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논란 ‘박근혜법’ 대해부

17년 전 더욱 강력한 행정부 통제 법안 발의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권에서는 최근 사람 이름을 붙인 ‘법’이 유행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김영란법’부터 ‘조두순법’ ‘오세훈법’ 등 이름 뒤에 법을 붙임으로서 대중이 구분하고 부르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이름+법’의 조합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박근혜법’이 발의돼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법’을 아는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정식명칭은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박 대통령이 지난 1998년 15대 국회에서 의원신분으로 활동하던 시절 발의했던 법 중 하나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서 소위 박근혜법이라 명명됐다. 그런데 15대 국회가 끝나면서 ‘임기만료폐기’됐으며, 10여년도 더 지난 법이 왜 19대 국회에서 되살아났을까. 국민들의 궁금증은 커져가고 있다.

박근혜법
19대 국회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5월29일 소위 ‘국회법 개정안’이 5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서부터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포함한 211명이 찬성해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그러나 통과 즉시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당일인 지난 5월29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회는 정치적 이익 챙기기에 앞서 삼권분립에 기초한 입법기구로서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송부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면밀하게 검토하여 주시기를 바란다”며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한 것으로 행정부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질 우려도 크고, 이런 국회법 개정을 강행한 이유가 공무원연금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즉 청와대는 통과된 개정안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저촉되는 것은 물론 공무원연금법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공무원연금법 얘기가 나온 이유는 청와대가 5월 국회 내 통과를 강력히 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는 ‘공무원연금법’과 ‘국회법 개정안’ 두 법안을 두고 여·야 지도부가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언론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이목을 집중했다. 통과된 개정안은 지난 6월15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됐지만, 박 대통령은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6월25일 헌법 제53조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서안을 발송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15일)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다시 국회로 돌아온 개정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힘으로 다시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그널을 받은 새누리당이 대거 투표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는 등 과반수 이상의 재적을 얻지 못해 투표는 무효처리 됐다.

국회법·연금법
모종의 거래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7일 재의결에 참여하지 않은 여당을 향해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은)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폭도들이다. (이것이) 폭도지 뭐냐”며 반문했다고 전해진다.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패거리정치 막장드라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망령인 유신의 부활을 봤다. 국회를 유신 잔당들의 놀이터로 전락시킨 대통령은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의 대통령 충성맹세는 국민 배신이자 의원이기를 포기한 자폭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까. 대체 발의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열람해보면 지난 2012년 7월2일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4년 6월20일 새정치연합 김영록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까지 이미 19대 국회 들어 총 5차례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전 국회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계속 늘어난다.

이 법안들이 얘기하는 것은 동일하다. 결국 잘못된 ‘행정입법’이 있으면 입법부가 나서서 수정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각각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국회운영제도개선소위원회가 마련한 대안을 내기로 한 것이다.

새정치 이상민 법사위원장, 박근혜법 발의
본인이 낸 것과 똑같은 법, 자가당착 빠지나?


그런데 여기서 최근 논란이 됐던 정치인의 이름이 나온다. 대안으로 나온 법률안을 보면 제안자에 국회운영위원장이라고 명시돼 있다. 위원장은 다름 아닌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청와대가 사상 초유의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나선 이유다.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이리 민감하게 반응한 것일까. 최근 박근혜법이 발의된 것도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핵심은 권력 침해 여부다. 입법부, 즉 국회의원에게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권 또는 수정요구(청)권이 주어진다면 행정부에 대한 정치권의 통제(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차마 허용할 수 없는 불가침 영역에 대한 정치권의 도전인 셈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러한 이유에서 박 대통령이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지금 권력침해라며 반대하던 그가 지난 15대 국회에서는 지금보다 더 심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법안의 핵심골자는 다음과 같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된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함.’

박 대통령이 최근에 반대한 법안의 핵심골자는 다음과 같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상임위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여야 한다.’

정당한 이유
수정·변경 요구

‘정당한 이유’와 ‘수정·변경 요구’가 극명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이 낸 법안에 따르면 행정기관의 장은 국회의원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즉시 바꿔야 한다. 박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행정기관의 장에게 잘못된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정의화 국회의장은 이 부분을 ‘요청’으로 순화했다) 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낸 법안이 더욱 행정부를 통제하는 법안이라 보고 ‘자가당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을 포함한 17인은 박 대통령이 당시 낸 법안 그대로 19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했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법이다. 1998년과 달라진 것은 제안 이유가 조금 더 추가된 것뿐이다. 추가된 내용에는 이 의원을 포함한 17명의 생각이 들어가 있다. ‘(상략) 국회에서 재의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중략) 헌법상 법치주의가 무력화됨에 따라 1998년 12월14일 대통령이 국회의원 재직시절 공동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그대로 발의함.’

더 강력한 행정부 통제, 대통령되니 “나몰라”
청와대 “대표발의자 아냐. 박근혜법 부적절”


청와대는 반대입장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법에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이름을 법안 이름에 함부로 붙이는 것도 그렇지만, 당시 박 대통령은 그 법을 발의한 것이 아니고 공동서명했다”며 입장을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박 대통령이 대표발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8년 당시 법안의 대표발의자는 안상수 전 의원이다. 이에 청와대는 “현재 야당이 과거 안상수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하면서 그 법안의 이름을 박근혜법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저희는 그렇게 지칭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들은 청와대의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입을 모아 ‘대표발의하지 않으면 법안을 발의하지 않은 것인가’라며 ‘공동발의자도 발의자다. 모든 의원이 법안을 숙지하고 승인하는 게 원칙인데 대표발의하지 않았다고 박근혜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대표발의
공동발의

박근혜법을 두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새정치연합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법안이 다시 통과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유 전 원내대표가 쓰러지는 모습을 지척에서 바라본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해당 법안은 계류하다 19대 국회가 끝날 때 자동 폐기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는 이미 예상한 결과라며 ‘박근혜법을 발의한 것 만해도 현 정권을 향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67주년 제헌절 맞아 대한민국 헌법 바람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의연했다. 사퇴를 말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조차 대한민국 헌법 1조1항을 언급했다. 터지는 플래시 속에서 흔들림 따위는 없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의 변’ 이후 복수의 언론사 논설위원들은 ‘대한민국 헌법 1조1항’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화답했다.

67주년 제헌절을 맞아 정치권은 물론 사회 곳곳에서 헌법과 관련된 행사가 펼쳐졌다. 지난 16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이 주최하는 ‘반헌법행위자 열전’(가칭) 편찬 공개 제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일 현장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수많은 지식인과 언론인이 참석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회사무처 법제실과 한국헌법학회는 광복 70주년 및 제헌 67주년을 기념해 지난 16일 국회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광복과 헌법제정’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박종보 한국헌법학회장,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시민이 만드는 헌법운동본부’와 개헌추진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15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차원의 개헌 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며 “현행 헌법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 세월호 대응·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국회법 개정 파동 등에서 비능률과 폐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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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