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초보’ 안철수 ‘새정치실험’ 완패 진짜이유

‘안방’(광주) 차지하려다 ‘사랑방’(당권·차기대권)까지 빼앗겼다

[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안철수 대망론’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야권 내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최근 지지율은 3위로 곤두박질 쳤다. ‘안철수 신드롬’의 주인공인 안 전 대표가 급락세를 타는 이유가 뭘까? 지난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 당시 민주화 성지로 불리는 광주에 잇따라 ‘공천 패착’을 뒀기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와 함께 ‘철수(撤收) 정치’가 끝이 없는 점도 안 전 대표의 위상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7·30재보선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를 대상으로 ‘정치실험’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광주 민심을 우습게 본 것이라는 시각도 적잖다.

‘안철수 대망론’ 흔들
민주화 성지에서 패착

이런 가운데 안 전 대표가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밀어붙이기식 내 사람 심기’를 계속했던 것을 두고 새정치연합의 정신적 지주이자 민주화 성지인 광주를 수중에 넣은 뒤 차기 대권가도를 달리려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가 지향하는 새정치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면서까지 광주에 ‘집착’한 점을 볼 때 저의(底意)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최근 안 전 대표의 결정적 패착이 지방선거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풀이가 심상찮게 퍼져 나온다. 지방선거 때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당시 온갖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측근인 윤장현(현 광주시장) 후보에게 야권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광주의 전략공천장을 끝내 쥐어줬다.

나란히 유력주자로 거론됐던 강운태·이용섭 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해 공정하게 경쟁하자고 촉구했으나, 윤 후보에게 공천이 돌아간 것이다. 강·이 후보는 탈당 후 후보단일화 카드로 맞서는 등 강력 반발했다. 
 
새정치의 시작 개혁공천, 전략공천으로 둔갑   
연거푸 밀어붙이기식 내 사람 심기 점입가경

안 전 대표가 지난 3월말 옛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안철수 신당) 간 창당 당시 얻은 공천 지분을 통해 최측근을 챙겼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새정치연합의 공천은 곧 당선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지역이고, 특히 민주화의 상징성을 띄고 있는 광주에서 타 후보들의 민주적 경선을 통한 공천 주장을 외면하고 전략공천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점은 의아스러운 대목으로 읽힌다는 게 기저에 깔려 있다.

실제 안 전 대표는 개혁공천을 시종일관 부르짖었다. 그는 4월11일 6·4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선 깨끗한 후보, 능력있는 후보를 엄선 추천해야 한다”며 “성패는 개혁공천 성공여부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안 전 대표는 옛 민주당과 신당 창당에 합의할 때도 새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기초선거 무공천을 앞세울 정도로 공천 문제를 새정치의 시발점으로 여겼다. 이랬던 그가 광주에서 연속적으로 전략공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개혁공천을 하자던 안 전 대표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한 것”이라며 “최근 안 전 대표를 두고 추락하고 있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겠느냐”고 꼬집었다.

여기에 안 전 대표는 7·30재보선에서도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후보(현 국회의원)를 전략공천하는 데 한몫을 했다. 개혁공천을 통해 정치개혁을 이루려던 그가 또 한 번 패착을 둔 것으로 거론되는 대목이다.  

‘권은희 낙하산 카드’에 대해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가 내리 꽂은 것이다. 공천을 신청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배제됐고,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서울 동작을로 급유턴, 전략 투입됐다. 권은희 카드는 당내에서조차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전략공천이었다.

결국 재보선 뒤 권 후보 남편의 재산축소 신고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6곳(총 15곳 재보선)의 수도권 판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수원병과 평택에 각각 출마했던 손학규 후보, 정장선 후보가 7월 초 여론조사에선 새누리당 후보와 비교해 앞서 있다가 권은희 카드 이후 하락세를 탔고 나란히 낙선했다는 것이다.   

광주 광산을의 전략공천이 같은 호남권인 순천ㆍ곡성의 민심에까지 반발심리를 심어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는 최대 이변이 연출됐다는 시각도 적잖다.


광주 광산을은 15개 재보선 지역 가운데 가장 낮은 22.3%의 투표율에 불과했다. 광주민심이 전략공천에 반발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부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권 후보가 당선은 됐으나, “권은희만 얻고 모든 것을 잃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온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재보선을 11대4로 완패한 다음날 동반퇴진 했다.

