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전쟁… 국민들 뿔났다 (4) 건강위협하는 유해물질

‘멜라민 파동’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멜라민 파동은 올해초부터 연이어 터진 ‘쥐머리’ 새우깡과 ‘칼날’ 참치캔 등 식품 이물질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 터진 식품 이물질 사건은 일회성 성격이 강하지만 이번 멜라민 사태는 신체에 유해한 첨가물이 어느 식품에 들어갔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멜라민 첨가식품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유사한 저질 유해 첨가물이 또다시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식품 산업 전반에 후폭풍도 예고하고 있다.

“도대체 뭘 먹어야 하나”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A 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문구점 4곳은 수업을 마치고 우르르 몰려나온 아이들이 ‘불량식품’을 사먹는라 장사진을 이뤘다. 대부분의 문구점들은 입구에 한평 남짓한 가판을 만들어 1백여가지가 넘는 불량식품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아이들이 손에 쥔 사탕과 과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조악한 용기로 포장돼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웠다. 잘 팔린다는 ‘별사탕’은 제조원만 기록돼 있을 뿐 원료수입국 등은 일절 표시돼 있지 않았다.
이런 과자류는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태국, 멕시코 등 국외에서 수입된 원료로 만든 것으로 이번 멜라민 파동에서 보듯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다. 가격은 대부분 단돈 1백원.
초등학교 4학년 P군은 “반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 끝나면 문방구에 들려 과자와 사탕 등을 사먹는다”고 말했다. P군은 또 “엄마, 아빠가 불량식품 먹지 말라고 해서 몰래 사먹고 집에 들어간다”며 웃었다.
옆에 있던 K군도 “아이스크림도 2백원밖에 안해 하루에 3~4개씩 사먹는다”며 “1천원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이들이 국적불명의 불량식품을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배경은 우선 값이 싸다는 데 있다. 단돈 1천원이면 사탕과 과자, 껌, 아이스크림, 초코릿 등을 종류별로 10개나 구입할 수 있다.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국적 불명의 과자와 사탕들이 날개돋힌 듯이 팔려나가 제2, 제3의 멜라민에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멜라민은 ‘트리아미드 트리아진’으로 불리는 공업용 화학물질로 암모니아와 탄산가스로 합성된 요소 비료를 가열해 만든다.
멜라민은 겉으로만 보면 밀가루처럼 보이지만 밀가루와 달리 인체에 해롭다. 사료를 비롯해 우유에 멜라민을 많이 첨가하는 이유는 멜라민에 들어 있는 탄소와 질소 성분 때문이다. 우유 속에는 탄소와 질소가 들어 있는데 멜라민의 탄소와 질소 성분이 뒤섞이면 함량이 높아진다. 묽은 우유의 경우 악덕업자들이 단백질이 많은 것처럼 눈속임을 통해 좋은 품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멜라민은 포름알데히드와 반응해 만들어진 멜라민수지의 원료가 된다. 이는 무게에 비해 단단하고 방수성이 뛰어나 기계부품, 접착제, 산업디자인 재료, 건축 재료 등에도 폭넓게 쓰인다. 문제는 멜라민으로 만든 식기들이 고온의 열을 받으면 녹아 음식물에 섞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주방기구인 프라이팬 코팅제 역시 멜라민 수지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시중에 유통중인 코팅 프라이팬은 전체 프라이팬 시장의 90% 이상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스테인레스 스틸 프라이팬보다 싸고 가볍고 또 코팅처리가 돼 있어서 조리할 때 음식물이 눌러 붙지도 않고, 설사 눌러 붙는다 해도 잘 닦여서 코팅 프라이팬은 주방용품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이 코팅 재료가 다름 아닌 멜라민에 포름알데히드를 반응시켜 만든 ‘멜라민 수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프라이팬 코팅제는 세계 어디서나 멜라민 수지로 동일하다. 멜라민이 접착력이 뛰어난데다 내열성도 높이 때문이다. 물론 코팅이 벗겨지지 않으면 인체에 유해하지 않기 때문에 당국도 멜라민 코팅 프라이팬에 대해 특별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주부들이 코팅이 벗겨져 있는지 잘 인식하기 못하고 코팅제의 위해성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체로 코팅이 벗겨진 이후까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부 J씨는 “집에 코팅 프라이팬을 열 몇 개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멜라민 수지로 코팅을 입힌다는 사실은 그 동안 전혀 몰랐다”며 “어떻게 그런 사실을 제조회사들은 알려주지 않을 수 있느냐”며 놀라워했다.
결국 벗겨진 멜라민 수지 만큼을 고스란히 먹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프라이팬 제조사 마저도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할 정도다.
한 업체 관계자는 “코팅 프라이팬은 엄격히 말하면 좋은 제품은 아니다.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을 써서는 안 된다. 벗겨지기 전에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팅 프라이팬에 소금구이를 하게 되면 코팅제가 염분에 파괴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염분을 피하고 설거지할 때도 무리하게 바닥을 긁지 말라”고 조언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중국에서 수입돼 오는 코팅 프라이팬의 경우는 제작 공정과정에서 열처리 시간이 적기 때문에 코팅이 벗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의 한 관계자는 “멜라민 식기나 주방용품들은 이론적으로는 3백47도가 되어야 녹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지만 뜨거운 프라이팬의 기름이나 열기에 서서히 녹아내려 음식물에 혼합될 수도 있어 멜라민 주방기구나 식기가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멜라민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 여러 제품에서 검출되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유명 차(茶) 브랜드 ‘립톤(Lipton)’ 제품 일부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제조사인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사(社)가 지난 9월30일 밝혔다.

