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특집> ‘숨은 명소’ 7대 캠핑장 탐방

날씨 좋고 풍경 좋고 “당장 떠나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본격적인 봄나들이 철이 다가오면서 캠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캠핑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특색 있는 캠핑장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는 상황. <일요시사>에서는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7곳의 이색 캠핑명소를 소개한다.

곡성 청소년야영장은 고달면 가정리에 있다. 원래는 오곡초등학교 예성분교가 있던 곳으로, 1946년 개교해 1995년 폐교했다. 폐교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2005년 청소년야영장으로 새 단장을 했다. 야영장이 위치한 곳은 섬진강 물길이 바로 보이는 곳.

이 물길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17번 국도와 철길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진강, 길, 철로가 10km 넘는 구간을 함께 흘러간다. S라인 물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철길의 모습은 ‘빨리’만을 외치는 요즘의 직선 철로와는 사뭇 다른 풍경.

[곡성 열차테마]

유홍준 교수는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이 길을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길 중 하나로 꼽았다. 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는 하루 다섯 번 증기기관차가 왕복으로 운행된다. 사실 옛 곡성역은 1999년 기능을 잃었다.

전라선이 직선화되면서 새로운 곡성역이 생겼기 때문. 하지만 옛 곡성역은 ‘열차’를 테마로 한 ‘섬진강 기차마을’로 변신해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야영장에 앉아있으면 강 건너에서 ‘뚜우∼’하며 증기기관차 기적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아련하게 들리는 이 소리에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착각에 빠져든다. 야영장에 텐트를 내려놓고 ‘섬진강’과 ‘열차’를 테마로 즐길 거리를 찾아 나선다. 곡성 청소년야영장의 장점은 텐트를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40여 동의 텐트 중 10여 동은 섬진강 둔덕에 있고, 바로 옆에는 개수대와 전기 시설이 마련돼 있다. 나머지 30여 동은 청소년야영장 본관 옆 운동장에 설치돼 있는데 이곳은 그늘이 드리워져 한여름에 시원하게 야영을 즐길 수 있다.

오토캠핑객은 섬진강 바로 앞 잔디밭에 텐트를 칠 수 있다. 수해로 인해 잔디와 일부 시설이 유실됐지만, 따로 구획이 나뉘지 않아 텐트와 그늘막을 자유자재로 칠 수 있다. 단 래프팅 체험을 이곳에서 하기 때문에 낮에는 조금 시끄러울 수 있다는 게 단점.

조용하게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야영장에서 자전거길을 타고 두계마을 쪽으로 1㎞ 가면 청소년야영장에서 관리하는 야영사이트가 있다. 청소년야영장에서 관리하는 부지인데 잔디와 들꽃이 보송보송하게 자라나 있으며 이곳에선 조용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양평 중미산 천문대]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중미산 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초보 캠핑족이 첫 캠핑으로 도전하기 좋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적당히 불편하고 적당히 한적하다. 이곳에는 총 56개의 캠핑 데크가 있고 산림청이 운영하는 38개의 휴양림 가운데 올해부터 예약제 캠핑장을 시범 운영하는 6곳 중 한 곳이다. 예약하고 와야 하며 초보들이 도전하기에 좋다.

본격적인 나들이 철…사람 몰리는 야영장
승마체험부터 번지점프까지 다양한 체험


계곡을 따라 십여 개의 캠핑 사이트가 드문드문 들어서서 숲에 둘러싸인 느낌이 일품이다. 화장실, 샤워실, 식수대도 갖췄지만, 매점이나 전기가 없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떼워가며 지내는 게 캠핑인지라 초보들이 도전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또 가족 단위 소규모 캠핑족이 대부분이라 여유롭다. 차를 바로 옆에 두는 오토캠핑, 등산 중에 동그란 알파인 텐트를 치고 즐기는 산악캠핑, 넓고 고른 땅에 집처럼 크고 넉넉한 텐트를 치고 즐기는 캠핑 등 종류도 다양하다.

