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4·13> ③20대 국회 계파 총정리

친박·친노 옛말…군소 전성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는 생물이라고 흔히들 얘기한다. 해당 관점이라면, 계파는 팔·다리처럼 생물의 한 부분을 맡고 있는 기능적 요소라 해석할 수 있다. 팔·다리가 고장나면 생물이 움직일 수 없듯, 계파가 제 기능을 못하면 정치는 나아갈 수 없다. 4·13 총선을 거치면서 계파에는 ‘감수분열’이 일어났다. 과연 대한민국 정치는 어떤 진화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변화한 계파 내 구성원들을 총정리해봤다.

결과는 ‘여소야대’다. 새누리당 후보 248명 중 살아 돌아온 이는 105명에 그쳤다. 생환율은 불과 42.34%.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46.81%(후보 235명 중 110명 당선)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국민의당은 173명 후보에 25명 당선, 생환율 14.45%). 공천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에 유권자들이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당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계파의 변화를 동반한다.

계파 전쟁
그 결말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지만, 여야를 통틀어 정치권에는 대략 14개의 계파가 존재한다. 그 중 새누리당 내에는 크게 친박근혜계(친박계)와 비박근혜계(비박계)로 나뉜다. 비박계 내에서도 친이명박계(친이계)와 친김무성계(친무계), 친유승민계(친유계), 그리고 범비박계가 하나의 계파로서 존재한다.

이번 총선의 당선인들 중 확실히 친박계라 볼 수 있는 인사들은 50명 내외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무소속 윤상현(인천 남을) 당선인이다. ‘욕설 파문’으로 새누리당에서 컷오프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재선에 성공했다. 윤 당선인은 출마 선언 전, 칩거하며 당선 가능성을 타진해 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4일 윤 당선인은 4·13 총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날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간판을 내려놓고 윤상현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의 냉철한 심판을 받겠다”며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한때 ‘중진 용퇴론’으로 컷오프되는 게 아니냐는 루머에 휩싸였던 서청원(경기 화성갑) 당선인은 더민주의 김용 후보와의 대결에서 52.3%를 차지, 36.7%에 그친 김 후보를 15.6%p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최근 친박계의 구심점으로 통하는 유기준(부산 서동) 당선인도 2위 더민주 이재강 후보를 52.2% 대 34.8%, 17.4%p 차이로 눌렀다. 한때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이한구 당시 의원과 후보군에 올랐던 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 당선인은 65.3%로 29.1%의 더민주 박남현 후보를 36.2%p의 큰 차이로 이겼다.

그 외에도 원유철(경기 평택갑), 조원진(대구 달서병), 최경환(경북 경산),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등이 당선인으로 이름을 올려 건재를 과시했다. 이정현(전남 순천) 당선인은 헌정사상 최초로 여당의원 신분으로 호남에서 재선에 성공해 김부겸 당선인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친박계 재편
새로운 얼굴은?

반면 패배의 쓴잔을 맛봐야 했던 이들도 있다. 황우여(인천 서을) 후보는 37.9%의 표를 얻어 더민주 신동근 당선인의 45.8%에 7.9%p 격차로 고배를 들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부산 연제) 후보 또한 더민주 김해영 당선인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김을동(서울 송파병) 후보는 더민주 남인순 당선인에 밀리며 3선에 실패했다.

‘뉴페이스’ 친박도 있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출신의 곽상도(대구 중남),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민경욱(인천 연수을),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던 정종섭(대구 동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면서 최경환과 친한 것으로 잘 알려진 윤상직(부산 기장),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던 추경호(대구 달성) 당선인 등은 모두 ‘진박’으로 통했던 인물들이다. 새로운 피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 친박계는 이들을 중심으로 한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비박계 내 군소 계파들의 성적표는 부진하다. 한때 최대 계파를 자랑했던 친이계는 겨우 5명만이 당선돼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주호영(대구 수성을),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이철규(강원 동해삼척),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을), 정병국(경기 여주양평) 등이 그들이다. 그 중 주호영·안상수·이철규 당선인은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와 무소속으로도 당선되는 저력을 보여줬다.


