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프로> 미국현지 동행취재<스토리>

“가슴 벅차 얼떨결에 백 치켜 들었죠”

지난 8월1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경기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톱랭커’ 전문킬러 양용은 선수. 그때의 감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세 번째 대회인 BMW 챔피언십 대회장에서 그를 만났다. 본 경기 하루 전 프로암대회를 벌이고 있는 경기장에서 그를 만나 동행취재를 했다.

스윙 보면 페이드 구사하고 페이드에 유독 강하다는 것 실감
그립색상… 퍼플, 블루, 레드, 옐로우, 그레이, 화이트 각양각색


아름다운 건축의 도시, 시어즈 타워가 위치한 시카고 다운타운을 뒤로하면서 55번 하이웨이를 따라 남서쪽으로 향하다보면 3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레몬트(LEMONT) 시가 나온다. 이곳에는 전통적으로 유명한 72홀짜리 골프장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카그힐(COGHILL)골프장이다.

경기장에 모습 나타내자
팬 기습 사인공세 열풍

이곳은 오랜 기간 동안 각종 PGA경기를 치러온 유서 깊은 골프장으로 WGA, ADVILL CIALIS 등의 골프대회를 거쳐 현재 BMW CHAMPIONSHIP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BMW대회는 PGA대회를 마감하는 플레이오프 대회 4개 중 3번째 대회로서 상위 70위에 랭크된 선수 70명만 추려서 초청하는 대회다. 직전대회까지 한국의 최경주선수가 거의 한해도 빠짐없이 출전했지만 올해는 눈에 보이질 않는다. 대신 양용은 선수가 그 자리를 채웠다. 양 선수 이외에도 나상욱, 찰리 위, 그리고 앤서니 김 선수 등도 당당하게 출전을 했다.

PGA대회는 목요일부터 치러지는 본 경기에 앞서 수요일에는 어김없이 프로암(PRO-AM)대회를 연다. 대회 스폰서들을 초청해서 3명의 스폰서들과 선수 한명을 묶어 4명이 한조를 이뤄 치르는 경기를 말한다. 말하자면 기부금을 낸 스폰서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이고 선수들에게는 대회 하루 전에 골프코스를 읽어나가는 연습경기에 속한다.

양용은 선수에게 배정된 3명의 아마추어 스폰서 중 한 명은 시카고의 트럭 운송회사 최고경영자인데 마침 수행비서를 한국 여성을 동행하고 나왔다. 오전 8시20분쯤, 양 선수가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대회 주최 측인 BMW사가 제공하고 있는 지프를 타고 위풍당당하게 차에서 내린다. 이미 입구 주변에는 삼삼오오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양 선수의 미국 팬들이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Y.E.YANG(와이-이-앵”을 외치면서 사인 공세를 벌인다. 미국인들은 그를 ‘와이, 이, 앵’이라고 부른다. 양용은을 발음하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대박의 광고효과 부른 감격적 순간 일어난 단순한 행동
타이거우즈에게 쓰라린 패배 안겨주며 사냥꾼으로 우뚝


최경주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최경주는 “켱-추-초이”라고 부르면 쉽기나 하다. 그러나 양용은은 발음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그래서 최경주도 그냥 ‘케이-제이-초이’ 그렇게 부른다. 그래서 양용은도 약자 이니셜만 따서 ‘와이-이-앵’이라고 부른다. ‘양’도 아니고 ‘앵’이다. 웃기기는 하지만 어쨌건 그런 게 미국발음이고 정석으로 발음하겠다니 우리가 들을 때 좀 우습게 들리더라도 하는 수 없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이름을 알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양 선수의 이름이 오고가니 기분은 좋다. 친절하고 기분 좋게 팬들에게 사인을 마치고 난 뒤 이어 필자와 양 선수가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투어 뛸 때 함께 지냈던 우창완(찰리 우)선수는 가끔 만납니까”라고 필자가 묻자 양 선수는 “미국투어 뛰느라고 한동안 연락을 못했습니다. 잘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우창완 선수는 필자가 켄터키에 있을 때 루이빌대학 골프 장학생을 했던 선수로서 US오픈 시드를 배정받기위해 오하이오 예선대회에 함께 동행 했던 후배였고 한국에서 양용은 선수와 함께 지냈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렇게 질문을 한 것이었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일정상 하루 늦게 도착 했지만 뭐 그런대로 좋습니다”

한국말로 주고받는 대화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주변 팬들을 뒤로하고 양 선수는 레인지로 향했다. 출전 선수들이 레인지에서 연습을 할 때면 주최 측에서는 곧바로 이름이 쓰여진 보드판을 그 선수 뒤에다 꽂아 놓는다. 팬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흰 바지에 빨간 상의를 입은 양 선수의 의상이 흐리고 구름이 낀 시카고 가을 아침에 유독 눈에 잘 띈다.

