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풀무원 삼중고 내막

‘바른기업’ 맞아?…잇단 악재 ‘먹구름’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바른먹거리’로 잘 알려진 풀무원이 최근 화물운송노동자들의 운행거부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도 모자라 주력생산품목에서 식품첨가물 논란이 불거지는가 하면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나온다. 삼중고로 불어닥친 악재에 착실히 쌓아온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마저 흔들리는 양상이다.

풀무원식품, 푸드머스, 풀무원건강생활, 이씨엠디, 풀무원샘물, 풀무원다논을 계열사로 둔 '풀무원'은 유기농 식품을 앞세워 외형을 확장해온 국내 대표적인 종합식품제조업체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8년 연속 선정, 지속가능성지수 5년 연속 종합식품부문 1위,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5년 연속 수상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

그러나 풀무원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에 조금씩 흠집이 생기고 있다. 최근 풀무원 자회사인 엑소후레쉬물류 충북 음성물류사업장에서는 20일이 넘도록 대형 트럭으로 회사 정문을 봉쇄한 지입차주 40명과 사측의 대치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물류센터 인근 도로에 트럭 40여대를 동원해 물류센터를 포위한 채 정상적인 물류 유통의 흐름을 막고 있다.

화물운수업자들의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풀무원 측이 밝힌 금전적 피해액은 약 10억원 수준. 파업차량을 대신해 풀무원 제품을 운송하는 대체차량에 돌을 던지거나 운송기사에게 위협을 가하는 불법행위도 만연하다는 게 풀무원 측 설명이다.

풀무원과 대립각을 세우는 화물운수업자들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정황의 주범은 풀무원이고 파업은 풀무원의 행태에 참다못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이나 다름없다. 풀무원의 ‘갑질’을 언급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껏 화물운수업자들은 자신의 차로 풀무원과 계약을 맺고 물류를 운송해왔는데 지난 20년간 운임을 동결해온 풀무원이 식대지급에 대한 약속마저 지키지 않았다는 게 이들이 말하는 핵심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운송 인력마저 감축하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됐고 해괴한 논리를 앞세운 사측의 일방적 행태가 문제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풀무원과 화물운수업자 사이의 갈등은 단순 파업을 넘어 자칫 노조탄압 문제로 확산될 소지가 다분하다.
화물운수업자들은 지난 12일 성명에서 "이번 파업은 'CI' 때문이 아니라 풀무원의 갑질과 노조 탄압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며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파업 후 작성한 노사 합의서는 휴지 조각이 됐다"고 풀무원을 질타했다.

여기에 화물운수업자 사이에서 풀무원 계열사인 엑소후레쉬물류가 일부 노조 조합원들에게 화물연대 탈퇴를 회유하고 종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갈등의 골은 좀처럼 메워지기 힘든 양상이다.
 

풀무원의 일부 주력상품에 식품첨가물이 함유한 것으로 밝혀진 점도 풀무원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데 일조했다. 문제가 된 상품은 풀무원다논의 ‘다논 그릭플레인요거트’로 상품 성분분석표에 버젓이 카제인나트륨, 변성전분, 합성착향료 등이 들어 있다.

화물운송 노동자들 운행 거부 사태 곤욕
식품첨가물 논란에 재무건전성 빨간불도

통상 그릭요거트는 원유와 유산균 등으로만 제조된다. 원유를 저온으로 가열, 수분을 증발시킨 뒤 자연 발효하거나 발효한 원유를 거름망 등으로 유청을 제거하고 단백질 고형분만 남기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그릭요거트를 자칭한 풀무원의 제품은 이같은 제조방식을 따르지 않고 발효한 원유를 짜내 유청을 인위적으로 제거 후 단백질 고형분만 남기는 여과 방식으로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칼슘, 비타민, 미네랄, 유청단백 등 영양분 손실이 일어나는데 이를 보충하기 위해 인공첨가물을 사용해 단백질 함량을 높인 셈이다.


또한 풀무원은 그릭요거트 제품 포장에 ‘그릭스타일요거트’로 표시해 정통 그릭요거트 논란에서 한발 비껴가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풀무원 측은 “자사의 요거트에 첨가물이 든 것은 맞다”라며 "해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합성첨가물이 전혀 함유되지 않아야 그릭요거트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만천하에 공개된 화물운수사업자와의 갈등, 식품첨가물 논란과 함께 재무건전성 문제는 구설수에 오른 풀무원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다. 최근 풀무원은 본격적으로 뛰어든 해외시장에서 수익 악화로 고전 중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풀무원식품으로 인해 모기업 풀무원의 재무와 신용도마저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실제로 그룹의 주력인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16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12억원)와 비교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해외법인 실적을 포함하는 연결재무제표 순이익은 16억원에 불과했다.

풀무원이 지난 8월 풀무원식품에 700억원대 자금 지원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해외사업 손실 확대로 당초 계획했던 IPO(기업공개)가 무산되자 풀무원식품에 1000억원을 투자했던 홍콩계 사모펀드 SIH(스텔라인베스트홀딩스)가 자금을 회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풀무원식품이 사모펀드에 자금을 빼주기 위해 주식(220만2096주, 1482억원)을 소각하는 유상감자를 단행하면서 부채비율이 치솟자 긴급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또한 300억원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풀무원식품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부문의 영업손실 등 영업 또는 재무 측면에서의 부정적 요인이 가중될 경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재차 부각 될 것”이라며 “특히 풀무원식품은 연말까지 외부투자자 유치를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본 확충을 계획하고 있어 재무 측면에서의 부정적 요인이 가중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착한기업 휘청

바른먹거리를 표방해 온 풀무원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은 친환경, 친사회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화물운송사업자 파업, 식품첨가물 논란, 재무불안정성 등 풀무원을 둘러싼 연이은 악재는 지금껏 풀무원이 힘들게 쌓아온 긍정적 기업 이미지를 통째로 흔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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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