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뇌경색 꺼리는 이유

“환자 너무 많아 돈이 안 된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우리나라 국민 사망원인 1위로 순환기계질환이 꼽힌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이 뇌경색진단금을 주계약 및 선택특약에서 배제하고 있어 가입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생명보험사의 뇌경색진단금 보장 내역을 살펴봤다.

통계청의 2013년 사망원인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7만5270명 가운데 순환기계질환(뇌혈관질환, 고혈압성 질환, 심장질환) 사망자가 2만4501명(32.55%)으로 나타나 가장 높은 사망원인으로 밝혀졌다. 통계청이 사망원인을 조사한 이래 암(악성신생물) 사망자보다 높은 질환이 사망원인 1위로 꼽힌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암(악성신생물) 사망자는 순환기계질환 사망자보다 2786명이나 적은 2만1715명(28.85%)으로 나타났다.

‘특약’ 따로 관리

순환기계질환 사망자 가운데 뇌경색 및 뇌출혈을 포함한 뇌혈관질환 사망자는 1만512명으로 42.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심장질환 사망자가 1만678명(43.58%), 고혈압성질환 사망자가 2668명(10.89%), 기타 643명(2.62%)이다. 의학계에서는 뇌혈관질환 중 뇌경색으로 인한 사망자를 80% 이상, 나머지 20%를 뇌출혈 사망자로 추산하고 있다. 즉 전체 사망자 100명 중 11명(11.17%), 순환기계질환 사망자 100명 중 34명(34.32%)이 뇌경색에 의한 사망자인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4대 중증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의 고액 진료비로 인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건강보험을 내년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가 주 사망원인이자 고액 진료비 부담 질환인 뇌경색에 대한 진단금을 주계약 및 선택특약에서 배제시키고 있어 가입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가 생명보험협회 정회원으로 등록된 생명보험사 21개사의 보장성상품 주계약 및 선택특약을 조사해본 결과, 뇌경색진단금을 보장하는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뇌경색 치료 환자수가 46만202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생명보험사의 보장성 보험 가입자 대다수가 뇌경색 진단을 받았음에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증 질환 및 상해 보장 특약인 ‘CI보장특약’으로 뇌경색 수술비를 제한적으로 보장한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알리안츠생명, 교보생명, DGB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에이스생명, ING생명, KB생명, AIA생명, 농협생명, 현대라이프로 총 13개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특약에 1000만원 보장 가입 시 수술 3회한, 수술 1회당 100만원씩 최대 300만원을 보장한다.

하지만 CI특약을 통해 제한적으로 뇌경색진단 환자에게 수술비를 지급해주는 생명보험사가 있음에도 뇌경색에 의해 즉시 사망했거나 경미한 뇌경색 진단자에게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아 가입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뇌출혈 보다 4배 높아…아예 보장서 삭제
진단금 받으려면 손보사서 추가 가입해야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과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비보험을 가입한 김휘웅(28)씨는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하나만 가입하려고 했더니 가족력인 뇌경색에 대한 진단금이 보장되지 않아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비보험에 ‘뇌졸중진단금특약’을 추가해 새로 가입했다”며 “예전에는 생명보험사도 ‘뇌졸중진담금’으로 뇌경색과 뇌출혈의 최초 진단 1회에 한해 보장해줬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진단금은 수술 없이 진단만 받더라도 보험금이 지급돼 사망 시 남은 유족에게 위로금으로도 쓰일 수 있는 부분인데 생명보험사가 발병률이 높은 ‘뇌경색진단금’을 보장해주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며 “실손의료비 보장이 약한 생명보험사에 종신보험, 갱신형이 많아 보험료 부담이 큰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비보험 가입으로 보험료가 매달 30만원이나 나간다”고 토로했다.
 

