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하다’ 소문난 네티즌 수사대 '앞과뒤'

경찰 수사 도우미? 방해꾼? ‘누구냐 넌’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크림빵 뺑소니’사건 범인이 자수했다. 경찰은 CCTV를 추가 확보해 뒤늦게 용의 차량이 ‘윈스톰’임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섰다. 용의자는 뺑소니 차량으로 지목되자 압박감을 느껴 경찰서로 자수했다.

언론은 용의차량이 윈스톰으로 밝혀짐에 따라 초기 용의차량을 BMW로 본 경찰 초동 수사에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과연 경찰 초동 수사만의 문제일까? 네티즌 수사대는 그간 사고 직후 뺑소니 차량 동영상을 분석하며, 용의 차량을 BMW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단하다, 엄청나다’ 등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들의 집요함과 CSI에 버금가는 분석력이라며 극찬했다. 지난 27일부터 ‘크림빵 뺑소니 BMW’ 키워드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상위권에 머물며 뜨거웠다. 
 
단순 조언인데
마치 사실인양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경찰 또한 수사력을 BMW 차량을 찾는 데 집중했다. 국립과학연구소의 분석 결과도 네티즌 수사대가 주장한 차량과 유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헛짚은 셈이 됐다. 용의 차량은 완전히 달랐다. 결국 처음부터 BMW라고 분석한 네티즌 수사대의 주장은 혼란만 야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그간 네티즌 수사대가 이룬 공적도 무시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사건사고 중심에는 언제나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이 있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총알의 진실>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문제 재기를 했다. 이들 사례는 대부분 네티즌 수사대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사건의 결정적 증거 확보에 이바지했다. 이처럼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는 네티즌 수사대의 양면성. 그들은 누구인가?
 
네티즌 수사대는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처음 시작됐다. 인터넷의 정보를 근간으로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이 활동하며 ‘NCSI(Netizen Crime Scene Investigation)’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 과학수사대 ‘SI(Crime Scene Investigation)‘ 네티즌의 머리글자인 N을 합친 신조어다. 이들은 이번 크림빵 뺑소니 사고처럼 경찰 수사만으로 해결하지 못한 사건사고와 사회 이슈 등을 파헤친다.
 
네티즌 수사대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불특정다수일 뿐이다. 이 불특정다수는 지나가는 네티즌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면, 지나가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의 파편을 공유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이기에 그 능력은 제각기로 자신의 역량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정보를 제공한다. 검색을 잘하는 네티즌은 정보를 구할 수 있으며, 그림 편집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모인 정보를 토대로 그럴듯하게 짜 맞춘 그림을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더 환기할 수 있다. 
 
크림빵 뺑소니 사고처럼 사진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사진을 분석할 수도 있다. 흔히 네티즌수사대는 질보다는 양이라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일수록 유능한 네티즌들이 그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다 보면 결정적인 단서를 가진 사람이 올 수도 있다. 반면 이번 크림빵 사건처럼 잘못된 정보로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묻힌 사건 국민적 관심 높이는 역할
‘CSI 버금’ 전국서 한마음으로 제보
 
경찰처럼 전산 조회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네티즌수사대는 어떻게 이름부터 취향까지 다 밝혀내는 걸까. 이들의 수사는 포털사이트 구글, 네이버 등에 이름이나 아이디를 검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나온 조각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신상 정보를 모아간다. 이름과 나이 등 기본적인 정보를 토대로 미니홈페이지 검색으로 확장해간다. 수사대상자들이 무심코 올렸던 글 하나, 댓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이 같은 과정은 혼자만 하는 게 아니다. 새로 밝혀진 단서는 네티즌들에게 공유하고, 공유된 이 단서를 토대로 다른 네티즌은 또 수사를 이어간다. 반복되면서 잘게 쪼개진 정보는 점점 완성된 형태로 모양을 갖춰간다. 일종의 공조 수사인 셈이다.
 
모인 정보를 바탕으로 상세 정보 취득과 파악을 통해 쉽게 이해되는 약칭을 만든다. 약칭을 만들 때는 <크림빵 뺑소니><국정원 댓글><개똥녀>와 같이 사건에 있어 상징적인 단어를 결합한다. 일단 약칭이 만들어져 인기검색어가 된다면 순식간에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새로운 정보가 쏟아진다. 이 과정 이슈화가 돼 언론의 주목을 받아 하나의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다.
 
