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하다’ 소문난 네티즌 수사대 '앞과뒤'

경찰 수사 도우미? 방해꾼? ‘누구냐 넌’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크림빵 뺑소니’사건 범인이 자수했다. 경찰은 CCTV를 추가 확보해 뒤늦게 용의 차량이 ‘윈스톰’임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섰다. 용의자는 뺑소니 차량으로 지목되자 압박감을 느껴 경찰서로 자수했다.

언론은 용의차량이 윈스톰으로 밝혀짐에 따라 초기 용의차량을 BMW로 본 경찰 초동 수사에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과연 경찰 초동 수사만의 문제일까? 네티즌 수사대는 그간 사고 직후 뺑소니 차량 동영상을 분석하며, 용의 차량을 BMW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단하다, 엄청나다’ 등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들의 집요함과 CSI에 버금가는 분석력이라며 극찬했다. 지난 27일부터 ‘크림빵 뺑소니 BMW’ 키워드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상위권에 머물며 뜨거웠다. 
 
단순 조언인데
마치 사실인양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경찰 또한 수사력을 BMW 차량을 찾는 데 집중했다. 국립과학연구소의 분석 결과도 네티즌 수사대가 주장한 차량과 유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헛짚은 셈이 됐다. 용의 차량은 완전히 달랐다. 결국 처음부터 BMW라고 분석한 네티즌 수사대의 주장은 혼란만 야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그간 네티즌 수사대가 이룬 공적도 무시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사건사고 중심에는 언제나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이 있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총알의 진실>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문제 재기를 했다. 이들 사례는 대부분 네티즌 수사대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사건의 결정적 증거 확보에 이바지했다. 이처럼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는 네티즌 수사대의 양면성. 그들은 누구인가?
 
네티즌 수사대는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처음 시작됐다. 인터넷의 정보를 근간으로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이 활동하며 ‘NCSI(Netizen Crime Scene Investigation)’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 과학수사대 ‘SI(Crime Scene Investigation)‘ 네티즌의 머리글자인 N을 합친 신조어다. 이들은 이번 크림빵 뺑소니 사고처럼 경찰 수사만으로 해결하지 못한 사건사고와 사회 이슈 등을 파헤친다.
 
네티즌 수사대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불특정다수일 뿐이다. 이 불특정다수는 지나가는 네티즌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면, 지나가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의 파편을 공유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이기에 그 능력은 제각기로 자신의 역량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정보를 제공한다. 검색을 잘하는 네티즌은 정보를 구할 수 있으며, 그림 편집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모인 정보를 토대로 그럴듯하게 짜 맞춘 그림을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더 환기할 수 있다. 
 
크림빵 뺑소니 사고처럼 사진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사진을 분석할 수도 있다. 흔히 네티즌수사대는 질보다는 양이라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일수록 유능한 네티즌들이 그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다 보면 결정적인 단서를 가진 사람이 올 수도 있다. 반면 이번 크림빵 사건처럼 잘못된 정보로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묻힌 사건 국민적 관심 높이는 역할
‘CSI 버금’ 전국서 한마음으로 제보
 
경찰처럼 전산 조회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네티즌수사대는 어떻게 이름부터 취향까지 다 밝혀내는 걸까. 이들의 수사는 포털사이트 구글, 네이버 등에 이름이나 아이디를 검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나온 조각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신상 정보를 모아간다. 이름과 나이 등 기본적인 정보를 토대로 미니홈페이지 검색으로 확장해간다. 수사대상자들이 무심코 올렸던 글 하나, 댓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이 같은 과정은 혼자만 하는 게 아니다. 새로 밝혀진 단서는 네티즌들에게 공유하고, 공유된 이 단서를 토대로 다른 네티즌은 또 수사를 이어간다. 반복되면서 잘게 쪼개진 정보는 점점 완성된 형태로 모양을 갖춰간다. 일종의 공조 수사인 셈이다.
 
모인 정보를 바탕으로 상세 정보 취득과 파악을 통해 쉽게 이해되는 약칭을 만든다. 약칭을 만들 때는 <크림빵 뺑소니><국정원 댓글><개똥녀>와 같이 사건에 있어 상징적인 단어를 결합한다. 일단 약칭이 만들어져 인기검색어가 된다면 순식간에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새로운 정보가 쏟아진다. 이 과정 이슈화가 돼 언론의 주목을 받아 하나의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다.
 
