가족부는 앞으로 매년 한국의 성평등수준을 측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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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