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4) 한일관계가 변수

외교와 실리, 대통령의 결정은?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힘들겠습니까?”

“지금 상황으로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윤대중 납치사건 여파 때문에 그러합니까?”

“그도 한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수상께서 적극적으로 나서주실지 그 부분이 걱정입니다.”

김 총리가 잠시 다나까 수상을 생각한다는 듯 침묵을 지켰다.

“지금 윤대중 사건으로 인해 우리가 진행해야 할 일들이 발목을 잡혀 곤경에 처해 있음을 장관께서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물론입니다. 수상께서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장관님!”

간곡하게 부르는 소리에 오히라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김 총리가 심호흡했다.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윤대중 납치사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고 있습니다. 물론 박 대통령 본인이 이 사건과 관련 없다는 부분도 있지만 그분 마음은 오로지 경제발전에 쏠려 있습니다.”

오히라가 가만히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 박 대통령께서 계속 이 일이 일본과 한국 관계에 발목을 잡는다면 일본 측이 원하는 대로 즉 윤대중 씨를 원상복구 하라 하십니다. 물론 그런 차원에서 윤대중의 가택연금도 해제하였습니다.”

“원상복구라면?”

“원래 있던 자리로 데려다주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다시 일본에!”

순간 오히라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화되었다.

“그런 경우 일본은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라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장관께서도 그러시겠지만 수상께서도 결코 그런 일을 원치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야 물론입니다.”

“아울러.”

김 총리가 말하다 말고 주위를 살폈다.

“박 대통령께서 두 분의 노고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라 외상의 밝은 표정을 확인한 김 총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건물 입구에 도착하자 다나까 수상이 직접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상견의 예를 갖추고 집무실에 들어서자 김효 대사의 말대로 오히라 외상과 다카하시 외무성 아주국장만이 배석했다.

숨 막히는 외교전, 일본의 양보
결정 미루는 한국, 긴장감 고조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허허, 고생은요. 마치 내 집 오는 듯했습니다.”

김 총리가 내 집이라는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 이번 일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하였다니 지금도 차마 믿기지 않습니다.”

다나까 대신 김 총리와 밀접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오히라 외상이 아쉽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두 분의 인연은 참으로 오래 이어집니다.”

다나까가 부럽다는 듯 김 총리와 오히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오히라 외상은 겉으로는 일본 외상이지만 실은 우리 대한민국의 주일 대사시지요.”

김 총리의 농에 참석자 모두가 파안대소했다.

“그런데 이것 참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웃음이 멈추자 김 총리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말입니까?”

“외상께서는 지금도 외상이신데 저는 총리직에 있으니 참으로 민망할 일입니다.”

재차에 걸친 김 총리의 농에 다시 한 번 파안대소가 이어졌다.

“오래지 않아 이 자리에 올라서시지 않겠소이까?”

마치 다나까가 오히라를 위로한다는 차원에서 말을 꺼내자 오히라가 슬그머니 고개 숙였다. 순간 김 총리가 상의 안 주머니에서 소중하게 편지봉투를 꺼내 다나까에게 전했다.

“이번 윤대중 사건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께서 각별하게 수상께 전하라 당부하신 서신입니다.”

다나까가 김 총리가 전한 편지를 즉석에서 개봉하여 내용물을 펼쳐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순간순간 다나까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마침내 읽기를 마쳤는지 소중하게 접어 봉투에 집어넣었다.

“이런 서신을 받고 보니 오히려 송구하기 그지없소이다.”

“수상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다나까의 치사에 김 총리가 은근한 투로 화답했다.

“그리고 오히라 상.”

“말씀하십시오, 각하.”

“박정희 대통령의 친서를 김운정 총리께서 직접 가지고 방문하여 주셨는데 이쯤에서 이 사건에서 손을 떼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저희야 당연히 그를 원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본인의 적극성에 따라 일의 성과가 이루어진다 이 말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잠시 침묵에 빠진 다나까를 향해 김 총리의 간곡한 말투가 이어졌다.

“그러면 이렇게 정리하도록 합시다.”

운을 뗀 다나까가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먼저 윤대중 납치사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수사를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야당과 경시청이 쉽게 물러설까요?”

“야당은 지금 김운정 총리께서 가져오신 박 대통령의 서신으로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시청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나까가 말하다 말고 김 총리의 얼굴을 주시했다.

“김 총리, 이 부분은 분명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일본 정부도 윤대중 씨가 일본에서 활약하는 일이 달갑지 않습니다. 그는 마치 또 하나의 조총련 세력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바와 진배없는 일입니다.”

김 총리가 오히라에게 말한 협박이 전해진 모양이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아울러 더 이상 윤대중 건으로 일본과 한국 간의 관계가 어그러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께서도 바로 그 점을 중시 여기고 계십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 사건과 한국의 경제협력 부분은 철저하게 별개로 진행하면서 잠시 멈추었던 한일각료회담은 바로 다음 달 실시하도록 합시다.”

“역시 수상 각하께서는 비범한 인물이십니다.”

김운정 총리가 가만히 고개 숙였다. 아마도 그 순간 김운정 총리는 다나까의 입지전적인 과거를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이 전부인 다나까의 인생역전의 한 편의 드라마를 회상하는 듯했다.

“저희도 수상의 선처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이 사건과 연루되었다고 하는 주일 대사관에 근무했던 이성원 서기관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취했습니다.”

“그 사람으로서는 억울해하지 않을까요?”

“비록 사건에 연루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의심살 만한 행동을 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취해야지요.”

“고맙소. 그러면 우리는 이제 이 건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그저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다나까의 손을 잡은 김 총리의 손에 은근히 힘이 들어갔다.

“한국 영사관 폭파보다 이 새끼 먼저 죽여버리고 말테야!”

이코노구의 한 선술집에서 문석원이 잔을 비우고 소리 나도록 탁자에 내려놓았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그래, 사무실은 어떻게 할래?”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하냐. 내가 제명된 마당에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 사무실을 굳이 유지할 필요 있겠냐?”

“그런데 형은?”

“형이라고 하고 싶겠니. 동생인 내가 제명되었는데.”  

“하긴.”

힘없이 말을 받은 박상철이 천천히 잔을 들어 비워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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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