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끊이질 않는 표절공방<속으로>

조심해! 가요계에서 ‘외톨이’ 될라


잠잠하던 표절공방이 또다시 가요계를 뒤덮었다. 지난해 지드레곤, 왁스, 이승기에 이어 2010년에도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신예밴드 씨엔블루(CNBLUE)의 ‘외톨이야’가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표절 의견을 제시한 와이낫과 씨엔블루 측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와이낫 파랑새 vs 씨엔블루 외톨이야 표절공방
“도입부·후렴구 흡사” vs “흠집 내려는 것일 뿐”


씨엔블루의 데뷔곡 ‘외톨이야’는 쉬운 멜로디로 지난 1월14일 발표 이후 각종 온라인 음악사이트를 석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인디밴드 와이낫이 2008년 발표한 ‘파랑새’의 도입부와 후렴구가 흡사하다는 의견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파랑새’의 도입 연주부분과 ‘외톨이야’의 도입 ‘외톨이야 외톨이야 외톨이야’라고 반복되는 부분, 그리고 ‘파랑새’의 후렴구인 ‘세이 예, 다른 이들의 말은 이제 들리지 않아’와 ‘외톨이야’의 ‘오 베이비 외톨이야 외톨이야 다리디리다라두’라는 소절이다.

양측 첨예한 대립
법정공방 가속화?

와이낫 측은 “두 곡의 멜로디 진행방식이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 정도로 닮았다”며 “대처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씨엔블루 소속사 측은 발끈하고 나섰다. 씨엔블루의 소속사 FNC 뮤직은 “노래가 유사하다는 점은 터무니없다”면서 “이런 이유로 유사성 논란이 제기되면 지구상의 모든 노래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FNC 뮤직은 이어 “와이낫이란 그룹도 ‘파랑새’란 노래도 이번 일로 처음 알았다. 그 노래를 참조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열정을 갖고 음악하는 친구들이 막 데뷔를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논란으로 흠집 내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고 덧붙였다. FNC 뮤직은 또 “자극적인 단어나 표현을 사용해 씨엔블루의 명예가 훼손된다면 그에 따른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표절은 법원의 판결이 내려져야만 인정되는 것인데 어느 일방의 주장만으로 이 같은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언론보도에도 단호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와이낫 측은 씨엔블루의 매니지먼트사인 FNC 뮤직이 “와이낫 측이 의도적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유감을 표하자 곧바로 반박자료를 발표했다. 와이낫 측은 “네티즌들의 지적으로 와이낫의 ‘파랑새’와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비교해서 듣게 됐고 창작자의 입장에서 후렴구 부분과 도입부가 유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면서 “FNC 뮤직 측이 명예훼손과 손해배상을 묻겠다고 한 것에 대해 심한 모욕감을 느끼며 이 문제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향후 적법하고 적극적인 대응도 고려할 생각이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와이낫 측은 특히 FNC 뮤직 측이 표절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표절을 하려 했으면 외국의 더 좋은 곡을 했을 것”이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와이낫 측은 “13년째 ‘와이낫’이란 이름을 지키며 음악활동을 해온 우리는 물론 전체 인디신에 대한 모욕이다”고 지적했다. 와이낫 측은 지난 2월1일 상대 작곡가에게 저작권 포기를 권유했다. 일단 1주일 정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씨엔블루 측 반응이 냉담하고 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막상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온당한 법적 판단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사실 표절시비는 이제 가요계에서는 연례행사다. 한국에서 표절시비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만 속이면 대박
잘못해 걸리면 장난

그것은 한국에서의 표절시비는 늘 거세게 의혹만 제기되다가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 채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요계의 표절시비는 수차례 불거졌지만 매번 논란으로 그쳤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내할 장치가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돈이 없으면 불이익에 대한 문제제기조차 힘들다. 한 음반관계자는 “사적 감정을 받으려면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누가 그런 돈을 들여가며 소송을 제기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표절논란이 점화되더라도 소속사가 원 저작권자와 사후 합의하는 암묵적인 관행 존재도 문제다. 동종업계 내에서 ‘서로 얼굴 붉히지 말자’,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정서가 통용돼왔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측에서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 필요하다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그런데 표절의혹에 휩싸인 가수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후속곡으로 바꿔 활동을 시작하면 결국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고 세태를 꼬집었다. 활동이 뜸해지면서 표절의혹도 함께 사라진다. 표절에 대한 도덕불감증도 문제다.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창작의 고통을 겪거나 모험할 필요가 없이 이미 검증된 틀을 이용해 안전한 수익과 인기를 얻으려고 할 때 표절이 일어나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반복되는 표절시비에도 논란에 그쳐
시간·소송비용·암묵적 관행이 문제


‘잠시만 속이면 대박, 걸리면 장난’이란 인식이 잇단 표절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방송국이 쇼 프로그램을 개편할 때마다 일본 방송국 프로그램을 표절했다는 시비가 반복되고 있지만 시청률만 높으면 표절 시비는 유야무야되기도 한다. 가요계에서 표절시비가 불거질 때면 늘 작곡가들은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내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떠올랐을 뿐이다”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다가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오랫동안 몸을 숨기는 ‘잠수’를 택한다.

