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⑤> 2009년 연예계 키워드 ‘베스트3’

소송·막장·걸그룹…‘핫이슈’


2009년 연예계에도 수많은 영광과 시련, 좌절과 희망이 뒤섞여 대중과 함께 했다. 숱한 별들이 명멸했고 각종 사건사고에 스타들은 울고 웃었다. 즐거움을 안겨준 화제의 작품들 속에서 많은 말들도 회자됐다. 일요시사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올 연예가의 키워드 ‘베스트3’을 정리해봤다.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끊임없는 법정공방
‘막장드라마’ 모 아니면 도 … 위험한 시청률 도박
소녀시대·브아걸·카라…가요계 대세는 걸그룹


최근 들어 연예인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법적 분쟁이다. 한솥밥을 먹던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의 전속계약 분쟁에서부터 초상권이나 저작권 침해, 계약 불이행, 사생활 침해 등 ‘연예인 소송’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제기되고 있다. 현재 법정공방을 벌이는 연예인만 해도 내로라하는 스타급 연예인들이 즐비하다.

<1>법원 담장 위 걷는 연예인들 ‘소송’

가장 큰 이슈는 한류스타 이병헌. KBS 2TV <아이리스>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병헌은 헤어진 여자친구로부터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로 지난 8일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
또한 헤어진 여자친구는 지난 10일 이병헌이 불법으로 바카라 도박을 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에 대해 이병헌 측은 무고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해 맞대응을 하고 있다. 

MBC <선덕여왕> 미실로 큰 인기를 누린 고현정은 지난 8월 드라마 출연 계약금 때문에 5억원대의 소송을 당했다. 고현정은 <선덕여왕> 방송 전부터 <대물>에 출연키로 하고 계약금까지 받았다. 그러나 당초 지난해 SBS 편성 예정이었던 <대물>은 차일피일 편성이 미뤄지며 결국 촬영조차 들어가지 못했고 그 사이 고현정은 <선덕여왕>에 먼저 출연해 대박을 쳤다.

이김프로덕션 측은 이에 고현정을 상대로 계약금과 위약금 5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고 고현정은 2008년 아무런 연예활동을 못 한데다 MBC <내조의 여왕> 등 드라마 3편과 영화 5편의 출연 제의를 거절해야 했다며 맞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현재 양측의 소송은 원만히 합의된 상태다.
인기 스타들의 전속계약관련 분쟁은 1년 내내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 한류스타로 떠오른 김범은 지난 12월8일 전 소속사 이야기엔터테인먼트로부터 전속계약 위반에 대해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전속계약을 위반하고 전 소속사 킹콩엔터테인먼트와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이야기엔터테인먼트는 전속계약금으로 1억5000만원을 지급했고 킹콩엔터테인먼트는 두 회사 간의 합병조건으로 1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양측은 전속계약과 합병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고 있어 법정에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인기그룹 동방신기 3인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의 소송은 동방신기를 사랑하는 아시아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른바 ‘노예계약’으로 시작된 전속계약 분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지난 7월31일 동방신기 3인이 SM을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후 4개월 넘게 법적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법원은 먼저 합의를 권고했지만 불발됐다. 이후 10월27일 법원은 전속계약 일부 효력정지 판결을 내렸다. 일단은 동방신기 3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SM은 본안 소송 결과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M은 중국 심천 공연을 문제 삼았고 동방신기 3인은 공연 확인서의 사인은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곧바로 SM은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동방신기 3인은 최근 중국에서 화장품 사업과 관련, 사기혐의로 피소됐다. 전속계약 문제로 꼬인 실타래는 더욱 복잡하게 꼬여만 가고 있다.

지난 7월31일 윤상현은 전 소속사 엑스타운으로부터 10억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전 소속사에 따르면 윤상현은 지난해 MBC <크크섬의 비밀>이 종영되고 난 후 출연료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께 만나기로 했지만 바로 전날 약속을 취소했고 이후 차기작으로 KBS 1TV <집으로 가는 길>의 대본 연습이 끝난 상황에서 12월 중순 회사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도하차하고 전속계약도 파기해 소속사에 피해를 안겼다는 설명이다.

씨야 남규리도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남규리는 씨야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 측과 지난 4월부터 전속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남규리는 소속사와 접촉해 씨야 합류와 가수 활동 여부에 대해 코어콘텐츠미디어와 논의를 벌이면서 화해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복귀를 최종 거부하면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한 연예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불어닥친 ‘한류’ 바람으로 스타 연예인의 수익규모가 ‘움직이는 중소기업’ 급으로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각종 분쟁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기MC 김용만은 프랜차이즈 분식업체와의 소송에 휘말렸다. ㈜용만두 측은 최근 김용만의 이름을 딴 만두 체인 사업을 진행하다가 김용만 측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시켜 큰 손해를 입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김용만 측은 사업 참여주체가 불분명하고 비전이 보이지 않아 최종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한류스타 배용준은 자신의 사진과 이름을 도용해 관광상품을 판매한 여행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배용준은 지난 7일 여행상품 판매에 자신의 이름과 ‘욘사마’라는 별명을 사용하지 말라며 여행업체 S사를 상대로 1억원의 퍼블리시티권 침해 정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태지도 소송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서태지컴퍼니는 서태지의 모습이 들어간 티셔츠를 판매하지 말라며 의류판매업체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서태지컴퍼니는 불법행위로 팬들의 신뢰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2>욕하면서 보는 재미 ‘막장드라마’

‘불륜’ ‘혼전임신’ ‘출생의 비밀’ 등을 소재로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막장드라마’들이 득세한 한 해였다. 웬만한 스토리 구조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갈수록 더 독해질 수밖에 없다.
공감할 수 없는 기억상실 설정이 남발되고 동일인물이 전혀 다른 신분과 얼굴로 둔갑한다.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고 말하면서도 시청자 반응은 나쁘지 않다. 욕하면서 즐기는 ‘막장드라마’의 전형인 탓이다.

