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별기획⑥>2009년 하늘로 떠난 ‘거성’들





김수환, 노무현 등 사회적 파장 컸던 거목들 영면
잇따른 ‘정신적 지주’들 타계에 국민들 가슴 ‘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에 국민들의 슬픔이 커지고 있다. 한국 민주화를 일궈낸 산증인으로 국민들의 가슴속에 ‘정신적 지주’로 남은 김 전 대통령. 그의 죽음에 국민들은 동요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하나 국민들을 허망하게 하는 것은 김 전 대통령보다 앞서 떠난 거목들이다. 올해 들어 유독 존경받던 유명 인사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마음속으로 의지했던 ‘어른’의 잇따른 타계는 국민들에게 공허함을 안겼다. 2009년 하늘의 별이 된 ‘거성’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 주셨는데….”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던 김 전 대통령이기에 이번에도 훌훌 털고 일어날 거라며 애써 위로했던 국민들. 그랬기에 병원에서 들려오는 위태로운 소식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3개월 만에 또…”
잇따른 별들의 죽음

그러나 지난 18일 오후, 듣고 싶지 않았던 비보는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슬픔과 그리움을 담은 조문객들의 발걸음은 빈소로, 인터넷 게시판으로 향하고 있다. 자유와 평등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던 김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엔 이념과 지역을 초월한 슬픔이 날로 커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죽음이 국민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허망함을 안긴 것에는 불과 3개월 전 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있다. 한 해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잃었다는 사실에 비통함이 더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2009년은 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사랑과 존경을 받던 거성들의 죽음이 이어지는 잔인한 해가 되고 있다.

올해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긴 이 중 하나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다. 한 평생 화해와 사랑을 전한 김 추기경은 지난 2월16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1951년 사제서품을 받고 1969년 한국인 최초로 추기경에 서임된 김 추기경은 가난한 자와 약한 자, 고통 받는 자들의 편에 서 나눔의 삶을 살았다.

김 추기경이 종교와 세대를 뛰어넘는 ‘어른’으로 존경받았던 또 한 가지 이유는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나 바른 길을 가지 못할 때 목소리를 냈다는 것. 특히 김 추기경은 독재정권 아래에서 정치적 억압에 맞서 민주화 수호를 위해 노력한 인물 중 하나다.

1972년 8월9일에는 7·4 남북공동성명발표와 8·3 긴급조치, 10월 유신으로 이어지는 정국 혼란 중 박정희 정권의 장기독재체제를 비판하는 ‘현 시국에 부치는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성모병원이 세무사찰을 받는 등 정부의 압박은 더해갔지만 김 추기경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오히려 각종 성명서와 강론을 통해 자유언론과 인권, 민주회복을 강조하며 민주화 수호의 의지를 표했다.

1987년 1월14일 서울대 박종철군이 고문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1월26일 명동성당에서 인권회복미사를 열어 6월 항쟁의 불씨를 지피는 등 민주화투쟁의 길목마다 발자취를 남겼다.

이처럼 나라를 위해 거리낌 없이 행동한 김 추기경의 선종은 국민들의 가슴을 휑하게 만들었다. 고인이 된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명동성당으로 달려간 국민들의 수는 무려 40만 명.

장례식 5일 동안 전국에서 온 조문행렬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길게 늘어 선 줄로 인해 평균 4시간을 대기해야했지만 누구도 불평 없이 김 추기경의 마지막을 눈물로 보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김 추기경이 남긴 파장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먼저 명동성당에는 가톨릭신자가 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명동성당은 예비신자를 위해 6개월 과정으로 교리반을 운영하는데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열린 3월 교리반의 경우 개강 첫날 신청자가 117명에 달했다. 보통 한 달간 신청한 예비신자 수가 100명 안팎이라는 것을 따져보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또 하나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 인식이 한층 개선되고 장기 기증 운동이 확산된 것. 김 추기경이 각막 기증을 한 뒤 영면에 들어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선종 이후 2개월 간 장기 기증 신청자는 1만2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4년 동안의 신청자를 모두 합한 숫자에 육박하는 엄청난 증가 추세였다. 이처럼 김 추기경은 사망 후에도 사랑의 정신을 전파하며 영원한 ‘추기경’으로 기억되고 있다.

불과 3개월 전 일어나 큰 파장을 남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도 여전히 국민들에겐 상처로 남아있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슬픔은 더욱 컸다. 사상초유의 전직 대통령 자살에 충격을 받은 이들로 온라인·오프라인 할 것 없이 애도의 물결이 파도처럼 일었다.

