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야권 후보단일화 빛과 그림자

역대 7번째 야권연대 “뭉쳐도 죽고 흩어져도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7·30재보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어김없이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총·대선 및 지방선거 때마다 세력 대 세력 간 단일후보를 내기 위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역대 각 선거 결과 후보단일화의 시너지효과로 승리도 있었지만, 패배도 적잖았다. 후보단일화의 명암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7·30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후보단일화를 위한 공식 논의는 없었다. 정의당이 먼저 ‘당대당’ 야권연대를 제안했으나, 새정치연합은 각 선거구별 단일화에 대해서만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양당 모두 단일후보를 내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후보단일화는 선거 승리의 만능키일까?

후보단일화 단골메뉴
선거 승리의 만능키?

야권 안팎에선 서울 동작을과 수원정 선거구에 방점을 찍고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방법을 두고는 상당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새정치연합은 각 선거구에서 야권후보 간 자체적인 논의를 통해 단일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의당은 ‘당 대 당’ 야권연대를 제시했다.

정의당은 총 5석에 불과한 의석수를 보유하고 있으나, 핫(HOT)한 두 지역에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을 출마시켜 단일화 논의의 한 축을 잡았다. 여야 모두 총 15곳 에서나 벌어지는 선거판 가운데 특히 동작을과 수원정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재보선에서 동작을 보궐선거는 수도 서울에서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이고, 박근혜정권의 중간평가 성격도 띄고 있는 점 등이 맞물리면서 이곳의 승패가 수도권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수도권대첩 중심축 동작을 야권 결집   
후보단일화는 과연 필승 공식일까 

수원정의 경우 ‘MB세력 심판론’이 화두다. 새누리당이 MB정권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을 출마시키자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와 정의당 천호선 후보는 나란히 MB정권이 추진했던 4대강 사업 등을 실패로 규정하고 심판론을 점화시켰다. MB정권에 대한 평가가 일정부분 내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선거구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동작을에 출마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단일화의 물꼬를 텄다.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공식 제안하면서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에 앞서 <CBS노컷뉴스>와 포커스컴퍼니가 19~20일 동작을 유권자 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36%p)에 따르면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 대 기 후보는 46.5% 대 38.4%, 나 후보 대 노 후보의 경우 42.7% 대 41.9%로 나타났다. 야권후보 간 단일화를 통해 1대1구도를 만들어야 게임이 되는 것으로 읽힌다.

기 후보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후보직을 사퇴, 나 후보와 노 후보 간 양자대결 구도가 됐다. ‘수도권대첩’의 중심축인 동작을에서 당대당 간의 논의는 아니었지만 또 한번 야권후보 간 단일화가 론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성사된 것이다.

동작을 후보단일화는 수원정, 수원병에까지 파급력을 미쳤다. 기 후보가 물러나자 천 후보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당 연대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결단 대 결단은 저에게 새로운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퇴했다. 뒤를 이어 수원병에 출마한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자진 사퇴,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와 새정치연합 손학규 후보 간 대결로 압축됐다.

여권에선 이를 두고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정치적 흥정을 통해 선거구를 ‘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면 아래에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거래(?)를 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12~14일 수원정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p)에 따르면 임 후보 33.7%, 박 후보 21.5%, 천 후보 7.3%.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은 당대당 연대를 왜 거부했을까? 특히 단일후보의 당선은 보장되는 것일까?


격전지 동작 야권단일화
새정치 ‘당대당’ 거부

2010년 6·2지방선거가 야권연대의 시발점이다. 첫 시도는 압승이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등이 연대, 광역단체장 16곳 가운데 민주당이 7곳을 차지한 반면 한나라당은 6곳에 그쳤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경남과 강원 선거에서도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총 66곳의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구청장 25곳 중 21곳을 쓸어 담는 등 46곳에 깃발을 꽂는 기염을 토했다. 야권연대의 시너지 효과가 정확히 먹혔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정체성이 사라진 '나눠먹기식 연대'일 뿐이라는 지적도 적잖았다.

지방선거 이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진 7·28재보선에서 야권은 공천을 놓고 나눠먹기를 재현, 협상이 지연되는 등 선거 막판까지 연대가 불투명했다. 투표를 코앞에 둔 이틀 전 연대가 이뤄진 곳도 있고 끝내 불발에 그친 곳도 있었다. 불완전한 연대였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최대 접전 지역이었던 은평을에서 이재오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였던 민주당 장상 후보를 꺾는 등 8곳의 선거판 가운데 5곳을 승리해 지방선거의 패배를 설욕했다.

야권은 2011년 4·27재보선에서 또 한번 연대했고, 이번엔 3대1의 완승을 거뒀다. '분당대첩'으로 불렸던 분당을 선거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제쳤고, 강원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는 전남 순천에서 극적으로 당선됐다. 민주당은 당내 일각의 반발이 있었으나, 야권연대 차원에서 이곳에 공천을 하지 않았다.

여야 지방선거+재보선 승패 주고받아
‘당 대 당’ 아닌 후보 개별 연대 주목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간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방식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였던 김해을의 경우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근소하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11년 10·26재보선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최대 격전지였다.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이후 박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경선을 거쳐 범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득표율 7.2%차로 눌렀다. 야권연대의 승리란 평가를 받았다. 


야권 6·2지선 연대 시작 
10·26서 수도 서울 탈환

야권연대의 결정판은 2012년 19대 4·11총선으로 꼽힌다. 그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총선판에 앞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다시 ‘빅텐트’를 쳤다. 총선 초반 무렵엔 여소야대로 판이 짜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으나,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인 152석을 획득하며 선전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통합진보당은 13석을 얻었다. 18대 국회 민주노동당 시절 5석 밖에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때문에 민주통합당 ‘원죄론’이 나왔고, 나아가 특히 야권연대가 깨지는 일로 번졌다. 2013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되는 등 통합진보당이 종북논란에 휩싸이자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를 통해 종북세력의 국회 진출을 도왔다고 강력 비판했고,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무분별한 연대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런 기류 속에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는 없었다. 종북논란의 불똥을 맞은 새정치연합이 통합진보당을 연대의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했던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총 1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9곳을, 새누리당은 8곳을 각각 차지해 여야 간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대하지 않았던 6·4지방선거를 논외로 하고 각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야권은 연대를 통해 6·2지방선거, 4·27재보선, 10·26재보선 등을 승리해 3승2패를 기록했다. 야권이 한번 더 승리했으나, 연대를 통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 19대 총선 이후 치러진 12월 18대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 카드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난산 끝에 단일화를 이뤘다. 여기에 투표 사흘 전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사퇴해 문 후보가 사실상 범야권후보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였다. 이처럼 야권이 총결집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박 후보가 51.6%의 득표율을 올려 48%에 그친 문 후보를 제쳤다. 표 차이는 불과 108만표였다.

야권이 연대로 얻은 현재까지의 최종 성적표는 3승3패. 이 가운데 야권이 가장 큰 선거판인 대선에서 패배한 점을 볼 때 후보단일화가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의 패배에 따른 정치적 타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권연대 6전3승3패
총결집 대선서 패배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동작을과  수원정, 수원병 선거에서 야권후보단일화가 성사됐으나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읽힌다. 즉 야권이 19대 총선에 이어 18대 대선에서 연거푸 패하는 등 단일화가 ‘필승의 공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21일 투표용지 인쇄가 이미 끝나 사표 발생이 불가피해 단일화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대당이 아닌 선거구별 연대에 따른 7번째 승패에 시선이 쏠린다.

 

<mkpeace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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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