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Ball Collection

“내게 맞는 볼을 사용하자”

골프를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볼을 구멍(홀)에 넣는 경기다. 또 볼을 날리는 데 막대(클럽)를 사용한다. 이런 시각으로 보자면 골프를 구성하는 요소 세 가지 중 하나가 바로 골프볼이다. 클럽만큼이나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골프볼인데도 사람들은 골프볼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골프볼에 대해 알아보고 내게 맞는 골프볼을 찾아보자.

실력 쌓고 나서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골프볼’
골프볼에는 물리학과 유체역학의 법칙 숨어 있어


골프볼 역사의 시작에는 깃털을 거위 가죽에 넣어 만들었던 페더리 볼(Feathery Ball)과 고무나무의 수액으로 만들었던 구타 페르차 볼(Gutta Percha Ball)이 있다. 또 구티 볼(Gutty Ball)이 있으며 투피스 볼의 시초랄 수 있을 와운드 볼(Wound Ball)이 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이 같은 이름들 대신 볼을 이루는 구조에 따라 1, 2, 3, 4피스로 구분하게 됐다.

골프볼은 가운데 위치할 코어(Core, 볼 한가운데의 핵)를 먼저 만들고 그 핵을 중심으로 반발력과 탄성이 다른 물질(Cover) 한 쌍을 씌워 만든다. 핵을 포함해서 몇 가지로 구성됐느냐에 따라 2피스, 3피스, 4피스로 불린다.

구조에 따른 분류
1, 2, 3, 4피스 구분

원피스 볼도 있으나 요즘에는 골프 연습장에서나 볼 수 있을까 라운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아마추어나 비거리가 적게 나가는 사람들은 2피스를 많이 사용하고 3피스, 4피스는 거리보다는 스핀양을 많이 먹기 때문에 상급자들이 많이 사용한다. 또한 코어는 요즘엔 단순소재보다는 티타늄, 텡스텐과 같은 금속 성분을 추가한 복합소재의 코어가 개발되고 있다.

이렇듯 구조나 코어 및 커버의 소재, 딤플의 배열 패턴 및 깊이 등으로 골프볼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코어는 골프볼의 정중앙에 있어야 하는데 이전의 일부 골프볼은 핵이 한쪽으로 치우친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공의 중심이 치우치기 때문에 퍼트할 때 공이 똑바로 가지 않게 된다. 이것을 실험하기 위해 소금물에 담가보는 테스트 방법이 쓰이곤 했다.

코어가 치우쳐진 골프볼은 소금물에 뜰 때 한쪽만 일정하게 물 위로 나온다(골프볼의 무게를 생각해 소금을 많이 타야 공이 뜬다). 골프볼은 한마디로 과학의 집대성이다. 골프볼을 만드는 업체들은 저마다 새로운 신제품 출시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골프볼의 소재나 구조, 딤플의 배열 패턴이나 깊이 등에는 우리가 모르는 물리학과 유체역학의 법칙들이 숨겨져 있다.

골프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스윙 스피드다. 스윙 스피드는 남성은 80~100mph(miles per hour) 정도이고 여성은 80mph 미만이며 프로들은 보통 110mph 이상으로 조사된다. 다른 골프용품들과 마찬가지로 볼 또한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는 스펙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다.

골프볼 제작 기술의 발전은 최근 들어 절정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골퍼들은 단순히 단단한 투피스 볼과 좀 더 무른 와운드 발라타 볼 사이에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길고 긴 선택 목록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골프볼 변화는
과학의 집대성

내게 맞는 볼은 고형 볼인가 와운드 볼인가, 중심은 고형심이 좋은가 혹은 액화심이 더 나을까, 커버는 셔린인가 현대식 혼합 셔린인가 우레탄인가, 아니면 질 좋은 옛날 발라타인가? 인조 플라스틱인 셔린(Surlyn) 커버를 입힌 표준형 투피스 볼은 초보자와 핸디캡이 높은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지만 좀 더 높은 기량을 가진 골퍼들은 슬슬 좀 더 발전한 고형 볼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투피스 디자인과 사중 구조의 4피스 디자인도 있으나 대부분은 3피스 볼이다.

최근의 볼 제작사들은 소재와 심의 크기 두 요소 모두를 다양하게 변주하여 볼이 만드는 거의 모든 비행 형태와 감각을 얻을 수가 있다. 이렇게 제작된 볼은 부드러운 타구감과 짧은 아이언의 높은 스핀율, 훨씬 만족스러운 비거리까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놀라운 제품들이다. 오늘날 골프볼 시장에서 구매력이 높은 인기 품목들은 3피스의 고형 볼이 주를 이룬다. 각각의 층은 볼의 성능을 탁월하게 높여줄 수 있도록 고안됐다.

중앙 심은 고형심으로 하거나 혹은 액화심을 채워서 감도를 최적화할 수 있고 스핀율을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액화심 사용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골프볼의 크기와 무게는 1921년 처음으로 규격화됐다. 당시 규정을 관장하는 두 기관에서 볼의 무게는 1.62온스(45.9그램) 미만이어야 하며 지름은 1.62인치(41.1mm)가 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이 규격대로의 것을 스몰 사이즈 혹은 잉글리시 사이즈라 한다.