그의 스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 선수가 드로우성 구질 보다는 페이드를 구사하고 페이드에 유독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기야 그 페이드로 타이거 우즈를 잡았으니 뭐 특기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뒤에서 그의 연습광경을 지켜보던 팬들 중 게리 해밀튼이라는 중년의 신사는 가방에서 여러 장의 양 선수 사진을 꺼내든다. 지난주 타이거 우즈와의 경기를 보고 갑자기 양 선수의 팬이 됐다는 사람이다. 양 선수의 스윙에 대해서도 나름 일가견을 내놓는다. 스윙연습을 하고 있는 그의 주변에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레인지서 연습하자
관계자 5~6명 밀집

한국매니저는 물론이고 테일러메이드 관계자, 대회 주최 측 관계자, PGA 대회 관계자 등 5~6명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타 선수들이 코치 한 명만을 데리고 있는 광경과는 대조적이다. 테일러메이드 관계자가 연신 재활용봉투를 들고 양 선수와 뭔가를 상의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침을 먹고 싶어 한국식당이나 중국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해 온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양 선수가 그 안에서 꺼낸 물건은 다름 아닌 그립. 아이언세트 그립을 전부 새것으로 교체할 생각인 듯하다. 특이한 것은 그립의 색상이 아이언 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 퍼플, 블루, 레드, 옐로우, 그레이, 화이트 등 그립의 칼라도 다양하다. 3번은 퍼플, 4번은 레드, 뭐 이런 식으로 그립을 교체할 예정인가 보다.

레인지 연습이 20여 분정도 경과하자 주최 측에서 연락이 온다. 오늘 함께 라운드를 할 3명의 스폰서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레인지를 나와 곧장 10번 홀로 향하는 도중에도 30여 명의 팬들이 사인을 해달라며 줄을 서 있다. 양 선수는 싫은 기색 없이 차례차례 해주고 있다. 그 중에는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교포 아주머니도 끼어 있었다.

아이언마다 모두
그립 색상 다양

“양 선수를 보려고 어제 왔는데 못 봐서 오늘 다시 온 거예요. 이 싸인 우리 식당에 걸어 놓을 거니까 잘 싸우세요.” 식당주인의 구수한 응원 소리에 양 선수도 웃으면서 목례로 답한다. 그의 팬들을 향한 태도는 온순하고 친절하다. 그렇다고 가식적인 것은 아닌 거 같다. 오랜 세월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지녀온 팬들에 대한 최대의 표정과 태도가 무엇인지를 터득한 것 같기도 하다.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나니 경기시작 3분 전이다. 이미 스폰서들은 백나인 티박스에 올라가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종종걸음으로 티업 제시간인 9시 정각. 서로 기념사진 촬영과 인사를 교환한다. 백티에서 치는 양 선수가 먼저 티업을 해야 한다. 순간 바로 옆의 9번홀 그린에서 박수소리와 함께 조금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그곳에 바로 타이거 우즈가 있는 것이다.

양 선수보다 2시간 이른 오전 7시에 프로암 경기를 배정받아 이미 전반 9홀을 돌고  들어온 타이거 우즈가 퍼팅을 끝낸 순간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그림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로 지난주에 두 사람은 대회장에서 치열한 싸움을 했고 타이거는 골프인생에서 최대의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그 킬러가 바로 10미터도 채 안 되는 옆 홀 티박스에 서 있다.

