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로비 창구’ 고위층 사교클럽 대해부

돈 많아도 아무나 가입 못한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사망 직전 인터뷰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한 호텔 휘트니스에서 10만달러를 건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성 전 회장은 생전에 이 휘트니스를 약속 장소로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닌 돈 로비 창구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처럼 사회고위층들이 몰리는 사교클럽에 대해 알아봤다.


우리사회에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부자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상위 1%, 상위 0.1%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집단의 규모는 작아지고 결속력은 더욱 강해진다.

정재계 명문가
한데 모여 단합
 
세계 1위 갑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역시 중고등학교와 하버드대학교 인맥 덕을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을 이끈 1등 공신 스티브 발머는 빌 게이츠의 동창이다. 빌 게이츠 아버지의 교육방침 중 하나가 ‘부모가 자녀의 인맥을 넓혀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빌 게이츠 아버지는 아들에게 큰 자산을 주지는 못했지만 인맥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물려줬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족에게 인맥을 물려주고자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진입장벽이 높은 엘리트들의 ‘사교클럽’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낯설지만 이미 예전부터 존재했다. 그중 ‘서울클럽’은 사교클럽의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 장충동에 있는 서울클럽은 상류층의 사교문화를 국내에 들여온 곳으로 1904년 고종황제가 외국인과 내국인의 문화교류 촉진을 위해 만든 사교클럽이다. 회원은 약 1000여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회원 가입비는 7500만원 선이다. 90년대 말 회원가입비가 3000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5년 새 2.5배가 오른 셈이다.
 

서울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서울클럽 회원 2명의 추천을 받은 후 까다로운 절차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기간이 대략 3∼4년 정도다. 회원 수가 정해진 사교클럽이기 때문에 기존 회원이 이탈해야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가입 후에는 매달 35만원의 회원비를 따로 내야한다. 
 
정치인, 고위관료, 군 장성, 기업인…
1% 상류층 만남 장소 ‘사랑방’역할
 
이처럼 가입 문턱이 높다보니 세간의 시선을 피하고자 하는 정계와 재계의 유력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클럽은 1400여평 부지에 휘트니스센터와 레스토랑, 수영장, 테니스장, 어린이 놀이터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100여년의 오래된 전통을 갖고 있어 내부에는 역사의 흔적이 묻어있다.
 
서울클럽에 가입돼 있는 재계 회원은 현대중공업 그룹 일가,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일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등이 있다. 정치권 인사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이 있다. 그간 몇몇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이 서울클럽의 문을 두드렸지만 회원 공석이 없어 거절당했다가 오랜 시간의 대기와 심사를 거쳐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전해진다.
 
서울클럽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상류층이 서울클럽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아나운서의 자녀들이 이곳에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져 위화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젊은 상류층이 서울클럽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회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과의 글로벌 인적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주요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화를 중시하는 상류층에게는 외국인 회원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서울클럽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클럽 내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영어로 대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싼 회원권

없어서 못사
 
서울클럽 회원전용잡지 ‘테들러’(TATTLER)에는 서울클럽 회원들의 모임사진이 실리고 있다. 테들러 자료를 보면 서울클럽 내부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교류라는 설립 목적에 맞게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나 독일의 옥토퍼페스트 등 각국의 기념일에 여는 소규모 파티를 열어 교류의 장을 만든다. 할로윈, 크리스마스 파티는 기본이다. 방학에는 내국인과 외국인 회원 자녀가 함께하는 캠프도 운영된다. 상류층의 문화가 기성세대 일부만 누리는 것이 아닌, 가족단위로 누리고 있는 셈이다.
 
‘명우회’도 국내의 대표적인 사교클럽이다. 1956년 결성된 명우회는 당초 경기고등학교, 서울사대부고, 경기여고 등 명문 고등학교 출신 대학생들이 함께 독서토론을 하는 교양 서클이었다. 자연스레 서울대,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명문가 자제들의 사교모임으로 발전했다. 이후 80년대로 접어들면서 ‘똑똑하고 집안도 좋은’ 재벌가 자제들의 연결고리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이후 경제호황으로 인해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명우회의 위상이 올라갔다. 그러면서 한 해 30명 안팎의 엄선된 신입회원만 받아들이고 재계에서 정관계 자제들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와 동방유량(사조해표의 전신) 신명수 회장의 딸 정화씨가 인연을 맺은 곳도 명우회다.
 
정보 교류·친목 도모
은밀히 뇌물 오가기도 
 
‘땅콩회항’으로 논란을 빚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녀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딸들도 명우회 출신으로 알려진다. 서울대 재직 교수 가운데 명문가 출신인 이들도 학생시절 명우회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90년대 이후에는 진입장벽이 어느 정도 허물어져 정계와 재계 외에도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자제들도 가입이 가능해졌다. 회원가입 추천 기준이 과거보다 유연해져 회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남 구락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남클럽’도 대한민국 1%를 위한 대표적인 사교클럽으로 꼽힌다. 한남클럽은 서울의 상징인 남산 인근에 있다. 주 회원은 기업 오너, 변호사, 공인회계사, 의사, 교수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60대고 여성 회원은 극히 일부다. 회원권을 얻는 방식은 앞서 서울클럽과 비슷하다. 철저한 ‘물 관리’가 이뤄진다.
 
