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퇴출 공포> ‘정리 1순위’ 살생부 추적

‘8월 위기설’ 제2의 IMF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기업구조조정 발언으로 재계는 초긴장 상태다. 이미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되고 살생부 리스트까지 존재한다는 후문이다. 물망에 오른 업계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운데 살기 위한 몸부림에 나섰다.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재계 분위기. 그 흐름을 파악해 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미국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급 과잉업종과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면서 “이미 비상계획을 세워놨다”라고 언급했다.

정부·정치권 주도
재계 초긴장 상태

유 부총리는 “제일 걱정되는 곳은 현대상선”이라며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 중이지만 용선료 협상이 잘 될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고용 등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매우 고민된다”고도 했다.

정부는 해운업 회생의 근간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시나리오를 배제하고 용선료 재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패 시 법정관리밖에 없다는 엄포를 놓은 상황이라 양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정부의 용선료 협상에 힘이 실리면서 독자생존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달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조선과 해운사의 빅딜이나 합병에 대해 “시기상조이고 적절하지 않다. 5월 중순까지 용선료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선주들도 채권자로서 채무 재조정에 동참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양사는 이미 발표된 대로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 조정, 협약채권자의 조건부 자율 협약 등 3개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양측은 한 달여의 시간을 벌었지만, 만약 협상이 실패하면 사실상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자산을 매각하고 1500명 이상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과의 협의로 자구 계획을 마련하고 이행 상황 등을 점검해야 한다.

중소형사인 STX조선은 올 하반기에도 경영 정상화 행보를 지속하거나 회생 절차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현대상선 신호탄 구조조정 서막
해운·조선 이어 건설·금융 정리 가시화

이밖에 공급과잉업종으로 분류된 철강·유화 업계에서는 기업활력제고법에 따라 개별 기업 또는 해당 산업이 자발적으로 인수·합병(M&A)이나 설비 감축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진행할 방침이다.

우선 건설업계는 한숨을 돌렸다. 건설업종이 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최우선 순위인 경기민감업종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 기업 구조조정의 광풍에서는 벗어났지만 금융권이 돈줄을 옥죌 경우 부실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될 우려가 큰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경기민감업종으로 선정한 철강과 석유화학, 건설, 해운 가운데 조선과 해운만 경기민감업종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나머지 철강과 석유화학은 과잉공급업종으로 분류해 설비감축과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건설업은 업종 차원의 조정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지난해 건설수주액이 전년 대비 48.3% 급증하는 등 건설업 전체의 경영 상태에 당분간 불안요인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민간건설 부분의 수주가 102조5000억원에 달했고, 지난해 공공부문의 발주량도 전년 대비 8.9% 늘어난 28조8000억원을 기록해 당분간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다른 업종과 달리 건설업에 대한 인위적인 산업재편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별기업 부실 발생 시에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워크아웃, 회생절차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시공능력순위 100위권 가운데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곳은 14개사다. 법정관리가 9곳, 워크아웃이 5곳이다.

또 무자격·부실업체 퇴출시스템 운영과 해외건설 저가수주 방지방안으로 건실한 건설업체 위주로 생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적절한 지원책 없이 결국 건설업계는 기존 금융권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숨 돌렸지만…
자금난 가중

그동안 채권은행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의 재무구조개선만으로 근본적인 정상화를 이루기 어려웠고, 은행도 기업 구조조정 시 당장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한계기업에 대해 여신을 유지하며 처리를 미루는 경향을 보이는 등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대출심사 강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건설사들도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는 등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 취약 업종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의 대출잔액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대출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0조3000억원에 그쳤다. 이미 주택업계에서는 은행권의 까다로운 대출규제로 집단대출 거부사태가 속출하며 분양을 늦추거나 취소하는 등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나 금융당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대출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집단대출 규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집단대출 규제로 대출거부, 금리 인상 등 피해를 받은 세대수는 총 4만7000호, 금액으로는 7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30위권의 대기업중 3년째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업체가 9곳이나 이르고, 60위권의 중견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00%를 넘어 금융권이나 정부의 자금 지원이 절실한 곳이 많다.

자칫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조선, 해운에 집중될 경우 건설업 구조조정은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그간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은 ‘기업 회생’보다는 ‘업계 퇴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M&A를 통해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이상 기업 회생은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종이 경기민감업종에서 제외되며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해외시장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그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판 양적 완화
추진에 야당 제동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구조조정 방향에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더민주 지도부들은 박 대통령이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판 양적 완화’와 ‘파견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지난달 27일 “협조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간담회에서 “한국판 양적 완화를 긍정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조조정에 앞서 국회가 할 수 있는 파견법부터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고 발언, 실업대책으로써의 파견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의 총선공약이었던 ‘한국판 양적 완화’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증권(MBS)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채권을 사들여, 산은과 수은이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판 양적 완화가 이뤄지려면 한은이 채권을 사들일 수 있도록 한은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더민주는 양적 완화가 이뤄지면 대기업만 이득을 본다는 입장이다. 파견법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기업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그 안에 몸담은 이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실직을 의미한다. 조선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대규모 인원 감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일자리를 잃게 되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경영진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영 비대위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빌미로 노동악법을 밀어붙이거나 부실기업 생존 연장에만 몰두한다면 단호히 협력을 거부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7월말 업종별 경영진단 보고서
사실상 부실기업 리스트 담아

진 비대위원은 특히 전날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에 대해 “조선과 해운업 사태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과 정부의 실패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도,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도 없이 모호함만 가득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정확한 원인 진단과 부실·방만 경영 책임자에 대한 문책, 구조조정으로 인한 국민 피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획을 정부가 제시한다면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진형 더민주 전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역시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양적 완화 양적 완화하는데, 거기다 대놓고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지 못하겠다”며 “(박 대통령은)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큰 기업이니까 국가가 돈을 내줘야 한다는 식으로 조건반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경영진과 주주, 채권단 등이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고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5대 취약업종 가운데 특히 대규모 실직 우려가 큰 곳은 조선업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세 곳 직원만 총 4만4000여명인데다, 협력업체까지 따지면 수십만명의 생계가 달려 있다.

노동계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책임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노동자를 해고하기 전에 경영부실을 초래한 대주주와 경영진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이 개인 재산을 내어서라도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정부가 1년 동안 고용 유지 지원금이나 연장 실업수당 등을 지원하고, 전직과 재취업 훈련 등을 돕게 된다.

좀비기업 타깃
강제로 아웃!

구조조정의 큰 틀을 정한 정부는 8월을 주시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기업 퇴출의 기준이 될 기업활력촉진법 이른바 원샷법의 8월 시행에 맞춰 사실상의 ‘살생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7월 말까지 ‘업종별 경영진단 보고서’를 협회를 중심으로 만들도록 지시했다.

보고서가 나오는 시점에 맞춰 6월까지 ‘기업의 생존과 퇴출’의 기준이 되는 원샷법 실무지침도 만들어진다. 정부는 업종별 보고서와 원샷법 실무지침, 여기에 대기업 신용위험평가까지 나오는 8월을 2차 구조조정의 적기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의 파도가 거세지는 가운데, 오는 8월 또 한차례의 대규모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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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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