집요함 기본 
분석력 극찬
 
2011년 해군의 소말리아 해적 진압 당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다리에서 발견된 총알 1개는 우리 해군이 쏜 것으로 조사됐다. 복부 등에서 수거한 탄환 1개는 의료진이 분실했다. 이에 따라 석 선장이 누구의 총에 맞아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졌는지 의문이 일었다. 수사본부는 석선장의 몸속에 있던 탄환 가운데 1발이 우리 해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경찰이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네티즌 수사대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석 선장 총상 6발, 해적이 쐈나, 아군 오발인가? 의혹증폭’, ‘석선장 과연 해적이 쐈나?’, ‘석 선장 총알 관련 아덴만 여명 작전 5대 의문점’ 등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네티즌은 “MP5는 테러 진압용이며, 테러범 몸통을 관통한 총알이 혹시 다른 인질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총알의 위력이 약하다. 따라서 몸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석 선장이 있던 곳에서는 교전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한나라당의 안형환 대변인은 네티즌들의 의문 제기를 간첩들의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네티즌 수사대의 추론이 맞았다.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던 한 네티즌은 논란이 한창일 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석해균 선장의 몸속에서 추출한 총알이 바꿔치기 당하기 전에, 총알을 사진으로 찍고 총알의 지름을 재서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총알의 지름이 7.62mm이면 AK소총, 총알의 지름이 9mm이면 MP5소총의 것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뜨거운 감자 국정원 댓글 사건(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전말을 밝힌 것도 네티즌 수사대이다. 한 평범한 직장인 네티즌은 SNS에서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흔적을 찾았다. 그는 국정원 트위터 핵심 계정을 가지고 추적을 시작해 꼬리를 물며 트위터 작성 글과 연동된 또 다른 트위터 계정을 찾았다. 그는 밝혀진 아이디를 구글로 검색해 그 아이디가 올린 다른 게시물을 찾았다. 그리고 해당 게시물의 제목들로 다시 검색해 관련 글들을 검색했다. 
 
이 과정  중ㅍ 기존에 없던 아이디도 추가로 나왔으며, 국정원 측에서 트위터를 삭제했더라도 구글에 ‘저장된 페이지’ 등으로 남아 있었다. 삭제됐던 국정원의 핵심 계정 10개도 이 방법으로 찾았으며, 검색과 검색 끝에 국정원 계정으로 올린 트위터 121만 건을 찾아냈다. 그가 찾아낸 국정원 트위터 글은 대부분 삭제된 경우이다. 이 네티즌은 이 사실을 <뉴스타파>에 제보했으며, <뉴스타파>는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핵심계정 10개를 공개했다. 그중 핵심 계정으로 꼽힌 ‘nudlenudle’가 국정원 심리전담 직원 이모씨라는 것을 밝혀냈다.
 
정보력·파급력
폭발적인 반응
 
언론은 검찰 수사팀에게 트위터를 조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버가 미국에 있어 조사가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털에 흔적이 있다면 미국 서버를 뒤질 필요가 없이 신원확인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단순히 논란으로만 남아 영원히 묻힐 수 있었던 국정원 트위터 진실을 한 네티즌 수사대가 찾아낸 것이다.
 
이렇게 네티즌 수사대가 기존 언론을 능가한 사례도 많았지만, 이번 크림빵 사건처럼 혼란을 초래한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2013년 미국을 테러공포에 몰아넣었던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용의자도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으로 닷새 만에 체포됐다. 미국 네티즌은 FBI(연방수사국)에서 공개한 용의자 사진, 동영상, 인상창의, 단서 등을 적극적으로 퍼뜨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네티즌 수사는 혼란도 키웠다. 마치 이번 크림빵 뺑소니 사건처럼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잘못된 정보로 수사에 방해만 초래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이 잘못된 용의자를 지목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랐다. 브라운대 학생인 서닐 트리파시는 레딧과 트위터에서 용의자로 지목돼 페이스북 페이지가 악성 댓글로 덮이는 봉변을 당했다. 고교생 에딘 바르훔도 자신의 사진이 용의자로 인터넷에 공개됐고 일간지 <뉴욕포스트>가 1면에 사진을 실었다. 그는 혐의사실이 없다는 경찰 발표 뒤에도 “주변 시선이 무서워 밖에 나갈 수 없다”고 호소했다.
 
