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가 급증하면서 밀수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기상천외한 물건 속에 마약을 숨겨 오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단속에 적발되지 않는 것이 밀수의 최대 목표인 만큼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나 장소가 이용되는 것이다. 음식물 속에 마약을 숨겨 오는 것은 고전 수법. 최근에는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 여성용품, 콘돔 등 세관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약밀수에 이용하고 있다. 기상천외한 마약밀수 수법을 들여다봤다.
마약 인구가 증가하면서 마약 밀수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마약 청정국의 위상을 잃은 지도 오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재경 의원(한나라당)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반입된 전체 마약류 압수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6년 4만7804g에서 2007년 6만 5436g으로 36.9%가 증가했고 2008년에는 13만214g으로 99%가 증가했다. 올해 8월 기준 압수량은 11만1020g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5.3%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뱃속에 마약콘돔이?
이처럼 해가 갈수록 마약 밀수가 증가하면서 마약 수송책들의 밀수 수법 또한 기상천외해졌다. 단속에 걸리지 않고 마약을 가져오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 이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마약을 나르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사람의 몸속에 마약을 넣어 오는 방법. 주로 항문을 통해 뱃속으로 마약을 숨기는 방식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마약을 담은 콘돔을 뱃속에 넣어 오다 콘돔이 터져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이 벌어졌다.
마약 밀수 늘면서 세관 눈 피하려 밀수 수법도 다양화
사람 몸속·여성용품·음식물 속 등 수송방식 “교묘”
위험천만한 마약밀수를 감행한 이들은 우모(23)씨 일당이다. 우씨는 박모(25)씨 등 3명과 함께 지난 8월 태국으로 건너갔다. 헤로인을 운반해 한 몫 챙기려는 속셈에서였다.
태국에서 이들은 마약 공급책으로부터 5g, 10g,씩 콘돔 속에 넣어 포장된 헤로인 249개를 받았다. 이 콘돔이 숨겨진 곳은 일당의 뱃속. 이들은 통째로 삼키거나 항문을 통해 뱃속에 집어 넣은 채 밀수를 시도했다.
세관에 걸리지 않기만 한다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들을 가로막은 것은 뜻밖의 상황이었다. 헤로인 114덩어리를 삼켰던 윤모(22)씨가 헤로인을 꺼내는 과정에서 뱃속에서 콘돔이 터져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 것. 결국 윤씨는 병원에 실려 갔고 뱃속에 마약이 터졌다는 사실을 안 의사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여성의 성기 안이나 직장, 창자 등의 장기 속에 마약을 숨겨 들어온 경우도 다반사다. 아무리 철저하게 세관 검사를 하더라도 몸속까지 들여다 볼 수는 없는 맹점을 노려 신체 안에 마약을 담아 오는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다.
속옷이나 생리용품 등 여성들의 물품에 마약을 숨겨 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세관원들이 여성들의 몸속을 수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노린 방식이다.
연예인들에게 마약을 공급한 혐의로 덜미를 잡힌 윤설희는 여성 생리용품에 마약을 숨겨 온 것으로 드러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윤설희는 2007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4차례에 걸쳐 1억여 원에 달하는 엑스터시 280여 정과 동물용 마취제 케타민 280g을 여성용품과 속옷에 숨겨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임신부의 속옷 속에 마약을 숨겨 입국한 남녀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7일 히로뽕을 밀반입하려 한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로 이모(45)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5월 말 알고 지내던 남모(여ㆍ31)씨를 통해 중국에서 히로뽕 282g을 몰래 들여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밀반입 당시 남씨는 임신 3개월째로 속옷 속에 마약을 담은 비닐봉지를 숨겨 중국 다롄(大連)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려다 적발됐다. 당시 남씨가 가져 온 히로뽕은 시가 9억4000만원어치로 9400명이 투약 가능한 양이었다.
음식물 속에 마약을 숨겨 오는 고전적인 수법도 여전히 밀수범들에겐 인기다. 지난 6월에는 마약을 쿠키반죽 속에 숨겨 들어온 유학생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6월 30일 대마쿠키를 밀반입한 미국 유학생 박모(21)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6월15일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을 통해 대마쿠키 60개(1497g)를 몰래 들여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마쿠키는 밀가루 반죽에 초콜릿과 대마가루를 넣어 쿠키 모양으로 만들어 구운 것으로 겉으로 봐서는 가정에서 만든 과자와 다를 것이 없다. 검찰에 따르면 쿠키 60개 모두에서 대마초 성분인 ‘칸나비노이드’가 검출됐다.
검찰 조사결과 박씨는 미국인 친구로부터 대마쿠키를 국제우편으로 받기로 하고 미국 보스턴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을 통해 소포를 수령하려다 적발됐다. 세관 관계자는 과자를 보내기에는 비싼 42달러의 운송료를 들여 과자를 미국에서 들여온 점을 수상하게 여겨 검찰에 신고해 대마쿠키 밀반입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대추 속에 마약을 숨겨 입국한 베트남인들이 적발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9일 마약 공급책 베트남인 A(35)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마약을 투약한 B(28)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마약 운반책 C(37)씨는 강제 추방됐다.
대추씨 대신 헤로인
A씨 등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베트남 현지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마약업자로부터 헤로인을 공급받아 10여 차례에 걸쳐 국내에 밀반입한 뒤 베트남 근로자들이 밀집한 경인지역 시화공단과 남동공단 등에서 유통,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소량의 헤로인을 씨를 제거한 대추 속에 숨긴 뒤 한약재 1봉지 당 1~2g(100만원 상당)씩 넣어 신원 미상의 항공기 승무원에게 뒷돈을 주고 배달하는 수법으로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