10여 개의 오토캠핑 사이트를 제외하면 중미산 캠핑장은 산악캠핑에 가깝다. 캠핑 사이트도 산기슭을 그대로 살려가며 꾸며졌다. 다만 앞뒤 사이트의 간격이 좁아서 밤에는 옆 텐트에서 코를 고는 소리도 들리지만, 풀벌레 소리나 시냇물 소리에 묻혀버린다.

자연휴양림이라 주변 환경이 좋고 숲 산책로는 가볍게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숲 체험코스 1.2km, 태교의 숲길 600m, 등산로 6.4km가 있다. 또한, 숲 해설사가 친절한 설명도 해주니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등산로는 4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정상에서는 남한강, 북한강은 물론 서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오리엔티어링 프로그램도 있다.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길을 찾아가는 게임인데 이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 덕택에 아이들도 즐거워한다. 주변에는 대형 리조트도 있고 천문대도 있으니 미리미리 알아두면 둘러볼 곳이 많다.

[동해 망상해변]

7번 국도를 타고 강원도 바다로 떠나보자. ‘망상해변’은 여행객의 로망이다. 약 2km에 달하는 모래사장 앞으로 넘실대는 쪽빛 바다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고 소나무 숲 사이로 유유히 모습을 드러내는 캠핑카를 보면 ‘망상’에 대한 열망은 커져 간다. 캠핑카에 누워 파도 소리에 잠드는 것.

영화에서만 보는 장면이 아니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서는 직접 ‘캠핑카’ 이색 휴양을 체험할 수 있다. ‘망상’은 원래 너른 들판이라는 뜻으로 마상평(馬上坪)이라 불렸다.

조선 시대에 망상(望祥)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상서로움을 바라다’, 즉 ‘좋은 일을 꿈꾼다’는 의미를 갖게 됐는데, ‘망상’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인 정철이 지은 시 제목이기도 하다. 강원도 관찰사 직책을 수행하던 정철은 삼척에서 ‘소복’이라는 관기와 사랑에 빠지는데, 나중에 소복을 다시 찾았을 때 그녀는 다른 유생의 첩이 돼 있었다.

옛 삼척을 뜻하는 ‘진주길’을 밟으며 정철은 애달픈 마음을 시로 남겼는데, 그 시가 망상해변의 이름이 됐다. 망상캠핑장의 강점은 바로 망상해변이다.
 

캠핑장 바로 앞에 있는 옥빛 바다는 맑고 투명하다. 여름에는 해양스포츠와 물놀이를 즐기기 좋아 많은 인파가 몰린다. 굳이 ‘여름’이 아니어도 망상의 즐거움은 많다. 여름에만 야영을 허용하는 해수욕장과는 달리 망상캠핑장은 365일 문을 연다. 망상에 거점을 두고 주변 관광지 탐방에 나서는 것도 동해 캠핑의 또 다른 재미.

천곡동굴, 무릉계곡, 묵호항, 추암촛대바위, 끝자리 3·8일에 서는 북평5일장 등은 동해 삼척 여행의 주요 테마다. 또 고성∼속초∼강릉∼동해∼삼척까지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 바다 여행도 추천한다. 크고 작은 항구와 이름 모를 해수욕장을 지나다 마음이 끌리는 곳에 차를 세우다보면 ‘망상해변’보다 더 아름다운 ‘나만의 해변’을 발견할 지 모를 일이다.


[안성 승마목장]

말이 뛰어놀던 목장이 캠핑장으로 변신했다. 드넓고 푸른 잔디밭에 텐트를 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특별하다. 목장을 지키던 울타리는 아이들의 골대가 되고, 마굿간은 취사장으로 바뀌었다. 말에게 먹이를 주며 말과 친해진 아이들은 말처럼 건강하게 캠핑장을 누빈다.

