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장기적출용 표적납치 실상 추적

6개월 만에 찾은 아이 목욕 시키다 기절초풍 “콩팥 하나가 사라졌다”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표적납치를 당할 뻔한 사례가 떠돌고 있다. 과거에는 보통 연약한 여성을 타깃으로 정한 반면 요즘은 건장한 젊은 남성을 장기적출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떠도는 납치 수법은 불특정 다수 중 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은 뒤 며칠씩 미행한 후 납치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신종납치인 표적납치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표적납치. 그 섬뜩한 실태를 공개한다.

수원 여대생 살인사건의 주범 오원춘. 그는 피해자의 장기는 그대로 두고, 360여 점에 달하는 생살 포를 떠 전국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의 엽기적인 시신훼손수법은 여론으로부터 인육제공 및 장기밀매의혹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수사결과는 단순 살인으로 치부됐고, 오원춘이 인육·장기밀매에 가담했다는 의혹은 풀리지 못한 채 종결됐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화하는 표적납치

그런데 최근 몇몇 사람들이 SNS 괴담으로만 인식됐던 인신매매와 그에 따른 장기적출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외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표적납치 대상이 된 경험이 있었고, 최악의 경우 장기적출까지 될 수도 있었다며 당시 소름끼치는 상황을 꼼꼼히 되짚어 사람들에게 표적납치 실태를 적극 알리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27)씨는 2번이나 끔찍한 상황을 경험했다. 평소처럼 일을 끝내고 볼일이 있어 아는 동생의 집에 들러 나오던 날 새벽 2시 즈음, 이씨는 택시비를 아끼려고 집까지 20∼3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갔다. 그는 유난히 추운 날씨 때문에 집으로 향하는 골목 사이길, 즉 지름길로 걸어가던 중 미모의 젊은 여성을 발견했다. 그 여성은 계속해서 이씨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이상하게 생각한 이씨는 그대로 여성을 지나치려 했다.

그때 5m도 채 안 되는 곳에서 낯선 할아버지가 이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 할아버지는 “학생, 찹쌀떡 1개만 사줘”라며 이씨를 멈춰 세웠다. 이씨는 잠시 망설이다 ‘추운데서 고생하시는데 1개만 사주자’라는 생각에 돈을 꺼냈다. 순간 뒤에서 라이트와 함께 차 시동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안 좋은 상황을 직감한 이씨는 그길로 앞만 보고 부리나케 뛰었다. 이씨가 눈치 챘다고 생각한 낯선 남성 3명은 차에서 내려 곧바로 이씨를 뒤쫓았다. 아파트 2층에 거주하고 있던 이씨는 재빨리 계단을 뛰어 올라가 몸을 숨겼다. 숨소리 하나 새어나오지 않게 입도 틀어막았다. 뒤따라오던 남성 3명은 이씨가 평생 잊지 못할 이 한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아, XX새끼 구두 신었는데 X나 빨리 튀네. 방금 튄 자식 짐도 들고 있었는데…. 우리가 차를 좀 더 앞쪽으로 세워놨으면 잡을 수 있었는데 아깝다. 에이 그만가자.”

이씨의 2번째 표적납치는 위 사건을 경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그는 2번이나 이런 경험을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한탄했다. 1번째 납치상황을 직면하고 난 후 가급적 새벽길은 피했던 이씨는 어느 날 늦은 오후 즈음, 서울 송파구의 친구 집으로 향했다. 그는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내려 걸어가던 중 우연히 한 커플이 진하게 키스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씨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커플 쪽으로 향했지만 그는 애써 모른척하며 지나치려했다.