타이거도 다음 홀이 10번 홀인데 양 선수의 출발 홀이 바로 10번홀이다. 그리고 양 선수조가 먼저 티박스에 올라가 있어서 타이거 우즈의 조는 양 선수조 뒤에서 기다렸다가 플레이를 해야 한다. 물론 뒤 따라간다는 사실에 아무 의미를 둘 것도 없지만 타이거가 느끼는 기분은 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해본다. 그리고 타이거 우즈는 9번홀 그린에서 10번홀로 걸어오지 않은 채 애써 양 선수 조가 올라있는 홀 쪽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 선수가 서로 마주치면 양 선수는 여유있게 악수라도 할 요량이지만 타이거는 절대 마주치지 않을 심산이다. 두 사람 간의 묘한 감정. 그리고 골프장의 구조상 9번 그린과 10번 티박스의 근접한 거리. 공교롭게도 양쪽 홀을 사이에 두고 10M 앞에서 마주친 두 사람. 그 모습을 한 컷의 사진으로 담은 뒤 느끼는 묘한 기운은 필자만이 느끼는 무엇일까. 어쨌든 두 사람은 결국 조우하지 못했다.

그리고 양 선수 조의 4명이 티샷을 하고 그들은 페어웨이를 향해 오늘의 경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양 선수를 따라 걸으면서 필자는 계속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고 타이거 선수 조는 홀이 비고 나서 잠시 후에야 티박스에 올라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번홀에서 잠시 여유가 있을 즈음 필자가 양 선수에게 물었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타이거를 꺾고 우승이 확정 됐을 때 왜 테일러메이드 백은 갑자기 치켜들었습니까?”

치열한 싸움 전개한
킬러와 패배자의 만남


필자의 이 질문은 그날 대회를 TV로 지켜본 시청자는 물론 전 세계 모든 골프 팬들이 궁금해 할 만 한 것이었다. 우승을 확정짓고 골프백을 치켜든 선수는 아마 처음일 것이므로. 필자의 질문은 왜냐면 당시 TV중계 해설자가 양 선수의 백을 치켜든 모습을 가르키며 “미네소타에서는 아이스하키가 주민들에게 최고의 인기스포츠인데 아마 우승컵인 스탠리컵이 골프백보다 커서 우승트로피를 치켜들 때 꼭 두 손으로 머리위로 역도하듯이 들어 올려야 하니까 아마 미네소타 팬서비스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 같다”라는 자신만의(?) 그럴듯한 해설을 내놓았었기 때문이다. 

 양 선수가 미국 아이스하키 팀이 우승 후 스탠리컵을 역도 용상처럼 그렇게 들어 올린다는 것을 절대 알리가 없다고 필자는 자신하는데…. 역시 양 선수의 답은 그 해설자의 제멋대로 해석과 달랐다. “그거요? 그냥 가슴이 벅차서 얼떨결에 뭐라도 해야 될 거 같고, 눈에 백이 보이길래, 소리라도 질러야 겠기에 그냥 치켜 올렸죠 뭐..하하하”

필자의 직감이 맞았다. 팬서비스도 아니고 고도의 테일러메이드 광고 전략도 아닌 단순히 감격적인 순간에 일어난 단순한 행동이었다. 물론 테일러메이드는 양 선수의 그 동작 하나로 대박의 광고효과를 봤지만 말이다.

호랑이를 잡는
사냥꾼 ‘양용은’

그렇게 양 선수는 3명의 스폰서와 함께 다음 홀로 이동했다. 그를 따르는 50여 명의 팬들도 함께. 물론 그 뒤에 오는 타이거 우즈의 팬들하고 비교하면 아직 못 미치지만. 미국 내에서 신처럼 타이거를 추종하는 광팬들. 연습라운드인데도 300여 명은 타이거를 따라다니고 있다. 이만한 광팬을 몰고 다니는 골프선수는 타이거 우즈가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사흘 뒤의 일이지만 역시 타이거 우즈는 이 대회에서 아예 2위조차 저 멀리감치에서 감히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분노의 광기어린(?)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양 선수는 생전 처음 밟아보는 카그힐의 골프장에서 70명 선수 중 최하위그룹에 속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두 사람만의 성적으로 본다면 이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는 어느 정도 복수혈전을 하긴 했다. 그러면 뭐하나.

이미 과거지사에서 양 선수는 타이거를 이겼고 호랑이 잡는 사냥꾼으로 인식이 된 것을. 재작년 이맘 때 필자는 최경주를 이곳에서 만났다. 그리고 2년 뒤 필자는 또 다른 한국선수인 양용은 선수를 만났다. 이곳을 거쳐 간 한국계 남자 선수들만 찰리 위, 나상욱, 앤서니 김 등 5명이다. 왠지 모를 벅찬 감동과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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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