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외이사 해부 ‘막강 라인업’ 베스트

힘 꽤나 쓰는 양반들 다 채갔다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평균연령 59.3세. ‘아니오’를 모르는 ‘예스맨’. 이사회당 1000만원의 수당. 기업의 ‘방패막이’ 사외이사들의 면면이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대기업들의 사외이사 모시기가 한창이다. 검찰이나 공정위, 국세청, 감사원은 물론 정부 요직 출신의 주요인사들이 ‘꽃보직’에 안착하고 있다. 주요그룹들의 사외이사 막강 라인업을 들여다봤다.

 
3월은 주주총회 시즌이다. 재계는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에게 사외이사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검찰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감사원 등 이른바 권력기관 인사들이 줄지어 대기업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재벌 그룹 중 가장 적극적으로 사외이사 보강에 나선 곳은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은 상장사 6곳 중 4곳에서 관료 출신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나머지 2곳 역시 기존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자존심 없나
예스맨 전락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는 27일 열릴 정기주총에서 한승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병원 전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김대기 전 대통령 정책실장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존 사외이사로 국무총리실 실장을 거친 권태신 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윤세리 전 부산지검 검사(현 율촌 대표변호사),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3명을 두고 있다. 이들 중 윤 전 검사와 이 전 차관은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같은 날 주총을 여는 두산중공업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기존 3인의 사외이사 중 2인이 관료 출신이다. 송경순 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사무관과 차동민 서울고법 검사장이 그들이다. 
 
 
두산은 지난달 25일 두산건설 사외이사에서 중도 퇴임한 이종백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기존 사외이사 6명 중 관료 출신은 절반인 3명으로 김창환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서대원 전 국정원 해외담당 1차장, 송광수 전 검찰총장 등이다.  
 
이번 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하지 않는 두산엔진은 정구영 전 검찰총장과 박범훈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 등 관료출신 사외이사 2명을 두고 있다. 두산엔진의 사외이사진은 모두 6명이다. 이종백 전 서울고등검찰청의 중도퇴임으로 사외이사진이 최종원 전 경제기획원 행정사무관, 김창섭 국세공무원교육원 원장, 함상문 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원장 등 3명으로 줄어든 두산건설 역시 이번 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없다. 다만 김창섭 전 원장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고위관료 출신 외풍 방패막이로 영입
기업들 주총시즌 앞두고 모시기 경쟁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전무했던 오리콤은 올해 이동규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신규 선임한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보험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중공업, 삼성증권 등 계열사에서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거나 재선임한다.
 
 
삼성생명보험은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 김준영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를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결정했다. 윤 전 은행장은 기업은행·외환은행장을 역임하기 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 국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이와 함께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박봉흠 이사와 올해 6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김정관 이사도 1년 연임될 예정이다. 박 이사는 기획예산처 장관, 김 이사는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재직한 바 있다. 기존 사외이사인 이종남 이사는 증권감독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올해 임기 만료되는 사외이사 전원을 재선임할 예정인 삼성화재는 사외이사 4명 중 2명이 관료 출신이다. 문효남 사외이사와 손병조 사외이사는 각각 부산고등검찰청장, 관세청 차장 출신이다. 

“바쁘게 생겼네”
여기저기 러브콜
 
삼성카드는 박종문 전 대법관 재판연구관 및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영입한다.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송승환 사외이사의 빈자리를 박 전 부장판사가 채우게 되면 삼성카드의 사외이사 중 관료 비율은 25%에서 50%로 늘어난다. 기존 사외이사는 송승환 사외이사를 비롯 하영원 서강대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양성용 전 금감원 국장이 맡고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 출신의 유재한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삼성중공업에서는 곽동효 전 특허법원 법원장이 지난 2010년부터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삼성증권에선 이승우 전 금감위 부위원장을 새로 선임한다. 재정경제원 법무담당관과 통계청장을 거친 오종남 사외이사와 산자부 국장, 특허청 차장을 역임한 유영상 사외이사, 기획예산처 예상실 사회예산심의관과 대통령비서실 정책수석실 비서관 출신의 김성진 사외이사도 삼성증권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김성진 사외이사는 중소기업청 청장과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맡았던 관료 중의 관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사외이사에 권력기관 출신을 대거 포진시켰다.
 
현대차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과 대전지방국세청장을 거친 강일형 사외이사와 공정위 정책국 국장 출신의 임영철 사외이사 후임으로 이동규 전 공정위 사무처장과 이병국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신규 선임한다. 현대차에는 이들 외에 서울동부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 법원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오세빈 사외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공정위, 국세청, 금감원…
청와대·검찰 인사들 인기
 

기아차는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기존 사외이사인 김원준 전 공정위 국장은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출신의 남상구 사외이사와 홍현국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신건수 법무법인 KCL 고문 변호사, 김원준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신 변호사와 김 고문은 각각 서울고등검찰청 형사부장 검사, 공정위 경쟁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9∼2011년까지 장관과 검찰총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과 김준규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다. 3월 임기가 끝나는 이정수 전 대검찰청 차장 후임이다. 석호영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과 이동훈 전 공정위 사무처장은 재선임한다. 
 
현대제철은 무려 9년간 사외이사로 근무한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후임으로 박의만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사외이사로 새로 영입하고 기존 사외이사였던 정호열 전 공정위원장을 감사위원으로 초빙했다. 

화려한 이력들
바람 잘 막겠네
 
다른 그룹에 비해 사외이사 출신이 고르게 분포했던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 C&C가 정부 출신 인사를 신규 선임하면서 무게추가 기울었다. SK텔레콤은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SK텔레콤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이재훈 전 산자부 차관이 정부 출신 사외이사다. 
 

SK C&C는 언론인 출신의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주순식 전 공정위 상임위원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SK C&C는 사외이사 전원이 관료 출신이다. 전두환정부 시절 3대 중수부장을 지내며 역대 최장기간 재직 기록을 세웠던 한영석 전 법무부차관과 이용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공사, 이환균 전 국토부 장관 등이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의 사외기사 기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마트는 주총에서 3명의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1명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이마트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바뀌는 셈이다. 재선임 대상은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의 전형수 사외이사다.
 
신규 선임 후보자에는 박재영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성준 전 청주지검 차장검사,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등이 올랐다. 최재붕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 착용형 스마트기기추진단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임기를 마치게 될 기존 사외이사로는 보건복지부 차관 출신의 문창진 사외이사와 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인 박영렬 사외이사, 전 감사원 감사위원인 박종구 사외이사가 있다.
 
신세계는 4명의 사외이사가 국세청, 감사원, 검찰, 공정위 출신이다. 국세청장 출신인 손영래 사외이사, 법무연수원장이었던 조근호 사외이사, 감사원장 직무대행이었던 김종신 이사, 공정위 부위원장이었던 손익옥 이사로 구성돼 있다.
 
신세계의 맞수 롯데그룹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롯데쇼핑은 6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이 청와대, 금감원, 검찰, 국세청 출신이다. 대전지방국세청장 출신의 박동열 사외이사, 대검 감찰부장 출신의 김태현 사외이사, 대통렬비서실 민정수석실 국장 출신의 임삼진 사외이사, 금감원 감독정보국 법무실 팀장 출신의 백명현 사외이사가 그들이다.

○피아 총출동
퇴직관료 경로당
 
롯데그룹 전체를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롯데그룹 8개 상장계열사 사외이사 29명 중 19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은 김형균 전 광주지방국세청장, AK홀딩스는 정중택 전 부장검사를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고 GS홈쇼핑은 구희권 전 국회사무장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한국제지는 김진표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농심은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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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