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초보’ 안철수 ‘새정치실험’ 완패 진짜이유

‘안방’(광주) 차지하려다 ‘사랑방’(당권·차기대권)까지 빼앗겼다

[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안철수 대망론’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야권 내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최근 지지율은 3위로 곤두박질 쳤다. ‘안철수 신드롬’의 주인공인 안 전 대표가 급락세를 타는 이유가 뭘까? 지난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 당시 민주화 성지로 불리는 광주에 잇따라 ‘공천 패착’을 뒀기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와 함께 ‘철수(撤收) 정치’가 끝이 없는 점도 안 전 대표의 위상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7·30재보선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를 대상으로 ‘정치실험’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광주 민심을 우습게 본 것이라는 시각도 적잖다.

‘안철수 대망론’ 흔들
민주화 성지에서 패착

이런 가운데 안 전 대표가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밀어붙이기식 내 사람 심기’를 계속했던 것을 두고 새정치연합의 정신적 지주이자 민주화 성지인 광주를 수중에 넣은 뒤 차기 대권가도를 달리려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가 지향하는 새정치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면서까지 광주에 ‘집착’한 점을 볼 때 저의(底意)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최근 안 전 대표의 결정적 패착이 지방선거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풀이가 심상찮게 퍼져 나온다. 지방선거 때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당시 온갖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측근인 윤장현(현 광주시장) 후보에게 야권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광주의 전략공천장을 끝내 쥐어줬다.

나란히 유력주자로 거론됐던 강운태·이용섭 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해 공정하게 경쟁하자고 촉구했으나, 윤 후보에게 공천이 돌아간 것이다. 강·이 후보는 탈당 후 후보단일화 카드로 맞서는 등 강력 반발했다. 
 
새정치의 시작 개혁공천, 전략공천으로 둔갑   
연거푸 밀어붙이기식 내 사람 심기 점입가경

안 전 대표가 지난 3월말 옛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안철수 신당) 간 창당 당시 얻은 공천 지분을 통해 최측근을 챙겼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새정치연합의 공천은 곧 당선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지역이고, 특히 민주화의 상징성을 띄고 있는 광주에서 타 후보들의 민주적 경선을 통한 공천 주장을 외면하고 전략공천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점은 의아스러운 대목으로 읽힌다는 게 기저에 깔려 있다.

실제 안 전 대표는 개혁공천을 시종일관 부르짖었다. 그는 4월11일 6·4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선 깨끗한 후보, 능력있는 후보를 엄선 추천해야 한다”며 “성패는 개혁공천 성공여부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안 전 대표는 옛 민주당과 신당 창당에 합의할 때도 새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기초선거 무공천을 앞세울 정도로 공천 문제를 새정치의 시발점으로 여겼다. 이랬던 그가 광주에서 연속적으로 전략공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개혁공천을 하자던 안 전 대표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한 것”이라며 “최근 안 전 대표를 두고 추락하고 있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겠느냐”고 꼬집었다.

여기에 안 전 대표는 7·30재보선에서도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후보(현 국회의원)를 전략공천하는 데 한몫을 했다. 개혁공천을 통해 정치개혁을 이루려던 그가 또 한 번 패착을 둔 것으로 거론되는 대목이다.  

‘권은희 낙하산 카드’에 대해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가 내리 꽂은 것이다. 공천을 신청한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배제됐고,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서울 동작을로 급유턴, 전략 투입됐다. 권은희 카드는 당내에서조차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전략공천이었다.

결국 재보선 뒤 권 후보 남편의 재산축소 신고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6곳(총 15곳 재보선)의 수도권 판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수원병과 평택에 각각 출마했던 손학규 후보, 정장선 후보가 7월 초 여론조사에선 새누리당 후보와 비교해 앞서 있다가 권은희 카드 이후 하락세를 탔고 나란히 낙선했다는 것이다.   

광주 광산을의 전략공천이 같은 호남권인 순천ㆍ곡성의 민심에까지 반발심리를 심어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는 최대 이변이 연출됐다는 시각도 적잖다.

광주 광산을은 15개 재보선 지역 가운데 가장 낮은 22.3%의 투표율에 불과했다. 광주민심이 전략공천에 반발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부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권 후보가 당선은 됐으나, “권은희만 얻고 모든 것을 잃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온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재보선을 11대4로 완패한 다음날 동반퇴진 했다.