한남클럽의 존재감은 역대 회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남클럽 초대 및 2대 회장은 김용우씨(전 국방부 장관·작고)였다. 3대 회장 김정렬(전 국무총리), 4대 회장 설국관(전 대한여행사 사장·작고), 8대 회장 정희택(전 감사원장), 9대 회장 김종규(전 서울신문 사장), 10대 회장 선우종원(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11대 회장 이태호(전 수출입은행장·작고), 12대 회장 유종해(연세대 명예교수), 13대 회장 조해형(나라홀딩스 회장), 15대 회장 강신호(동아제약 회장), 18대 회장 서태식(삼일회계법인 명예회장) 등이다.

추천 없으면 
가입 불가능
 
서울 연희동의 ‘우정스포츠센터’도 한때 사교클럽으로 유명했다. 우정스포츠센터는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정관계, 재계 등 상류층 인사들이 모이는 고급 사교장이었다. 당시 회원 수는 가족을 포함해 1000여명에 이르렀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전 애용해오다 이임 후 다시 정회원으로 등록해 한때 운동을 계속했다고 알려진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92년 대선 전 이곳에서 수영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우정스포츠센터에는 ‘우정회’라는 친목단체가 따로 운영되기도 했다. 명문가 자녀들의 자연스런 사교의 장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연희동 우정스포츠센터 자리에 14층 규모의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서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최근에는 특급호텔 휘트니스가 새로운 사교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함께 운동을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각종 정보를 교류하며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수적인 이익이 나오기 때문에 회원권을 얻으려고 난리다. 회원권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하지만 특급호텔 휘트니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매물부족 현상을 빚을 정도다. 지난달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특급호텔 휘트니스 회원권의 시세는 평년 동기 대비 15∼20% 가량 상승했다. 고급 휘트니스의 주요 고객층은 고위 공직자, 대기업 경영자, 연예인 등이다.
 
특급호텔 휘트니스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서울 반얀트리 클럽’이다. 신라호텔, 하얏트호텔, W워커힐 호텔, 조선호텔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둘째 며느리인 탤런트 박상아와 그의 자녀들은 지난 2011년과 2013년 서울시내 반얀트리 수영장에서 목격돼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상위 0.1% 사교클럽으로 지칭되며 개인 회원권은 계약 기간만 20년이며 가격은 1억3000만원에 달한다. 특히 반얀트리 내 ‘카바나’ 수영장은 회원이 아니면 이용자체가 불가능하다. 
 
큰돈을 들여 회원권을 구입해도 200만∼500만원 가량의 연회비는 별도로 지불해야한다. 거래 가격은 거래소의 중매로 매수자, 매도자가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매물을 찾기 힘들 만큼 인기가 많다.
 
 
이 같은 호텔은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휘트니스 회원권을 보유하면 실내외 휘트니스는 물론 수영장, 스파, 사우나, 골프연습장, 테니스를 비롯한 스포츠 코트, 키즈클럽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부 호텔에서는 멤버십 고객에게 바우처를 정기적으로 제공해 숙박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사교모임이 이뤄지는 호텔은 여럿 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JW메리어트 호텔’ 인근에는 법원이 있어 법조계 인사가 자주 찾는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특이한 판결을 놓고 논쟁을 벌이거나, 변호사들이 각종 사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리츠칼튼 호텔’에는 강남구 역삼동 주변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년 사모님들이 주 고객이다. 삼성동 테헤란로 인근에 있는 ‘인터컨티넨탈 호텔’ 피트니스클럽인 ‘메트로폴리탄’(그랜드)과 ‘코스모폴리탄’(코엑스)의 주요 고객은 강남부유층과 IT기업 임원들이다.


경기 불황은
머나먼 남 얘기
 
호텔 휘트니스 회원들은 각자 스케줄에 맞춰 클럽 휴게실에 모여 소소하게는 재테크, 양육, 유학, 결혼정보 등 정보를 교류한다. 뿐만 아니라 자금을 모아 공동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휘트니스 간판이 걸려 있지만 사실상 그들만의 소속감과 동질성을 바탕으로 사교클럽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근래에는 이러한 특권의 향유가 젊은 층과 가족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알려진다.
 
대기업에도 사교모임의 장이 마련돼 있다. 삼성전자 사옥 5층에는 VIP를 모시기 위한 ‘코퍼리트 클럽’이 있다. 이 클럽은 접대용 레스토랑으로 삼성 계열사 부사장급 이상 임원만 이용할 수 있다. SK그룹은 사옥 35층에도 ‘다이아몬드룸’과 ‘루비룸’ 등 VIP레스토랑이 있다. 임원들은 주로 이곳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한다. 때문에 도청방지장치도 설치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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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