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년 해방구’ 영등포 유흥가는 지금…

짝 찾아 나선 아줌마 아저씨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영등포는 타 지역 사람들이 약속을 정하는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당연한 일. 또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역세권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대표적 대형 상권 중 하나. 지금은 빛을 많이 잃었지만, 집창촌은 아직 건재하다. 요즘 영등포의 상황은 어떤지 <일요시사>가 직접 찾아가 봤다.

영등포역 인근에는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대형 쇼핑센터들이 밀집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맞은편 영등포역 메인 상권인 먹자골목은 시설과 환경 등이 낙후된 데다 홍대·강남·명동 등에 대형 상권이 발달하면서 상권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지하철노선 개통과 함께 각 지역의 테마거리 및 먹자골목이 발달하면서 고객층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카바레, 콜라텍
여전히 성업중

상권 전문가와 상인들은 과거보다 상권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전성기때만큼은 아니지만, 이곳 상권은 대형 쇼핑센터 이용객 흡수 요인과 인근 직장인 고객 유입 등으로 외식·유흥업을 중심으로 상권을 이어가고 있다. 유흥업소 및 음식점들이 밀집한 먹자골목을 찾았다.

영등포역 1번출구로 나와 영등포역 교차로를 건넌다. 네온사인 불빛이 화려한 먹자골목이 시작된다. 영등포역 먹자골목은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교차로에서 영등포시장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400m의 영중로와 그 이면 지역을 말한다. ‘노래방’이 성업을 이루는 먹자골목에는 음식점에서 나오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가 판을 친다.

실제로 거리를 걷는 동안 음식점을 나오는 직장인 무리에 “서비스 많이 줄게, 우리 가게로 와요”라며 말을 건네는 호객꾼과 이른바 술집 ‘삐끼’들이 자주 보인다. 유흥업종을 중심으로 외식업종도 새벽까지 성행하는 '24시 상권'이라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영등포역 메인상권 골목으로 들어서자 음식점, 호프 등 외식업종과 함께 노래방, 유흥주점, DVD방, 모텔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40∼50대 연령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이곳은 롯데·신세계백화점 등 대형 쇼핑센터를 찾는 고객들의 유입이 잦은 곳이다. 오랜 역사의 역세권답게 30∼40년 된 자영업 가게가 다수를 이루며 상권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프랜차이즈 가게는 유행을 쉽게 타는 등 수개월 만에 없어지기 일쑤다. 영등포 먹자골목의 분위기는 프랜차이즈 창업이 주를 이룬 일반적인 역세권 먹자골목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인근 부동산업자는 “각지에서 만남의 장소로 이용됐던 영등포 먹자골목은 외식메뉴가 유행을 많이 타는 것이 특징”이라며 “4∼5년 전에는 ‘오징어와 주꾸미’ 메뉴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2∼3년 전부터는 ‘양꼬치’ 붐이 일었다. 최근에는 스몰비어, 족발집 등이 느는 추세”라고 귀띔해 준다.
 

무작정 들어간 한 프랜차이즈의 사장은 “프랜차이즈의 경우 메뉴는 그대로인데 브랜드만 바뀐 사례를 자주 봤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유행을 따라서 입점했으나 지금은 먹자골목 맛집으로 자리 잡은 주꾸미 가게는 인근 쇼핑몰 직원과 직장인들의 단골 외식장소가 됐다.

그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유행이나 브랜드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면서 수개월 만에 바뀌는 경우도 많으나, 개인사업자 점포의 경우 그들만의 노하우로 장사를 잘 유지해 40년 이상 된 점포도 많다”고 말했다.

한 창업연구소 관계자는 “영등포 상권은 각 지역 사람들이 모여드는 지리적 요인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기메뉴들이 밀집한다”며 “먹자골목 내 인기메뉴의 흐름은 ‘뼈다귀해장국’에서 ‘감자탕’ ‘주꾸미’ ‘양꼬치’ ‘족발’ 등으로 바뀌어 왔다”고 했다. 그는 “영등포 먹자골목의 특성상 비슷한 시기에 같은 메뉴의 업종이 한 번에 들어와 경쟁해야 잘되는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쇼핑몰 난립…그 사이로 먹자골목
삼삼오오 식사하고 2·3차 유흥업소로

먹자골목은 밤이 깊어갈수록 더 활기를 띤다. 먹자골목은 노래방 등 유흥업소가 밀집해 경쟁하며 불야성을 이루다 보니 외식업종 역시 탄력을 받아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 많이 보인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40년간 거주해온 A(55)씨는 “먹자골목은 식사하면서 술 한 잔을 곁들이는 저녁 상권과 노래방 등 유흥업종이 성행하는 새벽 상권으로 나눌 수 있다”며 “유흥업종과 함께 음식점도 새벽까지 장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24시간을 운영하는 한 식당의 주인은 “낮·저녁시간에 식사를 해결하는 고객뿐 아니라 출출한 새벽시간대 또는 오전에 숙취해소하려는 고객 등 시간대별로 다양한 손님이 온다”고 했다.
 

24시간 운영하는 민속주점 역시 유행메뉴에 영향받지 않고 꾸준히 점포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24시 민속주점 종업원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손님들이 많아 대기석을 마련해야 한다”며 “황금시간대에는 손님이 없는 집은 보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타임스퀘어를 지나자 청소년 출입금지구역’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청소년이 들어올 수 없는 곳. 그렇다고 통행에 제한이 있지도 않은 그곳. 늘 따가운 시선만이 존재하는 집창촌이다.