SNS에 표적납치 당할 뻔한 후기 잇따라 올라와
인적 드문 골목길에 항시 대기…남성도 예외 없어 

그때 건물 앞에서 통화하고 있던 할아버지가 이씨를 가로막았다. 그 할아버지는 “학생, 가락동 30-13번지가 어디야?”라며 이씨에게 길을 물어왔다. 할아버지의 질문에 이씨는 “그런 주소가 어디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세요”라고 딱 잘라 대답했다. 이씨는 ‘설마 서울인데…’라며 그때와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섬뜩했던 지난 일이 잊혀 지지 않았다. 안 좋은 예감은 항상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그 할아버지가 “흐흠”하며 헛기침을 하자 라이트가 꺼진 봉고차가 이씨 측으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엄습해왔던 이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집 앞에 나와 있어달라”고 부탁했고, 아파트가 즐비한 주택가를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이씨가 갑자기 뛰자 처음에는 천천히 따라오던 봉고차도 내리막길에 들어서는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는 다리 힘이 풀리고 폐에 무리가 갈 정도로 질주한 뒤에야 집 앞에 마중 나와 있던 친구와 마주할 수 있었다. 이씨는 끔찍했던 2번의 경험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SNS를 통해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요즘 납치 및 장기적출 하는 것은 남자도 예외가 아닐뿐더러 절대 우발범행이 아닙니다. 납치할 사람을 며칠간 미행하다 표적의 동선을 파악한 뒤 특정 날짜와 시간대를 정해 범행을 한다고 하네요. 밤늦게 밖에 돌아다니지 마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수원·분당·송파 등
수도권 곳곳에 대기


이와 비슷한 사례는 분당에서도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20대 남성은 분당시 서현동에서 표적납치를 당할 뻔 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더듬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남성은 서현동 인근 모 대형 쇼핑몰 근처의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새벽 5시30분쯤 아르바이트를 끝낸 그는 쇼핑몰 앞에서 한가롭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때 술에 취한 듯한 남성 3명이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술 취 했으면 집에나 곱게 들어가지…’라고 생각하며 자리를 뜨려했던 순간, 한 할아버지가 “학생, 불 좀 빌려줘”라고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라이터를 할아버지에게 줬고, 할아버지는 감사의 표시로 갖고 있던 따뜻한 캔커피를 그에게 건넸다.

그는 할아버지의 호의가 고마웠지만 “저는 괜찮으니 대신 할머니 갖다 드리세요. 이 시간에 나와 계시면 할머니 걱정 하실 텐데 얼른 들어가세요”라며 끝내 거절했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차 뒤에서 시동 걸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는 떨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경직됐다. 그때 할아버지가 그에게 “에이XX. 야, 뛰어가. 뒤돌아보지 말고 계속 뛰어!”라고 소리쳤다. 대답할 정신도 없이 앞만 보고 분당구청 앞 횡단보도까지 달린 그는 건너편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금 전 그 앞에서 어슬렁거리던 술 취한 남성 3명이 건너편에 봉고차를 세우고 누군가를 찾는 듯 계속 두리번거렸던 것. 이 일이 있고나 후부터 그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고, 아직도 그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미끼였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날 바로 납치됐을 수도 있었는데 그 할아버지가 살려준 것 같다.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례는 실제로 납치까지 이어지지 않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무조건 괴담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작년 즈음 예전 실제 장기적출 사건의 피해자 측이 법 제정을 호소하며 호소문을 통해 피해사례를 낱낱이 공개했기 때문. 피해자는 16세의 자폐증을 앓고 있는 남학생이었고, 남학생의 아버지는 일부 장기가 적출되어서 온 아들을 껴안고 하염없이 오열했다고 전해졌다. 다음은 피해자 아버지의 호소문 중 일부를 발췌했다.

“어느 날 갑자기 길거리에서 아이를 잃어버렸습니다. 내 아이는 16살의 자폐아입니다. 아들을 되찾으려 전국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6개월 만에 잃어버렸던 자리에서 아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진짜 부모 아니면 못 알아볼 정도로 거지꼴이 되어서 왔습니다. 집으로 데려가 아이를 목욕 시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몸에는 알 수 없는 칼자국이 있었고 곧바로 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콩팥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이것은 약과입니다.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들은 내 아이보다 더한 고통을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표적납치,
장기적출 왜?

그렇다면 이들이 경험한 표적납치는 과연 누가, 왜, 어떠한 방법으로 행하는 것일까.