가수들에 대한 표절시비가 제기되면 팬클럽들은 “안티들은 꺼져라” “남들 다 하는데, 왜 우리 오빠만 갖고 그러느냐”며 똘똘 뭉친다. 이런 현상을 꾸짖는 사람이나 기구도 없어 일부 청소년에게는 표절에 관한 도덕불감증이 번져 있다. 그렇다면 표절시비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표절은 피해자가 고소해야 죄가 되는 이른바 ‘친고죄’다.
 
아무리 논란이 거세도 원작자가 대응하지 않으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다. 표절시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절임을 확실히 판단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표절을 정의 내릴 기구도 없다. 1999년 공연법의 개정으로 곡의 표절 여부를 사전심사했던 공연윤리위원회가 없어져 표절 곡의 사전 제어장치는 사라졌다. 현재 ‘몇 구절 이상 코드의 몇 프로 이상이 비슷해야 표절이다’ 등의 구체적인 법률 조항도 마련돼 있지 않다.

뒤늦게 정부는 지난해 12월 표절위원회를 발족해 저작권 강화에 나섰다. 법조인, 학자, 표절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해 빠르면 2월 중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소송 절차와 보상 등 원초적 문제를 개선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자율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음악인들이 자율적으로 법률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인들이 모여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든다면 수없이 제기되는 표절시비를 근절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표절 문제는 음악을 듣는 사람의 감시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표절위원회 발족
자율규제 바람직

A 변호사는 “표절 논란의 공론화는 한국 사회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며 “한류 문화상품이 세계로 나가고 있어 앞으로 표절 논란은 세계적 소송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보이지 않는 손

