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77호 특별기획> 2010 대박 좇는 사람들 현장보고 ③정선 강원랜드 카지노 현지 취재

희망’ 품고 갔다가 ‘절망’에 잡힌다


‘단 한번의 방문으로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 강원랜드는 기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1박2일 일정으로 취재를 위해 강원랜드를 찾았지만 두 번 다시 찾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사람으로 넘쳐나는 객장과 뿌연 연기로 바로 앞 사람도 알아볼 수 없는 곳곳의 흡연실. 돈 뭉치를 들고 앉아 기계와 끝없는 싸움을 하는 초췌한 중년여성과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객장을 어슬렁거리는 남성.

객장을 가득 채운 수천 명의 사람들 가운데 얼굴에 웃음을 머금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무엇인가에 쫓기는 사람들처럼 객장을 좀비처럼 맴돌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 11월20~21일 ‘살아있는’ 하지만 ‘살아있지 않은’ 그들만의 세상, 강원랜드를 찾았다. 

입장료 5000원, 신세계 열린 듯 ‘동공확대’
호기심·재미로 왔다가 무기한 붙박이 여럿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 카지노’는 얼마 전 개장 10년을 맞았다. 폐광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지역의 희망이었던 카지노는 10년 사이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고, 관내 자살사건이 끊이지 않는 등 사회문제를 만들어냈다.
이 때문일까. 일명 ‘악마의 성’이라고도 불리는 강원랜드 카지노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악마의 성’ 그리고 사람들

지난 11월20일, 가장 사람이 붐빈다는 토요일 기자는 강원랜드로 향했다. 멀리 언덕위로 강원랜드가 보이기 시작했고 길가엔 기다렸다는 듯 ‘전당사’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전당사는 고객의 물건을 담보로 잡고 대신 현금을 빌려주는 형식의 옛 전당포를 가리킨다.

전당포와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차는 물론, 집, 카드 등 돈이 되는 모든 것과 현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곳에서 만난 A전당사 주인은 “신체포기각서를 쓰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도자기를 들고 온 사람도 있었다”면서 “결혼예물이나 차, 집문서를 들고 오는 경우는 예사”라고 말했다.

오후 6시, 기자는 강원랜드 카지노에 입성했다. 신분증과 5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자 입장권이 내 손에 쥐어졌다. 하얀 종이를 들고 보안검색대를 지났다. 가방까지 따로 검사를 하니 수배자라도 된 느낌이었다. 가방 안에서 디지털 카메라가 발견되자, 카지노 관계자는 곧 바로 밀봉한 뒤, “객장에서 밀봉을 해제하면 바로 퇴장조치 된다”고 엄포를 놨다.

밀봉된 카메라를 받아들고 객장으로 들어선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린시절 기자의 환상은 부모님 몰래 오락실에 가는 것이었다. ‘뿅뿅’ 이상한 효과음과 번쩍거리는 화면, 북적이는 언니, 오빠들 틈에 끼어 있으면 나도 금방 어른이 될 것 같았다.

카지노의 첫 느낌도 비슷했다. 운동장처럼 넓은 공간에 초록 테이블이 하나, 둘, 셋, 넷… 셀 수 없이 많았다. 수백 대의 슬롯머신과 커다란 룰렛은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북적대는 사람은 또 어떻고. 20대 초반의 커플부터 60~70대 어르신들이 온 객장을 휩쓸고 다녔다.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하지만 환상적이던 카지노의 첫인상은 이내 무너졌다. 천천히 객장을 둘러봤다. 주말저녁이어서 그런지 역시 객장 안에 빈자리는 없었다.

블랙잭(카드의 합이 21, 또는 21을 넘지 않으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열리는 테이블에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9명이 앉아있고 그 주위를 다른 사람들이 에워쌌다. 모두가 10만원짜리 노란색 칩 3개씩을 걸었다. 1회에 가능한 최대 베팅액이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도 베팅이 가능하다.


한 게임이 돌고 승패가 갈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도 수십개의 칩이 테이블 위를 넘나든다. 딜러가 패를 돌리는 사이,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베팅한 사람들의 표정은 천천히 굳어갔고, 손안에 쥔 칩을 만지는 소리만 고요한 적막 속에 흘렀다. 승부가 나는 순간에서야 사람들은 “아~” 하는 탄식과 “그렇지!”라는 탄성을 내뱉었다.

바카라(두 장의 카드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 게임 테이블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자리가 없어 착석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뭉칫돈을 들고 테이블을 기웃거리는 남성도 여럿 보였다. 테이블을 구경하다가 옆 사람에게 슬쩍 게임 설명을 부탁했다. 그 사람은 귀찮다는 듯이 기자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모르고 시작하는 게 좋다”면서 “처음엔 다 그렇게 시작 한다”고 짧게 대꾸했다.

가장 쉬워 보이는 슬롯머신 기계 앞으로 다가갔다. 베팅금액은 100원부터 3000원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난생 처음 보는 기계 앞에 기자는 작아지기 시작했다. 직원 호출 버튼을 눌러 객장을 돌보고 있는 직원을 불렀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무전기를 든 카지노 직원이 기자 앞에 나타났다.

카지노 방문이 처음이라고 말하자, 초보자가 하기 좋은 슬롯머신을 추천해줬다. 그도 역시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하다보면 방법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하다보면 안다” 생각해보면 저 말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 어쨌든 기자도 기계에 만원짜리 한 장을 밀어 넣었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이 1분도 되지 않아 2만원이 순식간에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옆자리 50대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진한 화장에 향수까지 뿌리고 앉아있던 그 여성은 100만원짜리 뭉칫돈을 들고 30초마다 한 장씩 기계에 돈을 넣고 있었다. 그녀는 2만원을 잃고 당황한 기자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이게 원래 잘 안 터져”라고 말했다. 그 순간에도 그녀의 손은 연신 기계 지폐 투입구를 향하고 있었다.

순간 이곳은 나와 맞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둘러봤다. 그 순간 50대 남성이 기자에게 다가와 “돈이 필요 하느냐”고 물었다. 객장 주위를 돌며 사채를 놓는 일명 ‘꽁지돈’ 대출자였던 것.

‘대박’ 욕심에 ‘쪽박’


그는 “하루에 6000만원을 땄던 사람이 한 달 만에 쫄딱 망해 지금은 빵으로 끼니 때우면서 나한테 돈 빌려달라고 한다. 카지노에 이런 식으로 게임하는 사람은 부지기수”라고 귀띔했다. ‘대박’을 바라고 왔다가 ‘쪽박’을 찬 사람들은 나에게도 ‘잭팟’이 터지길 바라며 카지노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

그런 식으로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카지노 앵벌이’라고 부른다. “하다보면 알게 된다”는 말이 씨앗이 되어 ‘하다보니 떠나지 못하는’ 악마의 성 카지노를 맴도는 사람들은 ‘악마’일까. ‘희생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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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