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신년 국운 대예측

“숨어 있는 진짜 인재가 나타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15년 을미년(乙未年)이 저물고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아 온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치는 갈렸고, 경제는 침체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여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각계각층의 중론. 올해 대한민국 국운은 어떨까. 그 답을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에게 구해봤다.

“다사불란(多事不亂), 요고순목(堯鼓舜木)” 2016년 국운에 대한 백운비 백운비역리 원장의 한마디다.

나라는 여전히 어지럽고 위기지만, 중국 요순시대의 요 임금과 순 임금처럼 백성들의 고충에 귀 기울이고 인재를 잘 쓰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병신(丙申)이 오행(五行)상 병은 화(火)를 신은 진(辰)을 의미하는데, 서로 상극이므로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지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병신년에도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심에는 대통령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 원장은 “대통령은 곧 국가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금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불통정치 계속
파벌싸움 정점

대체로 여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갤럽은 2015년 12월 둘째 주(8∼10일) 전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43%는 긍정, 47%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는 ‘소신’과 ‘독단’으로 갈렸다. 이는 현재 박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국정교과서와 노동5법 개정안을 두고 최근 국민 여론이 첨예하게 갈린 탓이다.

박 대통령은 ‘불통 국정운영’의 대명사로 불린다. 백 원장도 박 대통령의 이러한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백 원장이 본 박 대통령의 천성은 ‘불변원칙’이다. 한번 마음먹거나 결정한 것은 바꾸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 백 원장은 “박 대통령의 천성은 바꿀 수 없다. 자기 뜻은 옳고 좋은 게 많지만, 이렇게 답답한 행보만 보인다면, 내년 국운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백 원장은 덧붙였다. 바로 좋은 사람을 쓰는 것. 백 원장은 “내년 후반은 낭중지추(囊中之錐) 같은 인재를 대통령이 쓰면 국운을 살릴 수 있다”고 점쳤다. 이어 “아직은 숨어 있지만, 세상 사람이 다 알아주는 인재를 쓰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백 원장이 앞서 언급한 요고순목과 일맥상통하다.

그렇다면 병신년 대한민국 정치의 핵인 국회는 어떻게 흘러갈까. 백 원장 분멸분산(分列分散)이라고 정의했다. 사상분쟁·흑백논리·이념대립이 만연하리라 전망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쪼개질 위기
경제 어렵고 성범죄로 사회 혼란

백 원장은 올해는 정치권에서 지역감정이 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영남·호남·충청·경기 등 각 정당이 기반을 둔 지역에서 표심을 잡기를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유세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TK패권주의’ ‘충청대망론’ ‘호남 신당’ 같은 구호가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는 것.

백 원장은 병신년이 “을미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정계 역시 혼돈 그 자체였다. ▲대통령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 ▲성완종 리스트 파문 ▲통합진보당 해산 ▲국정원 해킹팀 의혹 ▲교과서 국정화 등 올해 국정을 흔들었던 사건들이다. 병신년에도 이런 정치적 사건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내다 봤다.


여야를 막론하고 파벌싸움도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그 전초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었던 비주류 의원들이 연이어 탈당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친박과 비박이 공천을 둘러싸고 파벌 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는 양상이다.