민주당 쪼개는 보이지 않는 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7일 이재명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았다. 정부가 안정 궤도에 접어들면서 탄핵 정국부터 바짝 긴장한 더불어민주당의 결집력이 이전보다 느슨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을 형성하고 때로는 한발 앞서 나가는 당원들에 의해 각기 다른 목소리가 분출되면서 이견이 드러난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온 건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개딸(개혁의 딸)을 자처하고 나선 ‘원조’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도 상당했다. 팬덤 정치 대물림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놓고 개딸의 집단 움직임이 최고조에 달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이들은 친문(친 문재인),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 이름이 적힌 ‘수박 리스트’를 만들어 문자 폭탄을 돌렸다. 민주당 의원을 대상으로 체포동의안에 부결했다는 확답 메시지를 받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는 ‘수박 색출’ 인증 릴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일각에서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말리는 의원은 없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차기 권력이 누구인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반기를 들기는 쉽지 않았던 탓이다. 당시 이 대표를 따르는 팬덤은 점점 커졌고, 여기에 올라타는 정치인이 대거 확산되면서 견고한 친명(친 이재명)계 울타리가 세워졌다. ‘개딸에 휘둘리는 민주당’을 정면으로 비판하던 비명계 일부는 4·10 총선에서 컷오프됐고 이들 중 다수가 탈당하는 등 심리적 분당 상태로까지 내몰렸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팬덤이 들어섰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내걸었고, 개혁 의지로 똘똘 뭉친 민주당은 가장 강하고 전투적인 인물(정청래 후보)을 차기 대표로 세웠다. 지난 8월 전당대회서 당선된 정청래 대표 역시 ‘강경파’ 꼬리표를 달고 당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내란의 밤을 뒤로하고 이제는 강력한 개혁으로 대한민국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여론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정 대표는 수락 연설을 통해 ‘당원 주권’이라는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 당 대표가 되겠다는 약속대로 검찰, 언론, 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고 전당대회가 끝난 즉시 검찰·언론·사법개혁TF를 가동시키겠다”며 “당원 주권 정당으로 1인 1표 시대를 열겠다. 당원 주권 정당 TF도 열어 당헌당규를 정비하고 중요한 당 의사 결정은 당원의 뜻을 묻도록 전 당원 투표를 상설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기점으로 당원중심주의라는 명분을 등에 업은 강성 지지층의 지배력이 빠르게 확산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빈틈없이 굴러갔던 민주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와 엇박자를 보이는 정 대표를 향해 ‘자기 정치’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국민의힘과 협치를 보인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에게 사퇴 요구가 쏟아졌다. ‘개딸’이 밀어준 이재명, 정청래는? 마음 안 들면 ‘수박’…사라진 다양성 3대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민주당 의원에게는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일컫는 은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개혁 과도기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건 민주주의가 건강하다는 증거”라지만 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지 않을 경우 원인을 찾아 개혁의 걸림돌로 낙인 찍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등 다양성을 묵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본격적으로 당원들의 목소리가 커진 건 ‘검찰개혁’의 속도와 수위를 두고 당정간의 온도 차가 노출되면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민주당은 강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장 검찰청을 없애자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실은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통해 논란을 최소화하기를 바랐다. 이후 사법개혁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조용한 개혁’을 주문하면서 본격적으로 불만이 터졌다. 우상호 대통령실 수석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접근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시끄럽지 않게 개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하는 등 당정 간의 온도 차가 드러난 것이다. 강하게 개혁 고삐를 쥔 정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개혁의 적기라고 판단한 강성 지지층도 힘을 보탰다. 정 대표는 우 수석의 발언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상기하자 검찰 만행, 잊지 말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상기하자 조희대의 난, 잊지 말자 사법개혁!” 등의 글을 여러 차례 게시하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진통 끝에 개혁을 매듭지은 정 대표는 ‘1인1표제’를 시작으로 본격 당원 주권 시대를 열어젖혔다. 정 대표가 추진한 1인1표제는 당헌·당규상 현행 당 대표·최고위원 등을 선출할 때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이 20:1 미만으로 규정된 것을 1대1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이를 기반으로 강성 지지층의 당내 장악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이틀에 걸쳐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전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1인1표제 찬성률은 86.81%로 집계됐다. 이를 토대로 정 대표는 “90% 가까운 당원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대한민국 어느 조직도 1인 1표, 헌법에서 보장한 평등 정신을 위반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 투표율이 16.81%에 그치는 등 한계점도 드러났다. 결국 1인1표제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중앙위원회로 넘어갔다. 꺾이지 않는 여론 증폭기 지난 5일 중앙위원회에서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의 건’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부결로 마무리됐다. 찬성 수는 271명, 반대 수는 102명으로 과반(299명) 찬성을 얻지 못한 것이다. ‘당원 대다수가 찬성했다’는 주장과 달리 정 대표의 ‘자기정치’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투표 직후 정 대표는 “전당대회 때 약속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돼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1인1표 당헌개정안은 지금 즉시 재부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당원에게 사과했다. 이어 “따라서 부결된 제2호 안건 1인1표제는 당분간 재부의하기 어렵게 됐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정부의 국민 주권 시대에 걸맞은 당원 주권 시대에 대한 열망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당원들에게 길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당원들의 반응은 당혹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각종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대의원을 ‘기득권’이라고 지적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원 주권 명분을 앞세웠던 만큼 당내 기득권 세력에 의해 당의 ‘진짜 주인’인 당원의 목소리가 묻혔다는 점에서다. 지지자들은 커뮤니티, 유튜브 등의 공간에서 1인1표제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쏟아냈고, 앞과 다를 바 없이 ‘정청래의 자기 정치’와 ‘개혁 발목을 잡는 수박’이라는 두 프레임의 싸움으로 번졌다. 