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기업 ‘하도급 후리기’ 고발

상생 나몰라…너무한 슈퍼 갑질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상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지만 뿌리 깊은 갑을문화의 폐해는 여전하다. 힘을 가진 자는 약자를 핍박하고 구석으로 몰린 약자는 별다른 선택지조차 넘겨받지 못한 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다반사다. 나약한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전형적인 갑의 논리를 행사한 진흥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토목·건축·플랜트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진흥기업(대표 차천수)은 2015년 기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43위에 이름을 올린 효성그룹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6400억원. 이미 ‘해링턴플레이스’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앞세워 건설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한 때 자금난에 처했지만 조만간 워크아웃을 졸업할 거란 희망 섞인 전망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최근 군산에서 불어 닥친 예상치 못한 악재가 진흥기업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고래들 싸움

전라북도 군산시 내초동 일대에서는 ‘군산 비위생매립장 정비사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272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비위생 매립에 의한 환경오염 최소화 및 주변 생활환경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2016년 4월 완료 예정이다. 이 사업을 수주한 진흥기업은 주도적으로 공사를 이끌어왔다.

별 탈 없던 공사현장에 갑자기 암운이 드리워진 건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였다. 지난달 23일 진흥기업은 정비사업에 참여한 하도급업체들에게 일방적인 공사 일시 중단을 통보한다.

진흥기업은 공사 중단의 원인 제공자로 군산시를 지목했다. 발주처인 군산시와 도급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발주처가 자금을 지원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그사이 공사 완료 날짜도 반년 가량 늦춰졌다.

사전에 진흥기업으로부터 공사 중단과 관련해 어떤 언질도 받지 못한 하도급업체들은 뜻밖의 소식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공사에 참여한 하도급업체 직원 수십명은 사실상 실직상태로 내몰렸고 장비들은 그대로 가동을 멈췄다.

반면 현장에 투입된 진흥기업 물자는 노트북 2대, 전화 2대, 인력 2명이 전부였다. 피해는 고스란히 하도급업체들의 몫이었다.


실제로 하도급업체 A사는 시가 30억원이 넘는 장비를 투입한 상태에서 현재까지 심각한 금전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하도급업체 B사 역시 장비는 계속 세워놔야 하는 상황인데 공사 투입일은 극히 적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참다못한 하도급업체들이 진흥기업에 불만을 최고조에 달한 당연한 처사였다. 무엇보다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채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물론 공사 중단의 일차적 책임은 군산시에 있고 이 같은 사실을 군산시 내부에서도 충분히 숙지한 상황이었다. 군산시가 내년 1월 초 밀린 공사비 지급을 약속하고 공사 속개를 바랬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결국 진흥기업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보다 못한 지역 건설사 한곳이 올해 말까지 자신들이 책임지고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하도급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진흥기업이 사실상 공사 중단 의지를 꺾지 않았던 게 주된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 사이 진흥건설이 공사를 속개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전혀 다른 소문마저 돌기 시작했다. 군산시와 진흥기업 간 알력 다툼에 애꿎은 하도급업체들이 피해본다는 성토가 제기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2012년 9월 진흥기업은 전북 군산시가 지난 6일 발주한 ‘군산 해망동 보금자리주택 건립사업 공사’에 신성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계에서 수주까지 일괄 진행하는 턴키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했다. 공사비 319억원이 투입되는 이 공사는 약 2년2개월간 지상 15층 5개동, 총 483가구를 건설하는 대단위 사업이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문제는 돈이었다. 낙찰에 성공했지만 진흥건설은 정작 별다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고 군산시에게 변경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군산시는 진흥건설의 요구를 거절했고 여기서 양측은 갈등을 겪게 된다.


일부에서는 비위생매립지 정비사업 공사 중단을 해망동 보금자리 주택건립 공사와 연관짓고 있다. 군산시와 대립각을 세운 진흥기업이 자금 미지원을 핑계로 이참에 힘겨루기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진흥기업은 이 같은 소문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규성 진흥기업 현장소장은 “해망동 건과 이번 건을 엮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각 사업별 진행 주체가 다른데 둘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군산 현장 일방적으로 공사중단 통보
발주처 핑계로 대금 지급도 차일피일

다양한 의혹이 확산되는 사이 그동안 하도급업체에 진흥기업이 취한 강압적 태도가 순식간에 수면위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달리 말하자면 진흥기업에 대한 하도급업체들의 불만이 폭발했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다.

하도급업체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인 건 공사대금 결제 방식이었다. 지금껏 진흥기업은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으로 어음을 발행해왔다. 어음은 전달 공사대금을 익월 말 계산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 어음은 4개월 기한이었다. 사실상 하도급업체들이 어음을 현금으로 융통하려면 5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게다가 진흥기업은 하도급업체들에게 약속한 어음할인수수료마저 지급하지 않았다. 일부 하도급업체는 진흥기업이 차일피일 미루며 약속을 지키지 않아 현재까지 어음할인수수료만 8000만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금전적 피해를 하도급업체들이 보상받기 까다롭다는 데 있다. 하도급업체들은 계약 당시 진흥기업과 하도급계약이 아닌 기술용역계약을 맺고 공사에 투입됐다.

통상 하도급계약 이후 하도급업체가 부당한 대우에 처하면 하도급법 위반 수위에 따라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이 이뤄진다. 그러나 기술용역계약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 하도급업체들은 진흥기업이 기술용역계약을 강제한 이유를 여기서 찾고 있다.

즉, 처음부터 자신들은 하도급계약을 원했지만 진흥기업이 기술용역계약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이 모든 게 어음할인수수료를 비롯해 불공정계약으로 엮일 수 있는 여건을 사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A사 관계자는 “공사대금이라도 제대로 줬으면 이해하겠지만 그것도 아닌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하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진흥기업이 워크아웃인 상황이라 어음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데 약속한 어음할인수수료를 줄 생각조차 안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진흥기업측은 어음할인수수료를 지급을 요구하는 하도급업체들과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했고 어음할인수수료를 자신들이 지급한다고 약속했다는 하도급업체의 주장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애매한 답변이었다.

다만 공사 재개의 필요성은 자신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11월중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과정을 거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도급업체들은 지금껏 공사 재개와 관련한 어떤 입장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진흥기업은 병(하수급인)→을(수급인)→갑(발주자)의 단계로 순차를 띄는 일반적인 세금계산서 발행과 달리 역순차 방식으로 하도급업체들에게 세금계산서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세금 탈루 의혹마저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진흥기업 관계자는 “전자세금계산서가 등장한 이후 최근 건설사들 사이에서 통상적으로 세금계산서 역발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지만 하도급업체들은 의혹을 거두지 않는 상황이다.

등터진 새우들

한편 진흥기업은 효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피소 소송 건수와 소송가액이 가장 많은 곳으로 나타났다.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반기 보고서를 제출한 효성그룹 5개 계열사의 6월 말 기준 피소 소송건수는 총 61건, 소송가액은 1468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진흥기업의 피소건수와 소송가액은 각각 32건, 677억9000만원으로 계열사 5곳 중 가장 많았다. 계열사 중 덩치가 가장 큰 (주)효성보다도 잡음이 많았던 셈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