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게스트하우스 '오해와 진실'

잘 된다하니…대책없이 따라하기

[일요시사 사회2팀] 박창민 기자 =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11만명이 훌쩍 넘었다. 특히나 백팩커(Back Packer)라고 불리는 젊은 배낭여행족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 머물며 2만원 내외의 저렴한 숙박 시설인 게스트하우스를 찾는다. 사실 게스트하우스는 국내에서 법적, 행정적 공식용어가 아니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민박업과 게스트하우스 경계는 모호하다. 최근 규제 없이 난립하는 불법 게스트하우스가 성행하면서 법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의 민박업의 시작은 홈스테이다. 80년대부터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대거 방문하며, 매년 교환 방문을 홈스테이로 진행했다. 이후 87년 문화관광부의 지원으로 한국의 민박이 소개되어 외국인 민박 활동이 전개됐다. 88서울올림픽 개최 때 정부는 외국인 민박 가정을 모집 교육했다. 2002년 월드컵 동안 부족한 숙박 시설을 보완할 목적으로 각 개최도시 열 군데 5000가정을 모집해 교육했다. 일부 개최도시에 외국어 훈련 보조비용까지 각 민박 가정에 지원했다. 하지만 일회성 모집과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한시적인 운영으로 끝났다.
 
외국인에 망신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자용 숙소로 저렴한 요금과 간단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민박업을 의미한다. 유럽·미국·호주 등 외국에서 인식되는 게스트하우스의 보편적 의미는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긴밀한 교류를 가능케 하는 홈스테이 형태다. 따라서 보통 게스트하우스의 숙박 형태는 한 방에 몇 명이 묵는지를 결정하는 3인실, 5인실 등이 기준이 된다. 
 
국내 게스트하우스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기준으로 ‘도시지역의 주민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숙식 등을 제공하는 업’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 부합한 민박업들은 홈스테이,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홈스테이는 한국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를 말한다. 호스텔은 외국인 및 내국인 관광객을 위해 샤워장 편의시설을 갖춰야 하며, 문화 및 정보 교류 시설 등을 갖춘 시설을 말한다. 
 
이처럼 명칭들 사이에 대한 개념이 비슷해 게스트하우스의 통상적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 도시민박업 기준에 부합만 한다면 어떤 숙박 형태에도 게스트하우스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민박업과 다른 숙박업에 속한 여관이나 모텔과 등 일반 숙박 시설에서 게스트하우스 간판을 내걸 수 있다. 
 

이처럼 규제가 없이 게스트하우스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게스트하우스 난립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문제로 부산시에는 게스트하우스라는 명칭의 숙박업소가 60개나 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 중에는 한국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찾았지만 관리가 안된 모텔에 투숙해 낭패를 보거나, 실망한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관광진흥법상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업체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만 숙박을 제공해야 한다. 내국인을 들일 시 등록을 취소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손님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내국인 여행자들의 게스트하우스 이용은 급증하는 추세이다. 국내 여행객 A씨는 “국내 기차 여행하면서 대부분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는데, 가끔씩 어떤 곳은 한국 사람은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말해 모텔에서 자곤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게스트하우스 이용에 있어 관련 법규가 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내국인은 일반 숙박업으로 등록된 게스트하우스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숙박업으로 된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교외나 도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 
 
2만원 내외 저렴한 숙박 시설 인기
오피스텔 원룸 변신…무허가 난립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지역 및 도시에서 일반 관광숙박 시설로 허가 받기는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서울 시내 게스트하우스 등록 업소 145곳 중 39곳만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외국 관광객이 적은 지방 도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의 고민이 크다. 외국인 관광 도시 민박업은 3개 국어가 가능한 관광통역사를 의무적으로 둬야 하지만 정작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외국인은 많지 않다. 게스트하우스 업주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 먹고 살기 위해 내국인 관광객을 받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서울 홍대 주변과 명동 등 도심에서 원룸과 오피스텔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무허가 업소들이 판을 치고 있다. 현행법 상 오피스텔과 원룸은 게스트하우스로 이용할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게스트하우스의 목적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생활문화를 알리자는 취지다.
 

일반 가정집과 오피스텔만 제공하는 것은 그 취지에 애초부터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 게스트하우스들은 숙박업소에서 요구하는 안전기준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화재보험에 들지 않고 소화기 등 기본적인 소방안전 부분에 전반적으로 취약하다. 
 
마포의 경우 외국인 관광 민박업이 총 167곳이다. 불법으로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를 합치면 250곳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부분 비어 있는 원룸을 게스트하우스로 돌려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광객에게 7만원 내외에 방을 대여해주는 식이다. 
 
 
최근 중국 자본이 홍대나 신촌 일대의 단독주택을 사들여 중국 내 여행 사이트를 통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서울 동교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관계자는 “홍대 일대에 단독 주택에 민박 개념의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은데, 대부분 돈 많은 중국인들 것이다”고 말했다.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은 실제로 그 일대에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중국인들이 많아졌다고 증언했다.
 
게스트하우스의 내국인 유치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존에 운영 중인 게스트하우스의 경우는 내국인 손님이 아니면 사업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문화관광연구원은 앞으로 게스트하우스가 별도로 제도화된다면 일부 내국인(외국인게스트와 외국에서부터 동행한 한국인 및 외국인 게스트의 한국 내 지인 등)에 대해 선별적 유치할 수 있도록 검토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에서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내 마을기업에 속한 게스트하우스에 한해 내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허용했다. 하지만 마을기업으로 지정되기가 쉽지 않아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허술한 관련법
 
전문가들은 부실한 법 제정과 단속이 불법 게스트하우스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터넷에 홍보만 하면 일정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불법으로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가 많다고 주장했다. 
 
현재 모텔과 여관 등은 숙박업 관련 공중위생법으로 보건 위생당담 공무원,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은 문화정책당담 부서로 관광진흥 관련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이원화된 시스템이 공무원들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도 게스트하우스 장사
 
지난해 한류스타 ‘슈퍼주니어’(슈주) 멤버 규현(26·조규현)의 부친이 게스트하우스를 불법적으로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최근 규현의 부친이자 중구 명동에서 M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조모(55)씨를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9월부터 중구 명동 6층짜리 건물 1개 층만 게스트하우스로 신고하고 2∼6층 5개 층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중구청과의 합동 단속 과정에서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위법성 요인을 확인해 처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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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