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논란 ‘박근혜법’ 대해부

17년 전 더욱 강력한 행정부 통제 법안 발의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권에서는 최근 사람 이름을 붙인 ‘법’이 유행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김영란법’부터 ‘조두순법’ ‘오세훈법’ 등 이름 뒤에 법을 붙임으로서 대중이 구분하고 부르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이름+법’의 조합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박근혜법’이 발의돼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법’을 아는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정식명칭은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박 대통령이 지난 1998년 15대 국회에서 의원신분으로 활동하던 시절 발의했던 법 중 하나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서 소위 박근혜법이라 명명됐다. 그런데 15대 국회가 끝나면서 ‘임기만료폐기’됐으며, 10여년도 더 지난 법이 왜 19대 국회에서 되살아났을까. 국민들의 궁금증은 커져가고 있다.

박근혜법
19대 국회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5월29일 소위 ‘국회법 개정안’이 5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서부터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포함한 211명이 찬성해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그러나 통과 즉시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당일인 지난 5월29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회는 정치적 이익 챙기기에 앞서 삼권분립에 기초한 입법기구로서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송부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면밀하게 검토하여 주시기를 바란다”며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한 것으로 행정부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질 우려도 크고, 이런 국회법 개정을 강행한 이유가 공무원연금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즉 청와대는 통과된 개정안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저촉되는 것은 물론 공무원연금법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공무원연금법 얘기가 나온 이유는 청와대가 5월 국회 내 통과를 강력히 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는 ‘공무원연금법’과 ‘국회법 개정안’ 두 법안을 두고 여·야 지도부가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언론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이목을 집중했다. 통과된 개정안은 지난 6월15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됐지만, 박 대통령은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6월25일 헌법 제53조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서안을 발송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15일)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다시 국회로 돌아온 개정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힘으로 다시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그널을 받은 새누리당이 대거 투표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는 등 과반수 이상의 재적을 얻지 못해 투표는 무효처리 됐다.

국회법·연금법
모종의 거래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은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7일 재의결에 참여하지 않은 여당을 향해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은)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폭도들이다. (이것이) 폭도지 뭐냐”며 반문했다고 전해진다.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패거리정치 막장드라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망령인 유신의 부활을 봤다. 국회를 유신 잔당들의 놀이터로 전락시킨 대통령은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의 대통령 충성맹세는 국민 배신이자 의원이기를 포기한 자폭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까. 대체 발의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열람해보면 지난 2012년 7월2일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4년 6월20일 새정치연합 김영록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까지 이미 19대 국회 들어 총 5차례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전 국회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계속 늘어난다.

이 법안들이 얘기하는 것은 동일하다. 결국 잘못된 ‘행정입법’이 있으면 입법부가 나서서 수정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각각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국회운영제도개선소위원회가 마련한 대안을 내기로 한 것이다.

새정치 이상민 법사위원장, 박근혜법 발의
본인이 낸 것과 똑같은 법, 자가당착 빠지나?


그런데 여기서 최근 논란이 됐던 정치인의 이름이 나온다. 대안으로 나온 법률안을 보면 제안자에 국회운영위원장이라고 명시돼 있다. 위원장은 다름 아닌 유승민 전 원내대표다. 청와대가 사상 초유의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나선 이유다.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이리 민감하게 반응한 것일까. 최근 박근혜법이 발의된 것도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핵심은 권력 침해 여부다. 입법부, 즉 국회의원에게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권 또는 수정요구(청)권이 주어진다면 행정부에 대한 정치권의 통제(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차마 허용할 수 없는 불가침 영역에 대한 정치권의 도전인 셈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러한 이유에서 박 대통령이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지금 권력침해라며 반대하던 그가 지난 15대 국회에서는 지금보다 더 심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법안의 핵심골자는 다음과 같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된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함.’

박 대통령이 최근에 반대한 법안의 핵심골자는 다음과 같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상임위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여야 한다.’

정당한 이유
수정·변경 요구

‘정당한 이유’와 ‘수정·변경 요구’가 극명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이 낸 법안에 따르면 행정기관의 장은 국회의원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즉시 바꿔야 한다. 박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행정기관의 장에게 잘못된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정의화 국회의장은 이 부분을 ‘요청’으로 순화했다) 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낸 법안이 더욱 행정부를 통제하는 법안이라 보고 ‘자가당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을 포함한 17인은 박 대통령이 당시 낸 법안 그대로 19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했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법이다. 1998년과 달라진 것은 제안 이유가 조금 더 추가된 것뿐이다. 추가된 내용에는 이 의원을 포함한 17명의 생각이 들어가 있다. ‘(상략) 국회에서 재의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중략) 헌법상 법치주의가 무력화됨에 따라 1998년 12월14일 대통령이 국회의원 재직시절 공동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그대로 발의함.’

더 강력한 행정부 통제, 대통령되니 “나몰라”
청와대 “대표발의자 아냐. 박근혜법 부적절”


청와대는 반대입장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법에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이름을 법안 이름에 함부로 붙이는 것도 그렇지만, 당시 박 대통령은 그 법을 발의한 것이 아니고 공동서명했다”며 입장을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박 대통령이 대표발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8년 당시 법안의 대표발의자는 안상수 전 의원이다. 이에 청와대는 “현재 야당이 과거 안상수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하면서 그 법안의 이름을 박근혜법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저희는 그렇게 지칭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들은 청와대의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입을 모아 ‘대표발의하지 않으면 법안을 발의하지 않은 것인가’라며 ‘공동발의자도 발의자다. 모든 의원이 법안을 숙지하고 승인하는 게 원칙인데 대표발의하지 않았다고 박근혜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대표발의
공동발의

박근혜법을 두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새정치연합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법안이 다시 통과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유 전 원내대표가 쓰러지는 모습을 지척에서 바라본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해당 법안은 계류하다 19대 국회가 끝날 때 자동 폐기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는 이미 예상한 결과라며 ‘박근혜법을 발의한 것 만해도 현 정권을 향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67주년 제헌절 맞아 대한민국 헌법 바람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의연했다. 사퇴를 말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조차 대한민국 헌법 1조1항을 언급했다. 터지는 플래시 속에서 흔들림 따위는 없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의 변’ 이후 복수의 언론사 논설위원들은 ‘대한민국 헌법 1조1항’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화답했다.

67주년 제헌절을 맞아 정치권은 물론 사회 곳곳에서 헌법과 관련된 행사가 펼쳐졌다. 지난 16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이 주최하는 ‘반헌법행위자 열전’(가칭) 편찬 공개 제안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일 현장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수많은 지식인과 언론인이 참석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회사무처 법제실과 한국헌법학회는 광복 70주년 및 제헌 67주년을 기념해 지난 16일 국회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광복과 헌법제정’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박종보 한국헌법학회장,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시민이 만드는 헌법운동본부’와 개헌추진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15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차원의 개헌 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며 “현행 헌법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 세월호 대응·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국회법 개정 파동 등에서 비능률과 폐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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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