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사설응급차 ‘허술 관리’ 논란

‘삐뽀삐뽀’ 사이렌만 달면 끝?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사설응급차의 무분별한 특수구급차 출동에 따른 과다요금 징수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허술한 구급차 점검이 도마 위로 떠올랐다. 응급의료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특수구급차가 응급현장에 출동되고 있어 응급환자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구급차 신고제 이행 상황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점검한 결과, 법정 기준을 충족한 구급차가 5802대(특수구급차 2339대, 일반구급차 3463대)로 확인됐다고 지난 3월26일 발표했다. 응급환자 이송 안전 강화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5일부터 구급차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 별로 법정 기준 충족 여부를 전수·점검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하도록 한 것이다.

일반 환자에 
과다요금 징수

지자체의 법정 기준 충족을 위해서는 특수구급차에 후두경 등 기도삽관 장치, 외상처치에 필요한 기본 장치, 휴대용 간이인공호흡기, 산소호흡기 및 흡입기, 쇼크방지용 하의(MASK), 부목 및 기타 고정장치(철부목, 경부·척추보호대), 자동제세동기, 휴대용 산소포화농도 측정기 등의 응급의료장비와 비닐팩에 포장된 수액제제(인공혈액제제 등), 리도카인, 아트로핀, 주사용 비마약성진통제, 주사용 항히스타민제, 소독제(과산화수소, 알콜 및 포비돈액), 니트로글리세린(설하용), 흡입용 기관지확장제 등 구급의약품을 갖춰야 한다. 일반구급차에는 외상처치에 필요한 기본장비와 기도 확보 장치, 산소호흡기 및 흡입기를 구비해놔야 한다. 특수구급차 5대당 응급구조사 및 운전기사를 각 8명씩 총 16명의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법정 기준 충족 구급차 현황을 살펴보면 국가 및 지자체 운용 구급차가 1634대(특수구급차 1328대, 일반구급차 306대), 의료기관 구급차가 3280대(특수구급차 416대, 일반구급차 2864대), 민간 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구급차가 787대(특수구급차 534대, 일반구급차 253대), 기타 법령에 따른 운용자 운용 구급차가 101대(특수구급차 61대, 일반구급차 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 관련 법령이 개정되기 전인 2013년보다 특수구급차가 202대 늘었으며 일반구급차가 108대 줄어들어 총 94대가 증가했다. 사설응급차는 의료기관과 민간사업자 및 비영리법인이 운용하는 구급차로 특수구급차 950대와 일반구급차 3117대로 총 4067대가 이에 해당된다.

<일요시사>는 1013호 사회면을 통해 ‘환자 울리는 사설응급차 횡포 백태’라는 제목으로 사설응급차의 무분별한 특수구급차 출동에 따른 과잉 요금 징수와 관련된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 두 명의 제보자가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 응급의료장비 미비와 관련된 사실을 <일요시사>에 제보했다.


사설응급차를 운용하는 한 민간사업자와 응급구조사의 제보에 따르면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의 특수구급차 상당수가 응급의료장치를 갖추지 않았음에도 신고필증을 발부 받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필증을 발부 받은 민간사업자가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민간사업자에게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줌으로써 지자체 점검을 도왔다는 주장이다.

한 제보자는 “보건복지부의 구급차 신고제 도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며 “사설응급차가 신고필증 발부를 위해 임시적으로 타 사설응급차에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지자체 검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보건복지부가 구급차 관련 법안을 개정해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설응급차의 만행을 고쳐보려 했으나 허술한 점검에 콧방귀를 낀 민간사업자가 많다”며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설응급차가 많다 보니 응급환자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의료장비 미비
정상영업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법정 기준 미충족 구급차는 행정지도를 통해 미비사항을 개선하도록 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해줬다”며 “점검한 구급차의 응급의료장비에 스티커를 부착했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장비를 대여 받아 신고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덧붙여 “근거 없는 제보임에 틀림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제보자는 “점검을 마친 타 지역 사설응급차 업체로부터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한 후 점검 받은 것”이라며 “응급의료장비의 고유번호를 점검자가 적어가지만 중복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를 악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필증을 발부받았기 때문에 스티커를 제거해도 정상영업이 가능하고 다시 붙이면 된다”며 “깡통차(응급의료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은 구급차)를 운용하는 업체도 있다”고 강조했다.

택시와 다를 게…의료장비 없이 운송만
보건부 신고필증 부착만으로 허술 점검

신고필증을 발부 받은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는 의료기관 416대와 민간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534대로 총 950대다. 구급차 관련 법안이 개정되기 전인 2013년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 규모를 살펴보면 의료기관 387대, 민간 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413대로 각각 29대, 121대씩 증가한 것이다. 이에 사설응급차 관계자들은 기존 사설응급차를 운영하는 전 업체의 특수구급차가 신고필증을 발부 받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기존 응급의료장비 미비 특수구급차의 상당수가 대여한 응급의료장비로 지난해 6월 실시된 지자체 검수를 통과, 응급의료장비가 없는 채로 1년 넘게 운용해 왔다는 말이다.


한 사설응급차 관계자는 “응급의료장비를 구비하려면 1대당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 사장들이 인맥을 활용해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점검에 임시 방편으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특장차전문업체에 특수구급차 응급의료장비 구매비용을 조사해본 결과, 1대당 최소 4500만원에서 최대 2억2000만원이 소요되며 일반적으로 1억원가량 응급의료장비를 구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설응급차 등록 허가를 받으려면 특수구급차 5대 이상을 운용해야 하므로 한 업체당 특수구급차에 응급의료장비를 갖추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 비용만 2억2500만원이 드는 셈이다.

