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윤석금 판결 막후

다들 잡아넣고 윤 회장만 봐주나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하루를 사이에 두고 재벌그룹 오너 두 사람이 연이어 법정에 섰다. 1000억원대 배임 행위라는 비슷한 혐의를 받았지만 판결은 감형과 실형으로 엇갈렸다. 전자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후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재판부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건 당연했다. 사법부가 말하는 공정성이라는 잣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쪽만 봐준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들끓고 있다.

책 외판원에서 대기업 총수로 올라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1980년 한국 브리태니커에 입사한 이래 최고의 영업맨으로 불리던 그는 자본금 7000만원으로 독립해 웅진그룹의 기반을 만들었다. 이후 웅진그룹은 웅진식품, 웅진코웨이 등 15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샐러리맨 신화
경제사범으로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웅진그룹의 위용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흔들린다. 건설경기 악화, 금융업 부실, 태양광산업 침체 등 연속된 악재로 위기에 봉착한 것도 이 무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윤 회장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 채무 상환의 능력과 의사가 없는데도 1198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웅진그룹은 CP 발행 전에 이미 회생신청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CP 발행 사기’ 의혹을 샀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웅진홀딩스·웅진식품·웅진패스원 등 우량회사 자금을 임의로 끌어다 부실회사인 웅진캐피탈에 지원해 968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추궁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윤 회장의 구속 여부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윤 회장이 극동건설과 웅진캐피탈 등 그룹내 부실 계열사에 715억원을 부당지원한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다만 윤 회장이 2012년 1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사기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피해보전을 위해 노력한 점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아 항소심에서 감형 받을 여지도 남겨뒀다. 이 같은 결정은 웅진그룹이 경영공백을 맞이하면 피해자 구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회사들에 대한 구체적 변제계획을 제출했다”며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어음 발행부분이 무죄로 인정받으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웅진그룹은 형량 감형을 위해 항소했고 예상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지난 14일 열린 항소심에서 결국 윤 회장에게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추가적인 변제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을 상당부분 인정해준 셈이다. 윤 회장과 함께 기소된 웅진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는 징역 2년6개월과 집행유예 3∼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회장의 지원행위 자체가 지원 회사 고유의 이익보다는 극동건설이나 서울상호저축은행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며 “윤 회장은 CP 발행 당시 웅진코웨이 매각대금으로 CP를 변제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웅진코웨이 매각을 진정성 있게 추진했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윤 회장에게 감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을 수긍하기 애매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추가 변제 방안을 위해 노력한 윤 회장의 행보를 사실상 인정했지만 이전부터 윤 회장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져왔다. 특히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윤석금 회장의 부인이 웅진씽크빅 보유주식을 전량 처분했던 정황은 도덕성에 대한 자질을 의심케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불구속 재판
처음부터 영∼

윤 회장의 부인인 김향숙씨는 지난 2012년 9월24일과 25일 양일에 걸쳐 소유하고 있던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0.17%) 전량을 장내에서 팔았다. 웅진씽크빅 주가가 8850∼896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도금액은 3억9750만원가량이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김씨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동반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해 손실을 줄였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김씨가 주식을 팔던 당시 웅진씽크빅 주가는 8000원 후반이었고 26일 종가가 전일보다 13.39%(1200원) 내린 776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씨는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에 보유 주식을 매도해 5000만원가량의 손실을 줄인 셈이다.

1000억대 배임 혐의 항소심서 집유
실형 선고받은 이재현 회장과 상반

이렇게 되자 김씨가 웅진씽크빅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회사 측은 “김씨가 보유한 지분이 워낙 적고 경영권과 관련이 없었기에 진작부터 정리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윤 회장의 친인척들이 비슷한 시기에 웅진코웨이 주식 장내 매도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당시 웅진코웨이 주가는 매각 이슈로 3만원대에서 4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윤 회장의 감형은 최근 대기업 오너일가의 비리에 엄중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던 사법부의 입장과도 궤를 달리한다. 하루를 사이에 두고 상반된 결정이 이뤄진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해진다. 