막장드라마의 물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방영돼 논쟁의 불꽃을 태운 SBS <아내의 유혹>이 텄다. 상상 이상의 행동범주를 보여주는 캐릭터와 복수에 복수로 맞서는 억지스런 스토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현모양처였던 여자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가장 무서운 요부가 돼 예전의 남편을 다시 유혹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복수극이 줄거리지만 우연이나 억지스런 스토리 때문에 방영기간 내내 ‘막장’이란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대신 시청률 대박이란 반대급부를 누리기도 했다.

예상 밖의 해외수출 성과도 이뤘다. 지난해 5월부터 방영돼 올 초 막을 내린 KBS 1TV 일일극 <너는 내 운명> 역시 막장드라마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지만 최고 시청률 43.6%를 기록하는 보상(?)을 받았다.
최근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천사의 유혹>은 남자판 <아내의 유혹>이다. 동일한 작가가 <아내의 유혹2>를 표방하고 쓴 작품답게 너무나 쏙 빼닮았다. 아내의 복수극 대신 남편의 복수극이란 설정만 빼면 대부분의 스토리구성은 흡사하다.

<아내의 유혹>을 봤던 시청자라면 <천사의 유혹>이 아니라 아예 <남편의 유혹>이 더 현실적이고 적절한 제목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확실하게 달라진 부분도 있다. 여주인공 장서희(구은재)가 얼굴에 점하나만 찍고 어설픈 1인2역을 연기했다면 이번엔 남자주인공 배수빈(안재성)과 한상진(신현우)이 2인1역의 동일인물을 연기하고 있는 점이다. 전신성형을 통해 얼굴은 물론 목소리까지 바꾸는 설정으로 전작에서 지적된 현실성과 긴장감을 많이 보완한 셈이다.

하지만 자신의 전작을 성별만 바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작가의 의도는 ‘욕을 좀 먹더라도 전작에서 확인된 시청률의 영광을 되찾고 싶다’는 건지도 모른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극적 긴장감을 한층 증폭시키고 색다른 인물들 가미해 업그레이드했다고 자기복제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막장’의 굴레를 뒤집어쓴 대가는 챙기고 있다. 첫회 10%의 시청률로 막을 열었지만 주인공 신현우가 성형술을 통해 안재성으로 바뀐 뒤 서서히 복수 모드로 전개되면서 시청률이 20% 가까운 급상승세로 돌아섰다.
<3>걸그룹‘춘추전국시대’

2009년 가요계는 걸그룹 춘추전국시대를 보냈다. 지난 1월 소녀시대가 ‘Gee’로 싱그러운 에너지를 뿜어내며 걸그룹 ‘춘추전국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무대를 꽉 채운 9명의 소녀들은 하이힐을 신고 발길질을 해대며 ‘소원을 말해봐’로 다시 한 번 뭇 삼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걸그룹의 ‘엉덩이춤’ ‘시건방춤’ 등이 유행한 것도 올해를 정리하며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아버님~엉덩이 좋아하시죠~?’라고 당당히 외친 카라의 ‘엉덩이춤’을 보다가 러닝머신에서 굴러 떨어질 뻔한 언니도 있다고 하니 남녀불문 그 춤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팔짱끼고 골반을 좌우로 흔들며 고개도 한 번씩 꺾어주는 ‘시건방춤’은 각종 패러디가 난무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신인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대형, 신생 가릴 것 없이 기획사들은 새로운 걸그룹을 선보였다. YG엔터테인먼트의 투애니원과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포미닛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기존 걸그룹의 고정 이미지였던 청순·귀여움의 틀에서 벗어나 파워풀한 모습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포미닛은 특히 가격대비 최대 효과로 각종 대학축제와 행사의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에프엑스와 애프터스쿨도 뚜렷한 개성으로 사랑 받았으며 레인보우, 토파즈, 시크릿 등도 걸그룹 열풍에 합류했다.

이러한 현상은 트렌드에 민감한 광고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휴대전화, 식료품, 의류, 스포츠 등 각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걸그룹 모셔가기에 매진했다. 특히 치킨 업계에서의 경쟁은 가장 심했다. ‘걸그룹 치킨 전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거의 모든 브랜드가 이들을 모델로 삼았다.
활약상은 연말 시상식에서 눈에 띄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골든디스크상 시상식에서 소녀시대가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신인상도 이례적으로 포미닛·티아라 두 걸그룹에게 돌아갔다.

지난달 ‘MAMA’(엠넷 아시안뮤직어워드)에서도 브라운아이드걸스가 2관왕, 투애니원이 3관왕을 차지했다. 슈퍼주니어·샤이니·2PM·SS501 등 남성 그룹과 김태우·백지영·박효신 등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걸그룹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화려함과 파급력은 약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남성 아이돌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던 가요계에 걸그룹 열풍은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소녀 이미지에만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 대중이 따라 추고 부르기 쉬운 춤과 노래도 신드롬으로 이어진 한 요인이다”라고 진단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