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 ‘발기부전 치료제’ 대해부

비아그라 부작용에 ‘토종’들 “우뚝 섰다”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불리는 ‘비아그라’가 올해로 국내 출시 11주년을 맞이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푸른색 알약 ‘비아그라’는 지난 1998년 미국에서 첫 발매됐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발기부전을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기록함과 동시에 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변화 등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아그라’의 잦은 부작용 보고로 인해 관련 분야의 연구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아그라 외에도 ‘엠빅스(SK케미칼)’ ‘자이데나(동아제약)’ ‘시알리스(릴리)’ ‘야일라(종근당)’ ‘레비트라(바이엘)’ 등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판매되고 있으며, ‘비아그라’ 도입 초반보다 국내 토종 발기부전 치료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비아그라’ 국내 출시 11주년을 계기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비아그라’ 국내 출시 11주년… 세계적으로 20억정 판매 ‘기염’
‘자이데나’ ‘엠빅스’ 등 토종 발기부전 치료제 속속 등장 ‘눈길’

다이아몬드 모양의 푸른색 알약 ‘비아그라’는 출시 당시 ‘신의 선물’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던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다.  ‘비아그라’가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연구 개발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래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로 연구 개발되다가 뜻밖의 부작용을 발견하면서 탄생했다.

비아그라 한국 상륙
벌써 11주년  


임상시험 도중 혈압상승과 발기개선이라는 효과를 발견한 것. 결국 ‘비아그라’는 본래의 개발목적과 다른 용도로 1998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고, 이듬해 국내에 출시됐다. 이 푸른색의 알약은 발매 후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시판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상품으로 등극했고, 논란과 관심 속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9년 국내에 첫 시판된 이후 비아그라는 2009년까지 10년 동안 3043만정이 팔려나갔고, 1998년 첫 시판된 이후 전 세계 판매량은 무려 20억정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아그라의 성공은 전 세계의 성문화를 바꿔 놓았고,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의 경쟁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등 발기부전 치료제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

의약품 조사기관 IMS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1999년 21억원에서 2007년 770억원으로 8년 사이 무려 37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 2009년 시장규모 역시 862억원으로 전년도 780억원에 비해 10.3% 성장했다. 그 중에서도 ‘비아그라’는 11년 동안 판매율 1위를 고스란히 지켜냈다. 지금도 1초에 6명이 복용하고 있는, 가장 많이 처방되는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인 것.

출시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비아그라’가 이같이 사랑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이뤄진 다양한 임상과 연구를 통해 탁월한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병환자 대상의 여러 임상을 통해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발기부전 환자에게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하지만 부동의 판매율 1위에 빛나는 ‘비아그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복용 부작용이 바로 그것. 지난해 초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분석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비아그라가 국내 출시된 1999년 10월 이후 식약청에 보고된 부작용 건수는 모두 1386건에 달했다. 이 중 대부분은 이미 허가사항에 반영된 것들이지만 새롭게 보고된 부작용 사례도 상당수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보고된 부작용 중에는 안면홍조가 234건으로 가장 많았고, 건수는 많지 않았지만 녹내장(10건), 위암(4건), 음경장애(4건), 배뇨통증(3건), 결핵감염(2건), 간염바이러스 감염(2건), 다뇨증(2건)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식약청은 이런 부작용들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 허가사항에 반영하도록 판매사에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아그라’가 국내 판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국내에서도 ‘토종 발기부전 신약’들이 개발되면서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현재 시판 중인 발기부전 치료제 가운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제품은 한국릴리의 ‘시알리스’와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등이 있다.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태동기에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외국 제품이 득세를 이뤘지만 현재 동아제약의 ‘자이데나’가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는 ‘비아그라’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한국릴리의 ‘시알리스’를 누르고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2위를 차지하는 등 ‘비아그라와’ 격차를 줄였었다.

하지만 최근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에 의하면 한국릴리의 시알리스는 2010년 2분기에 31.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2009년 2분기까지만 해도 15.3% 차이가 났던 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와 격차를 7.8%로 좁혔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시알리스가 유일하게 큰 폭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2009년 상반기에 국내에 소개된 시알리스 5mg의 안정된 시장 장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릴리 ‘시알리스’ 성장세
동아제약도 바짝 추적

시알리스 5mg은 하루 한 알 매일 복용하는 유일한 발기부전 치료제로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성생활을 즐길 수 있어 발기부전을 겪기 전의 삶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시알리스의 점유율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러운 성생활과 잦은 성관계를 추구하는 유럽과 남미 등 27개국에서는 시알리스 시장점유율이 이미 비아그라를 앞섰고, 특히 프랑스는 시알리스의 시장점유율이 약 62%를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 2분기 비아그라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지난 1분기 39.8%에서 39%로 소폭 하락했으며,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는 지난 분기 대비 0.6% 성장한 20.5%를 기록, 평판을 이어가고 있다. ‘자이데나’는 보건복지부 중점연구과제의 지원을 받아 국산신약개발에 착수해 9년 만에 국내 최초, 세계 4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발기부전 치료제다.

