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손등 뽀뽀’ 판결 논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20 15: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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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함부로 만졌다간 큰일 난다

[일요시사=사회팀] 다소 애매한 ‘성추행 판단 기준’이 도마에 올랐다. 어린이의 손등에 뽀뽀를 했더라도 성추행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낀 행위임이 인정된 것이다. 이를 두고 ‘성추행이다 아니다’ 말들이 많다. 과연 아이가 겪은 상황은 성추행인 것일까? 아니면 가해자의 적극적인 친밀감일 뿐일까?

법원이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 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기준이 점차 엄격해지고 있다. 최근 성적인 동기 없이 귀엽다는 이유로 어린이의 손등에 뽀뽀를 했더라도 성추행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친밀감 표시?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 이규진)는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한모(68)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5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한씨는 지난해 5월 1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 방화동 소재 한 공원에서 놀고 있던 초등학교 4학년 박모(11)양에게 다가갔다. 박양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자 한씨는 “악수 한 번 하자”고 말했고, 박양이 손을 내밀자 한씨는 손을 강제로 잡아끌어 입을 맞췄다. 당황한 박양이 도망가려고 하자 한씨는 “내 손등에도 뽀뽀해 달라”며 길을 가로막았다.

한씨는 “피해자가 귀엽고 예쁜 마음에 우발적으로 손등에 뽀뽀를 했을 뿐 사람들이 오가는 공원에서 성적인 충동에 의해 그런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박양이 자발적으로 손을 내밀었고 사건 장소가 대낮에 주민들이 지나다니는 공원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친근감 표시 외에 추행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박양이 인사를 하거나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민 것은 웃어른을 공경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으로 보이고, 사건 이후 박양이 친구들에게 피고인을 조심하라고 당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추행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록 행인이 많은 공원에서 일어난 일이고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없었더라도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킨 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정신적·육체적으로 미숙한 피해자의 심리적 성장과 성적 정체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한씨가 2010년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고 피해 회복 노력이 전혀 없었던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울산지법은 지난해 4월 마트 앞에서 놀고 있던 9세와 11세 여자아이를 껴안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볼에 입을 맞춘 이모(73)씨에게 벌금 5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라고 선고했다.

애매한 성추행 판단 기준 도마
법원 의도 없어도 법적용 엄격
성적수치심·혐오감 여부 관건

이씨는 “손녀 같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귀엽고 예쁘다’는 애정표현을 했을 뿐이다.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고 추행할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이 성욕을 충족시키려는 의도가 없었다 해도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강제 추행”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도 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 연예기획사에서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던 16세 가수 지망생의 안쪽 팔뚝살을 만진 혐의로 기소된 30대 매니저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팔뚝살을 만져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 행위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추행 정도가 심하지 않고, 추행하려는 목적이나 의도를 갖고 팔뚝을 만진 건 아닌 점을 참작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죄가 인정되는 강제추행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등 법원의 잣대가 엄격해지자,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논쟁의 핵심은 다소 애매한 성추행 기준이다.

아이디 @Sin****는 “추행의 기준이란 게 사실 받아들이는 당사자의 불쾌감 정도에 달려 있으니, 막연한 게 사실”이라며 “매일매일 부대끼며 생활하는 회사 동료, 이웃과의 사이에서 칼로 자르 듯 선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친밀감은 필요한 법”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아이디 @seline***는 “한마디로 의심받을만한 행동은 사전에 알아서 자제하라는 기준 아니겠냐 ”며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끼고 성추행이라고 생각했다면 죄가 성립? 세상에 이런 둘도 없이 불평등한 기준은 없을 듯 하다”라고 비판했다.

또 아이디 @dahye11****는 “말로는 공평하게 적용되는 룰이라지만 결국 여자들에게 눈먼 권력을 쥐어준다는 느낌이 강하다”라며 “법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법을 적용하는데도 일정한 기준이 따라야 한다. 이렇게 사람 감정에 따라 왔다 갔다,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룰에다 더해진 기준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자라는 죄?

반면 성추행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잣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아이디 @ejgkrlak****는 “그동안 미성년 성추행에 대해 많은 네티즌과 국민들이 엄격한 처벌을 요구했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는데 잘못된 것이 드디어 바로 잡히는 분위기”라며 “미성년 성추행은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죄악임에 틀림없다”고 옹호했다.

또 다른 아이디 @k009****도 “성추행이 반사회적·반윤리적 범죄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하게 다루어지고 처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제2, 제3의 피해자와 또 다른 범죄가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등 뽀뽀’검사는 봐주기 논란

‘여기자 성추행’이진한 차장검사, 검찰 식구라고 경고만?

법원이 60대의 ‘손등 뽀뽀’에 대해 유죄를 판결한 가운데, 여기자 성추문 논란을 일으킨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 덩달아 논란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지난 14일 술자리에서 여기자들을 성추행한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에 대해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고는 징계 아래 단계이다. 그러나 징계검찰 내부지침에는 ‘성 풍속 관련’ 비위에 대해 가장 낮더라도 징계 중 하나인 ‘견책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 같은 경고 처분은 노골적인 ‘감싸기’라는 지적이다.

이 차장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법조출입기자단 20여 명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이 차장검사는 이날 술자리에서 복수의 여성기자들에게 성추행으로 보여 지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석했던 기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차장은 20∼30대 여기자들의 손등에 뽀뽀를 하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뽀뽀해도 되느냐고 묻는 등 계속해서 추근거렸다. 

이 차장은 이런 행동을 하면서 “내가 (너를) 참 좋아해” 등의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나흘 뒤 대검 감찰본부가 감찰에 착수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아이디 @ryr59***는 “공원에서 소녀 손 등에다 뽀뽀한 70대 할아버지에게는 중형을 내리고 여기자를 끌어안고 뽀뽀한 검사는 경고 처분이냐”며 “이것이 현 정부의 법과 원칙이며, 오늘날 개 같은 법”이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아이디 @Young****는 “있는 사람들이 요리조리 잘도 피해가는 뭣같은 세상이란 건 알았는데, 검찰에서까지 이러는 것 보니 어디부터 썩은 건지 감도 안 올 정도”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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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