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3>

‘여보’ ‘자기’ 두 여자 사이의 ‘에이스’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호빠 생활 한 달 째…수첩에는 30명의 여자 연락처가”
“그녀들을 부르는 호칭은 거의 똑같았다. 여보, 아니면 자기”



명자씨와의 데이트
명자씨를 만난 다음 날, 숙취에 잠을 깼을 때 삐삐에는 낯선 번호가 하나 찍혀있었다.
“번호가 들어와서 전화 드렸는데 누구시죠?”
“동이씨 맞아요?”
삐삐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었는데도 굳이 수소문해서 연락을 했던 걸 보면 분명 명자씨는 나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거침없이 데이트를 신청했다.
“우리 지금 만날 수 있어요?”
‘우리’라는 말, 좀 새삼스럽게 들렸다. 오랜 무명 모델 생활을 할 때에만 해도 ‘우리’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는 없었다. 그 누군가가 나에게 ‘우리’라는 말로 서로를 묶어준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정도 없었다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호스트빠 선수가 된 이후 첫 데이트. 명자씨를 만나러 가는 택시 안에서 지금의 이 상황을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여러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그녀는 혹시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엔조이 상대로?’
‘내 삐삐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그나저나 오늘 만나서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내 머리에 번개처럼 스쳤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백 마담’이었다. 분명 백 마담이 삐삐번호를 알려주었을 것이다. 처음 선수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병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야, 너 백 마담한테 잘 보여야 돼. 그렇게만 되면 돈 버는 건 시간문제야!”
머리는 순식간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명자씨가 나를 사랑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중요한 것이 아닌 듯 싶었다. 우리 둘의 관계에 백 마담의 존재를 끼워 넣자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그래, 명자씨가 최대한 우리 가게에 자주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나에게 마치 ‘미션’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명자씨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자칫 잔머리를 썼다가는 소득도 없이 모든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택시는 어느 덧 약속장소인 영동호텔 앞에 스르륵 멈춰섰다.
그녀의 얼굴은 처음 만난 날보다 더 화사해보였다. 여자에게 나이를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워낙 긴장된 탓인지 나도 모르게 헛말이 나오고 말았다.
“호호, 그런 건 알아서 뭐해요. 그냥 동갑이라고 해둬요.”
호빠에서 만난 그녀와 이렇게 밖에서 만난 그녀는 180도 달라보였다. 누가 봐도 그녀는 ‘호빠에서 진탕 놀 여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단정한 30대의 여성일 뿐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호스트빠가 존재하는 이유인지도 몰랐다. 겉으로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사람들,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 둘 사이에 호스트빠는 일종의 완충지대 같은 것은 아닐까.
“우리, 한정식이나 먹을까요?”
사실 한정식은 그때 처음으로 먹어봤다. 가격은 무려 1인당 3만원. 그때 나의 일주일 생활비는 6만원이었다. 단 30분 만에 내 일주일치 생활비가 날아간다고 생각하니, 역시 그녀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자인 듯 싶었다. 밥을 먹는 내내 내가 계산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녀가 오자고 했으니 그저 계산을 하게 놔두어야 하는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식사가 끝난 뒤 그녀는 또다시 내일도 시간이 있냐고 물어봤다. ‘남는 게 시간이죠’ 라고 말할 뻔 했지만, 그때부터 나는 이미 ‘전략적 마인드’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녀를 밖에서 만나는 것보다는 가게에서 만나는 것이 훨씬 나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아, 제가 일어나는 대로 연락 드릴게요. 어쩌면 모델 촬영 일이 있을지도 몰라서요.”
모델일은,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은영의 어두운 얼굴
호빠 생활 한 달 째. 나의 수첩에는 무려 30여 명의 여자들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아직 완전히 에이스를 굳혔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분명 남부럽지 않은 지명 손님들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들 모두를 사귀는 것은 아니었고, 특히 ‘애인’이라고 부를 사람은 적었지만, 분명 나의 ‘고객관리 명단’은 다른 선수들하고는 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녀들을 부르는 호칭은 거의 똑같았다. 여보, 아니면 자기. 이제 그 정도의 말은 완전히 입에 익을 정도가 되었고, 입에 올려도 쑥쓰럽지 않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거기다가 어쨌든 이론적으로는 그녀들과의 ‘사랑’은 완전히 배제할 수 있었다. 한 달 간의 호빠 생활은 나를 서서히 바꿔놓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라면으로 배를 채우는 배고픈 연예인 지망생도 아니었고, 간간히 있는 촬영 일에 목숨을 거는 무명 모델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객관리 명단 정도는 그나마 그 세계에서는 ‘순수한 정도’였다. 함께 일했던 어떤 선수의 경우 한꺼번에 11개의 똑같은 다이아반지를 사는 것을 봤다. 자신은 1개를 끼고, 나머지 10개는 자신이 관리하는 여자들에게 각각 나누어준 것이다. 커플링이었던 셈이다. 한명의 남자와 10명의 여자. 그 여자들은 모두 그 선수를 자신의 ‘애인’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커플링을 끼고 있었으니까. 자신 이외에 또 다른 아홉명의 여자들이 자신과 똑같은 반지를 끼고 있으리라는 상상, 아마도 인간인 이상 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여자들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모두들 당연히 기분 나빠하는 것을 넘어서 엄청난 싸움이라도 벌어지겠지만, ‘그 대담한 선수’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 여자들끼리 서로 알 일이 없잖아. 누군가가 고자질할 일도 없고. 하하”
녀석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직 순진해도 한참 순진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 자신을 위로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앞에 앉아있던 명자씨는 늘 생글생글이었다.
“동이씨, 오늘, 우리 늦게까지 함께 있을까?”
명자씨는 나를 만날 때마다 늘 그런 요구를 했다. 당연히 함께 잠을 자자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이제 섹스에 관한 문제도 적절히 조절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서서히 ‘진짜 선수’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호빠 생활이 거의 두 달로 접어가는 중에 은영씨와도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간 전화를 걸어 미리 나를 지명한 뒤 호빠로 찾아오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을 하자 백 마담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동이야, 은영씨 왔다. 룸에 혼자 있으니까 빨리 들어가 봐.”
‘어? 보통은 예약을 하고 오는데 오늘은 웬일이지?’
그날따라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 보였다. 내가 옆에 살며시 다다가 앉으며 말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연락도 없이”
그녀는 별말 없이 술을 따라서 연거푸 원샷을 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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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