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상품의 비밀> 가가호호 난리난 파워레인저 ‘티라노킹’

‘품절대란’ 부모들은 피곤하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아이들의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다. 파워레인저 시리즈 다이노포스 DX티라노킹(티라노킹)이 그 주인공이다.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떠오르면서 부모들에게 티라노킹은 악당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품귀현상 탓에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 티라노킹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다. 이런 상황을 악용한 사재기 업자들은 정가의 3배 이상의 웃돈을 얹어 팔고 있다. 불량 중국산 제품도 활개를 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부천에 사는 주부 A씨는 최근 파워레인저 티라노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티라노킹을 사달라고 떼쓰고 있기 때문이다. 티라노킹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장난감 업체 '토이저러스'까지 찾아갔지만 금세 매진돼 살 수 없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지나치게 비싼 값에 팔고 있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A씨는 “주변 엄마들 중에는 티라노킹을 사려고 용산에 있는 몰 앞에서 새벽 2시부터 노숙했던 사람도 있다”며 “사고 싶지 않은데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티라노킹만 기대하는 아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짝퉁 활개

파워레인저 티라노킹 인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 크리스마스 완구시장을 재패할 기세다.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시리즈가 레고 닌자고와 또봇을 제치고 완구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 시리즈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DX티라노킹’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파워레인저 매출은 57.5%로 또봇을 앞질렀다. 지난달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몰은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DX 티라노킹’을 250개 한정으로 7만5000원에 판매했다. 판매 첫날부터 4분만에 4만여명의 고객이 몰렸다. 제품은 삽시간에 완판됐다. 20분간 토이저러스몰 홈페이지는 서버가 다운됐다. 티라노킹은 이미 시중에 물량이 바닥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들뿐만이 아니다. 유통업체들도 티라노킹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티라노킹 재고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트는 지난 11월 들어 매주 금∼일요일 전국 매장에 티라노킹을 700∼800개가량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제품이다보니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 이마트의 경우도 매장당 1주일에 5개가량만 들어오고 있다. 대부분 이달 중순부터 추가 물량이 소량씩 입고될 전망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요즘 장난감 시장에서 파워레인저 시리즈가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고 다이노 측과 협상중이다”라고 전했다.

파워레인저의 인기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파워레인저의 38번째 시리즈인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가 국내에 방영되면서다. 방영 시작 직후인 7월 롯데마트의 파워레인저 매출은 전달보다 338.9% 급증했다. 지난 8월 이후 완구 매출 1위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티라노킹은 일본 완구 전문 업체 반다이가 유통하고 있다. 태국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온다. 그러나 공장이 해외에 있는 만큼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일부 상품은 물량 자체가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이 부족해 국내 매장에서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성탄절 자녀선물 1순위 ‘대세 장난감’
상점 품귀현상…온라인 웃돈거래 성행

티라노킹을 구하기 위한 부모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입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정상 판매가격의 2∼3배가 넘는 20만원대에 티라노킹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는 점. 각종 중고 사이트에서 티라노킹은 정가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10만원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웃돈을 잔뜩 얹어도 반응은 뜨겁다. 누군가가 게시판에 티라노킹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면 이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예약자들이 줄을 설 정도다. 그러나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꿩 대신 닭'이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3만원대의 중국산 티라노킹을 구입한 소비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산 짝퉁 티라노킹은 아이들도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정품 티라노킹 제품과 색깔이나 모양이 다르다. 변신하는 과정에서 분리나 조립이 되지 않는다. 특히 소리가 나지 않아 아이들이 먼저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다. 뒷모습이 아예 뻥 뚫린 제품도 있었다. 이러한 중국산 짝퉁 제품의 경우 망가지더라도 A/S는커녕 반품이나 교환조차 불가능하다.
 


미흡한 사후처리도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다이노코리아 고객상담 센터로 직접 연결을 시도해봤다. 5분이 넘도록 “통화량이 많아 잠시 후 다시 전화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자동응답기 목소리만 들려왔다. 세 번째 연결 후에야 겨우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판매에만 급급해 반다이가 사후처리는 뒷전인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S센터의 대대적 개선작업과 지나치게 높은 웃돈을 얹은 중고 사이트 판매 제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A/S 모르쇠

반다이 측은 사후처리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일부 시인했다. 몰려드는 A/S 요구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반다이코리아 관계자는 “이전까지만 해도 A/S 때문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는데,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으면서 고객센터 뿐 아니라 본사에도 많은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며 “A/S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바로 처리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족한 물량 문제는 12월 중순부터 해소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갑작스런 인기에 수요예측을 하지 못해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며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국내에 물량이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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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