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수도권 대첩’ 등이 역대 최대 규모인 7·30재보선의 판을 가를 전망이다. 이번 재보선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크다. 박근혜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띄고 있고,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회복 여부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정국 주도권의 변곡점이 될 재보선의 3대 변수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재·보궐선거 치고 이번 선거는 역대 최대급이다. 총 15곳의 선거판 가운데 수도권이 6곳(서울 동작을, 경기 5곳)이나 된다. 때문에 여야의 ‘수도권 성적표’가 전체 승패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만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역이었던 충청권 3곳의 결과도 지켜볼 대목이다.
정국주도권 향배
여야 화력 총집중
재보선은 수도권 6곳, 영남 2곳, 호남 4곳, 충청 3곳에서 치러진다. 새누리당이 의석을 차지했던 지역은 서울 동작을, 경기 김포, 평택을, 수원병, 부산 해운대·기장갑, 울산 남구을, 충북 충주, 대전 대덕, 충남 서산·태안 등 9곳이다.
야권은 경기 수원을, 경기 수원정, 전남 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ㆍ전남 나주(이상 새정치연합), 전남 순천·곡성(통합진보당), 광주 광산을(무소속) 등 6곳을 점했었다.
특정정당의 공천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영·호남권을 논외로 하면 여야 간 수도권과 충청권을 놓고 자웅을 겨루는 구도다.
먼저 수도권과 충청권에 미칠 최대 변수는 지난 6·4지방선거 때 나타났던 투표성향으로 보인다. 즉 지방선거가 끝난 뒤 불과 두 달도 안 돼 치러지는 재보선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표심이 재보선판에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적잖다는 얘기다. 앞서 여야는 서울시장 및 경기지사 선거를 통해 1승1패를 주고받았다. 새정치연합은 서울에서, 새누리당은 경기에서 각각 승리했다.
박근혜정권 중간평가 성격 강해 관심 집중
정국주도권 변곡점 ‘수도권+충청권 승패’
차이는 있다. 새정치연합이 서울에서 크게 이긴 반면 새누리당은 경기에서 신승(辛勝)한 점이다.
당시 새정치연합 박원순 서울시장후보는 56%의 득표율을 기록, 43%에 그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큰 격차로 제쳤다. 이에 반해 경기지사 선거에선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를 상대로 0.8%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이겼다.
서울·경기 표심이 전반적으로 야당에 쏠렸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때문에 4곳(서울 동작을, 경기 김포, 평택을, 수원병)이 새누리당 지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수도권 재보선을 방심할 수 없을 것으로 읽힌다.
충청권 지방선거 표심 역시 야당을 선택했다. 새정치연합은 충북·대전·충남·세종 등 4개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다. 선거 전, 2(새누리당 충북, 충남)대 2(새정치연합 대전, 세종)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던 점에 비춰볼 때 새정치연합이 상당히 선전한 것이다.
따라서 충청권 3곳도 새누리당이 석권했던 곳이지만 재보선에 지방선거 표심이란 변수가 작용될 경우 여야 간 난전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수도권·충청 놓고 자웅
6·4지선, 투표성향 변수
지방선거에 이어 재보선판에도 ‘세월호 심판론’이 재등장할 조짐이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정권 심판론’ 카드를 선거판 전면에 부각시킬 태세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를 생각할 때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며 “새정치연합이 앞장서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변화를 견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순천·곡성에서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붙는 친노 핵심 서갑원 전 의원은 6일 “야당을 무시하고, 호남을 무시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실대응을 재보선판의 기저에 깔고 정권 심판론을 띄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야권연대’를 고리로 정권 심판론이 고개를 들 것으로도 보인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정권 심판론’을 역설한 뒤 “야권의 혁신과 재보선 승리를 위해 당대당 논의를 제안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주승용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2% 판세에 의해서 당락이 바뀔 수 있으면 힘들어진다. 자연스럽게 그런(연대를 협의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호응했다.
정의당은 인지도가 높은 노회찬 전 대표와 천호선 대표를 각각 동작을과 수원정에 투입했다. 또 수원 팔달에 이정미 대변인, 김포에 김성현 경기도당 위원장, 수원을에 박석종 전 교육부총리 정무비서관 등을 공천했다.
지방선거 이어 재보선서 재대결
여야 대선주자 투입 바람몰이
수도권 6곳 중 2곳 이상이 초박빙으로 전개될 경우 새정치연합 내 정의당과의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정의당이 국회의원을 5명밖에 보유하지 못한 소수 정당이지만 초접전 승부에서는 범야권표 결집이 절실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세월호 참사에서 비롯된 박근혜정권 심판론이 재보선 표심을 좌우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다만 지방선거에서 이미 한번 썼던 카드였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 반향을 일으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근혜정권 심판”
고개드는 야권연대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수도권 지원유세가 판세에 영향을 미칠 마지막 변수로 읽힌다. 새누리당이 “최대 격전지인 동작을에 출마해 달라”고 십고초려(十顧草廬)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전 지사는 끝내 불출마를 선택했다. 민생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그는 3일 대구까지 찾아온 윤상현 사무총장을 만나 “선당후사는 동작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민생으로 가는 길에 있다”며 “가야할 길이라면 가시밭길이라도 마다하지 않지만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면 비단길이라도 안 간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지사는 출마 요청은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수도권 지원유세엔 총력을 다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 “김 전 지사가 동작을을 포함, ‘수도권 전선을 발로 뛸 것”이라며 “‘수도권 대첩’의 승리를 견인하면서 당에 자연스럽게 안착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경기지사를 두 번 지냈고, 부천 소사에서 내리 3선을 기록한 김 전 지사의 수도권 지원유세 효과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발표에 따르면 그는 13.3%의 지지율을 획득, 여권 내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국무총리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이 '김문수 바람'을 차단키 위해 경기지사를 역임하고 차기 대권에 뜻이 있는 '거물' 손학규 상임고문을 수원병에 공천했다는 풀이를 내놓는다. 수도권 표심을 놓고 김 전 지사와 손 고문 간 일전을 벌이는 모양새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도권 '김문수 바람?'
손학규와 간접 일전
이번 재보선은 지방선거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방선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여야 모두 재보선 승리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3대 변수가 ‘어떻게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해 승부에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