특히 ‘자이데나’는 1일 1회 투여가 가능한 약동학적 특성을 갖고 있어 매일 복용해야 하는 발기부전 질환과 같은 치료에 경쟁력이 있다. ‘자이데나’는 발매 1년만에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 2008년에는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약 24.8%의 점유율로 ‘시알리스’를 누르고 시장 2위에 오르는 등 부동의 판매율 1위 ‘비아그라’와의 격차를 줄이기도 했다.

이밖에 SK케미칼의 ‘엠빅스’와 바이엘헬스케어의 ‘레비트라’는 각각 3.5%, 3.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자이데나’ 외에도 국내 제약회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종근당의 ‘야일라’와 지난 2007년 선보인 SK케미칼의 ‘엠빅스’가 있다. 엄밀히 따지면 종근당의 ‘야일라’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발기부전 치료제는 아니다.

다국적 제약업체인 바이엘헬스케어의 발기부전 치료제 ‘레비트라’를 수입, 종근당 제품으로 새롭게 출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의 ‘야일라’는 2007년 53억원에서 2008년 38억원, 2009년 28억3000만원으로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꾸준한 홍보와 제품 설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야일라’의 특징은 음식물, 알코올과의 상호작용이 적어서 식사와 음주 후에 제품을 복용해도 강력한 발기효과를 나타낸다는 데 있다.

제품 선택폭 넓어져 ‘고개 숙인 남성’들 침실에서 큰소리 ‘뻥뻥’
중외제약도 내년 초 쯤 발기부전 치료제 ‘아바나필’ 내놓을 듯 


또 발기 강직도가 강력해 성관계 시 여성 파트너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 측은 “야일라를 처방받은 환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야일라는 성행위 25~60분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고, 복용 후 최소 4~5시간 후에도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마지막으로 발을 들여놓은 SK케미칼의 ‘엠빅스’ 역시 지지부진한 매출 성적을 만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2007년 ‘엠빅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2009년 3월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 100mg’의 저용량 제품인 엠빅스 50mg을 출시했고, 최근에는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마라톤’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출발선에 섰다. 당시 ‘엠빅스’는 절반 용량과 절반 가격을 선언한 엠빅스 50mg의 출시로 세계 1위의 발기력을 자랑하듯 국내 발기부전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왔다.

사실상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막둥이 격이지만 국제발기력 지수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엠빅스는 국제발기력 지수에서 30점 만점에 역대 최고 점수인 25.7점을 받아 동아제약 자이데나, 화이자 비아그라, 바이엘 레비트라, 릴리 시알리스를 앞섰다. 두통이 적게 나타나고 색각 장애가 보고되지 않는 등 부작용이 적은 것도 여전히 엠빅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SK케미칼 관계자는 “알코올, 음식물, 고혈압치료제 등과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임상과 함께 당뇨, 고혈압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임상 결과에도 알 수 있듯 효과만큼이나 안정성 또한 충분히 입증됐다”고 자평했다. 현재 SK케미칼은 엠빅스의 부상을 위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100억원대.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엠빅스가 빠른 시일 내 자리를 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지만 SK케미칼은 업계 판도를 뒤흔들 정도의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기적인 실적에 급급하지 않고 신뢰와 실력을 바탕으로 노력을 경주하다 보면 결국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와 SK케미칼의 ‘엠빅스’. 물론 현재로서는 ‘자이데나’가 월등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한국인의 생활패턴에 맞는 적당한 지속시간과 강직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등으로 무장한 국내 토종 발기부전 치료제라는 점에서 이들의 성장에 귀추가 주목된다.

발기부전 치료제
국산 토종이 대세?

한편, 내년 초 쯤에는 발기부전 치료제 국내 신약 3호가 탄생할 전망이다. SK케미칼이 엠빅스를 내놓을 당시 라이벌로 꼽히던 중외제약 개발 발기부전 치료제가 식약청의 승인을 앞두고 있는 이유에서다.

중외제약은 지난 7월 자체 개발 중인 발기부전치료제 ‘아바나필’의 임상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8월 중으로 식약청에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신청하고 식약청 시판허가를 획득할 경우 내년 초에는 시장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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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