이색 캠핑의 1번지로 떠오르는 안성승마오토캠핑장 덕분에 주말이 기다려진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안성승마오토캠핑장은 캠핑과 승마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안성시 일죽면 은석사거리에서 캠핑장으로 들어서면 승마장과 캠핑장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승마장인 하노바승마클럽이고, 왼쪽은 캠핑장이다. 캠핑장으로 들어서면 넓은 초원과 하얀 울타리가 정겨운 목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획일적으로 사이트가 배치된 캠핑장과 달리 광활한 자연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자유을 선사한다. 울타리 한편에 텐트 치기를 마치고 나면 목장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교관이 말을 타고 캠핑장에 나타나면 저마다 놀이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삽시간에 말 주위로 몰려든다. 말이 몸무게를 견딜 만큼 작은 아이들은 교관과 함께 말에 올라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30분. 잔디 운동장을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놀아도 아이들은 말을 만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정식 자격증을 가진 교관이 이끄는 말을 직접 타볼 수 있다.

트랙을 돌 때마다 다른 속도와 방법을 지도해주기 때문에 승마 재미에 쉽게 빠져든다. 말의 이름도 불러보고, 내려서 말 볼에 뽀뽀까지 하고 난 아이는 말과 친구가 된다. 토요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되는 마방 체험과 승마 체험 말고도 일요일 오전이면 훈련하는 선수들의 마장 기술과 승마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안성승마오토캠핑장은 원래 말 휴양소였다. 튼튼해 보이는 말들은 약해서 피부염에 걸리기도 하고, 발톱을 다치기도 한다. 체중에 비해 약한 발목은 염증으로 고생한다.

이곳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그런 말들을 치료하던 곳이었다. 폐장 후 한적한 잔디밭에서 승마장 체험객들과 지인들이 캠핑을 즐기게 됐고, 점점 입소문을 타며 2011년 9월에 정식으로 캠핑장 문을 열게 됐다.

[임진강 번지점프]

임진강번지점프캠핑장은 캠퍼들 사이에 색다른 캠핑 명소로 떠오르는 중이다. 거기에는 임진강을 배경으로 즐기는 짜릿한 모험 레포츠가 한몫한다. 낮에는 국내 최고 높이의 번지점프대에서 용기를 시험하고, 스릴 만점의 라인 드라이브로 임진강을 가로지른다. 사륜바이크(ATV)로 산길과 강변을 마음껏 달리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사위에 어둠이 내리면 숲 속 캠핑장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취한다. 캠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임진강 절벽을 끼고 세워진 번지점프대다. 거대한 규모의 철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어서다. 번지점프대는 높이가 수면에서부터 73m로 국내에서 가장 높다.

용기가 있다고 모든 사람이 번지점프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학생(15세) 이하와 50세 이상, 체중 125kg 이상, 신장 130cm 이하인 경우 점프에 제한을 받는다. 고소공포증이나 심혈관 질환 등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내·자녀들이 더 좋아하네∼”
진짜 마니아들의 백패킹 성지는?

번지점프가 수직하강을 하는 것이라면 라인 드라이브는 수평하강을 하는 공중 레포츠다. 라인 드라이브란 양편에 지주대를 설치하고 그사이를 튼튼한 와이어로 연결한 뒤 트롤리라는 도구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는 스포츠다. 별도의 전기 장치 없이 무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듯 활강하는 쾌감이 있어 번지점프만큼이나 인기가 많다. 연천과 파주의 경계를 이루는 임진강을 가로질러 쇠줄이 연결된 구간은 300m.

점프하는 순간부터 착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0초. 최고 시속 100km로 빠르게 활강한다. 임진강에 어둠이 내리면 모험 레포츠는 막을 내리고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며 달콤한 휴식을 즐길 차례다.