‘믿을까 말까’ 양면성 딜레마
잘못된 정보로 수사 난항도
 
애꿎은 뺑소니 차량을 BMW라고 지적한 것처럼 엉뚱한 사람을 지목해 마녀사냥을 당하게 만드는 것도 네티즌 수사대 때문이다. 특히 SNS식 여론몰이가 마녀사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른바 신상털기가 이뤄지는데, 상대방의 자료를 검색해 폭로하는 일종의 사이버 테러다. 사실상 신상털기는 비인격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등 특정인에 대한 처벌로 이뤄지게 된다. 최근 도를 넘어 전화번호, 주소, 개인 사진 등 인적 사항을 전부 적나라하게 파헤쳐, 사생활 침해와 명예를 훼손시킬 만큼 무자비하게 공격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12년 성균관대에서 성폭행 가담 학생 입학을 취소한 경우도 가담했던 공범 학생들이 잘못 공개돼 애꿎게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했다. 같은 해 서산 아르바이트 여대생이 성폭행 당한 후 자살했다는 사건에서는 네티즌 수사대의 무차별적인 공개로 엉뚱한 사람이 마녀사냥을 당한 것은 물론 피해자 유족들까지 큰 고통을 입었다. 
 
 
마구잡이식 신상털기는 개인 자체를 사회적으로 매장해버리는 ‘인격 살인’이 문제시되면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동명이인 등 사건과 무관한 제3자가 지목되면서 엉뚱한 사람의 신상 정보가 퍼지거나 가족, 지인들이 정신적인 충격을 입는 등 2차 피해가 우려돼 ‘무차별 신상털기’가 사회적 문제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상대방과의 의견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막말, 조롱 등의 원색적인 악성 댓글을 주고받으며 감정이 격해져 상대방을 직접 찾아 나서기 위한 신상털기까지 이어지고 있어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다툼이 현실에서 끔찍한 범죄까지 이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2010년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이 불거졌다. 일부 네티즌은 타블로가 3년9개월 만에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땄다는 사실을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인터넷 카페가 만들어졌고 회원은 18만 명이 넘었다. 이 카페는 타블로가 실제 스탠퍼드에 다니지 않았다는 증거를 내놓아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마치 이번 뺑소니 사건처럼 언론에 나온 몇 초밖에 되지 않은 CCTV를 토대로 차종을 분석하며 검증을 시도했던 것처럼 말이다. 
 
타블로는 이 의혹 제기를 무시했으나 나중에는 분위기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돌아가자 일부 네티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결국 수사기관이 직접 나섰으며, 경찰은 스탠퍼드대 한국 동문 관계자와 당시 기숙사 동료를 직접 만나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타진요 회원 10명 중 3명은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나머지 6명은 각각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결국 타진요 네티즌 수사대는 사생활 캐기의 촌극으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군집행동(herd behavior)의 예를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군집행동은 곤충이나 동물에서 흔히 발견된다. 평소에 무리를 지어 행동하고, 위기가 닥치면 무리를 지어 도망간다. 생물학자 해밀턴은 1971년 쓴 논문에서 위험에 처한 동물이 무리를 지어 도망가는 이유는 각자가 될 수 있는 대로 무리의 중심에 가까이 감으로써 자기에게 돌아오는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데서 나타난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합리적인 행동이다.
 
‘생사람 잡는’
마녀사냥 우려
 
인간도 자주 군집행동을 하는데, 이 중에는 비합리적인 행동이 많다. 특히 금융시장, 부동산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주식, 부동산을 사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은 뭔가 이익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따라가게 된다. 이를 ‘악대효과’(밴드왜건 이펙트)라고도 말한다. 마을에 서커스가 등장해서 나팔을 불고 다니면 사람들이 덩달아 구경을 가는 것이니 일종의 군집행동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타블로 사건도 네티즌수사대의 본질인 군집행동이 공익적 목적이 아닌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형태로 빚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실화된 ‘현피’ 공포
 
‘현실’의 앞글자인 ‘현’과 PK(Player Kill)의 앞글자인 ‘P’의 합성어로. 게임, 메신저 등과 같이 웹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살인,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대부분 직접 만나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끝났지만, 2013년 부산 해운대구 살인 사건은 현피가 살인까지로 간 이례적인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불붙은 정치적 논쟁이 인신공격성과 신상털기가 이어지면서 상대방의 신상을 확보해 직접 찾아가 잔인하게 살인까지 한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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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