제보자는 “점검기간 동안만 응급의료장비를 갖추고 있으면 1년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시 방편으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하는 것”이라며 “목숨이 위태로운 응급환자에 응급의료장비가 미비한 특수구급차가 출동될 경우 큰 위험이 초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요시사>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에 특수구급차의 미발부 신고필증 건수 및 점검 결과 자료를 의뢰했으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매년 6월 실시하는 사설응급차 점검에 투입되는 인력 규모조차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장비 대여
점검 임시 대응

지난달 17일, 메르스 확진자 133번 환자와 145번 환자가 사설응급차 운전자 및 응급구조사인 것으로 밝혀져 사설응급차 응급의료장비 미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정확한 감염경로는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응급의료장비 미비로 인한 응급처치 부실 대응이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급차 관련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주 1회 이상 구급차 소독이 이뤄져야 하나 이를 시행하지 않아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특수구급차의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한 사설응급차 운영 업체 관계자는 “특수구급차가 갖춰야 할 장비 기준에 통신 장비가 포함돼 있으며 대부분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운전자와 응급구조사간 핸드폰 통화로 인한 의사소통 불편으로 칸막이를 제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칸막이가 없기 때문에 운전기사 및 동반탑승자, 응급구조사가 전염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신고필증 부착과 관련한 지자체 점검에서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이 점검 리스트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26일 보도한 구급차 신고필증 관련 자료에 따르면 법정 설비 및 장비 기준 충족 여부를 관할 지자체에서 직접 확인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 법정 설비에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가 부착돼 있어야 하나, 실제로는 칸막이 부착 여부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급차 운전자 및 응급구조사의 전염병 예방을 위해 장례식장에서 운용하는 사설응급차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의료기관 구급차 3280대 가운데 장례식장에서 운용하는 구급차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로부터 사망통보를 받지 않은 실제 사망자의 경우 응급환자로 간주하지 않아 119구급차 이송이 불가하며 사설응급차를 통한 장례식장 이송만 가능하다. 특히 사설응급차에는 냉동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사망자 이송간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 사설응급차 출동 시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칸막이 미부착…감염병에 노출
다른 지역서 장비 빌려 눈가림

한 사설응급차 운영 업체 관계자는 “사망통보를 받지 않았으나 사망한 지 오래된 사망자나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이송해야 하는 사망자를 종종 태운다”며 “구급차에 냉동장비가 구비되지 않아 동반 유가족도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장례식장에서 냉동장비를 갖춘 구급차를 운용해야 시신의 훼손 및 부패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구급차 장비 미비사항과 관련한 행정처분 기준도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응급의료장비 및 구급의약품 위반 시 행정처분 기준을 살펴보면 1차 위반 시 업무정지 1개월에 처하며 2차, 3차 위반 시 업무정지가 각 1개월씩 늘어난다. 환자에 대한 과다요금 징수 처분도 장비 미비 행정처분 기준과 같으며, 응급구조사 미탑승 적발 시 1차 위반 업무정지 7일, 2차 위반 업무정지 1개월, 3차 위반 업무정지 2개월에 처한다. 위반 시 영구 면허 및 자격 정지 처분은 행정처분 기준에 명시돼 있지 않다.


수당 줄이려
구조사 출동 자제

구급차 관련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는 응급구조사 및 운전기사를 특수구급차 5대당 각 8명씩 배치해 운용하고 있으나, 실제 응급출동 시 응급구조사가 동반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북 지역의 응급구조사 미동반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전북 지역에서 사설응급차를 운용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응급구조사에게 건당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때문에 업체에서 응급구조사의 동반 출동을 꺼리는 것”이라며 “출동 문의 시 위급하지 않았다가 이송간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응급구조사가 없으면 환자는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속 기사> 119 구급활동 현황
19초당 한명씩 실려간다

<일요시사>가 통계청 e나라지표에 공시된 지난해 119구급활동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119구급차의 이송건수는 163만1724건, 이송환자는 167만838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 31명 중 1명이 구급차를 이용했으며 하루 평균 4598명, 18.8초당 한 명씩 이송된 셈이다. 2005년 대비 이송건수는 54.1%(57만2728건), 이송인원은 52.5%(57만7645명)이 증가했으며 10년간 평균 이송건수는 134만7940건, 이송인원은 139만5237명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이송인원 현황을 살펴보면 경기(22.3%), 서울(19.6%), 부산(6.2%), 경북(5.7%), 인천(5.4%), 충남(4.8%) 순이다.

국민 31명 중 1명꼴 구급차 이용
하루 4598명 이송…8월 가장 많아


월별 평균 이송건수는 13만5977건으로 8월이 14만7345건, 15만2167명으로 가장 많았고, 2월이 11만6791건, 11만9566명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119구급차의 출동장소별 이송인원을 살펴보면 가정이 52.2%(87만5394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반도로(14.4%, 24만2124명), 주택가(6.6%, 11만78명), 공공장소(5.3%, 8만9540명) 순이며, 전년대비 증가율은 지하철(18.3%, 1만393명)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 이송인원은 50대가 30만1534명으로 전체 18%를 차지했으며, 70대가 15.2%(25만5665명), 80세 이상이 10.7%(18만232명)였다.

한편 119구급차의 총 출동건수는 238만9211건으로 정상출동이 88.1%(210만3968건)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취소(9.1%, 21만6768건), 오인(2.2%, 5만1779건), 기타(0.6%, 1만5139건), 허위(0.1%, 1557건) 순으로 조사됐다. 119구급대가 미이송한 75만8237건 가운데 25.7%가 사설응급차 및 자가차량을 이용했다. 이송 평균 소요시간은 현장에서 병원간 17.6분이며 출동에서 병원 도착까지 평균 34.41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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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