AIA생명에서 7년간 보험설계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 보험설계사는 “2005년 5월 이후 생명보험사가 ‘뇌졸중진단금’을 없애고 ‘뇌출혈진단금’과 ‘급성심근경색증진단금’으로 구분해 특약을 선보이고 있다”며 “가족력이 뇌경색인 가망 고객이 많아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비보험을 추가로 상담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뇌출혈보다 뇌경색 환자가 4배 가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진 생명보험사가 이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생명보험사 21개사는 순환기계질환 중 ‘뇌출혈’과 ‘급성심근경색증’(이하 2대 질병)에 국한해 보장해주고 있다. 삼성생명, 알리안츠생명, DGB생명, AIA생명, 동부생명, 매트라이프생명, KB생명, 라이나생명, ING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뇌출혈진단특약’과 ‘급성심근경색증진단특약’으로 선택특약을 구분하고 있다.


흥국생명, 교보생명, 하나생명, 미래에셋생명은 ‘2대질병특약’으로 규정해 특약을 선보이고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을 제외한 13개 생명보험사는 ‘CI보장특약’으로 중대한 뇌졸중에 제한적으로 보장한다. 또한 신한생명은 2대 질병 보장금과 ‘6대질병플러스CI보장특약’으로 2대 질병, 특정암, 말기신부전증, 말기간질환, 말기폐질환도 함께 보장하며, 한화생명은 ‘CI보장특약’과 ‘CI 5대질병보장특약’을 선택 보장한다.

한화생명과 KDB생명, PCA생명은 ‘성인병’, KDB생명은 노인성 5대 질환(당뇨병, 고혈압성질환, 허혈성심장질환, 뇌출혈, 신부전증)으로 2대 질병을 규정해 선택 보장한다. 푸르덴셜생명은 2대 질병과 말기신부전 및 말기간질환을 포함한 ‘특정질병진단특약’을, 현대라이프는 ‘5대 성인병(2대 질병, 말기폐질환, 말기간질환, 말기신부전증)특약’을 선보이고 있다. 농협생명은 2대 질병과 암을 ‘3대 질병’으로 간주해 특약을 선보이고 있다.

의료비 부담↑

생명보험사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2005년 5월 이후 가입 고객이라면 특약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매년 뇌경색 진단 환자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생명보험사가 2대 질병만을 보장, 뇌경색 진단에 대해 보장해주지 않는 까닭이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용어설명

뇌졸중 : 뇌기능의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급속히 발생한 장애가 상당 기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뇌혈관의 병 이외에는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한의학계에서는 뇌졸중을 ‘중풍’ ‘풍’이라고 지칭하는 경우도 있으나 서양의학에서 ‘뇌졸중’으로 분류하지 않는 질환도 포함하고 있어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뇌경색 :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졸중을 말한다. 일과성허혈발작, 대혈관질환에 의한 뇌경색, 심장질환에 의한 심인성 뇌경색, 소혈관 질환 또는 열공뇌경색으로 구분한다.

뇌출혈 : 뇌로 가는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발생하는 뇌졸중을 말한다. 뇌내출혈 또는 두개내출혈, 뇌실내출혈, 거미막밑출혈, 경막외출혈 및 경막하출혈로 구분한다.

 

<기사 속 기사> 우리나라 국민 사망원인 분석(2013년 기준, 단위 : 명)

1

순환기계질환

-뇌혈관질환 10512명, 고혈압성질환 2668명, 심장질환 10678명, 기타 643명

24501
2

악성신생물

-폐암 5140명, 간암 2737명, 위암 2731명, 기타 11107명

21715
3

호흡기계질환

-폐렴 5750명, 만성하기도질환 3485명, 기타 2010명

11245
4

사망의외인

-운수사고 1242명, 고의적 자해 2686명, 기타 3507명

7435
5

내분비·영양 및 대사질환

-당뇨병 3994명, 기타 360명

4354
6

소화기계질환

-간질환 1385명, 기타 1984명

3369
7

특정 감염성 및 기생충성 질환

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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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