집요함 기본 
분석력 극찬
 
2011년 해군의 소말리아 해적 진압 당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다리에서 발견된 총알 1개는 우리 해군이 쏜 것으로 조사됐다. 복부 등에서 수거한 탄환 1개는 의료진이 분실했다. 이에 따라 석 선장이 누구의 총에 맞아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졌는지 의문이 일었다. 수사본부는 석선장의 몸속에 있던 탄환 가운데 1발이 우리 해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경찰이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네티즌 수사대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석 선장 총상 6발, 해적이 쐈나, 아군 오발인가? 의혹증폭’, ‘석선장 과연 해적이 쐈나?’, ‘석 선장 총알 관련 아덴만 여명 작전 5대 의문점’ 등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네티즌은 “MP5는 테러 진압용이며, 테러범 몸통을 관통한 총알이 혹시 다른 인질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총알의 위력이 약하다. 따라서 몸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석 선장이 있던 곳에서는 교전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한나라당의 안형환 대변인은 네티즌들의 의문 제기를 간첩들의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네티즌 수사대의 추론이 맞았다.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던 한 네티즌은 논란이 한창일 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석해균 선장의 몸속에서 추출한 총알이 바꿔치기 당하기 전에, 총알을 사진으로 찍고 총알의 지름을 재서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총알의 지름이 7.62mm이면 AK소총, 총알의 지름이 9mm이면 MP5소총의 것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뜨거운 감자 국정원 댓글 사건(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전말을 밝힌 것도 네티즌 수사대이다. 한 평범한 직장인 네티즌은 SNS에서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흔적을 찾았다. 그는 국정원 트위터 핵심 계정을 가지고 추적을 시작해 꼬리를 물며 트위터 작성 글과 연동된 또 다른 트위터 계정을 찾았다. 그는 밝혀진 아이디를 구글로 검색해 그 아이디가 올린 다른 게시물을 찾았다. 그리고 해당 게시물의 제목들로 다시 검색해 관련 글들을 검색했다. 
 
이 과정  중ㅍ 기존에 없던 아이디도 추가로 나왔으며, 국정원 측에서 트위터를 삭제했더라도 구글에 ‘저장된 페이지’ 등으로 남아 있었다. 삭제됐던 국정원의 핵심 계정 10개도 이 방법으로 찾았으며, 검색과 검색 끝에 국정원 계정으로 올린 트위터 121만 건을 찾아냈다. 그가 찾아낸 국정원 트위터 글은 대부분 삭제된 경우이다. 이 네티즌은 이 사실을 <뉴스타파>에 제보했으며, <뉴스타파>는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핵심계정 10개를 공개했다. 그중 핵심 계정으로 꼽힌 ‘nudlenudle’가 국정원 심리전담 직원 이모씨라는 것을 밝혀냈다.
 
정보력·파급력
폭발적인 반응
 
언론은 검찰 수사팀에게 트위터를 조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버가 미국에 있어 조사가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털에 흔적이 있다면 미국 서버를 뒤질 필요가 없이 신원확인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단순히 논란으로만 남아 영원히 묻힐 수 있었던 국정원 트위터 진실을 한 네티즌 수사대가 찾아낸 것이다.
 

이렇게 네티즌 수사대가 기존 언론을 능가한 사례도 많았지만, 이번 크림빵 사건처럼 혼란을 초래한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2013년 미국을 테러공포에 몰아넣었던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용의자도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으로 닷새 만에 체포됐다. 미국 네티즌은 FBI(연방수사국)에서 공개한 용의자 사진, 동영상, 인상창의, 단서 등을 적극적으로 퍼뜨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네티즌 수사는 혼란도 키웠다. 마치 이번 크림빵 뺑소니 사건처럼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잘못된 정보로 수사에 방해만 초래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이 잘못된 용의자를 지목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랐다. 브라운대 학생인 서닐 트리파시는 레딧과 트위터에서 용의자로 지목돼 페이스북 페이지가 악성 댓글로 덮이는 봉변을 당했다. 고교생 에딘 바르훔도 자신의 사진이 용의자로 인터넷에 공개됐고 일간지 <뉴욕포스트>가 1면에 사진을 실었다. 그는 혐의사실이 없다는 경찰 발표 뒤에도 “주변 시선이 무서워 밖에 나갈 수 없다”고 호소했다.
 