지난 15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16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적용된 252억원 상당의 조세 포탈 혐의와 115억원 상당의 횡령 혐의는 지난 9월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더 이상 변동의 여지가 없게 됐다.

재판부는 “다수 임직원을 동원해 거액의 세금을 포탈하며 조세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책임을 낮게 평가할 수 없다”며 “기업의 총수라도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할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재상고할 뜻을 밝혔지만 대법원의 판단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파기환송심을 대법원이 다시 깨뜨릴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구속집행정지가 결정된 이후 이 회장은 건강상태 악화로 불구속 상태에서 치료를 받으며 재판을 이어왔다. 신장이식 수술 뒤 급성 거부 반응, 수술에 따른 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상, 유전적인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CMT)’질환 등을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실형 선고를 받았지만 이 회장은 곧바로 수감절차를 밟지는 않는다. 내년 3월21일까지 예정된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 회장이나 검찰 측의 상고로 심리가 진행되면 기록을 넘겨받은 이후 구속집행정지 만료일 전까지 유지 또는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부도 전 주식처분
도덕성도 꽝인데…

구속집행정지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이 회장은 2년6개월 가운데 지난 2013년 7월1일∼8월20일, 지난해 4월30일∼6월24일까지 두 차례 구금된 일수를 제외한 나머지 형기를 채워야만 한다. 이 회장이 재상고 하더라도 10년 미만 징역형에 대해선 양형 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서 다툴 수 없다. 혐의 중 일부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지 못하는 한 이 회장은 별다른 대응책을 찾기 힘든 셈이다. 

이 회장에 앞서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실형 확정 판결을 받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과 최재원 부회장 형제 역시 재판부로부터 비슷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

최 회장 형제 사건을 맡았던 항소심 재판부는 “기업인으로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부를 축적해야함에도 일확천금 획득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윤 회장과 마찬가지로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경우 개인적 이익을 위한 범행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김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한화그룹 자체의 재무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우량 계열사 자산이 동원된 것으로 기업주가 회사 자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전형적 사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윤 회장과 김 회장의 사례는 시기상으로 격차가 있고 그 사이 오너 일가의 비리를 바라보는 재판부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감안해야 한다.

윤 회장의 감형은 웅진그룹에 청신호나 마찬가지다. 윤 회장의 두 아들을 그룹 전면에 내세우고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로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그룹에는 윤 회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 아들 모두 30대에 불과한 젊은 나이인 점을 감안하면 윤 회장의 빈자리를 대체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회장의 경험과 추진력이 절실한 셈이다.

재판부가 나서 웅진그룹 걱정?
비슷한 죄목 전혀 다른 법 잣대

실제로 현재 웅진그룹은 법정관리를 거치며 외형이 크게 줄어들었다. 웅진코웨이(현 코웨이)와 웅진케미칼(도레이케미칼), 웅진식품 등 핵심 계열사 대다수는 팔려나갔다. 윤 회장은 우선 그룹이 적극적으로 진행 중인 화장품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 온라인 방문판매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개발 중이며 수입 위주의 제품에서 자체 브랜드 화장품을 선보이겠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또 2017년부터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현재 코웨이가 하고 있는 환경생활가전사업도 추진할 수 있다. 2013년 매각 당시 5년간 겸업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뒀지만 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 웅진싱크빅을 중심으로 스마트러닝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총수 부재에 직면한 CJ그룹은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했다. 특히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 시장 개척이나 대규모 인수합병에서 회장 부재로 인한 차질이 크다. 이는 그룹의 성장동력과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실제로 CJ그룹 투자실적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2012년 3조원에 육박했던 CJ그룹 투자는 지난해 2조원을 밑돌았다. 이 회장 부재 이후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회 줘야한다”
그룹 재건 가능?

현행법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 배임횡령의 양형기준은 징역 5∼8년이고 감형사유에 따라 징역 4∼7년형이 선고된다. 그러나 법의 적용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비슷한 배임혐의라도 ‘국가 경제활동에 기여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판결과 ‘누구에게나 비슷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물론 법 적용 과정은 끊임없는 고민의 산물이다. 다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사안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른다. 감형이 결정된 윤 회장에게 꼬리표처럼 붙는 의문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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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