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 돌려준' 착한 회장님 열전

없으면 아껴쓰고 있을땐 나눠쓴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는 기업경영의 목표는 이윤추구가 아닌 사회헌신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공익활동에 앞장섰던 그의 행적은 죽은 지 40년이 훌쩍 지나도록 참된 기업인의 표상으로 남아있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동안 그를 대체할만한 존경받을만한 기업인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딸 맥스의 출산 소식과 함께 재산의 99%를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에게 전 세계는 환호했다. “재산 대신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저커버그의 뜻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미약하게나마 국내에서도 ‘자선 자본주의’ 물결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고생한 직원에
주식 무상지급

대규모 신약 수출 계약건으로 제약업계 최대 주식부호로 올라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얼마 전 통 큰 결정을 했다. 지난 4일 한미약품은 임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90만주를 한미약품 그룹 직원 약 2800명에게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장 마감일을 기준으로 결정된 무상지급 주식 90만주는 임 회장이 보유한 개인 주식의 약 4.3%, 한미사이언스 전체 발행 주식의 1.6%에 해당한다. 2015년 12월30일 종가 기준 한미약품 주가가 12만90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총액 규모는 1100억원이다. 한미약품 임직원은 월 급여의 10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식으로 지급받는다. 직원 1인당 평균 약 4000만원을 받는 셈이다.

임 회장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려가며 큰 성취를 이룬 주역인 한미약품 그룹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마음의 빚을 느껴왔다”며 “이번 결정이 고난의 시기를 함께 이겨낸 그룹 임직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 한 해 동안 글로벌 제약기업인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에 총 8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발표될 때마다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2015년에 1만5200원으로 시작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지난해 말 기준 12만9000원으로 올랐다. 그사이 임 회장은 2조원이 넘는 평가 차익을 거두며 제약업계 최고 주식 부호가 됐다.

보유 주식 떼 임직원에 보너스로
“회사는 직원 것” 상생 오너들 늘어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은 임 회장보다 먼저 본인 소유의 회사 주식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23일 이 회장은 본인 보유의 회사 주식 일부를 전 직원에게 무상으로 지급했다.

발표가 있던 날 성우하이텍 종가는 주당 9000원이었고 직원들이 받은 주식은 1인당 평균 983만원씩 총 164억6505만원에 이른다. 또한 주식 지급일로부터 만 3년 이내 주가가 주당 1만5000원에 미달할 경우 차액에 대한 보상을 원하면 증권거래세 및 매도수수료를 차감한 금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법인에서 주식의 일부를 직원에게 지급하는 게 아니라 최대주주가 전 직원에게 주식의 일부를 무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회사 측은 지난 1997년 해외시장에 진출한 후 세계 75위에 부품회사로 선정되기까지 함께 고생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순수한 보상의 의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회장의 결정으로 성우하이텍, 아산성우하이텍 전직원은 회사에 기여한 공로에 따라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총 182만9450주를 지급받게 된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 6000만주의 3.05%에 해당한다. 이 회장의 지분은 42.26%에서 39.21%로 줄었다.

코스닥 상장기업 링네트는 2000년 창사 이래 지금껏 임직원에게 285만주에 이르는 자사주를 무상으로 지급해왔다. 이 회사를 진두지휘하는 이주석 대표의 대범한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까지 총 285만주(전체주식대비 19.5%)를 지급됐으며 그 사이 링네트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최근 5년간 ROE 평균 15.6%를 유지하고 신용등급을 A+로 높이는 등 비약적인 성장이 눈에 띈다.

링네트 관계자는 “창사 이래 한 번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며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종업원들이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과 사업에 대한 열정으로 생산성과 수익성이 좋아 지게 된 결과”라고 밝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5년째 통 큰 배당금 기부를 이어가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기부왕으로 불린다. 2010년부터 박 회장이 시작한 배당금 전액 기부는 올해로 무려 5년째 이어지고 있다. 5년 연속 누적된 배당금 금액 기부는 168억원에 이른다. 올해 역시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배당금 기부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회장의 기부 행보는 ‘돈은 꽃이다’라는 평소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기부금 전액은 다양한 복지사업과 장학생 육성에 쓰이고 있는데 결국 '배려있는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박 회장의 소신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 설립연도 다음해인 1998년 미래에셋육영재단을 만들었고, 2000년 75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을 설립했다. 돈 버는 일도 중요지만 미래의 희망인 젊은이들을 육성하는 일을 진행하는 박현주 재단도 벌써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기부가 생활
쓰임새 다양

