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야권 후보단일화 빛과 그림자

역대 7번째 야권연대 “뭉쳐도 죽고 흩어져도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7·30재보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어김없이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총·대선 및 지방선거 때마다 세력 대 세력 간 단일후보를 내기 위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역대 각 선거 결과 후보단일화의 시너지효과로 승리도 있었지만, 패배도 적잖았다. 후보단일화의 명암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7·30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후보단일화를 위한 공식 논의는 없었다. 정의당이 먼저 ‘당대당’ 야권연대를 제안했으나, 새정치연합은 각 선거구별 단일화에 대해서만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양당 모두 단일후보를 내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후보단일화는 선거 승리의 만능키일까?

후보단일화 단골메뉴
선거 승리의 만능키?

야권 안팎에선 서울 동작을과 수원정 선거구에 방점을 찍고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방법을 두고는 상당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새정치연합은 각 선거구에서 야권후보 간 자체적인 논의를 통해 단일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의당은 ‘당 대 당’ 야권연대를 제시했다.

정의당은 총 5석에 불과한 의석수를 보유하고 있으나, 핫(HOT)한 두 지역에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을 출마시켜 단일화 논의의 한 축을 잡았다. 여야 모두 총 15곳 에서나 벌어지는 선거판 가운데 특히 동작을과 수원정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재보선에서 동작을 보궐선거는 수도 서울에서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이고, 박근혜정권의 중간평가 성격도 띄고 있는 점 등이 맞물리면서 이곳의 승패가 수도권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수도권대첩 중심축 동작을 야권 결집   
후보단일화는 과연 필승 공식일까 

수원정의 경우 ‘MB세력 심판론’이 화두다. 새누리당이 MB정권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을 출마시키자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와 정의당 천호선 후보는 나란히 MB정권이 추진했던 4대강 사업 등을 실패로 규정하고 심판론을 점화시켰다. MB정권에 대한 평가가 일정부분 내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선거구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동작을에 출마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단일화의 물꼬를 텄다.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공식 제안하면서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에 앞서 <CBS노컷뉴스>와 포커스컴퍼니가 19~20일 동작을 유권자 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36%p)에 따르면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 대 기 후보는 46.5% 대 38.4%, 나 후보 대 노 후보의 경우 42.7% 대 41.9%로 나타났다. 야권후보 간 단일화를 통해 1대1구도를 만들어야 게임이 되는 것으로 읽힌다.

기 후보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후보직을 사퇴, 나 후보와 노 후보 간 양자대결 구도가 됐다. ‘수도권대첩’의 중심축인 동작을에서 당대당 간의 논의는 아니었지만 또 한번 야권후보 간 단일화가 론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성사된 것이다.

동작을 후보단일화는 수원정, 수원병에까지 파급력을 미쳤다. 기 후보가 물러나자 천 후보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당 연대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결단 대 결단은 저에게 새로운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퇴했다. 뒤를 이어 수원병에 출마한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자진 사퇴,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와 새정치연합 손학규 후보 간 대결로 압축됐다.

여권에선 이를 두고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정치적 흥정을 통해 선거구를 ‘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면 아래에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거래(?)를 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12~14일 수원정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p)에 따르면 임 후보 33.7%, 박 후보 21.5%, 천 후보 7.3%.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은 당대당 연대를 왜 거부했을까? 특히 단일후보의 당선은 보장되는 것일까?


격전지 동작 야권단일화
새정치 ‘당대당’ 거부

2010년 6·2지방선거가 야권연대의 시발점이다. 첫 시도는 압승이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등이 연대, 광역단체장 16곳 가운데 민주당이 7곳을 차지한 반면 한나라당은 6곳에 그쳤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경남과 강원 선거에서도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총 66곳의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구청장 25곳 중 21곳을 쓸어 담는 등 46곳에 깃발을 꽂는 기염을 토했다. 야권연대의 시너지 효과가 정확히 먹혔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정체성이 사라진 '나눠먹기식 연대'일 뿐이라는 지적도 적잖았다.

지방선거 이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진 7·28재보선에서 야권은 공천을 놓고 나눠먹기를 재현, 협상이 지연되는 등 선거 막판까지 연대가 불투명했다. 투표를 코앞에 둔 이틀 전 연대가 이뤄진 곳도 있고 끝내 불발에 그친 곳도 있었다. 불완전한 연대였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최대 접전 지역이었던 은평을에서 이재오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였던 민주당 장상 후보를 꺾는 등 8곳의 선거판 가운데 5곳을 승리해 지방선거의 패배를 설욕했다.

야권은 2011년 4·27재보선에서 또 한번 연대했고, 이번엔 3대1의 완승을 거뒀다. '분당대첩'으로 불렸던 분당을 선거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제쳤고, 강원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는 전남 순천에서 극적으로 당선됐다. 민주당은 당내 일각의 반발이 있었으나, 야권연대 차원에서 이곳에 공천을 하지 않았다.

여야 지방선거+재보선 승패 주고받아
‘당 대 당’ 아닌 후보 개별 연대 주목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간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방식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였던 김해을의 경우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근소하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11년 10·26재보선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최대 격전지였다.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이후 박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경선을 거쳐 범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득표율 7.2%차로 눌렀다. 야권연대의 승리란 평가를 받았다. 


야권 6·2지선 연대 시작 
10·26서 수도 서울 탈환

야권연대의 결정판은 2012년 19대 4·11총선으로 꼽힌다. 그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총선판에 앞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다시 ‘빅텐트’를 쳤다. 총선 초반 무렵엔 여소야대로 판이 짜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으나,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인 152석을 획득하며 선전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통합진보당은 13석을 얻었다. 18대 국회 민주노동당 시절 5석 밖에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때문에 민주통합당 ‘원죄론’이 나왔고, 나아가 특히 야권연대가 깨지는 일로 번졌다. 2013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되는 등 통합진보당이 종북논란에 휩싸이자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를 통해 종북세력의 국회 진출을 도왔다고 강력 비판했고,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무분별한 연대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런 기류 속에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는 없었다. 종북논란의 불똥을 맞은 새정치연합이 통합진보당을 연대의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했던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총 1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9곳을, 새누리당은 8곳을 각각 차지해 여야 간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대하지 않았던 6·4지방선거를 논외로 하고 각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야권은 연대를 통해 6·2지방선거, 4·27재보선, 10·26재보선 등을 승리해 3승2패를 기록했다. 야권이 한번 더 승리했으나, 연대를 통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 19대 총선 이후 치러진 12월 18대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 카드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난산 끝에 단일화를 이뤘다. 여기에 투표 사흘 전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사퇴해 문 후보가 사실상 범야권후보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였다. 이처럼 야권이 총결집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박 후보가 51.6%의 득표율을 올려 48%에 그친 문 후보를 제쳤다. 표 차이는 불과 108만표였다.

야권이 연대로 얻은 현재까지의 최종 성적표는 3승3패. 이 가운데 야권이 가장 큰 선거판인 대선에서 패배한 점을 볼 때 후보단일화가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의 패배에 따른 정치적 타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권연대 6전3승3패
총결집 대선서 패배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동작을과  수원정, 수원병 선거에서 야권후보단일화가 성사됐으나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읽힌다. 즉 야권이 19대 총선에 이어 18대 대선에서 연거푸 패하는 등 단일화가 ‘필승의 공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21일 투표용지 인쇄가 이미 끝나 사표 발생이 불가피해 단일화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대당이 아닌 선거구별 연대에 따른 7번째 승패에 시선이 쏠린다.

 

<mkpeace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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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