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인천시 테마파크 딜레마

돈 없는데 큰소리만 ‘떵떵’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테마파크 조성계획에 달려들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곳이 바로 인천시다. 이미 인천시의 테마파크 조성계획은 상당히 구체화된 모습이다. 다만 인천시의 원대한 포부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디즈니월드’가 될지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이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전국에서 채무 비율이 가장 높은 인천시에 테마파크 조성 열풍이 불고 있다. 현재 인천시가 구상 중인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총 7건. 영종도 3곳, 송도 2곳, 서구 일대 2곳 등이다. 여기에 투입될 금액만 해도 1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퍼주기 우려

영종도 일대에 조성될 테마파크는 ‘영종테마파크’ ‘한상드림아일랜드’ ‘미단시티’ 등 3곳이다. 중구 운서동 270만㎡ 부지에 들어설 영종테마파크에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3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복합리조트를 비롯해 사계절 관광지, 장기체류시설이 세워질 예정이다. 중구 중산동에 조성될 한상드림아일랜드와 중구 운북동의 모습을 바꿀 미단시티에는 각각 2조원대 사업비가 책정됐다.

서구 일대에는 ‘글로벌 테마파크’와 ‘인천로봇랜드’가 새롭게 조성된다. 수도권매립지에 인접한 글로벌 테마파크에는 4조5000억원이 투입돼 오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테마파크, 워터파크, 골프장, 아웃렛, 리조트, 캠핑장 등이 차례로 건립된다. 서구 원창동 일대에 들어설 인천로봇랜드에 투자될 금액은 약 7500억원이다.

이외에도 송도에 예정된 2곳의 테마파크 가운데 연수구 송도동 일대 송도엑스포시티에는 약 7000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연수구 동춘동 인근 약 50만㎡에도 76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테마파크 조성계획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테마파크 조성사업에 열을 올리는 인천시의 행보는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한 땅을 이용해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만약 제대로 실현될 경우 기대수익은 엄청나다. 그러나 동시다발적인 테마파크 조성 수순과 별개로 당초 계획대로 사업 추진이 가능할지에는 여전히 의문이 따른다.

일단 돈이 문제다. 계획 중인 7개의 테마파크 중 자금확보가 원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아직까지 2∼3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천로봇랜드의 경우 조성사업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인천시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테마파크를 조성하고자 했지만 아직까지 현실과 이상에 괴리가 존재한다. 당초 201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C)인 인천로봇랜드와 법인 설립에 참여한 투자자들 간 소송으로 테마파크의 착공이 계속 늦어진 까닭이다.

이 여파로 160억원 규모의 출자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냈고 토지 매입비용이 비싼데다 민자 유치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최근 인천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타개책 마련도 여의치 않다.  

수도권매립지에 들어서는 글로벌 테마파크는 용인 에버랜드의 약 3.5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와 막대한 자금투자금액으로 인해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 인근 대우자판 부지에 예정된 테마파크 조성 계획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 영화, 게임, 음악 등을 응용한 이 프로젝트는 8년 만에 겨우 부지 매입이 성사됐을 뿐 언제 가속도를 낼지 미지수다.

총 7곳 조성 계획…10조원 투입 예상
꼬여버린 민간유치 “사업성도 의문”

인천시가 테마파크 조성에만 매달릴 여력이 없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루원시티 도시개발구역사업’을 비롯해 이미 인천시 곳곳에는 골치 아픈 현안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루원시티 개발사업은 LH와 인천시가 2006년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을 받고 2009년 도시개발구역 계획변경이 진행됐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본 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채 사업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마당에 인근 신도시의 3배에 달하는 조성원가가 발목을 잡았다.

그나마 인천시가 최근 토지이용계획을 마련하는 등 루원시티 개발사업 정상화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지만 원주민과의 마찰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루원시티 입주자 연합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인천시청에서 원주민들의 주거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단체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활성화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투자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테마파크 조성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마저 흐르고 있다. 부지를 헐값으로 내어주는 것도 모자라 특혜를 부여할 경우 오히려 인천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조성되는 각각의 테마파크가 차별성을 담보로 하지 않는다면 결국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제대로 된 수익모델이 뒷받침되지 않은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지자체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외에도 적자 운영되는 테마파크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게다가 수년째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성된 테마파크가 즉각적인 수익을 뽑아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뻔한 적자운영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테마파크를 조성하기보다 관광객의 발길을 잡을수 있는 특색 있는 대단위 테마파크 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일단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보자는 대응보다 제대로 된 계획하에 경쟁력 있는 테마파크를 만드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며 “특성화된 아이템이나 테마파크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가치를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레고랜드 2050억 대출금 논란

레고랜드가 대출 받은 2050억원의 출처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강원도의회 251회 정례회 경제건설위원회 글로벌투자통상국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레고랜드 사업 대출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강원도가 보증을 서주면서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대출받은 2050억원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PF는 특정사업의 사업의 장래성에 따라 단계별로 대출을 받는 방식인데 아직 본 사업도 시작하기 전에 거액의 대출이 발생했고 이 중 약 500억원을 사업비로 사용한 게 문제가 됐다. 강원도에서 이를 보증하고 있어 만에 하나 사업이 잘못될 경우에는 그 피해를 강원도가 떠안게 되는 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홍성욱 의원(태백2)은 “매각한 토지를 담보로 한다면 이해가 되지만 기공식 직전에 변경약정을 하고 강원도 소유도 아닌 매각예정부지를 담보로 2050억원 대출이 발생했다”며 “아직 소유권도 넘어오지 않았는데 이런 큰 금액이 담보로 제공이 되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오상덕 엘엘개발 대표는 투자금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 대표는 “초기 대표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지 못해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며 “다만 토지를 담보로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PF를 추진했고 강원도가 보증을 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레고랜드 사업은 내년 5월까지 2차 문화재 발굴 사업을 마치고 2017년 12월까지 완공해 2018년 3월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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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