안철수 개혁공천 천명
광주엔 잇따라 전략공천

안 전 대표가 평소의 개혁공천이란 지론을 접고 왜 연거푸 광주에 전략공천을 했을까? 일각에선 두 가지로 풀이한다. 먼저 그가 차기대권을 지나치게 의식, 야당의 심장격인 광주를 자신의 텃밭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해석이다. 지방선거 당시 윤장현 후보를 위해 밀어붙이기식으로 내세운 것을 두고 이런 얘기가 나온다.

안 전 대표가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선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지역의 민심부터 수중에 넣으려 했다는 게 골자다.

즉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뿌리인 광주를 점해야 대권가도를 달리는데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광주는 야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데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당의 2002년 대선후보 경선이다.
 

당초 노무현 전 후보는 타 권역에서 ‘대세론’을 탔던 이인제 후보에 밀려 고전했으나, 광주에서 승리한 뒤 이른바 ‘노풍’이 크게 불어 나머지 지역 경선을 휩쓸며 후보직을 꿰찬데 이어 대선판까지 이겼다. 광주표심이 타 권역에 방향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의 광주·전남 경선에서 47.4%로 1위를,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가 광주·전남 경선에서 1위(48.46%)를 각각 차지하며 대선후보직을 따낸 바 있다.

광주표심이 대선후보를 가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때문에 부산출신으로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최측근인 윤 후보를 광주에 내리꽂는 노림수를 뒀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야당 차기 대권후보 관문의 분수령 광주
‘권은희 낙하산’ 정치적 계산 작용했나

권은희 전략공천과 관련해선, 안 전 대표가 광주를 새정치의 실험장으로 이용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안 전 대표가 ‘야권 내 스타 경찰’ 출신이고, 정치초년생인 권 후보를 새정치 공천의 모델로 삼아 광주에 투입해 간을 봤다는 것이다.

앞서 권은희 의원은 경찰 재직 시 국정원의 대선개입 댓글사건을 폭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나아가 야권 내에선 ‘정의의 아이콘’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이런 만큼 2012년 대선 레이스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이후 줄곧 “새 정치”를 역설하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신선감과 인지도가 있는 권 의원을 자신의 새정치 모델로 낙점해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썼다는 얘기다.

호남출신 야당의 한 관계자는 “광주에 권 의원을 전략공천한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무성한데 일각에서 안 전 대표가 권은희 카드를 갖고 광주에서 정치실험을 해 본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주 절실했던 안철수
‘권은희 카드’는 실험용?

결과적으로 민주화의 성지이자 새정치연합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정치초년병인 안 전 대표의 정치실험은 철저하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윤장현·권은희 두 명은 건졌으나 당의 간판급 거물들을 잃었음은 물론 자신의 차기 대권가도마저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mkpeace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의 철수(撤收) 정치?
“남자가 칼을 꺼냈으면 썩은 무라도 찔러야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정치는 철수(撤收)로 시작해서 아직도 철수에 머무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2012년 9월 새정치에 기대를 건 무당파와 중도층을 기반으로 무소속 대선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대선판을 통해 정치권에 공식적으로 첫 발을 디뎠으나, 그해 11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며 예비후보직을 사퇴했다. 두 번째 철수였다.

이에 앞서 안 전 대표의 첫 번째 철수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였다. 보선 출마의사를 내비쳤다가 박원순(현 서울시장)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에게 조건없이 후보직을 순순히 양보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던 만큼 일각에선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가 비록 대선 레이스를 포기했으나, ‘안철수’란 이름의 파괴력은 대선 이후에도 식지 않았다. 여전히 무당파와 중도층에선 기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국회에 입성한 뒤 이른바 ‘안철수 신당’ 창당 얘기가 구체성을 띄기 시작했다.

안 전 대표는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등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결국 세 번째 철수정치로 막을 내렸다. 안 전 대표와 옛 민주당 김한길 대표 간 3월 2일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합의한 것이다. ‘안철수 신당’ 창당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뜻한다.

안 전 대표는 옛 민주당과 신당 창당 때 새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기초 선거 무공천을 앞세웠으나,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공천 53.44% VS 무공천 46.56%) "국민과 당원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또 물러섰다.

마지막 철수는 7·30재보선 서울 동작을 공천에서였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이곳에서 정의당에 공천을 양보하면서 안 전 대표가 다섯번째 철수정치를 했다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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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