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시간을 잡고 있는 레코드집 사장님 이석현

LP로 즐기는 3D 입체 사운드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서울 명동 도심, 신세계백화점 거리는 늘상 최신 유행으로 치장한 인파로 북적인다. 이곳 주변 회현 지하상가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레코드 가게가 있다. LP 역사의 나이테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리빙사'.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레코드 가게 중 하나다. 빽빽한 LP판으로 가득한 리빙사는 세월을 거슬러 현재를 버텨내고 있다.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회현역 터줏대감 리빙사를 찾아가보았다.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 마루였을뿐 /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이석현 리빙사 사장이 LP 한 장을 턴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숨을 멈추고 아슬아슬하게 올린 바늘이 ‘지지직’ 소리를 내는 순간, 가수 김민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읇조리며 노래한 ‘봉우리’가 흘러나왔다. 바늘은 구불구불한 LP판의 골을 지나면서 만난 공기까지 김민기의 목소리로 전달했다. 한때 금지곡이었던 이 음악은 어느덧 추억이 됐다.

장인 가게 물려받아

한국에서 LP의 역사는 불운했다. 1970년대에 나온 김민기의 앨범은 판매금지를 당했다. 그 시대에는 많은 곡이 금기시됐다. 그래도 낭만이 살아있었다. 당시 자유를 향한 열망이 강했던 젊은이들이 많은 음악을 듣고 쏟아냈다. 그러나 LP를 구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웠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마음껏 음악을 들을 수 있다. 1980년대 LP에서 1990년대 테이프, 2000년대 CD와 MP3,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듣고 싶은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로 넘어왔다. 자연스레 음반판매상은 과거의 유물이 됐다.

그렇게 2000년대를 기점으로 수많은 음반점이 무너졌다. 광화문 등지의 중고 LP판매점도, 동네 골목에 있었던 소규모 매장들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불법 카피 음반은 활개를 쳤다. 음악은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소유'보다는 '공유'의 개념에 가까워지면서 음반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도 점차 사라졌다.


1965년 리빙사의 문을 열었던 고 정호용 옹은 50년 동안 음반시장의 몰락을 직접 지켜봤다. 그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리빙사를 지켜냈다. 지금은 쉰이 다 되가는 그의 딸과 사위 이석현 사장이 리빙사 문을 열고 있다. 2003년부터 10년이 넘도록 리빙사 공간을 턴테이블에 LP를 얹어 음악으로 가득 채웠다.
 

“어려웠죠. 많이 어려웠습니다. 리빙사를 지켜내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었어요. 저희 아버님(정호용 옹) 아니었으면 리빙사는 없어졌을 겁니다. LP판매는 수익 때문에 하는 게 아니거든요. 돈을 벌 생각이었으면 여기서 옷 장사를 했을 겁니다.”

리빙사는 전국 각지의 LP소매상들이 이곳을 뒤질 정도로 양질의 다양한 LP를 구비하고 있다. 리빙사 앞에는 종이 박스를 하나씩 옆에 낀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LP를 고르는 풍경이 펼쳐진다.

“음악이란 게 다른 게 없어요. 느낌, 그리고 감동이죠. 이렇게 LP음반을 듣고 있으면 소리가 너무 생생해서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노래했는지 교감이 되거든요.”

60년 역사 자랑…회현역 터줏대감
클래식서 가요까지 5만여장 보유

처음 리빙사를 찾아갔을 때 그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인터뷰 해달라는 말 때문이었다. 락 밴드 ‘마이 모닝 자켓(my morning jacket)’ 음반을 찾으러 왔다는 요청에도 직접 찾아보라고 권했다.

“LP판은 직접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빠른 속도로 LP판을 넘기다보면 보물을 찾게 됩니다. 이렇게 LP판을 찾는 것을 ‘디깅(digging)한다’고 표현하지요. ‘파다’보면 예상치 못한 귀한 LP를 구하게 될 겁니다.”


이 사장은 1973년에 발매된 비틀즈 베스트 LP판을 추천했다. LP판 위로 카트리지가 살포시 내려앉으며 흘러나온 비틀즈의 ‘Till There Was You’ 소리는 생각보다 깨끗했다.

“LP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LP판에서 잡음이 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실제 LP판 자체는 소리가 깨끗해요. 턴테이블 문제였죠. 예전에 물자가 없다보니 턴테이블 자체가 불량인 제품이 많았어요. 바늘이 LP판에 상처도 많이 냈고요. 그 상처에 걸려서 나는 소리가 ‘지글’거리는 소리고요.”

“사실은 LP판 소리가 MP3나 CD보다 소리가 깨끗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MP3나 CD의 경우 지나친 고역대나 저역대 등 음역대를 일정한 톤에 맞춰 어느 정도 잘라내요. 그래서 소리가 인위적이고 왜곡되는 부분이 있어요. LP는 그러한 음역대를 그대로 담아냅니다. 그래서 LP판에서 나오는 음악소리가 더욱 풍성하고 질감 있게 느껴지는 거에요. 소리에 대한 3D라고 표현할 수 있죠.”

“어렵지만 버틴다”
나얼 장재인 단골

유명한 가수들도 이곳을 찾는다. 가수 나얼과 <슈퍼스타K> 출신 가수 장재인도 리빙사의 오랜 단골이다.

“잊을 수 없는 손님들이 많죠. 요즘은 못 뵀는데 아버님이 운영하셨던 때부터 오셨던 40년 단골손님이 생각나네요. 그분은 대학생 때부터 여기 오시곤 했어요. 지금은 예순이 넘으셨을 거예요. 아버님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눈물 흘리시던 분도 계셨고요. 가수들도 자주 찾아와요. 나흘 전엔 장재인도 여기 왔었어요. 여태껏 얼굴을 몰라서 유명한 가수인지 몰랐는데 나얼도 여기 와서 LP판 구입했어요. 자주 와요. 그 친구.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와요.”
 

리빙사에는 옛날 음반만 있는 게 아니다. 최신까지는 아니어도 요즘 가수들의 앨범도 LP판으로 판매하고 있다.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두 번째 앨범, 이승열의 세 번째 앨범, 영화 <만추> OST 등 LP음반도 볼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빅뱅 지드래곤의 LP음반도 한정 판매했다.

요즘 노래도 판매

그가 말했다. LP는 한 번도 죽은 적이 없다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어요. 요즘 언론에서는 LP가 부활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LP는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어요. 우린 그저 팔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죽었느니 살았느니 하는 게 새삼스럽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신신당부하셨어요. 돈 못 벌어도 리빙사를 계속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음악의 가치가 살아있는 한 LP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정호용 옹이 그토록 지키고 싶던 리빙사. 이석현 사장 부부가 장인어른의 약속을 2대에 걸쳐 지켜가고 있다. 아침마다 청소를 하고, 먼지를 털고, 턴테이블에 음반을 얹어 리빙사 공간 가득 음악을 채운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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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