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상품의 비밀> 11월 대목 맞은 롯데제과 ‘빼빼로’

잘 팔리는 막대과자 ‘먹긴 먹나요?’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어느새 ‘국민과자’로 자리 잡은 빼빼로. 롯데제과의 오랜 효자상품이다. 특히 1년 중 11월은 롯데제과에게 대박의 달이다. 11월11일 ‘빼빼로 데이’ 덕분이다. 매년 11월이 다가오면 롯데제과는 온갖 포장으로 치장한 빼빼로를 묶음 판매한다. 올해도 과대포장, 교묘한 마케팅 상술, 모방 제품 등에 대한 논란을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빼빼로는 1983년 롯데제과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길쭉한 막대모양과 스틱형 과자에 초콜릿이 가미된 맛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출시 당시만 해도 200원이었던 오리지널 초코빼빼로는 현재 12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맛보다 포장

용량이 줄거나 가격이 올라도 롯데 빼빼로는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 그간의 온갖 불황한파에도 빼빼로는 피해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본 방사능 논란에도 불티나게 팔렸을 정도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빼빼로 시장규모는 약 1000억원대다. 매년 빼빼로 매출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불황과는 상관없는 모습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빼빼로 매출은 2012년보다 51%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CU의 지난해 11월 빼빼로데이 행사기간 매출도 2012년보다 36% 많았다.

빼빼로 인기의 일등 공신은 빼빼로데이다. 빼빼로가 국민 과자로 올라선 것도 빼빼로데이 덕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11월 매출은 롯데제과 매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9, 10, 11월 석 달 동안의 판매량이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빼빼로데이 시즌에는 600억∼700억원치가 팔린다. 올해 롯데제과는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EXO)를 내세워 TV광고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기획제품들을 출시해 소비자층을 늘렸다.


롯데 빼빼로는 그 종류만 30가지가 넘는다. 크게 오리지널 빼빼로, 롱형 빼빼로, 종합선물형 빼빼로, NEW 빼빼로 4가지로 나뉜다. 오리지널 빼빼로에는 초코빼빼로, 아몬드빼빼로, 티라미스치즈빼빼로, 땅콩빼빼로, 화이트쿠키빼빼로, 딸기빼빼로, 하이멜론빼빼로, 스키니빼빼로 등이 있다. 이 밖에 대부분의 빼빼로는 포장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빼빼로는 인기 제품을 모아 선물용으로 만든 ‘선물상자 빼빼로’, ‘리본 빼빼로’ 등을 비롯해 미니버스, 우편봉투, 우편함, 책 등으로 디자인한 제품으로 구성됐다. 팔각포장 아몬드빼빼로, 원통용기 초코빼빼로, 전병 빼빼로, 스틱케이스 빼빼로, 리본케이스 빼빼로 등 용기에 따라서도 종류가 달라진다.

올해도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 특수를 맞이해 네모난 포장의 ‘빼빼로 프리미어’를 출시했다. 빼빼로 프리미어는 마치 고급과자가 들어있을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포장으로 눈길을 잡고 있다. 맛보다는 포장이 더 다양한 셈이다.

‘데이’ 내세운 얄팍한 상술 해마다 도마
과대 포장 등 가격 거품 논란에도 열풍

이러한 빼빼로 포장을 두고 소비자들은 롯데제과의 얄팍한 상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나친 상업적 발상으로 무리하게 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SNS에서 롯데 빼빼로를 조롱하는 글이 나돌고 있다. ‘롯데의 시스루 빼빼로’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롯데제과의 ‘딸기 빼빼로’가 공개됐다. 사진 속 롯데 딸기 빼빼로에는 초콜릿 부분이 얇게 코팅돼 있다. 과자 막대기 부분의 무늬가 훤히 비친다. 요즘 유행하는 ‘시스루룩’을 연상시킬 정도다.

롯데 딸기 빼빼로를 일본 과자와 비교하는 사진도 함께 올라왔다. 일본 제과업체 메이지가 만든 ‘럭키스틱’과 비교한 사진이다. 일본의 ‘딸기맛 럭키스틱’은 롯데 빼빼로와 달리 딸기 초콜릿이 두껍게 코팅돼 있다. 가격대도 롯데 딸기 빼빼로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빼빼로는 1200원, 럭키스틱은 1050원으로 파악됐다.
 


롯데제과는 반박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롯데제과에도 초코를 두껍게 코팅한 ‘더블딥’이라는 제품이 있다”며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롯데제과 ‘빼빼로 더블딥’은 일반 빼빼로보다 300원 더 비싸다.

빼빼로 프리미어의 포장도 도마에 올랐다. 일본 유명 디저트 브랜드인 바톤도르의 스틱초콜릿 패키지와 거의 비슷하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바톤도르는 일본 글리코사에서 2012년 출시한 고급 빼빼로다. 우메다와 난바에 위치한 백화점 지하 매장에서만 판매해 오사카의 명물로 유명하다.

이같은 롯데 빼빼로의 일본 제품 베끼기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 일본의 한 민영방송은 한국 제과업계의 일본과자 베끼기 관행을 보도했을 정도다. 여기서 롯데 빼빼로는 일본 과자 포키와 흡사한 모양으로 밝혀져 망신살이 뻗쳤다. 포키는 일본의 과자 제조사 에자키 글리코가 1966년 출시한 과자다. 롯데가 1983년 국내에 내놓은 빼빼로는 17년 전 일본에서 이미 나왔던 제품이었던 것이다. 결국 빼빼로는 포키의 카피상품인 셈이다. 양쪽에서 다가가며 먹는 빼빼로 게임조차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롯데제과는 어느 정도 시인하면서도 제과업체의 특성이라고 주장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일본의 포키같은 제품은 외국에도 많이 있다”며 “과자 뿐 아니라 자동차 등 어떤 제품이든 완전히 독창적인 제품은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빼빼로를 들여온 것은 롯데제과가 최초”라며 “83년 당시 워낙 국내 과자 시장이 열악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롯데제과는) 독창적인 과자를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모두 마케팅 결과?

최근 출시한 빼빼로 프리미어에 가격거품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상품 가치 때문”이라며 “빼빼로를 만들 때 손잡이 부분을 남겨놓고 초콜릿만 코팅하는 기술이 워낙 어렵고, 장치에 대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포장이 고급스럽다는 점 말고는 기존의 빼빼로와는 크게 맛 차이가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다. 일본 업체의 상표권 시비는 끊이지 않고, 대책마련은 시급한 모습이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빼빼로데이’ 유래는?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기념일이다. 숫자 1, 4개가 빼빼로를 세운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빼빼로데이라고 불린다. 빼빼로데이의 시작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수능 11일 전인 1995년 11월11일 빼빼로를 먹으면 수능을 잘 본다는 속설이다. 두 번째는 1994년 부산의 여중생들이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11월11일에 친구끼리 우정을 나누며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라는 의미를 담아 빼빼로를 교환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빼빼로데이 탄생 배경을 두고 롯데제과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한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을 나눈다는 차원에선 뜻 깊은 날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엔 업체가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상술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시작이야 어쨌든 자칫 넘길 수 있던 일부 소비층 트렌드를 민첩하게 활용한 제조 및 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11월11일을 이용하면서 ‘데이 마케팅’의 전설을 탄생시켰다.

그렇게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날은 농업인의 날이자 고용의 날, 해군의 날, 우리가곡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이기도 하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기념일이다. 맹목적으로 초콜릿 과자를 소비하는 대신 11일이 가지는 다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날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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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