강성 지지층과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가 스피커 역할을 하면서 팬덤은 점점 몸집을 키웠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우리(국민의힘)도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민주당은 굵직한 소통 창구가 정해져 있어 위(지도부)에서 지령이 떨어지면 의원들이 주요 유튜브에 출연해 아젠다 세팅을 하고 톤을 맞추는 등 깔끔하게 움직인다”며 “지금 국민의힘은 각개전투 중이고 출연하는 유튜브도 메시지도 다 다르다. 여론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니 쌍방향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성 지지층의 중심에 선 정 대표는 이미 ‘뉴스공장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이하 뉴스공장)’와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를 띄우면서 스피커를 키웠다. 정 대표는 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에 참석해 “우리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다. 거기 흐름이 민심을 보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요즘 언론에서 <딴지일보> 게시판에 글 쓴다고 그러는데 저는 10년 동안 1500번 썼다. 평균 이틀에 한번 썼다”며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갈라치기 책임 전가 이 같은 정 대표의 주장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이었다. 곽 의원은 (뉴스 공장)을 향해 “이런 유튜브 방송이 ‘유튜브 권력자’라면, 저는 그분들께 머리를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반기를 들었다. “유튜브 권력이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한 곽 의원은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조선일보>는 민주당의 경선에서 손을 떼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셨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적었다. 이후 각종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은 곽 의원을 향한 욕설과 비난으로 도배됐고 기사에 ‘좌표’를 찍는 등 지지층이 집단으로 움직였다. 강성 지지층은 지난해 치러진 국회의장 선거나 전당대회 등 크고 작은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 정치 양극화가 강해지는 만큼 내년 치러질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해석이다. 먼저 다음달 11일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예정돼있다.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전현희·한준호·김병주 최고위원의 사퇴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중앙위원 50%·권리당원 50% 투표를 반영해 치러지는 만큼 여타 다른 선거처럼 당심 잡기가 최대 과제로 자리 잡았다. 사퇴한 최고위원 중 전현희·김병주 의원은 정 대표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분류됐던 만큼 새 지도부가 어떤 인물로 채워지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성격도 바뀌기 때문이다. 유동철 부산 수영지역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하자 이번 보궐선거가 친명 대 친청(친 정청래) 간의 대결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 시절 영입돼 친명으로 분류되는 유 위원장은 지난 부산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컷오프된 뒤 정청래 지도부를 향해 “결자해지하라”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던 인물이다. 유 위원장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당원들은 의심하고 우려하고 있다. 당내의 비민주적 제도를 개선하고 당내 권력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최고위원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현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했다. 최고위원 보선 당심 바로미터 급부상 진화 나선 당정 “우리 모두가 친명” 이어 “당 대표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컷오프는 이미 현실이 됐다”며 “조직강화특위는 당헌·당규의 미비를 이용해 제어할 수 없는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주당에 무소불위의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처럼 정정당당하게 맞서 공정과 민주의 가치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엔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변호인이었던 이건태 의원이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밖에도 친명계인 강득구 의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당원들의 눈길도 보궐선거로 향했다. ‘심리적 분당’ 트라우마를 겪은 민주당은 다시 한번 원팀으로 모든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역시 출범 6개월째인 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정 대표, 김 원내대표와 함께 만찬 자리를 가졌다.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회동서 그는 두 사람에게 “개혁 입법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처리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1인1표제가 부결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해지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 역시 화합의 메시지를 내놨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에 ‘친청’은 없다. ‘친명’만 있을 뿐”이라며 “‘친명·친청’은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기우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공동운명체다. 이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사람이 민주당에는 단 한 사람도 없다”며 “외부의 갈라치기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갈라치기’는 당을 흔들고 결국 이정부를 흔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을 향해서는 “‘친명·친청’이라고 쓸 때 근거 아니면 자제를 요청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의 당부에도 이 같은 설명이 나오는 것 자체가 갈등을 인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앞으로 다가올 크고 작은 선거들이 한때 민주당을 벼랑으로 내몰았던 계파 싸움의 도화선이 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네 편? 내 편? 한 민주당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 지지자들이 결집하면서 양날의 검이 됐다”며 “(온라인은) 익명이 보장되기 때문에 여론을 흐리려는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금세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끝없이 의심하고 반격하다 보면 같은 지지자끼리도 분란이 생긴다. 지난 전당대회서 선명성 경쟁을 할 때부터 민주당 내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친청 라인은 강성 의원들을 시작으로 지금부터 조금씩 생길 것”이라며 “선수가 높거나 이름이 알려진 의원들은 대놓고 줄을 서지 못해도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등의 방법으로 민주당과 강성 지지층을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도 당원 전쟁 강성 지지층을 대하는 국민의힘 상황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 6개월을 앞두고 ‘마이웨이’ 강성 우파 행보를 걸으면서 당내 중진들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서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당원 투표 50% ▲일반인 여론조사 50%인 현재 경선 룰을 ▲당원 70% ▲일반인 여론조사 30%로 바꾸는 방안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당심과 민심이 다르지 않다는 취지인데, 중도 확보가 필수인 선거에서 해당 전략이 오히려 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심 70%로는 필패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밝혔으며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민심에 역행하는 ‘정치적 자해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총괄기획단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은 “당심 안에는 이미 민심이 녹아 있다. 당원은 국민의 일부이며 국민과 등 돌려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며 “‘당심이 민심과 다르다’는 말은 결국 우리 스스로 당원을 과소평가하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