여기에 무게는 같고 지름이 1.68인치(42.7mm)인 것을 라지 사이즈라 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USGA는 무게가 1.55온스(44그램)인 것으로서 지름이 1.68인치(43mm) 크기인 볼도 규격품으로 허가해 주었고 1932년에는 1.62온스로 무게를 늘렸다.

볼의 표준규격은
1.68인치의 볼

영국인들은 해안가에서 골프를 치기에 적합한 것이라고 믿던 작은 공으로 골프를 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브리티시 오픈 대회에서 거듭 우승을 하는가 하면 라이더컵 대호에서도 매번 그래 왔듯이 영국 및 아일랜드 팀의 실력을 압도해 버렸다. 1968년 영국 PGA는 마침내 소관 토너먼트에서 좀 더 큰 공을 시험해 보기로 했으며 1974년에는 R&A가 오픈 챔피언십에서 1.68인치의 볼을 규격 볼로 정했다. 현재도 이 볼이 표준 규격이다.

공의 크기가 작을수록 공기의 저항을 덜 받기 때문에 거리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규격을 정해놓고 규격 이하의 크기로 만든 볼은 비공인구라 하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1908년 월리암 테일러란 이름의 한 영국 엔지니어가 볼 표면에 둥글고 오목해진 ‘뒤집힌 브램블’이란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특허를 따냈다. 이것이 딤플을 가진 골프볼의 효시가 됐으며 이 볼은 이전의 어떤 볼보다 훌륭한 샷이 나왔다.
 
1930년에 이르러서는 딤플 없는 볼이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공은 자신을 통과해 이동하는 모든 물체에 대항해 힘을 작용시킨다. 이 힘은 두 가지인데 물체의 속도를 감소시키는 항력과 저항과 직각을 이루며 보통 위로 작용하는 양력이 그것이다.

백스핀이 걸린 채로 골프볼을 쳤을 경우, 비행기의 각진 날개가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면서 상공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과 아주 흡사한 방법으로 공은 주위로 흘러드는 공기를 휘감는다. 하지만 공이 둥근 물체라서 항력이 커진다.

딤플에 따라
비거리 좌우


매끄러운 볼의 앞면을 때린 공기는 주변의 기압을 높이면서 측면으로 지나간다. 그러나 공기는 볼 뒷면으로 급회전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나간 자리에 저압의 기류 자국을 남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항력이 증가하고 결국 멀리 날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딤플이 들어감으로써 공 주위의 공기 흐름을 바꾸어 준다. 이제는 딤플이 볼 표면을 훨씬 잘 감싸주어 저압의 공기가 잔류하는 현상이 뚜렷이 줄어들어 항력을 최소화해 준다. 실제로 딤플 볼이 받는 공기 저항의 크기는 매끄러운 볼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공이 멀리 나가려면 딤플(공에 파여 있는 홈)이 중요한데 이 딤플 수가 많을수록 멀리 나간다. 공식적인 시합에 나갈 수 있는 볼의 평균 딤플 수는 350~450 사이다. 업체마다 딤플의 숫자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골프에서 실력을 쌓고 나서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 골프볼이 아닌가 싶다. 골프볼의 성능이 우수할수록 원하는 목표지점에 좀 더 정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골프용품 중 가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제품이 바로 골프볼이다. 볼은 일반적으로 각자가 쓰는 볼만을 쓰는 편이며 메이커나 가격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스펙인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하는 비기너 입장이라면 저가의 볼이 무난하다. 생산된 지 1년 혹은 2년이 지난 제품은 접착력이 떨어져서 비거리가 20% 정도 감소된다는 말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골프볼 선택 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스윙 스피드
아마추어는 2피스, 상급자는 3~4피스 사용


그러나 메이저급 골프 볼 브랜드의 관계자들이 말한 바로는 요즘 출시되는 제품들은 관리만 잘하면 10년 정도는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골프볼은 보통 성별의 구분이 없다. 물론 여성을 상대로 내놓는 상품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골프볼의 경우 구분은 코어를 포함한 커버의 개수 즉, 2피스, 3피스, 4피스로 하는 구분과 컴프레션(Compression, 압축 강도)으로 하는 두 가지의 구분이 있다.

메이커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골프볼이 외부에 메이커를 포함한 글과 숫자가 인쇄되어 있다. 이 중 숫자는 각각 색깔이 달리 있는데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녹색으로 나누어져 있다.각각의 색깔은 검은색은 100Cp, 빨간색은 90Cp, 파란색은 80Cp, 그리고 녹색은 70Cp다. 검정은 단단하고 프로나 로우 핸디 골퍼에게 적합한 제품이라는 의미다.

빨강은 보통이고 일반의 남성에게, 파랑은 무르고 시니어에게 어울리며, 그리고 녹색은 매우 무르고 일반 여성에게 어울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 숫자의 색깔만으로 제품을 고른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골프볼 구성 재료에 따른 구분과 성별과 골퍼 각자의 성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상급자에 헤드스피드도 빠르고 단단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검은색일 테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기 능력에 맞는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골라보자!

헤드스피드가 빠르지만 스핀을 좀 더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엔 검은색에 3피스나 4피스의 조합이 좋을 것이다. 또 소프트한 느낌을 좋아하면서 비거리를 내고 싶다면 2피스에 빨간색이나 파란색의 숫자가 인쇄된 볼을 이용하면 된다. 물론 제조사 메이커별로 같은 색상의 조합이라 할지라도 강도 및 스핀력, 탄도 등이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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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