남북관계
살얼음판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8일 전당대회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친노와 비노 사이 당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올해 극에 달했다.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결별을 선언하며 탈당했다. 뒤이어 비주류 의원들이 연이어 탈당을 시작했다. 안 의원의 탈당을 두고 ‘잘한 일’이라고 백 원장은 설명했다. 백 원장은 “안 의원은 진작 나왔어야 했다. 문 대표와 함께 있어 봤자 썩은 무 취급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야당의 경우 ‘총선 필패’라며 최악의 불행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백 원장은 “야당은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자멸하고 있다”며 “결국 쌓아 놓은 알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문대표 경우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원장이 제시한 해결책은 치우치지 말 것이다. 그는 “강조할 점은 무엇보다 상하관계를 분명히 하고 개인 이해를 초월해 뚜렷한 국가관으로 한데 뭉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어느 한곳에 치우치면 함께 무너지는 비극이 일어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남북 관계 및 국가 악보 역시 답보상태다. 백 원장은 병신년에도 남북관계 개선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올해에는 동쪽에서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발 지역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그동안 천안함 폭격, 연평도 도발 등 모두 서쪽에서 일어났지만, 병신년에는 동쪽에서 많이 일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국가 안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올해 국제 사회는 IS(이슬람국가)의 테러 위협에 몸서리쳤다. 특히 IS는 올해만 프랑스에 2차례에 걸쳐 테러를 감행하며, 수백명의 무고한 시민을 무참히 살해했다. 한국 역시도 IS의 테러 대상국에 이름을 올리며, 국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백 원장은 이런 안보 문제는 “국운이 좋으면 스스로 방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병신년 국운이 그렇게 좋지 못하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물론 안보에도 을미년과 다를 게 없이 위태롭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 역시 전망이 좋지 않다. 소덕대실의 해가 될 것으로 백 원장은 전망했다. 백 원장은 “을미년과 비슷할 것이다. 크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들어오는 건 적고 나가는 것은 많은 해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보 ‘불안’
경제 ‘불안’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지난 22일 발표한 ‘2015년 4분기 경제전망과 정책과제’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2.4%에서 0.1%포인트 상승한 2.5%로 조정했다.

한경연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중국경제 불안’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 ‘엔저 후폭풍’ 등으로 대외여건 개선이 불확실한 데다 대내적 정책 여력도 제한적이어서 2016년 성장률은 2.6%에 그치며 지지부진한 경기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민들의 역시도 월급은 오르지 않은 반면 빚만 늘었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표본가구 2만 가구를 조사해 지난 21일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올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부채는 6181만원으로 1년 전보다 130만원(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담뱃세, 건강보험료, 교통비 등이 인상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답답한 행보로 혼란
곁에 좋은 사람들 두면 반전

병신년의 경기가 나아질 게 없다는 전망과 함께 불안한 사회가 될 것으로 백 원장은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각종 살인 사건 같은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올해는 오원춘, 조두순 같은 희대의 연쇄 살인마도 나왔다.

백 원장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정신분열자, 우울증 환자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이 늘어나고 자살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비교적으로 큰 자연재해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백 원장은 병신년에는 재해가 잦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 원장은 “주역(周易)에 천뇌무방(天雷无妄) 괘와 같아 기후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 폭풍, 낙석 등 자연재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병신년에는 여성이 남자보다 더 우세한 운을 띠고 있다. 백 원장은 “곤상(坤象)으로 여자 말 들어서 손해 볼 게 없고, 여자랑 담판 짓다가 혼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여성 지도자가 나올 것이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승승장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대졸 취업자 32만7186명 가운데 여성 취업자가 16만5706명(50.6%)으로 남성 취업자(16만1480명)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 많아
예체능 호조

최근 ‘알파걸’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알파걸은 공부, 운동, 대인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남자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엘리트 계층의 여성을 지칭한다. 알파걸들이 사회 곳곳에서 우세한 운을 띠면서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그 운에 밀린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30~40대의 ‘매 맞는 남편’ 증가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아내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된 가정폭력은 지난해 1000여건으로 지난 2013년 820여건에 비해 약 32%가 늘었다. 남성 가정폭력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남성의 전화’에 상담을 요청하는 건수도 지난 5년 사이 800여건에서 2200여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암울한 전망 가운데 그나마 예체능 쪽은 호조다. 백 원장은 “사람 기분 좋게 만들고, 웃음 잃게 된 이들을 웃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망라하고 스포츠·영화·예능이 대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잇따라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있다. 강정호, 류현진, 추신수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대체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어 야구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또 축구로는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석현준 등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국내 팬들이 새벽잠을 설쳐가며 지켜보고 있다.

백 원장은 병신년 초반에는 국운이 쇠하지만, 후반에 갈수록 차츰 회복할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백 원장은 “목국(木局)은 양목(陽木)이요. 유실수(有實樹)이니 농사는 풍년이다”고 말했다. 특히 생산업 종사자는 위기를 벗어나 출고가가 늘어나는 현상을 볼 것이라고 점쳤다. 후반에 갈수록 운이 야무지게 진행되어 자생(自生)운이 확대되어 자영업자들이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1330@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할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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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