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전설의 호빠선수‘레드모델바’ 대표 김동이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②

“으악! 팬티 속에 팁이 17만원씩이나…”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결국 테이블에 올라가 난생처음 나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만나는 여자한테는 절대로 마음 줘서는 안 돼”   


■ 첫 출근, 첫 초이스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첫 출근에, 첫 초이스에서 여자 손님에게 선택됐기 때문이다.
초이스는 무난히 됐다고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초이스부터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던 듯싶다.
그러나 문제는 룸에 들어가서부터였다. 어떻게 하는 줄 알아야지 여자 손님에게 서비스를 할 것 아닌가.
다른 선수들이 하는 대로 술도 따르고 안주도 먹여주고, 담배를 피우면 불도 붙여줬다.
하지만 이런 곳을 많이 경험한 손님들에게는 나의 아마추어 같은 모습이 여지없이 발각됐다.
“너 언제 왔어?”
거짓말 시킬 필요도 없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어차피 초이스가 됐으니 다시 무를 수도 없을 테니까.
“그래? 그럼 오늘 내가 아다라시를 앉힌 거네?”
여자 손님의 얼굴에는 갑자기 화색이 도는 듯 했다. 그때부터 신고식에 대한 집요한 압박이 시작됐다.
어설픈 춤과 노래를 하자 곧 음악이 꺼졌고, ‘그것 밖에 못하냐’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결국 테이블에 올라가 난생처음 나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나마 몇 년간 모델일을 하면서 어깨 너머로 끼를 키워왔기 때문일까.
술기운까지 더해지면서 마치 베테랑 호빠 선수가 된 듯 분위기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독한 위스키향이 온 몸으로 번졌고 웃음소리는 귓가를 때렸다.
그렇게 3시간….
손님들이 모두 나간 뒤에 화장실로 가서 팬티 속을 들여다봤다.
그 안에 꽂혀있던 팁 17만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튀어나왔다. 하-!내일 받을 테이블 차지 8만원을 더하면 단 한 테이블에서 25만원. 두 테이블을 뛰면 50만원, 세 테이블을 뛰면 75만원…. 정말이지 놀라운 금액이었다.
사실 테이블 안에서는 자존심이 슬쩍 상하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선수’라는 사실을 잊었다면, 그리고 술기운이라도 없었다면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자존심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이제 방세 걱정도 없고, 곧 좋은 차도 몰 것만 같았다. 대기실에 가보니 병구는 그저 시무룩하게 앉아있었다.
오늘 한 테이블도 뛰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자, 내가 한잔 살게.”
다음날 점심쯤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전날 밤은 이미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 있었다.
속도 쓰리고 머리도 지끈거렸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에게는 ‘돈’이라는 것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어제 그 여자 손님들은 오늘 아침이 허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모두들 취했지만, 그녀들은 돈을 썼고, 나는 돈을 벌었다. 나는 매일 매일 이길 듯 했다.
아침에 끼니를 걱정하며 라면 물을 끓이던 과거도 지난밤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두툼한 지갑을 척, 하니 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점심을 사 먹으러 나섰다.

■ 설레는 마음
다음날 병구는 다시 기분 좋은 얼굴로 출근을 했다. 비록 자신은 손님을 못 받아도 자신이 소개시켜준 내가 손님을 받으니 더할 수 없이 기뻤던 모양이다.
‘이제 곧 동이가 에이스가 될 거야’라는 말을 주변에 퍼뜨리고 다녔다.
나의 생각은 온통 돈이 지배했다. 에이스가 되면 지금보다 더욱 많은 돈을 벌 것은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출근에서 꼭 호빠 선수들에게 돈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제에 이은 두 번째 초이스. 사실 나는 속으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제발, 제발 나를 좀 선택해주길!’
하지만 그때만큼은 돈 때문이 아니었다. 하얀 피부에 청순한 얼굴. 듣기로는 룸살롱 마담이라고 했지만, 겉으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는 여자였다. 거의 연예인에 가까웠다. 아무리 호빠 선수라고 해도 저런 여자와 같이 앉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 술을 먹고 싶었다. 비록 그녀는 손님이고 나는 서비스를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어쨌든 함께 할 수 있는 순간 자체가 간절했다. 그녀가 마음의 결심을 끝낸 것 같았다.
“저 사람으로 앉혀주세요.”
나였다.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자신감이었다. 정말, 내가 병구의 말처럼 에이스가 돼가고 있는 것일까?
저벅 저벅 걸어 그녀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래도 두 번째 날의 두 번째 손님이었다. 떨 필요도 없었다.
어제처럼만 하면 되리라.
하지만 은영씨는 노는 방식이 어제와는 전혀 달랐다.
룸살롱 출신이라 신고식 같은 건 시키지도 않았다.
어차피 알거 다 아는 업소 관계자라서 그럴까.
그녀들은 그저 조용히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한 후 자리를 끝냈다.
알고 봤더니 그녀는 그냥 룸살롱 마담이 아니었고 ‘텐프로 마담’이었다.
텐프로라면 최고 중의 최고의 외모만 갖춘 여성들이 일하는 곳.
그녀를 만난 이후,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었다.
모델 일을 할 때에는 생활에 찌들어 이런 생각 자체를 하기 힘들었다.
물론 예쁜 모델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언감생심. 무명 남자 모델이 뭘 넘보랴. 하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손님과 선수지만, 언감생심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은 병구 밖에 없었다.
늘 가던 감자탕 집에서 병구의 일장연설이 시작됐다.
“동이야, 여기에서 만나는 여자한테는 절대로 마음 줘서는 안 돼. 손님하고 사랑은 절대 금물이라고. 그냥 단물 빼먹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어차피 그 여자들도 그런 식으로 너를 생각할 뿐이야. 그냥, 호빠 선수. 가서 돈 주고 데리고 노는 남자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하지만 병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때에도 내 머릿속에는 은영씨의 모습이 선했기 때문이다.
반쯤 풀린 퍼머 머리는 오히려 세련되게 보였고,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미소는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그녀의 귀와 목에 있던 은빛 액세서리들은 반짝반짝, 내 눈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근데 첫날 온 여자 손님 연락처 땄냐?”
“연락처를 따고 말고 할 것도 없었어. 다음 날 전화 왔으니까.”
첫날 나를 초이스 해준 여자 손님의 이름은 명자였다. 사실 은영씨만 아니었다면 그녀와 어떻게 해볼 생각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직업은 사채업자. 남자 친구 없는 솔로. 돈 많고 시간 많은 여자. 그리고 나를 은근히 좋아하는 듯한 눈빛. 병구의 말대로 그녀에게서 ‘단물’을 빼먹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 했다.
“넌 인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다 임마! 근데, 명자씨하고는 어떻게 연락이 된 거야? 전화번호라도 딴 거냐?”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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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