장기매매를 알선하는 관계자에 의하면 표적납치는 불법장기밀매를 위해 거치는 필수코스라고 한다. 장기밀매는 일명 통나무 사업이라고 불리며 조직폭력배의 가장 큰 자금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들은 한국에서 불법 체류하는 중국인 또는 조선족을 끌어들여 납치 미끼로 이용하기도 하고, 인터넷에 피팅모델 혹은 연예인 지망생 모집공고를 올린 후 피해자들을 납치장소로 자연스럽게 유인하기도 한다. 또한 보호대상자인 노약자, 임신부, 어린아이를 미끼로 사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건장한 남성의 장기가 장기이식수요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어 미모의 젊은 여성을 세우는 등 새로운 납치전략을 쓰기도 한다고 전해졌다.   

그럼 끔찍하고 잔인한 장기적출과정은 과연 어떨까. 우선 장기 브로커인 조직폭력배가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의 맞춤의뢰(수요자가 원하는 장기의 크기와 신선도 책정)에 의해 병원 혹은 보험회사로부터 몰래 입수한 개인의료기록 정보를 토대로 장기적출 할 대상을 결정한다. 이후 열흘 내지 보름 전까지 표적대상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일주일 동안은 납치할 기회를 본다. 납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그들은 피해자를 수면마취 시킨 뒤 수술대에 눕히고, 정신을 잃은 피해자의 배를 갈라 살아있는 채로 모든 장기들을 적출한다. 피해자는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에서 순식간에 몸 안에 있던 모든 장기를 적출 당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체장기적출이다. 이처럼 잔인한 생체장기적출방법은 중국에서 먼저 암암리에 시행됐고, 외국인 지문날인제도폐지가 시행된 이후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면서 생체장기적출사건도 잇따라 증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장기적출을은 마친 이들은 남은 사체를 분쇄기에 넣어 갈거나 염산으로 녹여 하수구에 버린다고 한다. 이는 증거인멸을 위한 과정이다.

젊은여성 세워 유인…진화하는 신종미끼
“표적납치는 곧 생체장기적출로 이어져”

표적납치와 장기적출. 실제로 발생하는 일임에도 왜 언론과 정부는 이러한 일들을 단순 괴담이라고 치부할까. ‘언론계와 정치인 등이 거대 조직폭력배들로부터 뇌물과 성상납을 받았다’ ‘경찰이 수천여 명에 이르는 실종자를 찾지 못해서 괴담이라고 핑계를 댄다’ 등 추측성 이유가 난무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불법장기적출·밀매는 괴담으로 종지부 지어지는 듯 했다.


그러다 작년 즈음 중국 생체장기적출을 전 세계에 폭로한 전 캐나다 국무장관 데이비드 킬고어 박사가 한국정부와 언론을 향해 “한국정부와 고위층이 전국 곳곳에서 성행하는 생체장기적출 문제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며 생체장기적출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그는 미국의 모 언론을 통해 “중국 고위층과 연루된 ‘장기적출범죄’ 폭로 기자회견을 한국 고위층 압력으로 프레스센터 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한국 고위층이 중국 장기매매 실상을 숨기려 한다. 중국 공산당이 ‘싱싱한 장기’를 얻으려 한국인을 상대로 생체장기적출·이식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대한이식학회와 의사협회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중국과의 경제마찰을 줄이기 위해 쉬쉬하는 것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를 접한 한국 네티즌들은 “정·재계 고위층들이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해 불법 납치와 맞춤장기매매와 관련된 사실을 언론과 방송을 통해 덮으려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인권위와 피해자 측은 “인신매매와 장기적출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는 투명한 장기이식법을 제정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장기이식수술을 하기 전후에 대면검증절차를 걸쳐 장기기증자, 장기수요자, 그들의 가족과 함께 수술부위와 기증서류를 확인하는 법안을 제시하며 이 법이 하루속히 시행되길 바라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
범죄 흉포화 시켜

한 범죄 심리전문가는 “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범죄를 더욱 흉포화 시킨다. 납치, 유괴, 성폭력, 살인, 조직폭력, 인신매매, 장기매매, 인육매매와 같이 생명과 관련된 강력범죄는 형량을 무겁게 해 가해자들로 하여금 법의 엄중함을 깨닫게 해야 한다”며 “언론의 투명한 보도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보호와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병원에 신상정보 기록이 남아 있고, 각종 보험에 신상 기록이 있다면 10년 안에 당신과 가족은 표적납치 또는 맞춤장기매매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국가적 특단의 조치가 시급한 때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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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