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77호 특별기획> 2010 대박 쫓는 사람들 ④소문난 ‘로또명당’ 가보니

인생역전은 옛말…“다음은 나” 꿈을 산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주 로또 사고, 또 사고
낮아진 당첨금, 높아진 물가에 대박 기대 버려

‘로또한방, 인생역전’. 로또 광풍이 불어 닥친 지 8년이다. 6개의 번호를 맞춰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로또를 사고 당첨 발표를 보며 울고 웃는다. 당첨되지 못해 씁쓸히 뒤돌아 서도 ‘다음엔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손을 내밀기 마련이다. 재미로 한번, 혹은 매주 기대감을 품고 사게 되는 로또의 ‘환상’이 만든 ‘명당’을 찾았다.

6개 숫자에 빠진 사람들은 오늘도 로또 판매점 주변을 맴돈다. 그중에서도 로또 1등을 배출했다는 곳, ‘명당’에는 사람들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 같은 이들과 지방에서 물어물어 찾아온 이들, 길을 걷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여는 이들 모두 속내는 다르지 않다. ‘다음 당첨자는 내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로또 명당으로 이름 높은 판매점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힌다. 그중 한 곳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스파’ 편의점과 종로구 종로5가에 위치한 ‘제이복권방’이다.

참새 방앗간 ‘로또방’

스파 편의점은 로또 262회차부터 현재까지 1등 6번, 2등 17번이 나온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다. 이곳을 찾은 것은 지난 11월22일. 417회차 로또 발매가 막 시작된 날이었다.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원색의 현수막 덕분에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기도 전에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게 ‘1등 13명, 2등은 31명’의 당첨자가 나온 회차를 정리한 종이를 붙여놓은 것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회차와 당첨금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종이 마지막 부분에는 ‘전국 최고 명당’이라는 글귀가 자랑스레 새겨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제법 널찍한 공간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보통 로또는 추첨당일에도 판매 마감 시까지 구매할 수 있다. 때문에 주말이면 길게 줄을 이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명당’이라 소문난 탓인지 짧은 시간에도 수십명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편의점이지만 물건을 사는 이들은 드물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부터 장을 보러 나왔다가 들른 아주머니에 이르기까지 가게 곳곳에 마련된 자리에서 로또 번호를 적었다. 문을 열고 계산대 앞에 선 후 “수동 몇 장” “로또 0원치요”라는 말을 건네고 번호표만 받아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임덕근(42)씨는 “복권은 불경기에 잘된다지만 이곳의 매출은 일정하다”며 “로또 명당으로 이미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이 로또를 판매한 것은 로또 판매가 시작된 지난 2002년부터다. 꾸준히 당첨자가 나와 1등은 13명, 2등은 31명, 3등은 천명을 넘기며 세는 것을 관뒀다.

입소문이 나면서 멀리 제주도는 물론이요, 외국에서도 “일부러 찾아왔다”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인천에 사는 한 노부부는 퇴임 후 매일 이곳에 들르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중 언제 ‘운’이 가장 좋은지 알 수 있어 발품을 팔고 있다는 것.

임씨는 “로또는 얼마가 판매됐고 얼마를 받을 수 있으며 남은 돈은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다. 초보이든 노련한 이든 누구나 똑같이 기대를 걸 수 있고, 많이 사든 적게 사든 ‘내가 당첨될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똑같다”면서 “로또는 나쁘게 말하면 ‘사행산업’이지만 좋게 말하면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곳에 ‘희망’이란 기대치를 사러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만큼이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제이복권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작게 자리한 복권방 앞에는 역시나 로또 당첨자를 배출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곳은 최근 ‘기적의 복권방’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351회차에 1등 1명과 2등 6명이 한꺼번에 나온데 이어 한달여 만에 다시 1등 1명과 2등 6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게 앞 로또 1등과 2등 당첨을 축하하는 원색의 현수막은 이러한 대박 일화를 가늠하게 해주었다. 


복권방은 40대 후반부터 60대 중후반까지 나이 지긋하신 10여 분 만으로도 꽉 차 보였다. 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쉼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말이 이어지는 게 힘들 정도였다. “여기가 거기라며?” 소문을 듣고 찾아온 듯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나서야 겨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장수만(43)씨는 “여태까지 1등이 3번 나왔는데 그 중 2분은 알고 있다”며 “평범하신 분들이다. 1등에 당첨되는 날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남다른 기운을 느꼈던 것은 장씨였다.

그는 “오히려 우리 가족이 꿈을 꿨다”며 어머니와 누나가 꾼 ‘대박꿈’을 설명했다. 가게에 사람들이 넘치는 꿈과 꽃봉오리 3개를 들고 있는 꿈을 꾼 후 1등 당첨자가 나왔다는 것. 길을 가던 지관이 센 기가 흐른다며 수맥탐지기를 들고 들어온 일도 있다며 웃는다.

두 곳 모두 분위기가 밝았다. 명당으로 소문난 곳이어서만은 아니다. 예전에는 로또에 인생을 걸고 전 재산을 걸었다 패가망신을 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이 1회당 10만원을 초과해 구매할 수 없게 된 데다 수백억의 당첨금을 받는 일이 없어지다시피 하면서 ‘로또 폐인’은 줄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집 한 채, 작게 가게 하나 차릴 정도이다 보니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것.

‘인생역전’ 없더라

한참 로또 번호를 고심하던 윤재철(45)씨는 “매주 로또 구매에 10만원 정도를 쓰고 있지만 꼭 1등에 당첨되겠다는 생각에 하는 것은 아니”라며 “1주일을 살아가는 보람이 없는데 로또로 ‘희망’을 사고 있다. 토요일날 몇 개의 숫자를 맞추느냐를 보고 일주일동안 내가 복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로또의 매력’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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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