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vs 국가안보실> '박 터지는' 과잉충성 혈전 내막

'박심 구애' 사생결단 정보전 불붙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공백이 달을 넘겼다.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사퇴하면서 '멘붕'에 빠진 청와대는 후임 인선을 놓고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도로 남재준' '도로 김장수'가 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정권 출범 후 라이벌 구도 속에 '충성경쟁'을 벌였던 두 전임자처럼 후임 국정원장이나 국가안보실장 역시 결국은 누가 더 '충성하느냐'로 놓고 파워게임을 벌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주: 본 기사는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작성됐음을 알립니다.)

공석인 국가정보원장(이하 국정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하 국가안보실장)의 후임 인선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박 대통령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십자포화를 맞은 청와대의 고육책으로 풀이됐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지난주께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지난달까지도 청와대는 후임자를 고르지 못했다. 청와대 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양대 안보사령탑
1주일 넘게 공백
 

박근혜정부 출범 후 남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의 위세는 남달랐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실세를 꼽을 때면 남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밖으로 보이는 위세는 남 전 원장이 더 대단했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는 2013년의 인물로 남 전 원장을 꼽았다. '올해(2013년) 정치는 남재준이 다 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남 전 원장은 어디까지나 청와대 외곽에 있었다. 수시로 박 대통령과 대면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국정원장은 주로 보고서를 통해 대통령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달랐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안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보좌했다. 수시로 대통령을 수행하며 정책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연유로 정치권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의 파워를 더 높이 보기도 했다.  


청와대, 두 기관 후임 사령탑 놓고 고심
2기도 남재준·김장수 구도로 이어질 듯
 

실제로 세월호 참사 전까지 김 전 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며,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NSC는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직속 안보자문기구다. NSC는 대북정책을 비롯한 대한민국 군사·외교·안보현안을 총괄하는 조직이자 정부정책수립 및 조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NSC 위원의 면면은 국무총리,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국정원장 등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 NSC를 상시체제로 전환하면서 김 전 실장을 위원장으로 앉혔다. 안보라인의 정점에 김 전 실장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말로 경질을 자초했다. 이 말 한 마디로 대한민국 안보사령탑의 한 축은 일거에 무너졌다. 그렇다면 남은 한 축, 남 전 원장은 왜 급작스레 해임된 것일까.  

엄밀히 말하면 남 전 원장은 세월호 참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 청와대로 향한 쏟아지는 비난에도 남 전 원장의 경질을 얘기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남재준 경질'이란 깜짝 발표에 오히려 놀란 것은 야권이었다는 후문이다.  

씁쓸한 얘기지만 남 전 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득을 본 케이스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틀 전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으로 대국민 기자회견까지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남 전 원장을 유임했다. 정치적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남 전 원장을 지켰던 것이다.

안대희 고르고
남재준 내쳤는데


그랬던 청와대가 갑자기 남 전 원장을 내쳤다. 대다수 언론은 ‘남재준 경질’을 ‘읍참마속’으로 풀이했다. 대통령이 직접 구상한 '국가개조'를 위해 청와대 주변부터 인적쇄신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단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남 전 원장을 내친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하나의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같이 살 수 있겠냐'는 속담으로 비유했다. 무슨 뜻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순간부터 남 전 원장의 입지는 흔들렸다. 때는 언론을 중심으로 '책임총리론'이 대두하던 시기였다. 한정된 권력은 중구난방으로 퍼져 한 곳으로 수렴되지 못했고,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요구됐다. 후임 총리로 '특수통' 출신인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내정했던 건 청와대의 이같은 의중이 집약된 결과였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이 공직사회를 쇄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부각됐던 게 바로 남 전 원장의 존재다. 그간 남재준 체제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청와대 전면에서 국정 흐름을 좌우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정국을 몇 차례나 소용돌이로 빠뜨렸던 게 바로 남 전 원장이다.

여러모로 봤을 때 남 전 원장이 버티는 한 안대희 체제의 국정개혁은 여론의 힘을 받지 못할 것이 자명했다. 그렇다고 남 전 원장이 신임 총리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그림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남은 선택은 양자택일. 장고 끝에 청와대는 '전사형'인 남 전 원장을 자르고, '관리형'인 무난한 인사를 신임 국정원장에 앉히기로 했다. 안 전 대법관과의 궁합이 고려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논란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청와대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권 1등 공신을 내치고 길을 터줬더니 본인만 살겠다고 뒤통수를 때린 격이었다. 고심 끝에 고른 첫 단추가 헝클어지면서 안보사령탑의 공백은 자연스레 길어졌다.  

정치냐 안보냐
청와대 양자택일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 밖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에 있다. 당장 북한은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역의 함정에 포격을 가하면서 한반도 안보위기를 고조하고 있다. 또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솔솔 '북풍'이 불면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총리 인선은 뒤로 미루더라도 안보라인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박근혜' 입장에서 보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안보라인을 챙긴다고 해서 어수선한 시국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인 박근혜' 입장에서 생각하면 속이 바짝 탈 수밖에 없다. '선거 전 뭐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는 조급함이다.

