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모텔을 찾는 인간 군상들<속으로>

사내커플·마약족·변태족·스와핑족·도박족 “다 모였네”

모텔이 불륜의 장소로 변화된 것은 이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모텔들도 급속도로 고급화되면서 호텔 못지않은 시설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모텔을 이용하는 계층과 그 이용 목적도 매우 다양하다. 단순한 불륜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변태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마약 투약자들의 은밀한 쾌락의 장소이기도 하고 도박을 하는 자들의 훌륭한 안전시설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에서 모텔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텔의 천태만상, 그리고 그 안에 모이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살펴봤다.

사내커플 직장인 점심시간 맞춰 ‘진하게 부비부비’
40대 주류 스와핑족 모텔 방문 파트너 교환 일쑤


모텔촌, 특히 회사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모텔들은 대개 ‘사내 불륜’의 장소로 애용되는 경우가 많다. 점심시간에 말쑥한 중년의 간부급 직장인과 젊고 파릇파릇한 여직원이 함께 모텔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내 불륜 커플


심지어 그녀들은 모텔 직원이 있는 곳에서도 ‘부장님’ 등의 호칭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모텔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점심시간에 양복과 정장을 입고 같이 오는 남녀가 있다면 100% 사내 불륜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그들은 특히 거의 동일한 시간에 모텔을 찾는다. 대개 11시30분을 전후해서 모텔에 들어온 뒤 오후 1시가 되기 이전에 모든 일을 마친 후 현장을 빠져나간다는 것. 직장인의 점심시간에 딱 맞춰 ‘틈새 섹스’를 즐기고 가는 셈이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모텔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모(32)씨는 “사실 모텔에서 일을 하기 전에는 ‘사내 불륜’이란 것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니까 ‘그런가 보다’하는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씨는 이어 “하지만 모텔에 있다 보니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사내 불륜을 한다고 하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 사내불륜이다. 같은 직장에 있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현실이니 어쩌겠는가. 그냥 놀라울 따름이다”라고 고백했다.

한씨에 따르면 꼭 사내 불륜이라는 것이 ‘남자 상사-여자 부하’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40대의 여성 상사와 30대 초반의 남성 부하 사이도 모텔을 이용하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고. 어떤 관계인지는 분명히 알 수 없지만 차림새와 주변에 직장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사내 불륜 커플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씨는 “나중에 여자친구가 직장에 다닌다고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솔직히 직장 상사는 파워를 가지고 있고 여자 부하는 승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 것 같다. 지금처럼 취직도 어렵고 경제도 불황인 상황에서 그러한 은밀한 제안을 거절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고 고개를 저었다.

짝지어 모텔 입실
파트너 바꾼다?

낮시간에는 사내 커플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불륜 커플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시장을 보고 모텔에 온 것으로 추정되는 커플도 있었다는 것이다.
한 중년 여성의 경우 차를 몰고 왔는데 앞좌석에는 야채로 보이는 물건들이 있었다고 한다. 만약 그들이 실제 부부라면 ‘보통 이색적인 섹스 성향’이 아닐 수 없다. 부부가 함께 장을 보러 나왔다가 모텔에 들러 성관계를 가졌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스와핑족이나 그룹섹스족들도 모텔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모텔을 이용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두 명씩 짝을 지어 들어온 뒤 서로의 파트너를 바꾸거나 혹은 한 방으로 몰려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스와핑이나 그룹섹스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각 복도의 상황을 CCTV로 늘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방을 옮기는지 훤히 파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설사 그들이 파트너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직원으로서는 그 어떤 얘기도 할 필요는 없다.

모텔방을 ‘하우스’로 이용하는 도박족도 많아
고급 모텔 경우 연예인들 나들이 포착되기도


서울 강남지역 한 모텔에 근무하는 최모씨는 “멀쩡하게 생긴 남녀가 들어와서 파트너를 바꾸고 태연하게 섹스를 즐긴 후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성문화도 한참 타락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네들의 삶이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어쨌든 개탄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스와핑족들은 특히 젊은 20~30대 부류보다는 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기존의 성관계에서 만족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일반적인 성관계에 지루함을 느끼는 이들이 스와핑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변태들도 모텔을 자주 이용하는 부류의 하나다. 하지만 그들은 모텔에 와서 ‘변태적인 성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모텔 이용 자체가 변태적이라는 것이다. 일부는 투숙을 한 뒤 계속해서 복도만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방에서 나는 성관계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물론 이때는 직원들이 제재를 할 수도 있다. 누군가가 계속해서 복도를 돌아다니게 되면 투숙객들의 입장에서도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

모텔 남직원과 관계
시도하는 일부 여성들

모텔들이 모여 있는 곳은 또한 모텔과 모텔의 사이가 상당히 좁은 경우도 많다. 창문을 열고 보면 충분히 상대 모텔의 또 다른 투숙객을 엿볼 수도 있을 정도다. 따라서 그런 경우 변태들로서는 충분히 가서 ‘즐길(?)’ 만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태들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여성들이 있으니 다름 아닌 모텔 직원과 성관계를 맺으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성들은 대부분 혼자 투숙하는 경우가 많고 일단 인터폰을 통해 남직원을 방으로 불러들인다는 것.

특히 야심한 밤에 투숙한 그녀들은 약간 술에 취한 경우가 많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남자를 방으로 오게 한다고. TV가 나오지 않는다든지,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지만 그건 말 그대로 뻔한 핑계에 불과하다.
물론 그녀들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 일단 방에 온 남자와 ‘협상’을 시작한다는 것. 협상이라고 해서 돈을 준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야한 옷을 입고 자신과 성관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대방의 의중을 떠본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런 것들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만약 이 사실이 적발이라도 된다면 곧바로 해고를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직원에 따라서 이런 스릴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주인 몰래 이런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는 것이다.
심지어 모텔에서 마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모텔이란 단독 공간은 남들의 눈을 피해 마약을 하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때로 이들은 자신들이 마약을 한 흔적을 없애기 위해 주사기 등을 휴지에 싸서 변기에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모텔방을 ‘하우스’로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은밀하게 모여서 모텔 내에서 거액의 베팅을 하면서 도박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들은 모텔 직원들에 의해 알려지기보다는 방으로 음식을 배달하러 간 직원들에 의해 얘기가 퍼져 나가는 경우가 많다.

현 모텔문화는 타락한
우리 시대 슬픈 초상화


물론 모텔에선 ‘불법 도박’에 대해 경계를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먼저 나서서 신고를 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이런 점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은 업소를 도박장으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고급 모텔의 경우 연예인들이 드나드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일부 연예인들의 경우 모텔 직원들의 눈초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모텔에 올 때마다 매번 여자를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사실 연예인이 모텔을 출입한다고 하면 자기 스스로도 얼굴을 가린다든지 모자를 쓰든지 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겉모습만 보고도 충분히 연예인인지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모텔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라고도 할 수 있다. 겉으로는 점잖아 보이지만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타락한 우리 시대의 슬픈 초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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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