친무계는 당초 선전이 기대됐으나,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앞서 비박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컷오프됐을 때 친무계는 공천 칼바람을 피해 한때 ‘친박-김무성’ 밀약설이 나돌 정도였다.

참패 여당 재편 급물살…너도나도 줄서기
“호남이 야속해”숙제 남긴 친문계 몰락?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산 민심은 새누리당을 외면했다. 김 대표의 측근인 박민식(부산 북강서갑), 서용교(부산 남을), 나성린(부산 진갑) 후보가 생환에 실패했다. 덕분에 새누리당은 18석의 부산 선거구 중 5곳을 더민주에 내주게 됐다. 19대 때 문재인·조경태 의원에게 내준 2곳을 뛰어 넘는 수치다. 생환에 성공한 친무계는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김성태(서울 강서을), 김영우(경기 포천가평), 황영철(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등 부산을 제외한 곳이다.

친유계 역시 많은 수가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수장인 유승민(대구 동을) 당선인이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갑),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후보가 줄줄이 낙선하면서 힘이 빠진 상황이다. 친박의 갖은 방해를 뚫고 4선에 성공했음에도 정치적 입지는 도리어 약화됐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친유계도 있다. 평소 유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혜훈(서울 서초갑), 김상훈(대구 서), 김세연(부산 금정) 당선인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들을 제외한 범비박계 인사들은 선전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서울 양천을) 당선인은 더민주 이용선 후보를 간발의 차(2.1%p)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선거기간 중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있었던 나경원(서울 동작을) 당선인은 더민주 허동준 후보를 11.9%p라는 다소 여유로운 차이로 제쳤다. 그 외에도 권성동(강원 강릉), 신상진(경기 성남 중원), 여상규(경남 사천남해하동), 이군현(경남 통영고성),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등이 범비박계 당선인에 속한다.

결과적으로 친박-비박 간 계파 전쟁은 승자 없는 막장 스토리로 마무리됐다. 제1당 자리를 더민주로 내줬다는 것은 어떤 손익계산서로도 매길 수 없는 손실이다. 후폭풍으로 당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사퇴하는가 하면, 청와대에서는 박근혜정부의 국정 동력까지 걱정해야 될 지경이다. 시간에 쫓기게 된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는 조기 전당대회는 물론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한 대책 모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전대로
정상화 모색

친노무현계(친노계)는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당과 계파 내에서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친문재인계(친문계)는 새로 영입한 인재들까지 합쳐 약 20명 정도가 살아 돌아왔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영입작 1호인 표창원(경기 용인정) 당선인은 막바지 여당의 흔들기를 이겨내고 새누리당 이상일 후보를 13.6%p 차로 눌렀다.

문재인표 영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손혜원(서울 마포을) 당선인은 새누리당 김성동 후보를 10.3%p 차로 제쳤다. 마포을 현역이었던 정청래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의문부호를 달고 있었으나, 이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결과를 냈다.
 

‘국정교과서 반대’를 진두지휘했던 도종환(충북 청주 흥덕) 당선인은 새누리당 송태영 후보를 9.2%p 차로 이겼다. 당선 직후 도 의원은 “영혼이 있는 정치, 기존의 정치와는 다른 정치,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않는 정치로 희망을 만들어 가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서영교(서울 중랑갑), 진선미(서울 강동갑), 추미애(서울 광진을) 등 친문계 우먼파워도 빛났다. 각각 서 당선인은 새누리당 김진수 후보, 진 당선인은 새누리당 신동우 후보, 추 당선인은 새누리당 정준길 후보를 두 자릿수 차로 이겼다.