임 회장과 이 회장이 함께 고생한 회사 구성원들에게 몫을 돌렸다면 포괄적인 쓰임새를 고려해 자산을 쾌척한 기업인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8월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사재 2000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 명예회장이 출연하기로 한 비상장회사 주식에는 대림산업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 주식이 포함됐다. 지주회사의 주식을 사회에 기부하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 명예회장이 순수한 개인 재산을 2000억원이나 기부했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기업 명의의 기부는 활성화돼 있지만, 기업인이 개인재산을 털어 돈을 내는 일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명예회장처럼 대기업 오너 경영인이 자발적으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것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명예회장이 외부 재단에 기부한 것도 대기업 오너 사이에서는 이례적이다. 회사 소유의 재단이 아닌 점에서 사회적 의미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더 적극적인 사회 공헌활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뚜기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의 통큰 기부 역시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함 명예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회사 주식 3만주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함 명예회장의 보유주식은 기부 직전 60만543주에서 57만543주로 줄었는데 사용처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3만주가 기부로 쓰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가서야 알려졌다.

복지사업에 남몰래 기부
순수 개인재산 통큰 쾌척
연봉 삭감 등 분담 노력도


오뚜기 관계자는 “함 명예회장이 밀알재단의 장애인 자활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주식 기부도 해당 재단 쪽으로 결정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간 오뚜기가 지원해오고 있던 밀알복지재단에 개인적으로 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아들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함 명예회장은 대표적인 사회공헌 기업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철학에 따라 오뚜기는 1992년부터 심장병 어린이 후원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약 4000명에 이르는 심장병 환자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했다.
 

이번에 함 명예회장이 주식을 기부한 밀알복지재단과는 2012년부터 인연이 닿았다. 주로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는 이 재단에 오뚜기 측은 선물세트 조립 임가공을 위탁해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고향인 전남 순천시에 통 큰 기부를 약속했다. 순천시는 최근 이 회장이 고향인 순천시에 전남공무원교육원이 유치된다면 교육원 시설(교육동 1만㎡, 생활관 2500㎡) 건축비용 250여억원을 투자해 직접 건립한 후 순천시에 기증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그간 전국의 110여개 학교에 기숙사·도서관·체육관 등을 건립·기증하는 등 교육재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신념을 누누이 밝힌 바 있다. 해외에도 600여개의 학교를 지어주는 등 교육기부에 각별한 열정을 보여 왔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이었다.

자발적 연봉삭감
구조조정 최소화


경기 불황의 여파로 기업의 구조조정이 한창인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연봉을 삭감하거나 인력 감축 최소화를 결단한 경영진도 상당수에 이른다.

지난해 9월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각각 연봉의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연간 총보수가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발표된 지난해 김정태 회장 연봉은 17억3700만원, 한동우 회장은 12억3300만원이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해 총보수가 5억원 미만이어서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이번 보수 반납 결의는 3대 금융지주 회장 조찬 회동에서 논의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3대 금융지주 회장은 청년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뜻을 함께했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 지속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자구노력의 필요성을 공감했다고 봐도 무방한 사안이다.

3대 금융지주 회장의 연봉 30% 반납 선언 이후 ‘연봉 반납’ 움직임은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금융권 협회장, 지주 계열사 은행장, 카드 보험 사장들도 자발적으로 연봉반납에 동참할 뜻을 밝히며 일자리 창출에 발벗고 나섰다. 3대 금융그룹은 연봉 반납으로 마련된 재원을 계열사 인턴, 신입사원, 경력직 사원 등 연간 신규 채용 확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몇 차례 수장들의 자진 연봉 삭감은 있었지만 이렇게 급물살을 타고 금융권 전역으로 퍼져 나가긴 처음”이라며 “경기불황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금융권 수장들이 앞장서 연봉을 삭감한다고 나서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사태가 새해를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도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 쌍용차 노사는 2009년 법정관리에 따른 대규모 해고 사태 이후 해고자 복직을 위해 종적으로 결의했다. 쌍용차 노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희망퇴직자 가운데 입사 지원자에 한해 기술직 신규인력 채용 수요가 있으면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쌍용차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모기업인 쌍용그룹이 무너지면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쌍용차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로 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간 바 있고, 일부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비극이 초래된 바 있다.

이러한 노·사간의 극한대립은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등장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1월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과 쌍용차, 쌍용차 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의 만남에서 소통이 본격 시작됐다. 당시 마힌드라 회장은 "쌍용차의 경영상황이 개선되면 2009년 퇴직했던 생산직 인원들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겠다"고 밝혔다. 이후 쌍용차는 주력 제품인티볼리를 내세워 부활하고 있고 마힌드라 회장도 통큰 결단으로 화답했다.

함께 일군 수익
구성원과 함께

일각에서는 사회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사회공헌활동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조건 없이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나눠주는 통 큰 회장님들의 담대한 결정은 분명 박수 받아 마땅하다. 세상에 내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은 없다. 형식과 내용은 다르지만 이들의 행동은 일종의 청량제 역할을 한다.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는 데 위아래가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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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