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2)남조선 여행

배신자는 끝까지 처단한다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고개 돌리지 말고 시선 고정하고 따라 오라우!”

석원이 그 자리에 멈추어서 남자의 얼굴을 멀뚱하게 바라보았다.

“조선말 잘 모르오?”

“그저 조금밖에는…”

남자가 거칠게 혀를 차고는 다시 일본어로 반복했다. 이어 석원이 얼른 시선을 남자의 뒤통수에 고정시켰다. 그렇게 따라가기를 잠시 후 육중한 철문 앞에 멈추었다.


이어 문을 열고 들어서자 크고 작은 방들이 복도를 가운데로 나란히 늘어선 모습이 보였다. 순간 석원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왜 그러는 게요!”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올라가자 석원이 온몸에 힘을 주며 간신히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한 방의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라 했다. 열린 문 사이로 내부를 바라보자 역시 흐릿한 백열전등 아래 달랑 책상과 의자 두 개만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오!”

석원을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는 남자의 음산한 말투에 뭔가 말하려했지만 입가에서만 맴돌고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했다. 문 닫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방안을 살펴보았다. 취조실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찾아들었다.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책상 앞으로 다가섰다. 막상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 했으나 차마 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여 엉거주춤한 자세로 책상을 손으로 잡고 서 있는 중에 갑자기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비명만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심하게 다그치는 소리 그리고 채찍 소리 역시 어우러졌다.가만히 소리가 들려오는 벽 가까이로 다가가 귀를 밀착시켰다. 여자의 비명이 아이들의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뒤섞여 들렸고 여러 남자의 악다구니 역시 들려왔다.


순간 벽에서 얼른 떨어졌다. 아울러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다리는 절로 후들거려 서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간신히 힘을 내어 의자에 자리 잡았다. 등에서 그리고 목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그곳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일어나지만 마음뿐이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흘러내리는 식은땀 마냥 여러 가지 생각으로 뒤죽박죽 되어가는 중에 문이 열리며 이호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장…니…임.”

“많이 기다렸지.”

호룡을 부르는 석원의 턱이 심하게 움직였다. 호룡이 짐짓 그를 모른 체하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은근하게 다가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석원이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렇게 한숨을 내쉬는가?”

석원이 손을 들어 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을 가리켰다. 호룡이 석원이 가리키는 곳으로 다가섰다가 다시 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장님, 어디 가세요!”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 말이었다.

“너무 시끄러워 조용히 하도록 할 테니 잠시 기다리고 있게.”

말을 마친 호룡이 마치 가지 말라고 손을 젓는 석원의 모습을 무시하고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다시 석원의 귀로 악다구니와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방금 전 호룡이 곁에 있을 때는 소리가 잦아들었었는데 호룡이 방을 나서자마자 다시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다시 두려움이 밀려왔다.


잠시 후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호룡이 다시 들어섰다. 그와 동시에 일시적으로 악다구니와 비명이 잦아들었고 그저 흐느끼는 소리만 미세하게 들려왔다.

“부장님, 무슨 일인지요?”

석원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악질반동 새끼 가족들은 죽어도 싸지.”

석원의 질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호룡이 독백을 뱉어내듯 했다.

“아, 지금 왜 그러는지 그 사유를 물었었지?”


“그렇습…”

석원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마지막 각오를 다지다
여행으로 긴장감 해소

“한 악질반동 새끼가 조국의 은혜를 저버리고 도망갔다는 거야. 그래서 그 아내며 어린 자식들이 저 몹쓸 일을 당하는 거 아닌가.”

“무슨 내용인지요?”

“악질반동 새끼가 북조선 자금을 받고 일을 하기로 하였는데 돈만 먹고 튀어버렸다는구만. 그래서 그 가족들을 잡아와 고문하는 게지.”

“돈을 갚아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 사람아, 돈만이 문제가 아니지. 이미 그러한 사실을 여러 사람이 알고 있는데 그게 밖으로 흘러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여하튼 반동 놈의 가족만 안 되게 생겼네.”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데요?”

“어떻게 되긴. 북으로 끌려가서 총살당하거나 아니면 최하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가 죽을 때까지 일하게 될 거야.

북조선이 다른 건 몰라도 배신하는 놈들은 절대 그냥 두지 않거든.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놈도 조만간 잡혀올 거야.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조선의 비밀 요원들이 지옥까지라도 쫓아갈 테니까.”

호룡이 엄지손가락을 세워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바로 그 순간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영란이 들어서고 있었다.

“지도원 동무!”

영란의 밝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자 석원 자신도 모르게 가슴속으로부터 조그마한 외침이 눈물과 함께 흘러나왔다.

“석원 군, 왜 이래요?”

영란이 급하게 석원에게 다가섰다. 이어 부드럽게 석원의 얼굴을 손으로 쓸며 호룡을 주시했다.

“각오를 확고히 다지는 모양입니다.”

“각오라니요?”

“물론 우리 민족의 영웅이 되고자 하는 각오 말입니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래야 나도…”

영란이 말하다 말고 석원의 볼에 가볍게 키스하며 아랫도리를 슬그머니 훑었다. 그 손에 축축함이 감지되고 있었다.

“남조선에 가자고?”

“어때, 지난번 홍콩 갔을 때처럼 함께 가는 거야.”

옆에서 운전하는 석원을 바라보는 기미코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왜 그래. 함께 가기 싫어?”

“나야 당연히 가고 싶지. 그런데…”

“그런데 뭐?”

“그 놈이 눈치 챈 거 같더라고.”

“무슨 수로?”

“내가 당시 친구들과 함께 여행 다녀왔다고 했는데 그 놈이 내가 이야기했던 친구 중 한 아이와 만났던 모양이야.”

“그래서 우리 둘이 홍콩 다녀온 사실을 안다는 이야기야?”

“거기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뭔가 의심하는 눈초리더라고.”

“그러면 되었지 뭐. 함께 가는 걸로 하자고.”

말을 자른 석원이 주차시키고 문을 열고 나서자 저만치에서 오사카 항이 불빛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기서 한 곳을 주시했다.

아직도 무시무시한 만경봉호가 전에 있던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일어났다. 그를 생각하며 순간적으로 치를 떨었다.

“뭘 그렇게 유심히 바라보는 거야?”

“저 항구 말이야, 오사카 항.”

“느닷없이 오사카 항은 왜?”

석원이 답에 앞서 가까이 다가온 기미코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너무나 아늑해 보여서 그래.”

“그야 우리 고향이니 당연한 거 아니야?”

“그렇지, 고향이지 고향.”

석원이 고향을 되뇌며 며칠 전에 있었던 악몽을 떠올렸다.

영란의 손에 이끌려 또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방금 전 머물렀던 방과는 천양지차였다.

마치 호화롭기 그지없는 초일류 호텔의 객실을 연상시킬 정도로 화려하고 깨끗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영란이 석원에게 바짝 다가섰다.

“왜 이런 거야?”

영란이 손을 뻗어 슬그머니 석원의 아랫도리를 다시 훑었다. 석원이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다가선 영란의 머리칼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잠시 그 순간을 유지하던 영란이 천천히 석원의 몸에서 벗어나 석원의 바지를 벗기기 위해 손을 허리께로 가져갔다. 순간 석원의 다리가 꼬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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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