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전업 투자의 심리학

50살의 A씨는 지난 연초 회사에서 등 떠밀려 나왔다. 시장 파이는 작아지는데 회사는 갈수록 경쟁사에 밀리고 있었다. 자리보존에 급급한 임원들은 몇 년째 ‘위기’를 외쳤고 연말이면 인력 구조 조정설이 나돌았다. 모두가 삐걱대는데 모든 화살은 애꿎은 영업 사원들에게 돌아 왔다. 웃으며 일하던 사무실이 싸늘해 진지 오래다.

그래도 버티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상사가 불러 희망하지도 않았는데 희망퇴직 지원서를 내밀었다. 앞으로 희망퇴직금 제도도 없어진다고 했다. 아! 한편으로는 시원섭섭하였다. 곤고한 상황에 누군가 대신 판단을 해 주며 희망 퇴직금도 준다니 고마운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서 들어선 게 지인들과 오피스텔을 공유한 전업투자의 길이었다. 연산자로 계산해 보니 복리의 마력으로 10년이면 갑부 반열에 들어설 수 있을 것 같았다.

원금을 늘려 계산하니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오피스텔 출근 첫날부터 그야 말로 미친 듯이 달렸다. 이제 11월, 계좌를 열어 보니 ‘그 동안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때 체면이고 뭐고 더 버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냉정하게 돌아보자! 그래서 바둑처럼 복기를 통해 이 참담한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최고의 바둑 기사였던 조훈현씨는 복기에 대하여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 예민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 준다”라고 했다.

해 보니 첫째, 실적 압박을 받는 회사원의 습성이 남아 있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 오면 실적이 없어도 근무 시간 중 놀지 않고 뭔가를 했다는 것을 일일보고에 기록하여야 했다. 그러니 주식 시장이 열리면 가만히 기다릴 수 없었다.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는 일이었다. 일일보고 시간이 다가 오듯이 장 마감이 다가 오면 과다한 아드레날린이 분비 되었다. 마감 이전에 뭔가 한 건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세계1위 여성 골퍼였던 박인비 선수는 한국의 다른 선수들처럼 본의 아니게 소녀가장이 되어 가정의 생계를 짊어 져야 하는 부담감이 없어 조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담 없는 연습과 편안한 승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골프를 멘탈 게임이라 하는데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심리가 불안정하면 주식이나 골프나 좋은 게임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보유 종목을 팔고 훌륭한 기업이나 산업을 보지 못 하고 차트에 집중하여 매수하는 조급증으로 투자를 해 왔다. 또한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으니 가치 대비하여 많이 저렴하게 가격이 형성된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는 의미의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매매회전율(한번 사고팔면 100%)이 높으니 국가에 세금을 많이 내는 공익적 투자자가 돼 있었다. 모 증권사는 연간 매매 회전율 300% 이상에서 수익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급한 마음에 유망한 종목에 비중을 크게 싣는 등의 포트폴리오 조절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한 어리석은 일관성이 일년간 초라한 계좌를 만든 것이다. 그는 좋은 기업을 낮은 가격에 과감히 투자하고 길게 가져간다는 정석 투자 원칙을 세우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hthwang07@hanmail.net>

 

[황호탁은?]

▲공학박사, MBA
▲전 대기업 임원,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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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교체? 김문수<br>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대선후보 교체?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강행한 데 대해 10일, 김문수 후보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강력히 대응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서 선출하게 돼있는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예비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압박했다”며 “어젯밤 우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자유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여러분, 저 김문수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중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시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서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명령이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기호 2번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께 단일화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지속적으로 간곡히 요청드렸고 저를 밟고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주십사 부탁했다”는 권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미리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비대위는 모아진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예비후보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대선후보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졌던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돼있는 공당의 후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소속의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보 접수도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받았던 점, 한 후보가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꼭두새벽에 접수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이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김 전 후보와 한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1차 회동에 이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가졌던 2차 긴급 회동서도 단일화 방식 등 룰에 대해 논의를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그러자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며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후보 등록이 1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7일)은 선거 과정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며 “이재명 세력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법원장 탄핵까지 공언하면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려고 한다. 반면 우리는 단일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