그 외 김경협(경기 부천 원미갑), 김태년(경기 성남 수정), 민홍철(경남 김해갑), 박남춘(인천 남동갑), 윤후덕(경기 파주갑), 홍영표(인천 부평을) 등이 당선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호남의 ‘반문정서’를 극복하지 못한 한계도 있다. 계파의 대부분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부산·경남에 집중돼 있다. 한때 ‘정계은퇴’까지 거론하며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던 문 전 대표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은 모습. 이에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또한 향후 김종인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 즉 친김종인계(친김계) 사람들과의 계파전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과거 ‘친노-비노’의 갈등처럼 ‘친문-친김’ 간의 내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호남을 두고 엇갈렸던 두 사람이 어떤 봉합 과정을 거칠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 정세균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됨에 따라 친정세균계(친정계) 또한 힘을 받게 됐다. 앞서 문재인 체제에서 김종인 체제로 바뀌면서 정세균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컷오프 당해 세가 반 토막난 바 있다. 실제 광주지역 탈당 바람에도 끝까지 당을 지켰던 강기정 의원을 비롯해 전병헌, 이미경, 오영식 의원 등 많은 수의 친정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주가 뛰는 안철수 사람들
손학규·김한길계도 주목

그러나 살아남은 친정계 인사들은 선전했다는 평이다. 대체적으로 정치권은 해당 계파에서 6명의 당선인을 배출했다고 본다. 김상희(경기 부천 소사),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박병석(대전 서갑), 백재현(경기 광명갑), 안규백(서울 동대문갑), 이원욱(경기 화성을) 등이 그들이다.


새롭게 구성되고 있는 친안희정계(친안계)는 4명의 당선인을 배출하며 신생 계파로서 입지를 다졌다. 박완주(충남 천안을) 당선인은 새누리당 최민기 후보를 23.7%p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충남 정무부지사를 지내며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 충남도정을 이끈 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 당선인은 ‘피닉제’ 새누리당 이인제 후보에게 단 1%p 차로 신승을 거뒀다.

충남도 정무특보를 지낸 정재호(경기 고양을) 당선인 또한 42.3%로 새누리당 김태원 후보와 1%p 차이로 당선됐다. 충남도 비서실장을 지낸 조승래(대전 유성갑) 당선인은 48.3%의 표를 얻어 새누리당 진동규 후보를 14.6%p 차로 앞질러 국회로 향했다.

손실도 있었다. 친안계 중 핵심으로 꼽히는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 나소열(충남 보령서천) 후보가 각각 새누리당 정진석, 김태흠 당선인에게 석패했다. 그 외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원혜영(경기 부천 오정), 강창일(제주갑), 한정애(서울 강서병) 등이 당선됐다.

비노무현계(비노계)는 날개를 달았다. 당초 친노계와의 갈등으로 파생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제3당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친안철수계는 보이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됐다. 국민의당의 전략 성공으로 안철수 대표의 주가가 뛰어 자연스레 계파의 입지도 넓어졌다. 지역구 당선인은 송기석(광주 서갑) 등으로 그 수가 한정되지만, 비례대표에서 친안철수계가 대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정당투표에서 더민주를 26.74% 대 25.54%로 앞섰다.

반면, 친김한길계는 타격을 입게 됐다. “야권통합 없이 총선승리는 없다”며 안 대표에게 날을 세웠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또한 수장의 이른 불출마 선언으로 의원직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의 영향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당선인을 보면, 더민주의 노웅래(서울 마포갑), 이상민(대전 유성을)과 국민의당의 김관영(전북 군산), 주승용(전남 여수을) 등이 있다.

친문 호남 완패
풀지 못한 숙제

친손학규계는 비노진영 중 가장 성공한 계파가 됐다. 양승조(충남 천안병), 오제세(충북 청주 서원), 우원식(서울 노원을),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등과 국민의당으로 옮긴 김동철(광주 광산갑) 당선인이 여의도로 향했다.

계파 구성원의 선전으로 수장인 손학규 전 고문의 입지도 함께 높아졌다. 손 전 고문은 정계를 은퇴한 상황이지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관측이다. 계파 구성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격려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최측근인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을 유세현장에 보내는 등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만 봐도 대선 전으로 복귀가 예상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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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