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⑤> 2009년 연예계 키워드 ‘베스트3’

소송·막장·걸그룹…‘핫이슈’


2009년 연예계에도 수많은 영광과 시련, 좌절과 희망이 뒤섞여 대중과 함께 했다. 숱한 별들이 명멸했고 각종 사건사고에 스타들은 울고 웃었다. 즐거움을 안겨준 화제의 작품들 속에서 많은 말들도 회자됐다. 일요시사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올 연예가의 키워드 ‘베스트3’을 정리해봤다.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끊임없는 법정공방
‘막장드라마’ 모 아니면 도 … 위험한 시청률 도박
소녀시대·브아걸·카라…가요계 대세는 걸그룹


최근 들어 연예인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법적 분쟁이다. 한솥밥을 먹던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의 전속계약 분쟁에서부터 초상권이나 저작권 침해, 계약 불이행, 사생활 침해 등 ‘연예인 소송’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제기되고 있다. 현재 법정공방을 벌이는 연예인만 해도 내로라하는 스타급 연예인들이 즐비하다.

<1>법원 담장 위 걷는 연예인들 ‘소송’

가장 큰 이슈는 한류스타 이병헌. KBS 2TV <아이리스>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병헌은 헤어진 여자친구로부터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로 지난 8일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
또한 헤어진 여자친구는 지난 10일 이병헌이 불법으로 바카라 도박을 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에 대해 이병헌 측은 무고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해 맞대응을 하고 있다. 

MBC <선덕여왕> 미실로 큰 인기를 누린 고현정은 지난 8월 드라마 출연 계약금 때문에 5억원대의 소송을 당했다. 고현정은 <선덕여왕> 방송 전부터 <대물>에 출연키로 하고 계약금까지 받았다. 그러나 당초 지난해 SBS 편성 예정이었던 <대물>은 차일피일 편성이 미뤄지며 결국 촬영조차 들어가지 못했고 그 사이 고현정은 <선덕여왕>에 먼저 출연해 대박을 쳤다.

이김프로덕션 측은 이에 고현정을 상대로 계약금과 위약금 5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고 고현정은 2008년 아무런 연예활동을 못 한데다 MBC <내조의 여왕> 등 드라마 3편과 영화 5편의 출연 제의를 거절해야 했다며 맞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현재 양측의 소송은 원만히 합의된 상태다.
인기 스타들의 전속계약관련 분쟁은 1년 내내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 한류스타로 떠오른 김범은 지난 12월8일 전 소속사 이야기엔터테인먼트로부터 전속계약 위반에 대해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전속계약을 위반하고 전 소속사 킹콩엔터테인먼트와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이야기엔터테인먼트는 전속계약금으로 1억5000만원을 지급했고 킹콩엔터테인먼트는 두 회사 간의 합병조건으로 1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양측은 전속계약과 합병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고 있어 법정에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인기그룹 동방신기 3인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의 소송은 동방신기를 사랑하는 아시아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른바 ‘노예계약’으로 시작된 전속계약 분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지난 7월31일 동방신기 3인이 SM을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후 4개월 넘게 법적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법원은 먼저 합의를 권고했지만 불발됐다. 이후 10월27일 법원은 전속계약 일부 효력정지 판결을 내렸다. 일단은 동방신기 3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SM은 본안 소송 결과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M은 중국 심천 공연을 문제 삼았고 동방신기 3인은 공연 확인서의 사인은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곧바로 SM은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동방신기 3인은 최근 중국에서 화장품 사업과 관련, 사기혐의로 피소됐다. 전속계약 문제로 꼬인 실타래는 더욱 복잡하게 꼬여만 가고 있다.

지난 7월31일 윤상현은 전 소속사 엑스타운으로부터 10억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전 소속사에 따르면 윤상현은 지난해 MBC <크크섬의 비밀>이 종영되고 난 후 출연료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께 만나기로 했지만 바로 전날 약속을 취소했고 이후 차기작으로 KBS 1TV <집으로 가는 길>의 대본 연습이 끝난 상황에서 12월 중순 회사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도하차하고 전속계약도 파기해 소속사에 피해를 안겼다는 설명이다.

씨야 남규리도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남규리는 씨야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 측과 지난 4월부터 전속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남규리는 소속사와 접촉해 씨야 합류와 가수 활동 여부에 대해 코어콘텐츠미디어와 논의를 벌이면서 화해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복귀를 최종 거부하면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한 연예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불어닥친 ‘한류’ 바람으로 스타 연예인의 수익규모가 ‘움직이는 중소기업’ 급으로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각종 분쟁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기MC 김용만은 프랜차이즈 분식업체와의 소송에 휘말렸다. ㈜용만두 측은 최근 김용만의 이름을 딴 만두 체인 사업을 진행하다가 김용만 측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시켜 큰 손해를 입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김용만 측은 사업 참여주체가 불분명하고 비전이 보이지 않아 최종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한류스타 배용준은 자신의 사진과 이름을 도용해 관광상품을 판매한 여행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배용준은 지난 7일 여행상품 판매에 자신의 이름과 ‘욘사마’라는 별명을 사용하지 말라며 여행업체 S사를 상대로 1억원의 퍼블리시티권 침해 정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태지도 소송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서태지컴퍼니는 서태지의 모습이 들어간 티셔츠를 판매하지 말라며 의류판매업체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서태지컴퍼니는 불법행위로 팬들의 신뢰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2>욕하면서 보는 재미 ‘막장드라마’

‘불륜’ ‘혼전임신’ ‘출생의 비밀’ 등을 소재로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막장드라마’들이 득세한 한 해였다. 웬만한 스토리 구조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갈수록 더 독해질 수밖에 없다.
공감할 수 없는 기억상실 설정이 남발되고 동일인물이 전혀 다른 신분과 얼굴로 둔갑한다.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고 말하면서도 시청자 반응은 나쁘지 않다. 욕하면서 즐기는 ‘막장드라마’의 전형인 탓이다.

