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야권 후보단일화 빛과 그림자

역대 7번째 야권연대 “뭉쳐도 죽고 흩어져도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7·30재보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어김없이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총·대선 및 지방선거 때마다 세력 대 세력 간 단일후보를 내기 위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역대 각 선거 결과 후보단일화의 시너지효과로 승리도 있었지만, 패배도 적잖았다. 후보단일화의 명암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7·30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후보단일화를 위한 공식 논의는 없었다. 정의당이 먼저 ‘당대당’ 야권연대를 제안했으나, 새정치연합은 각 선거구별 단일화에 대해서만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양당 모두 단일후보를 내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후보단일화는 선거 승리의 만능키일까?

후보단일화 단골메뉴
선거 승리의 만능키?

야권 안팎에선 서울 동작을과 수원정 선거구에 방점을 찍고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방법을 두고는 상당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새정치연합은 각 선거구에서 야권후보 간 자체적인 논의를 통해 단일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의당은 ‘당 대 당’ 야권연대를 제시했다.

정의당은 총 5석에 불과한 의석수를 보유하고 있으나, 핫(HOT)한 두 지역에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을 출마시켜 단일화 논의의 한 축을 잡았다. 여야 모두 총 15곳 에서나 벌어지는 선거판 가운데 특히 동작을과 수원정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재보선에서 동작을 보궐선거는 수도 서울에서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이고, 박근혜정권의 중간평가 성격도 띄고 있는 점 등이 맞물리면서 이곳의 승패가 수도권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수도권대첩 중심축 동작을 야권 결집   
후보단일화는 과연 필승 공식일까 

수원정의 경우 ‘MB세력 심판론’이 화두다. 새누리당이 MB정권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을 출마시키자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와 정의당 천호선 후보는 나란히 MB정권이 추진했던 4대강 사업 등을 실패로 규정하고 심판론을 점화시켰다. MB정권에 대한 평가가 일정부분 내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선거구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동작을에 출마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단일화의 물꼬를 텄다.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공식 제안하면서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에 앞서 <CBS노컷뉴스>와 포커스컴퍼니가 19~20일 동작을 유권자 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36%p)에 따르면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 대 기 후보는 46.5% 대 38.4%, 나 후보 대 노 후보의 경우 42.7% 대 41.9%로 나타났다. 야권후보 간 단일화를 통해 1대1구도를 만들어야 게임이 되는 것으로 읽힌다.

기 후보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후보직을 사퇴, 나 후보와 노 후보 간 양자대결 구도가 됐다. ‘수도권대첩’의 중심축인 동작을에서 당대당 간의 논의는 아니었지만 또 한번 야권후보 간 단일화가 론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성사된 것이다.

동작을 후보단일화는 수원정, 수원병에까지 파급력을 미쳤다. 기 후보가 물러나자 천 후보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당 연대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결단 대 결단은 저에게 새로운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퇴했다. 뒤를 이어 수원병에 출마한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자진 사퇴,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와 새정치연합 손학규 후보 간 대결로 압축됐다.

여권에선 이를 두고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정치적 흥정을 통해 선거구를 ‘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면 아래에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거래(?)를 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12~14일 수원정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p)에 따르면 임 후보 33.7%, 박 후보 21.5%, 천 후보 7.3%.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은 당대당 연대를 왜 거부했을까? 특히 단일후보의 당선은 보장되는 것일까?


격전지 동작 야권단일화
새정치 ‘당대당’ 거부

2010년 6·2지방선거가 야권연대의 시발점이다. 첫 시도는 압승이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등이 연대, 광역단체장 16곳 가운데 민주당이 7곳을 차지한 반면 한나라당은 6곳에 그쳤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경남과 강원 선거에서도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총 66곳의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구청장 25곳 중 21곳을 쓸어 담는 등 46곳에 깃발을 꽂는 기염을 토했다. 야권연대의 시너지 효과가 정확히 먹혔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정체성이 사라진 '나눠먹기식 연대'일 뿐이라는 지적도 적잖았다.

지방선거 이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진 7·28재보선에서 야권은 공천을 놓고 나눠먹기를 재현, 협상이 지연되는 등 선거 막판까지 연대가 불투명했다. 투표를 코앞에 둔 이틀 전 연대가 이뤄진 곳도 있고 끝내 불발에 그친 곳도 있었다. 불완전한 연대였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최대 접전 지역이었던 은평을에서 이재오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였던 민주당 장상 후보를 꺾는 등 8곳의 선거판 가운데 5곳을 승리해 지방선거의 패배를 설욕했다.

야권은 2011년 4·27재보선에서 또 한번 연대했고, 이번엔 3대1의 완승을 거뒀다. '분당대첩'으로 불렸던 분당을 선거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제쳤고, 강원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는 전남 순천에서 극적으로 당선됐다. 민주당은 당내 일각의 반발이 있었으나, 야권연대 차원에서 이곳에 공천을 하지 않았다.

여야 지방선거+재보선 승패 주고받아
‘당 대 당’ 아닌 후보 개별 연대 주목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간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방식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였던 김해을의 경우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근소하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11년 10·26재보선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최대 격전지였다.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이후 박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경선을 거쳐 범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득표율 7.2%차로 눌렀다. 야권연대의 승리란 평가를 받았다. 


야권 6·2지선 연대 시작 
10·26서 수도 서울 탈환

야권연대의 결정판은 2012년 19대 4·11총선으로 꼽힌다. 그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총선판에 앞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다시 ‘빅텐트’를 쳤다. 총선 초반 무렵엔 여소야대로 판이 짜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으나,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인 152석을 획득하며 선전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통합진보당은 13석을 얻었다. 18대 국회 민주노동당 시절 5석 밖에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때문에 민주통합당 ‘원죄론’이 나왔고, 나아가 특히 야권연대가 깨지는 일로 번졌다. 2013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되는 등 통합진보당이 종북논란에 휩싸이자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를 통해 종북세력의 국회 진출을 도왔다고 강력 비판했고,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무분별한 연대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런 기류 속에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는 없었다. 종북논란의 불똥을 맞은 새정치연합이 통합진보당을 연대의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했던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총 1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9곳을, 새누리당은 8곳을 각각 차지해 여야 간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대하지 않았던 6·4지방선거를 논외로 하고 각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야권은 연대를 통해 6·2지방선거, 4·27재보선, 10·26재보선 등을 승리해 3승2패를 기록했다. 야권이 한번 더 승리했으나, 연대를 통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 19대 총선 이후 치러진 12월 18대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 카드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난산 끝에 단일화를 이뤘다. 여기에 투표 사흘 전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사퇴해 문 후보가 사실상 범야권후보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였다. 이처럼 야권이 총결집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박 후보가 51.6%의 득표율을 올려 48%에 그친 문 후보를 제쳤다. 표 차이는 불과 108만표였다.

야권이 연대로 얻은 현재까지의 최종 성적표는 3승3패. 이 가운데 야권이 가장 큰 선거판인 대선에서 패배한 점을 볼 때 후보단일화가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의 패배에 따른 정치적 타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권연대 6전3승3패
총결집 대선서 패배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동작을과  수원정, 수원병 선거에서 야권후보단일화가 성사됐으나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읽힌다. 즉 야권이 19대 총선에 이어 18대 대선에서 연거푸 패하는 등 단일화가 ‘필승의 공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21일 투표용지 인쇄가 이미 끝나 사표 발생이 불가피해 단일화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대당이 아닌 선거구별 연대에 따른 7번째 승패에 시선이 쏠린다.

 

<mkpeace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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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