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명동 노점의 세계

하루 매출 100만원 ‘재벌 안 부럽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오늘날의 노점은 더 이상 서민을 위한 삶의 보루가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함은 물론 ‘기업형 노점’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일정한 규제로 노점을 허용·제재하고는 있지만, 노점의 실질적 약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점에서도 논란이 제기된다. 이렇다 보니 세금을 내고 당당히 영업하는 자영업자들과의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는 노릇. 기본적으로 점포 임대료에 부수적 비용이 나가는 자영업자들은 가격경쟁력에서도 노점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늦은 밤 동네 어귀 노점에서 파는 어묵, 붕어빵, 떡볶이는 별미 중 별미다. 이들 노점상들은 대개 가게를 임대할 만한 돈이 없어 최후의 생계 수단으로 노점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노점이라 하면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생계형 수단의 장사를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노점의 이점 아닌 이점을 이용한 기업형 노점이 생기면서 빈곤층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노점 일부가 불법 이익 추구 대상으로 악용되고 있다.

계열사처럼…
3∼4개 운영도

노점상에도 등급이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어 나왔다”라는 생계형 노점부터 하루 매출 100만원 이상 올리는 기업형 노점까지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에 노점이 생겨난지 20∼30년 이상 지나면서 노점 세계에도 부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른바 노점 재벌이다. 마치 재벌 기업처럼 문어발식으로 노점을 운영하는 기업형 노점이 있는가 하면 상가를 가지고 있으면서 주변에 노점을 차리는 프랜차이즈식 노점도 나타났다.

‘대한민국 노점상 1번지’라고 불리는 서울 명동의 중앙로. 이곳의 노점상들은 전국 노점상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명동에서 노점을 할 수만 있다면 로또복권 당첨 행운과 맞먹을 정도로 인생을 보장받은 셈이다. 그래서 명동은 ‘노점상의 엘도라도’라고 불린다. 유명세나 자릿세, 매출 규모에서 종로나 강남 일대의 생계형 노점상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이 지역 노점상 상당수는 개인이나 특정 조직이 여러 노점을 ‘거느리는’ 기업형인 점이 특징이다.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권리금은 최하 5000만∼7000만원선. 연간 70만원 남짓한 임대료에 월 10여만원의 사용료를 내는 종로나 강남 지역의 수십 배 이상이다.

소위 ‘노른자위’ 지점은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이곳을 단속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핵심상권’의 경우 2평 남짓한 좌판의 권리금이 1억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싼 ‘자릿세’에도 대다수 노점상은 ‘중앙로 입성’에 목을 맨다. 비용을 빼고도 매달 최하 800만원의 순익이 보장되기 때문.

한 상인은 “1억원 이상의 권리금이 붙는 ‘명당’의 경우 하룻밤에 200만∼300만원을 벌어들인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명동지역 전체 노점 230여개 중 중앙로 일대의 노점 수는 60여개. 노점 형태는 크게 리어카와 일명 ‘짝다리’로 불리는 키 낮은 리어카, 벽걸이 좌판 등으로 나뉜다. 영업시간은 오후 5∼10시. 일부 노점상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2교대로 영업을 한다. 화장실은 인근 은행 등을 이용하고 물은 공동수도가 없는 탓에 멀리서 차로 운반해온다. 한 노점상은 “식사는 교대로 노점을 봐주면서 인근 식당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노른자위’ 권리금만 최고 1억원
자녀에 명당자리 대물림하기도

노점상 절대 금지구역인 명동 한복판을 점령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들은 20년 넘게 독자적인 상권을 형성한 ‘명물’로 인정해달라는 입장이다. 모자 노점을 하는 김모(32)씨는 “수천만원의 권리금은 극히 일부 노점에 국한된 사례이며 생계형 노점이 대부분”이라며 “거리 청소와 쓰레기 관리는 물론 가급적 인근 상가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판매를 자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의 노점은 오후 5시부터 연다. 이는 노점상끼리 만든 상조회에서 약속한 사항이다. 각자 정해진 위치에 매대가 설치되면 본격적인 장사가 시작된다. 명동 노점상들의 ‘취급품목’은 주로 여성용 액세서리나 의류, 각종 먹을거리. ‘종목’에 따라 마진도 천차만별.

가장 높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품목은 목걸이, 귀걸이 등 여성용 액세서리. 동대문, 남대문 시장에서 300∼500원에 대량 구매해 2000∼3000원에 판다. 먹을거리 노점처럼 조리기구 등 별도의 장비가 필요 없는 탓에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업계 선호도가 높다.

또 여성용 속옷이나 의류, 모자 등도 고수익을 보장한다. 한달 평균 500만∼1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 업종은 기존 노점상들이 ‘꿰찬’ 경우가 많아 신입 노점상들은 좀처럼 취급할 수가 없다. 먹을거리 노점의 경우 주로 호떡, 계란빵, 어묵 등을 판매한다.

꿈 키우는 사람들
로또가 따로 없네

10년째 호떡 노점을 하고 있는 김모(45)씨의 경우 장비를 갖추는 데 100만원이 들었다. 7만∼8만원어치의 재료비로 호떡 400∼500개를 만든다. 재료비 160원에 초기 비용을 합친, 개당 원가 200원인 호떡을 500원에 팔아 300원이 남는다. 이 가게의 하루 평균 매출은 20만원선. 붕어빵이나 닭꼬치 등은 경기도에 있는 공장에서 반죽과 재료를 사서 만든다. 그러나 부대장비를 갖춰야 하고 마진이 낮아 별 인기가 없다.

