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절 터를 찾아서... ④양주 회암사길

조선 최대 왕실 사찰로 떠나는 시간 여행

한때 번성했으나 어느새 절집도 스님도 사라지고, 세월이 흘러 주춧돌과 유물만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옛 절터. 폐사지를 떠올리면 어쩐지 쓸쓸하고 아련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폐사지를 찾아가는 여행은 시간을 거슬러 전혀 다른 세상과 그곳에 산 사람, 그들의 꿈을 만나는 독특한 경험이다. 과거의 어느 한때로 걸어 들어가, 퍼즐 조각 맞추듯 역사의 장면을 재구성해보자.

왕실 후원 받으며 위세 떨친 조선 최대 사찰
건물배치·유물에 묻어 있는 조선 왕실 모습

경기 북부의 유서 깊은 고장 양주에는 고려 중기에 지어져 조선 중기에 폐사된 것으로 추측되는 회암사지가 있다. 창건 연대도, 언제 어떻게 폐사되었는지도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관련 기록과 건축양식, 출토 유물로 미루어 조선 최대의 왕실 사찰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조선은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은 국가이다 보니 유생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회암사는 왕실의 후원을 받으며 오랫동안 위세를 떨쳤다. 특히 태조 이성계는 스승으로 모시던 무학대사를 회암사 주지로 보내고 자주 찾았으며, 왕위에서 물러난 뒤 이곳에 머무르며 수행하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회암사 창건 시기를 고려 중기로 보는 근거는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이다. 조선 성종 때 간행된 지리지 <동국여지승람> 권2에는 고려 명종 4년(1174) 금나라 사신이 회암사에 다녀갔다고 나온다. 한편 이색의 <목은집>에 실린 〈천보산회암사수조기〉에는 회암사의 건물 구조와 배치 상황이 자세히 묘사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회암사는 건물이 260여 채에 달하는 사찰이었다.

260여 채 달한
커다란 사찰

아쉽게도 회암사지는 발굴 조사 중이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대신 넓은 절터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와 박물관에서 절의 규모와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속속들이 볼 수 있다. 회암사지박물관 1층에는 〈천보산회암사수조기〉를 바탕으로 복원한 회암사 모형이 있다. 이 모형과 재미있는 영상으로 회암사의 역사와 가치를 알기 쉽게 보여준다.


사찰 건축양식을 따르면서도 정치적인 공간을 결합한 건물 배치는 회암사를 왕실 사찰로 보는 증거 중 하나다. 남북으로 층층이 단이 있고 남쪽에 회랑을 둔 점은 고려 시대 궁궐 건축양식과 같다. 또 남북 축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이 되도록 건물을 배치하되, 가장 북쪽의 정청과 동방장, 서방장은 궁궐의 편전과 침전 형식을 적용했다. 보광전을 포함한 주요 건물 앞에는 의식과 경연 공간인 월대가 조성되었는데, 이는 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 같은 궁궐의 중심 건물에서 볼 수 있는 양식이다.

발굴된 유물 중에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하는 것이 많다. 보광전 주변에서 출토된 청동금탁에는 태조 3년(1394) 조선 국왕과 왕현비, 세자 등 왕실 인물이 회암사 불사를 후원한다는 명문이 새겨졌다. 또 궁궐 지붕에 올리던 토수나 잡상 같은 장식 기와, 불교와 무관한 용이나 봉황이 새겨진 기와, 궁궐이나 왕실 원찰 일부 건물에 사용된 청기와, 왕실용 백자 등이 회암사와 조선 왕실의 관련성을 말해준다.

회암사지 뒤로 산길을 조금 오르면 중요한 문화재 여러 점을 만난다. 회암사와 인연이 깊은 지공선사, 나옹선사, 무학대사의 부도와 석등이다. 지공선사는 인도 출신으로 고려를 방문해 불교 사상을 전파했고, 나옹선사는 스승 지공의 당부에 따라 회암사를 대대적으로 중창했으며, 나옹의 제자이자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는 회암사 주지를 지냈다.

