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톱프로들 훈련 돌입 ‘새해 겨울은 뜨거웠네!’


국내 남녀 프로골퍼들이 동면을 끝내고 새해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요즘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새로운 야망을 위해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며 지난 1월부터 저마다 장소에서 독하게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개막전 코앞… 남은 건 오로지 연습!
배상문 텍사스서 훈련 몰입

서둘러 새 시즌 준비를 시작한 주인공은 남자 프로들. 지난해 11월1일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BS 동부화재 프로미배 군산C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2009년 시즌을 마친 남자 선수들은 연말연시 분위기를 뒤로한 채 속속 코스로 복귀해 올 시즌을 벼르고 있다.

베테랑 강욱순
훈련 스타트

가장 먼저 시작을 한 선수는 ‘베테랑’ 강욱순(43·타이틀리스트). 지난 시즌 1승(토마토저축은행오픈)을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던 강욱순은 12월 초 샌디에이고의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센터를 찾아 클럽 피팅을 받은 데 이어 뉴질랜드로 날아가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시즌 KPGA 투어에서 2승을 거뒀던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는 12월23일 캐나다로 출국해 동계훈련에 들어갔다.

이승호는 전담트레이너와 함께 한 달 정도 몸을 만든 이후 다시 미국 팜스프링스로 건너가 스윙과 쇼트게임을 가다듬으며 새 시즌에 대비할 계획이다. 지난 9월 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20일 동갑내기 신부 한유화씨와 결혼식을 올리며 행복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된 ‘품절남’ 류현우(28·토마토저축은행)는 크리스마스인 지난 12월25일 신부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오는 2월 말까지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근처에 캠프를 차리게 되는 류현우는 아내의 내조를 받으며 평균 275야드 정도인 드라이버 샷 비거리를 300야드까지 늘리고 100야드 안쪽의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보완한다는 각오다. 류현우는 “신혼여행을 따로 가기도 그렇고 해서 아내와 함께 전지훈련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훈련이 잘될지 모르겠지만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KPGA 투어 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국내 지존’으로 등극한 배상문(23·키움증권)은 지난 12월26일 미국 텍사스로 날아갔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퀄리파잉(Q)스쿨에 참가하고서 12월 중순 귀국, 국내에 짧게 머무는 동안 시상식과 인터뷰, 행사 등으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던 배상문은 한 해의 영광을 뒤로하고 이른 시즌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2월 중순까지 전지훈련을 마친 배상문은 약점인 퍼팅과 함께 체력보완에 주안점을 두면서 올 시즌 미국 무대 진출을 앞두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상문은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인근에 머물면서 선배 최경주를 찾아 조언도 듣고 이름난 스윙코치를 영입해 약간의 스윙 교정도 마쳤다. 2년 연속 KPGA 투어 정상에 올랐지만  외국 무대에서만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꼬리표를 떼도록 더 많은 땀을 흘린 것이다.

특히 자기 해(호랑이 띠)를 맞이한 이승호는 최경주(38),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에 이어 미국 무대를 밟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미 12월 캐나다 벤쿠버로 전지훈련을 떠난 이승호는 피트니스 전담트레이너, 스윙코치와 함께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가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며 2010년 호랑이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호랑이띠 이승호
미국무대 밟겠다!

이승호는 “남들에게 지고는  못산다. 보스 스타일의 호랑이띠 영향이 있는 듯하다. 부모님의 열성적인 지원도 있었겠지만 다른 선후배들보다는 스스로 골프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정을 갖고 최고가 되고자 노력을 해왔다”며 “올해 목표는 상금왕이다. 그 다음 미 PGA 투어 진출까지 노려볼 생각이다. 김경태, 배상문 등 뛰어난 경쟁자들이 있지만 최고의 자리는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KPGA 투어에 데뷔해 조니워커블루라벨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만끽했던 맹동섭(22·토마토저축은행)은 지난 12월 30일 코치인 고덕호 프로와 함께 하와이로 출국, 2월 말까지 구슬땀을 흘렸다. 맹동섭은 “국내에 있다가 보니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생각처럼 운동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는 것 같다”며 “빨리 떠나 차분하게 새 시즌을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태는 별도의 전지훈련 계획 없이 국내에서 휴식과 체력 훈련만으로 올 시즌을 대비한다. 1년 내내 대회에 출전하느라 지친 몸을 추스르는데는 휴식만큼 좋은 보약이 없다. 김형태는 “겨울 동안 체력 위주로 훈련할 생각이다. 그 밖의 다른 훈련 일정은 없다. 아내가 해주는 밥이 최고의 보약”이라며 자신만의 특별한 훈련법을 소개했다.