이밖에 가짜 유명브랜드 의류를 판매하는 노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식 상가’들은 이들에 대해 관광특구로 지정된 만큼 외국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쇼핑명소의 이미지를 실추한다며 당국의 단속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중구청은 노점상의 ‘완전근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음성적인 권리금 거래는 밝히기 힘들 뿐더러 조직화된 노점상들의 반발로 단속에 낭패를 겪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중구청의 한 관계자는 “노점을 벌이다 적발되면 과태료만 물고 이튿날 다시 영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월 최하 500만원
조폭과 연계설도

전국 단위로 노점의 분포와 매출 규모 등을 파악한 자료는 아직 없다. 서울시가 파악한 서울시내 노점 수는 지난해 기준 약 8800곳에 달한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노점 영업이 증감하는 폭이 큰 데다 축제나 대형 행사 등 이벤트 위주로 영업하는 노점의 수는 집계하기조차 어려워 현실적으로 정책 대상이 될 노점의 수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여기에 일반 상가 건물에 매장을 갖고 있거나 임대 중인 상인이 매장 앞 보도를 이용해 노점을 여는 식의 영업 형태까지 있다. 노점상인들의 구성은 천차만별인 데 비해 노점 정책은 강경 단속과 암묵적 인정 사이에서만 왔다갔다 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만 놓고 보면 (노점상들이) 불법인 거 우리가 잘 알죠. 그런데 강제 집행해도 얼마 안 있으면 또 그 자리에 들어와 버리니까 사실 예산 낭비인 면도 있어요. 그렇다고 전면 합법화하면 일반 상인들이나 주민들 민원에다가 법령에 조례에 엄청 복잡해져서 들들 볶일 텐데, 그건 그거대로 정착할 때까지 문제가 많을 거예요.”

익명을 요구한 한 구청의 관계자도 속내는 복잡했다. 그는 오히려 법이 현실을 그대로 다 담을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물리력을 쓰지 않기로 하는 서로간의 신사협약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노점단체 관계자와도 의견이 통했다.

노점상연합 관계자는 “일단 소모적인 단속만이라도 멈추고 서로 조금씩이라도 신뢰를 회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은 서로가 너무 불신이 커 한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즉 거리를 불법점유한다는 인식을 조금만 전환하면 거리를 합법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세금이 노점상들의 아킬레스건인 건 맞다. 인정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자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대기업들은 더 많이 탈세하고 일반 상가의 상인들도 길에다 비품 내놓고 도로 무단점유하는 부분도 많다. 형평성 차원에서 그 정도만이라도 양해를 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활정보지에 창업컨설팅 광고까지
자기들끼리 조합 만들어 엄격 통제

노점은 더 이상 생계를 잇기 위해 거리로 나온 빈곤층이 아닌, 세금을 피하려는 부유한 탈세 상인으로 변질됐다. 노점 창업을 컨설팅한다는 광고가 생활정보지에 실리고 노점 프랜차이즈 업체가 등장했는가 하면, 노점매매 브로커까지 활개치고 있을 만큼 ‘길거리 협동조합’은 이제는 하나의 풍경이 됐다. 노점을 운영하는 박모(45)씨는 “노점상 조합은 칼만 안 들었지 깡패”라고 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의 노점상은 폭력배가 ‘관리’하고 있다. 노점조직은 일사불란하고 폐쇄적이다. 20년 넘게 독자적으로 상권을 관리해온 노하우도 상당하다. 이러한 노점 조직은 먹을거리,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의 노점 수를 알맞게 배합해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막고 있으며 노점 매매 또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권리금을 받고 노점을 넘겼다가 조직에 적발되면 노점에 대한 영업권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이 주변 상권의 영업을 방해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도상 영업시설물’과 달리 번화가, 유흥가에 늘어선 노점을 정비하는 것은 어렵다.

서울시는 특정 지역에 ‘노점상 거리’를 꾸려 노점들을 입주시킨 뒤 관광명소로 꾸민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로는 도로점용료를 받는 등 노점상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점상 조직들은 “생존권을 말살하는 행위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계속해서 노점상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단속이 쉬운 변두리의 생계형 노점만 일시적으로 사라졌을 뿐 중심가의 조직화한 기업형 노점은 손도 대지 못했다. 게다가 번화가, 유흥가에 자리 잡은 기업형 노점은 더 이상 훈훈하지 않다. 카바이트 불빛의 ‘낭만’은 스러지고 ‘비즈니스’만 남았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포장마차 3∼4개를 철거하는 데만 1년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형 노점을 뿌리 뽑겠다고 작심한 뒤 수년간 역량을 집중해 꾸준히 단속해나가지 않는다면 노점을 정비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액세서리 장사 짭짤
알바 고용… 2교대

세금과 비싼 월세에 허덕이는 영세 상인들 눈에 싼 가격을 무기로 손님을 빼앗아가는 노점상들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렇다고 당장 먹고 살기 어려워 길거리에서 좌판을 펼쳐놓은 노점상들의 생계 터전을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중구청은 기업형 노점을 막기 위해 하반기 중에 ‘노점실명제’를 실시하기로 하고 다음달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한 전문가는 “세금을 내는 상인들은 장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불법 노점상들은 제도권으로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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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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