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89번가’에서 1989년을 회상하다
지난주 수요일 모 교수의 출판기념회에 초대받고 돈암동에 위치한 예약형 레스토랑 ‘89번가’를 찾았다. 참석자 중 필자와 공무원 여성 한 명만 빼고 모두 70년대생이었다. 저자의 책 소개가 간단히 끝나고, 주로 70년대생들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시작됐다. 특히 병원 원장, 방송국 부장, 그리고 건축사무소 소장이 대화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그들의 대화 속에서 “1989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선배 권유로 거리에 나가 데모를 했다”는 말을 듣고, 그 순간 시간을 36년 전으로 돌려 1989년을 회상했다. 1989년, 그해는 한 시대의 경계였다. 동과 서를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한국의 청년들이 거리에서 민주주의의 마지막 벽을 허문 해였다 당시 한국의 청년들은 권력을 향해 돌을 던진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목소리를 던졌다. 80년 광주의 피로 시작된 시대의 싸움이 89년 청춘들에 의해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저항의 세대가 아니라, 완성을 위한 세대였다. 그해 6월 전국 곳곳의 대학가엔 최루탄 냄새가 남아 있었지만, 거리의 공기는 이전과 달랐다. 그 때부터 사람들은 더 이상 두려움 대신 토론을, 증오 대신 연대를 말하기 시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 2025-10-19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