황인춘도 “지난해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골프 외적인 문제들이 많아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느낌이 좋다. 마인드 컨트롤에 보다 신경을 쓸 것이고 상금왕을 목표로 할 것이다. 또한, 선수로서나 가장으로서 좀 더 멋진 남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동계훈련은 박도규(39·투어스테이지) 선배와 함께 태국으로 간다. 그곳에서 훈련을 한 뒤 아시안투어 개막전에 참가하고 나서 귀국할 예정이다. 일단 개막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남녀 기대주들
국내외서 담금질

지난 시즌을 성공리에 마치고 귀국했던 해외파 선수들도 국내에서의 짧은 휴식을 뒤로한 채 속속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부상과 재활 치료를 반복하며 시즌을 일찍 접었던 장정(29·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초 일찌감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올 시즌 스윙교정으로 침묵의 한 해를 보냈던 이지영(24)은 지난 12월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집으로 돌아가 이른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12월30일 출발한 서희경은 2개월 정도 훈련하고 호주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대회까지 출전한 다음 3월 중순쯤 귀국하는 강행군을 소화할 예정이다. 서희경은 “새해에도 정상을 지키려면 이 정도 일정은 소화해야 할 것 같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순위 6위에 올라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최나연(22·SK텔레콤)과 상금순위 11위에 올랐던 김송희(21)는 지난해 12월26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나란히 출국, 동계훈련에 들어갔다.

이승호 올해 목표는 상금왕
강욱순 베이스캠프 차리고 구슬땀


신지애(21·미래에셋)와 유소연(19·하이마트), 김현지(21·LIG) 등은 호주에서 새해 시즌 담금질을 계속하고 있다. 신지애는 ‘2010 세계랭킹 1위’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훈련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체력 보강을 시작으로 새로 교체할 클럽 적응과 스윙 점검까지 차례로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시즌 잦은 병치레로 시즌 막판 몇 개 대회에 불참하는 등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체력 보강이 절실하다.

지난 1월3일 골드코스트에 여장을 푼 신지애는 “시즌이 끝나고서 한 달 넘게 골프채를 잡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호주에서 약 6주 정도 훈련하면서 개막전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소연은 작년부터 호흡을 맞춘 호주의 유명 코치 이안 트릭을 다시 만났다. 하이마트 골프단은 중국 심천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합숙을 하면서 올 시즌 목표 달성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JLPGA 투어 신인왕에 오르는 등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송보배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좋은 성적 올리도록 노력하겠다. 호랑이해를 맞이해 뜻깊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송보배는 “내가 느끼기에 호랑이띠는 기가 참 센 편인데 나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여자오픈은 꼭 한번 우승을 해보고 싶었던 대회였는데 지난해 우승을 하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올해는 특정 대회보다는 더 많은 승수를 쌓도록 매 경기에 전력을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보배는 태국에서 체력훈련과 쇼트게임 연습 위주로 훈련을 진행했고, 떠나기 전에 “태국은 굉장히 오랜만에 가는 것이라 기대가 된다. 2월 말쯤에 일본으로 들어가 2010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지난해 US 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지은희(24) 또한 호랑이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호주로 동계훈련을 떠난 지은희는 “6주가량 쇼트게임 위주로 많은 연습을 하겠다. 미국에서 200 8년 1승, 지난해 메이저대회 우승을 했으니, 올해는 더 많은 승수를 쌓고 싶다”고 말했다.

지은희는 이어 “LPGA 상금순위 1위를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은희는 “지금까지 많은 응원 해주셨는데 새해에도 많은 응원 부탁한다. 그 응원에 힘입어 나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호주 훈련 떠난 지은희
“더 많은 승수 쌓고 파”

홍란(24·MU 스포츠) 또한 올해를 보내는 각오가 남다르다. 2007년 2승을 거둔 뒤 승수를 쌓지 못한 홍란은 새 후원사와 계약까지 마쳐 가벼운 마음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지난해에 우승이 없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해는 반드시 우승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와이로 동계훈련을 간 홍란은 “큰 그림도 그려야 하겠지만 쇼트게임이 부족해서 많은 연습을 할 예정이다”라며 “내년 목표는 3승이다.

올해 우승하지 못한 것까지 내년에 모두 이루겠다는 각오다. 훈련이 끝나고 귀국하면 곧바로 호주로 이동해 ANZ 마스터스에 출전해 실전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고 일정을 밝혔다. 2009시즌 데뷔 3년 만에 생애 첫승(대신증권 토마토투어 레이디스 마스터스)을 거둔 김현지(21·LIG)만이 12월 23일 말레이시아로 떠났을 뿐 대부분은 새해를 집에서 맞았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 다승왕에 오른 서희경(23·하이트)은 절친한 친구 홍란과 함께 1월 하와이로 출국했다. 2010년 KLPGA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유소연(19·하이마트)은 국내에서 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나서 1월 말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한편 지난 11월 말 2009년 시즌 마지막 대회(ADT캡스 챔피언십)에 이어 지난 12월19일 중국에서 2010년 시즌 이른 개막전(차이나 레이디스오픈)을 치르며 쉴 틈이 없었던 여자 프로들은 대부분 새해 1월 초∼중순 사이에 전지훈련지로 떠났으며 저마다 목표를 정해놓고 막바지 동계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경인년 새해에도 어김없이 국내외 그린에서 실력을 검증받을 남녀 스타선수들의 이번 겨울 훈련 성적표가 벌써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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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