막장드라마의 물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방영돼 논쟁의 불꽃을 태운 SBS <아내의 유혹>이 텄다. 상상 이상의 행동범주를 보여주는 캐릭터와 복수에 복수로 맞서는 억지스런 스토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현모양처였던 여자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가장 무서운 요부가 돼 예전의 남편을 다시 유혹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복수극이 줄거리지만 우연이나 억지스런 스토리 때문에 방영기간 내내 ‘막장’이란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대신 시청률 대박이란 반대급부를 누리기도 했다.

예상 밖의 해외수출 성과도 이뤘다. 지난해 5월부터 방영돼 올 초 막을 내린 KBS 1TV 일일극 <너는 내 운명> 역시 막장드라마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지만 최고 시청률 43.6%를 기록하는 보상(?)을 받았다.
최근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천사의 유혹>은 남자판 <아내의 유혹>이다. 동일한 작가가 <아내의 유혹2>를 표방하고 쓴 작품답게 너무나 쏙 빼닮았다. 아내의 복수극 대신 남편의 복수극이란 설정만 빼면 대부분의 스토리구성은 흡사하다.

<아내의 유혹>을 봤던 시청자라면 <천사의 유혹>이 아니라 아예 <남편의 유혹>이 더 현실적이고 적절한 제목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확실하게 달라진 부분도 있다. 여주인공 장서희(구은재)가 얼굴에 점하나만 찍고 어설픈 1인2역을 연기했다면 이번엔 남자주인공 배수빈(안재성)과 한상진(신현우)이 2인1역의 동일인물을 연기하고 있는 점이다. 전신성형을 통해 얼굴은 물론 목소리까지 바꾸는 설정으로 전작에서 지적된 현실성과 긴장감을 많이 보완한 셈이다.

하지만 자신의 전작을 성별만 바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작가의 의도는 ‘욕을 좀 먹더라도 전작에서 확인된 시청률의 영광을 되찾고 싶다’는 건지도 모른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극적 긴장감을 한층 증폭시키고 색다른 인물들 가미해 업그레이드했다고 자기복제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막장’의 굴레를 뒤집어쓴 대가는 챙기고 있다. 첫회 10%의 시청률로 막을 열었지만 주인공 신현우가 성형술을 통해 안재성으로 바뀐 뒤 서서히 복수 모드로 전개되면서 시청률이 20% 가까운 급상승세로 돌아섰다.
<3>걸그룹‘춘추전국시대’

2009년 가요계는 걸그룹 춘추전국시대를 보냈다. 지난 1월 소녀시대가 ‘Gee’로 싱그러운 에너지를 뿜어내며 걸그룹 ‘춘추전국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무대를 꽉 채운 9명의 소녀들은 하이힐을 신고 발길질을 해대며 ‘소원을 말해봐’로 다시 한 번 뭇 삼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걸그룹의 ‘엉덩이춤’ ‘시건방춤’ 등이 유행한 것도 올해를 정리하며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아버님~엉덩이 좋아하시죠~?’라고 당당히 외친 카라의 ‘엉덩이춤’을 보다가 러닝머신에서 굴러 떨어질 뻔한 언니도 있다고 하니 남녀불문 그 춤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팔짱끼고 골반을 좌우로 흔들며 고개도 한 번씩 꺾어주는 ‘시건방춤’은 각종 패러디가 난무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신인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대형, 신생 가릴 것 없이 기획사들은 새로운 걸그룹을 선보였다. YG엔터테인먼트의 투애니원과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포미닛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기존 걸그룹의 고정 이미지였던 청순·귀여움의 틀에서 벗어나 파워풀한 모습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포미닛은 특히 가격대비 최대 효과로 각종 대학축제와 행사의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에프엑스와 애프터스쿨도 뚜렷한 개성으로 사랑 받았으며 레인보우, 토파즈, 시크릿 등도 걸그룹 열풍에 합류했다.

이러한 현상은 트렌드에 민감한 광고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휴대전화, 식료품, 의류, 스포츠 등 각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걸그룹 모셔가기에 매진했다. 특히 치킨 업계에서의 경쟁은 가장 심했다. ‘걸그룹 치킨 전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거의 모든 브랜드가 이들을 모델로 삼았다.
활약상은 연말 시상식에서 눈에 띄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골든디스크상 시상식에서 소녀시대가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신인상도 이례적으로 포미닛·티아라 두 걸그룹에게 돌아갔다.

지난달 ‘MAMA’(엠넷 아시안뮤직어워드)에서도 브라운아이드걸스가 2관왕, 투애니원이 3관왕을 차지했다. 슈퍼주니어·샤이니·2PM·SS501 등 남성 그룹과 김태우·백지영·박효신 등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걸그룹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화려함과 파급력은 약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남성 아이돌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던 가요계에 걸그룹 열풍은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소녀 이미지에만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 대중이 따라 추고 부르기 쉬운 춤과 노래도 신드롬으로 이어진 한 요인이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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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