또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대대적인 촛불집회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집회 가능성을 곳곳에서 차단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노짱’의 비극적 죽음
상처 아물기도 전에…

그러는 동안 봉하마을을 찾는 추모객들의 수도 늘어났다. 30도가 넘는 때 이른 무더위 속에서도 발걸음은 이어졌다. 서거 이후 2개월 간 약 200만 명의 추모객이 봉하마을을 다녀갔다는 집계는 국민들의 슬픔을 가늠하게 했다.
추모 열기는 봉하마을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번졌다. 유동객이 많은 번화가에는 어김없이 분향소가 설치돼 봉하마을을 찾지 못한 이들을 위로했다.

현 정부 특히 검찰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것도 노 전 대통령 서거가 가져온 파장 중 하나다.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검찰수사 초기부터 전직 대통령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3월 중순부터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아들 건호씨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에 초점을 맞춘 수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자비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또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 없이 정황과 상식만을 들어 죄인으로 몰고 갔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유명인 자살사건 이후 어김없이 나타난 베르테르 효과도 일어났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지난 5월29일에는 한 여대생이 노 대통령을 따라간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자살했다.

여대생 A(23)양은 인천시 계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양은 영결식 방송 사이트에 연결된 컴퓨터를 켜 놓고 목을 매 숨졌다. A양의 휴대폰에는 “나 노통 따라갈래. 잘 지내. 지금까지 미안했어”라는 내용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또 지난 5월27일에는 노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은 방법과 시간대를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자살사건도 발생했다. 이날 B(55·여)씨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 11층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B씨는 남편에게 TV 시청을 권유한 뒤 방으로 들어가 창문을 열고 곧바로 뛰어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투신한 시각은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전 봉하마을 사저를 나간 시각과 거의 일치했다. 또 경찰조사결과 B씨는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면서 가족과 측근들이 다 행복해지는 것 아니냐, 나도 저렇게 하면 나머지 가족들도 편할 텐데”라는 말을 주변에 수차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도 피어올랐다. 서거 직전까지 함께했던 경호원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네티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미스터리는 대부분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인정하기 힘든 이들의 억측이 주를 이뤘다.

문화·체육인들의 안타까운 타계도 잇따랐다. 특히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희망을 잃은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줬던 체육인들의 죽음이 이어져 아쉬움을 더했다.

그중 한 명은 지난 7월17일 세상을 떠난 여성 산악인 고미영씨. 그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8125m)를 등정하고 내려오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현장에 있던 산악인들과 파키스탄 당국은 헬기를 동원해 그를 구조하기 위해 나섰지만 악천후와 눈사태에 의한 2차 사고 위험으로 난항을 겪다 추락 나흘째인 7월16일 오전 11시쯤(현지시간)에야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12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끝없는 도전의 삶을 살았던 고씨. “강하다는 것은 이를 악물고 참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을 남긴 고씨는 도전하는 삶에서 행복을 찾는 의지와 용기를 국민들에게 일깨워줬다.

많은 이들이 참석해 눈물을 흘린 고씨의 영결식에서 최홍건 한국산악회장은 애도사를 통해 “고미영씨는 불나비와 같았다. 등잔불에 온몸을 다치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며 고인의 도전정신을 되새기기도 했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의 갑작스런 사망도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4월 재혼해 행복한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가던 조오련은 심근경색으로 5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끝나지 않은 도전
국민에 희망 전해

1970년 열린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 한국 수영 역사상 최고의 쾌거를 이룩한 ‘원조 마린보이’ 조오련은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도 국민들의 가슴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1980년 대한해협을 13시간 16분 만에 횡단하고 1982년 도버해협을 9시간35분 만에 횡단하면서 해외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한국인의 투혼을 세계에 알렸다.

2005년에는 또 두 아들과 함께 울릉도와 독도를 18시간 만에 횡단했다. 독도영유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독도를 33바퀴 도는 프로젝트에도 도전해 적지 않은 나이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불황과 경기침체에 지친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대한해협 횡단 도전을 선언했던 것. 그는 지난 8월15일을 디데이로 잡고 마지막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오련은 지난 5월 한 방송사에 출연해 “50년 수영인생을 마무리하고 싶고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며 대한해협 횡단 도전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는 마지막 도전을 방해했고 국민들에게 비통함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마음속으로 의지했던 시대의 지도자나 희망을 안겨줬던 유명인들을 잃은 상실감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개인의 감정조절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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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