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③모순 많은 무사도

"역사적 근거 없이 저자 멋대로 부풀린 이야기"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그는 1862년에 태어나 일본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과 독일에서 유학한 사람이다. 당시 일본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사회 규범이나 윤리 의식의 바탕은 두말할 것 없이 불교와 유교였다. 거의 모든 일본인들은 불교 신자였으며 도시 곳곳에는 사찰이 있었다. 그리고 일상적인 사회생활에 나타나는 예의범절과 윤리는 유교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특히 ‘삼강오륜’은 그 당시에도 중요한 윤리적, 도덕적 사회 규범이었다. ‘삼강오륜’은 오랜 세월 동안 일본 사회에 크게 영향을 주어 사무라이들의 ‘충효사상’도 바로 이 ‘삼강오륜’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무용담 과대포장

그도 어린 시절을 당연히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랐을 것이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알게 모르게 부처님의 가르침과 ‘공자 왈, 맹자 왈’을 들으며 자랐을 것이다.
당시의 일본 사회 구조상 그가 어려서 배웠던 도덕과 윤리는 집안에서,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가르침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을 것이다. 어머니가 아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 옛 사무라이들의 행동을 예로 들어가면서 가르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사무라이들의 행태를 예를 들어가면서 교육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에서 사무라이는 존경받는 대상이 아닌 비난받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려서 이순신 장군과 관우, 장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듯이, 그도 전국시대 사무라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므로, 그 대부분이 그저 무사들의 무용담에 관한 것이었을 것이고, 거기에 얽힌 무사들의 인간적인 이야기도 다소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그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고 옛 무사들의 무용담과 전투에서 간간이 나오는 인간적인 이야기가 불교나 유교의 가르침보다 더 도덕적 규범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그래서 그의 의식 속에 들어 있던 도덕적 규범이 ‘무사도’였다고 말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는 책에서, 이 책을 쓴 동기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인 아내와 살면서, 일본인으로서는 당연한 생각이나 습관이 그의 아내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어서 “그건 왜 그런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이런 질문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결혼 생활 내내 들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나름대로 설명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불교나 유교의 논리만으로 서양인들을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서구인들에게는 불교나 유교가 생소한 것이어서 일본인들의 도덕적 관념이나 윤리 의식을 불교나 유교 교리로 설명해서는 그들을 이해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을 이해시키려면 무엇인가 그들에게 익숙한 것으로 비교하면서 설명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무사도는 서양에 자랑하려 만든 거짓정신
서양에서 무사도가 유명해지자 역수입


그가 책에서 일본의 문화와 습관을 설명하면서, 서양의 문화와 습관을 예로 들어 비교, 설명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이었을 것이다. 한편 그가 이 책을 영어로 썼다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쓴 것이 아니었다. 서구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었다. 서구인들에게, 그리고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던 유럽의 교수에게, 비록 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치지 않아도 일본에는 일본인 나름대로의 높은 도덕적 규범과 윤리 의식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려고 쓴 책이었다.

불교나 유교를 가지고는 서양인을 이해시키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일본인으로서의 자긍심 또한 보여줄 것이 없었을 것이다. 불교나 유교는 일본 고유의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전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서구 문화에 익숙해 있던 그는 여기서 기사도를 생각했던 것 같다.

옛날 서양의 기사들에게 있었던 ‘기사도’라고 하는 규범이, 오늘날 서구인들에게 신사도라고 하는 도덕적 규범의 모태가 되었듯이, 옛날 일본의 무사들에게도 나름대로 어떤 규범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규범을 인용해 오늘날 일본인의 도덕적 규범을 설명하면 서구인들에게 보다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인으로서의 자긍심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 스스로도 서양의 기사도와 일본의 무사도처럼 비슷한 것도 없을 것이라고까지 책에서 쓰고 있다. 그는 교수로 일하던 중 병을 얻자, 1898년부터 1901년까지 미국을 여행하게 된다. 처가가 있는 곳으로 요양을 겸해 간 것이다. 당연히 그곳에서도 미국인 친지들로부터 일본 문화와 일본인들의 습관에 대하여 많은 질문을 받았을 것이다.

병상에 누워 하는 일 없이 나날을 보내던 그는 심심함도 달랠 겸 이 책을 쓰기 시작하게 된다. 책 쓰기를 끝냈을 때가 미국 여행을 시작한 지 일 년도 안 된 1899년이었고, 그때 그의 나이 37세였다. 그가 미국에 있을 때, 그것도 계획이나 준비도 없이 1년도 안 되는 요양 기간 중에 책 쓰기를 끝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역사적으로 사실을 조사해 가면서 사실을 바탕으로 기술한 책이 아니다.

그동안 부인에게 설명하여 주었던 기억과 어릴 때 어렴풋이 들었던 사무라이들의 얘기에 불교와 유교적 덕목, 그리고 서양의 문화와 기사도를 버무려 쓴 책이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일본 역사를 잘 알지 못했던 저자 ‘니토베’가 상상을 해 가며 멋대로 쓴 책이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전혀 역사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무사의 이미지를 제멋대로 부풀려 만들어 낸 하나의 엉터리 창작품에 지나지 않았다. 이 책은 출판되자, 그때만 해도 동양문화를 잘 몰랐던 서양인들의 관심을 크게 끌면서 베스트셀러가 된다. 일본인들은 모두 ‘BUSHIDO(무사도 : 武士道)’에 따라 생활하는 줄로 착각하는 서양인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 책이 서양에서 유명해지자, 일본어로 번역되어 일본으로 역수입하게 된다.

단순무식 무사도

작가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는 이 책에서, 무사도는 충(忠)·의(義)·용(勇)·인(仁)·예(禮)·성(誠)을 기본으로 하며, 이 무사도가 바로 일본 민족의 아름다운 이상이자 도덕적 규범이라고 주장하였다. 복부는 영혼과 애정이 깃드는 곳으로 이곳을 자르는 할복 의식은 일본 민족의 가장 고귀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칼은 무사의 힘과 용기의 상징이므로 그것을 허리에 차고 다니는 것은 단순히 칼을 허리에 차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을 차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하였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한마디로 무식하고 싸움밖에 모르던 옛 무사들의 행태에 근거도 없이 고상한 유교의 덕목을 끌어다 붙여 이것이 일본 민족의 아름다운 이상이자 도덕적 규범이라고 주장하며 미덕거리로, 자랑거리로 둔갑시킨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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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진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농업회사법인 지니스램프에 공통 투자했다. 지니스램프에 대해선 “자두 맛·수박 맛 제품 생산 과정에서 외국산 농축액을 사용해놓고, 상품 정보에 ‘국산’이라고 표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백 대표와 진은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고발됐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기하면, 원산지표시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아울러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서도 국정감사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