캠핑 사이트는 모두 140여 동. 너른 터에 여러 개의 텐트가 옹기종기 모여 캠핑을 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120여동)과 나만의 쉼터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숲 속 야영장(20여동) 중 원하는 장소를 선택해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마포 난지]

난지캠핑장은 지난 2002년에 문을 열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캠핑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게 2005년 즈음이니 난지캠핑장은 캠핑장의 맏형쯤 된다. 한강을 바라보며 도심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캠핑, 난지캠핑장으로 떠나보자.

토요일 오전이면 난지캠핑장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두 캠핑장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캠핑장 입장은 11시부터 가능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만들어지는 건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피크닉장 때문이다.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크닉장은 이름처럼 야영에 대한 부담 없이 한나절 편히 쉬었다 올 수 있는 공간. 피크닉장은 이동 통로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 그늘막이나 돗자리를 펼칠 수 있다. 여유로운 공간이지만 그래도 명당은 있다.

바로 평상이나 나무테이블이 설치된 곳이 그것. 나무테이블과 평상은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그래서 입장 후에는 무엇보다 자리를 먼저 잡는 게 중요하다. 난지캠핑장에는 피크닉장 외에 숙영지도 마련돼 있다.

난지캠핑장 숙영지는 자가 텐트를 이용하는 구역, 대여 텐트로 이뤄진 구역, 그늘막 텐트로 구성된 구역, 단체를 위한 구역으로 나뉜다. 난지캠핑장의 장점 중 하나는 캠핑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을 대여해준다는 점이다.
 

그늘막은 물론 테이블, 의자, 바비큐 그릴, 휴대용 가스레인지 그리고 아이스박스와 랜턴까지. 특히 바비큐 그릴은 1∼3인용에서 11∼20인용까지 각기 다른 4가지 종류를 갖추고 있다. 숯이나 부탄가스 같은 소모품은 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매점에서 각종 고기류와 채소 등도 판매하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 없이 와도 하루 이틀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다.

[백패킹 성지 함허동천]

오토캠핑이 각광을 받는 요즘 ‘불편함’을 자처하는 이들도 있다. 훌훌 털어버린 일상을 가방에 넣은 채 혼자 나만의 캠핑장으로 떠나는 사람들. 바로 ‘백패킹족’이다.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등짐여행인 백패킹(backp acking)은 등산과 트레킹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비를 가방 하나에 의지해야 하다 보니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데, “백패킹을 처음 한다면 이곳을 찾아라”라며 백패킹족들이 입을 모으는 곳이 있다. 바로 강화군 마니산 자락에 위치한 ‘함허동천 야영장’이다.

주차장에서부터 손수레, 일명 ‘리어카’가 눈에 띈다. 주차장부터 등산로 입구까지 100여미터. 무거운 오토캠핑 장비를 준비한 캠핑객은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 한 번에 짐을 싣지 못하면 손수레로 오가기를 몇 차례. 텐트를 치기도 전에 이마엔 구슬땀이 맺힌다.

함허동천 야영장은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까지 손수레로 짐을 날라야 한다. 매표소에서 산 위 1km까지 야영장 4곳이 펼쳐진다. 매표소 바로 앞에 위치한 제1야영장에는 오토캠핑객이 주로 묵는다.

계곡 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차례로 야영장이 나타난다. 4개 야영장에 모두 80개의 평상이 설치돼 있지만, 평지에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도 많다.

한여름이면 200동이 넘는 텐트가 함허동천 야영장을 물들인다. 함허동천(涵虛洞天)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함허’는 조선 전기의 승려 기화(己和)의 당호다.

마니산 계곡에서 수도를 하던 기화가 마니산에 정수사를 중수한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 계곡 너럭바위에 기화가 직접 새긴 ‘함허동천(涵虛洞天)’ 글자는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함허천 야영장은 1988년 7월 처음 문을 열었다.

암반과 나무가 적절히 어우러진 마니산 자락이 아늑한 캠핑장을 선사한다. 야영장 곳곳에는 취사장을 비롯해 족구장, 놀이마당 등이 갖춰져 있어, 야유회 장소로 함허동천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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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