여러 사정상 발표를 미루고 있을 뿐이지 차기 후보군의 윤곽은 어느 정도 가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사자들이 극구 고사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신임 국정원장으로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후보는 이병기 주일대사다. 앞서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제2차장을 지낸 이 대사는 외교관 출신이다. 때문에 군부 출신이 요직을 꿰차고 있는 국정원 개혁의 적임자라는 평도 있다. 그러나 이 대사는 악화된 한·일 관계 등을 이유로 국정원장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또 다른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물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이다. 황 장관은 박 대통령이 믿고 쓰는 검사 출신인데다 '공안통'이어서 '공안라인'이 주도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과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야권에 미운털이 박힌 황 장관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자칫 '돌려막기'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정보가 가진 힘'을 잘 알고 있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장을 아무나 임명하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검사 출신이자 안기부 파견 경력이 있는 권영세 주중대사는 '친박'이란 점에서 청와대가 안심할 수 있는 카드다. 그렇지만 권 대사 역시 일단은 청와대의 제안을 뿌리쳤다고 한다.

이도저도 안 될 경우에는 내부발탁 등을 통해 다시 '군 출신'이 국정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간 박 대통령이 보였던 인사스타일과 청와대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차기 국정원장 1순위는 정치인에 가까운 친박라인, 2순위는 퇴역한 육사라인이다.

친박라인·육사라인 경합…'PK'로 수렴?
문고리 3인 vs 박지만 가신 막후설 모락

현재 국정원 안에는 한기범(59·행시 29회) 1차장과 김수민(61·사시 22회) 2차장, 김규석(65·육사 29기) 3차장이 각각 포진해 있다. 이중 검사 출신인 김 차장은 '증거조작' 파문으로 옷을 벗은 서천호 전 2차장의 후임으로 지난 5월에야 내정됐다. 만약 내부 영전이 있다면 배제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리고 남은 후보군인 한 차장과 김 차장 중 한 명을 고르라면 나이가 위인 김 차장을 선택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김 차장은 대구 출신이라 PK(부산·경남) 편중인사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TK(대구·경북) 달래기에도 안성맞춤이란 평가다.

국가안보실장 후보로는 김관진 현 국방부장관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김 장관은 북한 무인기 늑장보고 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김 장관의 고향이 전북 전주라는 점 때문에 여권 상당수가 김 장관을 마뜩찮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군은 윤병세 외교부장관이다. 윤 장관은 자신의 임기 내내 큰 논란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 박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았고 한다. 특히 국가안보실장은 정세를 읽는 능력 못지않게 청와대로 융화되는 모습이 필요한데 윤 장관의 튀지 않는 성품은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윤 장관의 경우는 대북 강경론자들 사이에서 군의 생리를 모른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가안보실장 역시 이도저도 안 될 경우에는 내부승진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부산 출신인 박흥렬 경호실장(육사 28기)의 깜짝 영전 가능성은 적극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실장의 임명 가능성을 낮게 보며 PK 편중 인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이 대부분의 인사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충성심이다. 전문성은 그 다음 문제다. 물론 일부 경제 관련부처에서 전문성을 위주로 사람을 뽑기도 했지만 국가안보실장 같은 요직에 어떻게 충성심이 없는 사람을 쓰겠냐는 것이다. 즉 청와대 입장에서는 불안한 탕평인사를 하느니 욕을 먹더라도 권력유지에 유리한 인사를 쓰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을 놓고 '청와대 비서진 3인방'과 '박지만 라인'의 권력암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 지난 인수위 때처럼 인사문제를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안 전 대법관의 사퇴 내막이다. 안 전 대법관은 내정 당시 이영수 KMDC 회장과 동서지간이란 점이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 회장은 박지만 EG회장과 자주 회동을 갖는 등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다. '박지만 미행' 사건 때도 함께 저녁을 먹은 이가 이 회장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비록 안 전 대법관은 총리직에서 사퇴했지만 후임 인선을 놓고 막후권력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더불어 이들은 국가안보실장이 누가 되든 결국은 청와대를 사이에 놓고 국정원장과 '충성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방대한 인력과 조직, 자금을 갖추고 있는 국정원은 당분간 박 대통령이 사활을 내건 '관피아 색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로 통치하는 박 대통령의 특성상 국정원은 VIP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의무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는 관리대상인 고위공직자들의 정보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공직사회의 약점을 쥐고 흔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본인이 싫든 좋든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은 국정원이 건네는 정보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탕평은 없다
충성만 있다
 

때문에 인력이 달리는 국가안보실 입장에선 박심을 사로잡기 위해 비장의 카드인 '안보'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은 상당 부분 업무가 중첩되면서 일대 혼선을 빚었다. 또 김 전 실장과 남 전 원장이 라이벌 관계라는 소문은 양 조직의 실적경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안보실의 기능과 역할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NSC의 위상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재 NSC 사무처에는 김규현 외교부 1차관(NSC 사무처장·국가안보실 1차장 겸임)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국가안보실 2차장 겸임)이 포진해 있다. 두 차장 모두 파워그룹과는 거리가 먼 외교라인이라 자칫 국가안보실의 위상이 격하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어찌됐든 국정원과 국가안보실의 충성경쟁은 청와대 비서실과의 관계 설정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각의 칼바람에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끝까지 살아남은 사실은 청와대 권력구도가 어떻게 되어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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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