귀청소방, 립카페…
꺼지지 않는 홍등

아직 어둠이 내리기 전 영등포 집창촌은 높은 빌딩 숲 외딴섬처럼 고요했다. 가게 문은 굳게 닫혔고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커튼이 둘러쳐 있다. 시간이 이른 탓이다. 붉은 불빛이 켜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어둠이 내리기 전 집창촌 주변을 살펴봤다.

높은 빌딩이 즐비하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쇼핑몰에 샌드위치처럼 자리 잡고 있다. 타임스퀘어, 백화점 앞 많은 인파와 대조적으로 집창촌 골목은 한적하다. 간간이 자동차 몇 대가 지날 뿐이다. 도시 아래로 해가 지며 어둠이 내렸다. 직장인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집창촌 골목을 지나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두른다.

매일 이 골목을 지나는 여성들은 어떤 생각일까? 20대 직장인 여성 B씨는 “사실 보기가 좀 그렇다. 매일 이곳을 지나지만 볼 때마다 민망하고 같은 여자로서 썩 기분이 좋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집창촌 골목에서 장사하는 50대 남성은 “이곳이 터전이다. 여기서 일하는 여성들 때문에 먹고 산다. 여기 없어지면 우리는 뭘 해서 먹고 사나. 저렇게 큰 백화점이랑 우리가 경쟁이 되나?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창촌의 붉은 등이 켜질 시간. 하지만 집창촌 어느 곳도 불은 켜지지 않는다. 이상했다.

이때 한 여성이 눈에 띈다. 홀로 나와 화장 중이다. 손님 맞을 준비에 손길이 바빠 보인다. 어렵게 말을 건넸다. 10년 넘게 성매매 일을 해온 여성이었다. C(40)씨는 언론에서 쏟아진 비판적 기사 때문에 일단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C씨는 “2011년 시위 이후 타임스퀘어 측과 합의한 게 오후 8시다. 그때부터 오후 8시가 돼야 일을 시작한다. 예전보다 손님도 줄었지만, 최근 보도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경찰은 집창촌 단속하지 말고 숨어있는 오피스텔이나 단속해라.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좀 야비한 것 같다. 차라리 합동단속을 하든지…. 만만한 게 우리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여기 있는 아가씨들이 제일 힘든 건 손님이 없는 거다. 여기도 재개발계획이 있다. 여기 없어지면 아가씨들이 어디로 갈 것 같나? 뻔하다. 오피스텔 아니면 해외 성매매다. 이게 더 큰 문제”라며 “그냥 집창촌을 레드존으로 규정해 정부에서 관리하는 게 더 낫다. 지구상에 남자가 존재하는 한 성매매는 없어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


30∼40년 된 가게들 상권주도
골목마다 성매매업소 불야성

저녁 8시. 집창촌 전체에 드디어 불이 켜진다. 아가씨들은 저마다 가게 안에서 의자를 꺼내고 옷매무시를 고치며 영업을 준비한다. 영등포역을 나와 눈에 보이는 유명 쇼핑몰을 찾아가려다 지름길로 보이는 골목길로 잘못 접어든 모녀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쇼윈도와 붉은 조명, 그리고 야한 옷에 “에구머니”라는 외마디말을 남긴 채 뒤돌아선다. 유명 쇼핑몰 쪽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나오던 연인들도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쇼윈도와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 돌아선다.

영등포역 앞 대로변에는 쇼윈도는 없었다. 1층은 대부분 파이프나 철물 등을 만드는 업체들이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상점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특유의 빨간불이 은은했고 여성들이 3∼4명씩 짝지어 도로 옆에 나와 있다가 지나가는 남자들의 팔을 잡아끈다.
 

대로변에서 꺾어져 집창촌 거리 옆으로 들어서자 호객행위는 뜸하다. 종업원들은 유리를 열고 내다보며 “여기야”하고 부르거나 미성년자들이 들어오려 하면 “너흰 여기 오면 안 돼”라고 말만 하는 수준이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호객행위는 없고 쇼윈도 안에서 밖을 보며 손님을 기다린다. 군데군데 커튼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 업소들도 보인다. 30여분 사이에 4명의 남자 손님들이 업소에 들어갔다.

경찰차 한 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나타난다. 경찰차가 나타나자 대로변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여성들은 골목이나 계단 사이로 움직인다. 경찰은 스피커에 대고 “거기 재킷 입은 분, 빨리 들어가세요”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경찰차가 지나가자 여성들은 금세 다시 나와 호객행위를 시작한다.

테마거리 발달로
옛 명성 되찾나?


한 업소의 사장은 “아가씨들을 착취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기본 화대 8만원 중 3만5000원은 아가씨 몫으로 떼주는 등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어차피 절대 안 없어질건데 네덜란드처럼 그냥 우리도 인정해주고 놔두면 안 되냐?”고 기자에게 반문한다.

경찰 등에 따르면 영등포 일대에는 한때 40∼50여개 업소에 100여명 이상의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현재 경찰이 확인한 영업업소는 22개에 종업원은 40∼50명 선이다. 대신 일반적인 회사 사무실로 위장한 채 영업하는 등 음성영업을 하는 업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