뒤편에 자리한
주요 문화재들

회암사지 답사는 전망대, 부도와 석등, 박물관 순으로 해도 좋고, 박물관을 관람한 뒤 나머지를 봐도 괜찮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유아와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박물관의 교육·체험·전시 프로그램이 유익하다. 

회암사지와 연계해 가볼 만한 곳으로 양주관아지(경기도기념물 167호)와 조명박물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흥아트파크, 청암민속박물관을 추천한다. 양주관아는 1506년(중종 1)에 설치돼 417년간 양주목을 관할한 행정관청이다. 동헌, 객사, 군사시설 등 수십 개 시설이 있었으나 모두 소실되었고, 동헌 자리로 추정되는 곳에 정면 7칸, 측면 4칸 건물이 복원되었다. 뒤로는 정조가 광릉 행차 길에 활을 쏜 곳을 기념하는 어사대비(경기도유형문화재 82호)가 있다.

빛과 관련된 시대별·국가별 유물 2만여 점을 소장한 조명박물관은 다양한 전시와 교육·체험 프로그램으로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인기다. 유럽의 앤티크 조명을 포함, 진귀한 전시품이 많다. 어린아이 그림처럼 단순하고 순수한 장욱진 화백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예술적인 건물로도 유명하다. 중정과 각각의 방으로 구성된 미술관은 2014년 김수근 건축상을 수상했다.


장흥아트파크는 전시장과 조각공원, 어린이미술관, 공연장, 카페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로 온 가족이 즐기기에 적당하다. 청암민속박물관에는 옛사람이 쓰던 생활용품부터 서당, 약방, 대장간 등 이제 찾아보기 힘들거나 사라져가는 것이 한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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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회암사지전망대→회암사지부도탑→회암사지박물관→조명박물관→ 장흥아트파크→청암민속박물관
1박 2일 코스
첫째 날: 회암사지전망대→회암사지부도탑→회암사지박물관→양주관아지→조명박물관
둘째 날: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장흥 아트파크→청암민속박물관
관련 웹사이트
· 양주 문화관광 http://tour.yangju.go.kr
· 회암사지박물관 http://museum.yangju.go.kr
· 조명박물관 www.lighting-museum.com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http://changucchin.yangju.go.kr
· 장흥아트파크 www.artpark.co.kr
문의 전화
· 양주시청 문화관광과 031-8082-5664
· 회암사지박물관 031-8082-4187
· 조명박물관 070-7780-8911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031-8082-4245
· 장흥아트파크 031-877-0500
· 청암민속박물관 031-855-5100
대중교통(지하철/버스)
지하철 1호선 덕정역에서 78번 버스 이용, 회암사지 정류장 하차(약 10분 소요), 도보 10분.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경기버스정보 www.gbis.go.kr
자가운전
서울외곽순환도로 호원 IC→사패터널→동두천·양주 방면→평화로→마전로→동일로→부흥로 따라 고읍신도시 방향→장거리교차로(타이어테크 양주고읍점)에서 어하터널 방면 우회전→삼숭교차로에서 좌회전→상신섬유에서 우회전→회암사지박물관→양주 회암사지
숙박
· 미술관옆캠핑장: 장흥면 권율로, 031-828-9881, http://yjfmc.or.kr
· 국립아세안자연휴양림: 백석읍 기산로, 031-871-2796, www.huyang.go.kr
· 레마르크펜션: 장흥면 권율로309번길, 031-855-2714, www.remarque.co.kr
· 아트시티펜션: 장흥면 권율로309번길, 031-829-3226, www.artcityps.com
식당
· 댓돌: 곤드레밥·한정식, 양주시 화합로, 031-866-8367
· 자성효인방: 화덕피자·스파게티, 장흥면 권율로, 031-855-5100
· 탈마당: 콩나물떡볶이·감자전, 장흥면 권율로, 031-855-5979
· 토속마당: 청국장·두부전골·오리백숙, 장흥면 권율로, 031-855-8180
주변 볼거리
장흥자생수목원, 송암스페이스센터, 권율장군묘, 일영허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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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