‘믿을까 말까’ 양면성 딜레마
잘못된 정보로 수사 난항도
 
애꿎은 뺑소니 차량을 BMW라고 지적한 것처럼 엉뚱한 사람을 지목해 마녀사냥을 당하게 만드는 것도 네티즌 수사대 때문이다. 특히 SNS식 여론몰이가 마녀사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른바 신상털기가 이뤄지는데, 상대방의 자료를 검색해 폭로하는 일종의 사이버 테러다. 사실상 신상털기는 비인격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등 특정인에 대한 처벌로 이뤄지게 된다. 최근 도를 넘어 전화번호, 주소, 개인 사진 등 인적 사항을 전부 적나라하게 파헤쳐, 사생활 침해와 명예를 훼손시킬 만큼 무자비하게 공격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12년 성균관대에서 성폭행 가담 학생 입학을 취소한 경우도 가담했던 공범 학생들이 잘못 공개돼 애꿎게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했다. 같은 해 서산 아르바이트 여대생이 성폭행 당한 후 자살했다는 사건에서는 네티즌 수사대의 무차별적인 공개로 엉뚱한 사람이 마녀사냥을 당한 것은 물론 피해자 유족들까지 큰 고통을 입었다. 
 
 
마구잡이식 신상털기는 개인 자체를 사회적으로 매장해버리는 ‘인격 살인’이 문제시되면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동명이인 등 사건과 무관한 제3자가 지목되면서 엉뚱한 사람의 신상 정보가 퍼지거나 가족, 지인들이 정신적인 충격을 입는 등 2차 피해가 우려돼 ‘무차별 신상털기’가 사회적 문제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상대방과의 의견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막말, 조롱 등의 원색적인 악성 댓글을 주고받으며 감정이 격해져 상대방을 직접 찾아 나서기 위한 신상털기까지 이어지고 있어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다툼이 현실에서 끔찍한 범죄까지 이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2010년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이 불거졌다. 일부 네티즌은 타블로가 3년9개월 만에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땄다는 사실을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인터넷 카페가 만들어졌고 회원은 18만 명이 넘었다. 이 카페는 타블로가 실제 스탠퍼드에 다니지 않았다는 증거를 내놓아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마치 이번 뺑소니 사건처럼 언론에 나온 몇 초밖에 되지 않은 CCTV를 토대로 차종을 분석하며 검증을 시도했던 것처럼 말이다. 
 
타블로는 이 의혹 제기를 무시했으나 나중에는 분위기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돌아가자 일부 네티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결국 수사기관이 직접 나섰으며, 경찰은 스탠퍼드대 한국 동문 관계자와 당시 기숙사 동료를 직접 만나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타진요 회원 10명 중 3명은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나머지 6명은 각각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결국 타진요 네티즌 수사대는 사생활 캐기의 촌극으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군집행동(herd behavior)의 예를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군집행동은 곤충이나 동물에서 흔히 발견된다. 평소에 무리를 지어 행동하고, 위기가 닥치면 무리를 지어 도망간다. 생물학자 해밀턴은 1971년 쓴 논문에서 위험에 처한 동물이 무리를 지어 도망가는 이유는 각자가 될 수 있는 대로 무리의 중심에 가까이 감으로써 자기에게 돌아오는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데서 나타난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합리적인 행동이다.
 
‘생사람 잡는’
마녀사냥 우려
 
인간도 자주 군집행동을 하는데, 이 중에는 비합리적인 행동이 많다. 특히 금융시장, 부동산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주식, 부동산을 사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은 뭔가 이익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따라가게 된다. 이를 ‘악대효과’(밴드왜건 이펙트)라고도 말한다. 마을에 서커스가 등장해서 나팔을 불고 다니면 사람들이 덩달아 구경을 가는 것이니 일종의 군집행동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타블로 사건도 네티즌수사대의 본질인 군집행동이 공익적 목적이 아닌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형태로 빚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실화된 ‘현피’ 공포
 
‘현실’의 앞글자인 ‘현’과 PK(Player Kill)의 앞글자인 ‘P’의 합성어로. 게임, 메신저 등과 같이 웹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살인,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대부분 직접 만나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끝났지만, 2013년 부산 해운대구 살인 사건은 현피가 살인까지로 간 이례적인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불붙은 정치적 논쟁이 인신공격성과 신상털기가 이어지면서 상대방의 신상을 확보해 직접 찾아가 잔인하게 살인까지 한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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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