학교 앞은 ‘멜라민 무풍지대’…“우리 아이들이 노출됐다”
차‘립톤’, 유아용 ‘DHA+AA 야채 시리얼’ 등도 검출
멜라민으로 만든 식기, 고온 열 받으면 녹아 음식물과 섞여
프라이팬 제조사도 “코팅 벗겨진 프라이팬 위험하다” 경고

유니레버는 “자체 검사결과 홍콩과 마카오에서 판매된, 중국에서 생산된 립톤 밀크 티 분말 중 ‘오리지널’과 ‘골드’ 두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해당 제품을 시중에서 수거했다”고 밝혔다. 유니레버는 지난 9월 중순에도 대만에서 멜라민에 오염된 분유가 원료로 사용된 ‘립톤 그린 밀크 티’를 수거했었다.
영국의 캐드버리사(社)는 지난 9월29일 “내부검사 결과 일부 초콜릿 제품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돼 홍콩, 대만, 호주에서 시판 중인 초콜릿에 대해 리콜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명보(明報) 등 홍콩 언론들은 지난 9월30일 “캐드버리사가 고객들이 자사 제품을 먹도록 방치하다가 멜라민 파동이 불거진 지 2주일이 지나서야 뒤늦게 멜라민 검출 사실을 시인했다”고 비난했다.
또 유아용 ‘DHA+AA 야채 시리얼’ 등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미국의 하인즈사(社)는 “원료 공급원을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교체할 방침이다”는 이메일 보도자료를 돌렸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도 중국에서 불법 수입된 두유(豆乳) 4개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수거에 들어갔다고 홍콩 문회보(文匯報)가 지난 9월30일 보도했다.
한편, 말라카이트그린이나 멜라민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검출된 현지 업체에 대해 수입을 잠정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는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유해물질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현지 수출업체 제품에 대해 개선대책이 제출될 때까지 수입을 잠정 금지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안대로 식품위생법이 개정되면 멜라민이나 말라카이트그린, 니트로퓨란계 항생제 등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외국 식품업체는 더 이상 우리나라로 제품을 수출할 수 없게 된다.
개정안은 또 수입상이 해당 업체로부터 식품 수입을 재개하려면 유해물질이 포함된 경위와 개선사항에 대한 확인서를 현지 업체로부터 받아 당국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식약청은 설명했다. 이는 멜라민 파동 등 수입식품 사고가 계속됨에 따라 현지 식품 수출업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멜라민 파문’으로 뜨는 먹거리는?
안전 먹거리 뭐가 있지?
중국발 멜라민 공포가 식품 전체로 확산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자류 자체를 사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가공식품 과자 소비가 줄고 있는 대신, 떡·한과 등의 전통 간식, 집에서 직접 빵을 만들 수 있는 홈베이킹 관련 제품, 유기농 먹거리 등은 매출이 늘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김윤진씨는 “그동안 4살짜리 딸아이에게 사주었던 초콜릿이 아무래도 찝찝하다”며 “앞으로 과자류는 되도록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기회에 집에서 직접 빵이나 간식을 만들 수 있는 미니오븐을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홈베이킹 관련 상품의 22~26일 판매량이 이전 주(15~19일)에 비해 2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븐기, 핸드 믹서기, 제빵 믹스제품, 계량컵, 스쿠프 등이 인기 상품이다. 멜라민 성분이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식기류도 중국산이나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홈베이킹 코너가 평상시보다 3배 가량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연말까지 유기농 도넛 등 안전한 먹거리와 관련된 상품 비중을 늘리고, 문화센터에서도 ‘홈메이드 베이킹’ ‘샌드위치만들기’ 등 어린이 간식 관련 강좌를 30%가량 늘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과자에 이어 자판기용 커피 크림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돼 커피크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커피 대체제인 ‘차(茶)음료’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9월30일 롯데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멜라민 파동이 일어난 직후인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 동안 커피크림의 매출이 전주에 비해 11.4% 가량 감소한 데 반해 녹차티백과 오렌지 주스 등 과즙음료의 매출은 각각 3%, 5% 신장했다.
녹차 브랜드 ‘설록’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도 “녹차의 매출이 한 주 동안에만 4% 이상 성장했다”며 “주말 동안 대형마트에서 커피 믹스의 판매율이 10% 전후로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커피 기피 현상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멜라민이 함유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산 커피크림이 국내에 수입됐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발생했다.
문제의 커피크림이 자판기 커피, 소규모 커피 전문점 등에 공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실주스, 녹차 등 대체재를 찾는 손길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
서울 강남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현규씨는 “최근 들어서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커피 대신 오렌지 주스나 녹차를 대접하고 있다”며 “커피를 내놓아도 손을 대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더욱이 멜라민 파동에서 시작된 먹거리 불신은 소비자들의 입맛과 소비행태까지 바꿔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커피전문점에서도 커피 크림이나 유지방이 들어가지 않는 음료를 주문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아예 커피전문점으로의 발길을 끊고 ‘티 하우스’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서울 명동과 대학로, 역삼동에 위치한 ‘오 설록 티 하우스’, 이대 앞 ‘세이지’ 같은 티 카페 역시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려 방문자수가 2주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신촌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은영씨 역시 “커피크림이 들어가는 ‘라떼류’의 인기는 꺾이고 블랙커피나 아메리카노 등 유지방이 없는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한편, 멜라민 성분이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식기류 중에서도 중국산이나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수입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터키산, 독일산, 일본산 등 비(非)중국산 식기류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국내 과자제품의 멜라민 검출 소식이 보도된 지난 24일 이후 2배로 증가했다. 또 이유식 조리기구, 식기구 중에서도 사기 재질로 만들어졌거나 아이 입에 닿는 부분이 스테인리스 소재인 제품들의 판매량이 호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멜라민 파동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민감하게 반응해 홈메이드 요리와 관련 제품, 친환경 소재 식기류를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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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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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