안철수 개혁공천 천명
광주엔 잇따라 전략공천

안 전 대표가 평소의 개혁공천이란 지론을 접고 왜 연거푸 광주에 전략공천을 했을까? 일각에선 두 가지로 풀이한다. 먼저 그가 차기대권을 지나치게 의식, 야당의 심장격인 광주를 자신의 텃밭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해석이다. 지방선거 당시 윤장현 후보를 위해 밀어붙이기식으로 내세운 것을 두고 이런 얘기가 나온다.

안 전 대표가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선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지역의 민심부터 수중에 넣으려 했다는 게 골자다.

즉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뿌리인 광주를 점해야 대권가도를 달리는데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광주는 야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데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당의 2002년 대선후보 경선이다.
 

당초 노무현 전 후보는 타 권역에서 ‘대세론’을 탔던 이인제 후보에 밀려 고전했으나, 광주에서 승리한 뒤 이른바 ‘노풍’이 크게 불어 나머지 지역 경선을 휩쓸며 후보직을 꿰찬데 이어 대선판까지 이겼다. 광주표심이 타 권역에 방향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의 광주·전남 경선에서 47.4%로 1위를,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가 광주·전남 경선에서 1위(48.46%)를 각각 차지하며 대선후보직을 따낸 바 있다.


광주표심이 대선후보를 가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때문에 부산출신으로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최측근인 윤 후보를 광주에 내리꽂는 노림수를 뒀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야당 차기 대권후보 관문의 분수령 광주
‘권은희 낙하산’ 정치적 계산 작용했나

권은희 전략공천과 관련해선, 안 전 대표가 광주를 새정치의 실험장으로 이용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안 전 대표가 ‘야권 내 스타 경찰’ 출신이고, 정치초년생인 권 후보를 새정치 공천의 모델로 삼아 광주에 투입해 간을 봤다는 것이다.

앞서 권은희 의원은 경찰 재직 시 국정원의 대선개입 댓글사건을 폭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나아가 야권 내에선 ‘정의의 아이콘’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이런 만큼 2012년 대선 레이스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이후 줄곧 “새 정치”를 역설하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신선감과 인지도가 있는 권 의원을 자신의 새정치 모델로 낙점해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썼다는 얘기다.

호남출신 야당의 한 관계자는 “광주에 권 의원을 전략공천한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무성한데 일각에서 안 전 대표가 권은희 카드를 갖고 광주에서 정치실험을 해 본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주 절실했던 안철수
‘권은희 카드’는 실험용?

결과적으로 민주화의 성지이자 새정치연합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정치초년병인 안 전 대표의 정치실험은 철저하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윤장현·권은희 두 명은 건졌으나 당의 간판급 거물들을 잃었음은 물론 자신의 차기 대권가도마저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mkpeace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의 철수(撤收) 정치?
“남자가 칼을 꺼냈으면 썩은 무라도 찔러야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정치는 철수(撤收)로 시작해서 아직도 철수에 머무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2012년 9월 새정치에 기대를 건 무당파와 중도층을 기반으로 무소속 대선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대선판을 통해 정치권에 공식적으로 첫 발을 디뎠으나, 그해 11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며 예비후보직을 사퇴했다. 두 번째 철수였다.

이에 앞서 안 전 대표의 첫 번째 철수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였다. 보선 출마의사를 내비쳤다가 박원순(현 서울시장)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에게 조건없이 후보직을 순순히 양보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던 만큼 일각에선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가 비록 대선 레이스를 포기했으나, ‘안철수’란 이름의 파괴력은 대선 이후에도 식지 않았다. 여전히 무당파와 중도층에선 기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국회에 입성한 뒤 이른바 ‘안철수 신당’ 창당 얘기가 구체성을 띄기 시작했다.

안 전 대표는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등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결국 세 번째 철수정치로 막을 내렸다. 안 전 대표와 옛 민주당 김한길 대표 간 3월 2일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합의한 것이다. ‘안철수 신당’ 창당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뜻한다.

안 전 대표는 옛 민주당과 신당 창당 때 새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기초 선거 무공천을 앞세웠으나,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공천 53.44% VS 무공천 46.56%) "국민과 당원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또 물러섰다.

마지막 철수는 7·30재보선 서울 동작을 공천에서였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이곳에서 정의당에 공천을 양보하면서 안 전 대표가 다섯번째 철수정치를 했다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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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