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 사는 옛 스타들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0.15 15: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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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과거 안녕… TV 밖서 새 길을 찾다

[일요시사=사회팀] TV 속에서 사라진 스타들의 ‘인생 2막’소식이 간간이 들린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들이 연예계를 떠난 이유와 연예인이 아닌 제2의 삶을 살아가며 인생의 반전을 맞이한 스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특이한 할머니 분장으로 90년대 인기를 누린 개그우먼 정재윤. 1987년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최연소자로 입상하면서 방송계에 데뷔한 정재윤은 리포터, MC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하다 98년 결혼과 동시에 방송계를 떠났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한 방송에 출연하며 피부미용관리사로서의 삶이 공개됐다. 방송에 출연한 그는 어린 나이에 시작해 힘들었던 방송생활과 이른 결혼으로 빈 그의 자리를 후배들이 채워 방송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와 연예인 최초로 제1회 피부미용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미용관리사로서의 삶을 고백했다.

피부미용관리사 에 대한 경력사 협회 자격증, NGO 국제발관리협회 자격증, 한국네일협회자격증 등 8개의 자격증을 보유한 그는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향장미용학과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호서전문학교 피부미용학과 겸임교수 및 방송의상예술학부 특임교수를 맡고 있다. 피부미용 전문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정재윤은 피부관련 프로그램 출연과 LA에서 강연을 하는 등 미의 전도사로 활동중이다.

80년대 하이틴
세계적 요리사로

그는 “피부미용을 공부하고, 내 이름을 내건 화장품까지 내놓으면서 화장품에 관해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면서 “앞으로 열심히 연구해 여성들의 노화를 최대한 늦춰주는 명품 화장품을 개발해 세계로 수출함으로써 미용의 한류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90년대 <뿌요뿌요> <바다> 등의 히트곡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4인조 혼성그룹 ‘유피(UP)’의 리더 김용일은 현재 국내에서 손꼽히는 웨이크보드 선수다.

97년 침체기에 빠져있던 ‘유피’가 해체되며 그룹 ‘옵션’을 결성해 활동했지만 이마저도 인기를 얻지 못한 그는 가수로서의 생활을 중단하고 웨이크보드 선수로 전향했다.

이후 각종 국내·국제대회에서 순위권에 들며 웨이크보드 선수로서 이름을 알린 김용일은 국내 최고의 웨이크보드 선수로 인정받았다. 웨이크보드 마니아들의 ‘우상’인 그는 지난 7월에 열린 ‘2013 웨이크보드 케이블파크 러시아 세계 챔피온십’에서 2위를 수상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활약 중이다.

웨이크보드 선수이자 지도자인 김용일은 ‘웨이크보드 교실’을 운영하며 그만의 뛰어난 묘기와 라이딩 실력을 일반인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가 지도한 팀이 전국 웨이크보드 아마추어 동호인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지도자로서의 실력 또한 입증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솔직하게 연예인 생활보다 지금 스포츠를 하는 게 나에게는 적성에 맞는 것 같다. 그냥 살아있는 것 같다.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것 같고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보트 뒤에서 물을 가르며 웨이크 보드를 즐기는 게 훨씬 더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90년대 인기가수
세계적인 선수로

<할 수 있어> <대한건아 만세> 등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90년대의 대표적인 꽃미남 그룹 NRG의 멤버였던 문성훈은 현재 가방 디자이너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1997년 이성진, 천명훈, 노유민과 함께 NRG로 가수활동을 시작한 문성훈은 2004년 그룹을 탈퇴하며 가수활동을 중단했다. 종종 방송출연을 하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2011년 KBS <여유만만>을 통해 가방 디자이너 겸 CEO로 변신한 모습을 공개했다. 지갑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가방 제작을 배우게 되면서 가방 제작 사업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가죽공예를 배우며 실력을 쌓아 5년째 가방제작 사업을 하며 가방 제작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가방 제작 교육기관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방송에 출연한 그는 “(연예계 활동 당시에는) 내 열정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 만큼 그때 열심히 했으면 아마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꿈을 버린 것이 아니니까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여러분을 방송에서 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연예계에 복귀하고픈 희망도 내비쳤다.

80∼90년대 아이돌 멤버들 이색 직업 화제
변호사, 요리사, 스포츠 선수로 ‘제2의 삶’

배우 문근영이 영화 <어린 신부>에서 불러 유명해진 <난 사랑을 아직 몰라>의 원조는 80년대 하이틴 여가수 이지연이다. 청순한 외모로 많은 남성을 설레게 했던 이지연은 <난 사랑을 아직 몰라>로 데뷔하며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바람아 멈추어다오> 등을 히트시켰다.

인기의 절정을 누리던 90년, 이지연은 그룹 ‘히파이브’ 출신인 사업가 정국진씨와 미국에서 결혼하며 3집 음반발표를 마지막으로 연예계를 떠났다.

18년의 결혼생활 끝에 이혼한 그는 어린 시절 배운 요리 실력으로 애틀란타 소재 유명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뢰’에 입학해 식품영양학, 식당경영학, 요리 실기 등의 수업을 받았다. 전 과목을 A학점으로 졸업한 그는 각종 요리대회에서 수상하며 세계 최고급 호텔에서 일류 요리사로 성장했다.

현재는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란타에서 한국식 바비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음식 재료와 미국인의 입맛을 아우르는 그의 요리는 미국의 각종 언론에 소개되며 베스트 식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애틀란타의 명성있는 요리평론가들이 뽑는 ‘베스트 요리 10선’에서 ‘매운 돼지고기 샌드위치’가 6위를 차지해 명성을 이어갔다.

지난 5월 SBS <땡큐>에 출연한 그는 힘들었던 가수생활을 고백하며 “과거는 과거일 뿐이며 이제는 최고의 요리사로 인정받는 것만이 남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가수, 리포터거쳐
유명 영어강사로

지난 3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걸그룹 망하고 토익 강사가 된 여자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사진의 주인공은 그룹 O-24(오투포)의 멤버 안미정이었다.

O-24는 90년대 청순한 ‘힙합 여자그룹’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자유> <첫사랑> 등의 곡을 발표한 걸그룹이다. 멤버 주연정이 탈퇴하면서 3인조로 활동을 이어가던 이들은 2집 <그로잉 업>의 타이곡이 표절시비에 휘말리며 소리없이 해체했다.





이후 안미정은 수원 SBS 리포터로 방송계에 얼굴을 알리며 2007년 SBS <뉴스와 생활경제> 리포터로 방송에 복귀해 미모의 리포터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곧 방송을 그만둔 그는 2009년, 한 영어 전문학원의 강사로 활동하며 ‘미모의 토익강사’로 입소문을 탔다. 현재는 토익강사를 거쳐 노량진에서 경찰영어 강사로 활동중이다.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본래 영어 교육과 방송에 관심이 많았다”며 “공부를 꾸준히 하다보니 가르치는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며 가수에서 강사로 전향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의 입장에서 스타들을 응원하겠다”며 강사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 밝혔다.

가요계 엄친딸
미국 변호사로

가요계의 소문난 ‘엄친딸’ 가수 이소은은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의 삶을 살고 있다. 꾸밈없이 맑은 목소리의 16세 소녀로 데뷔한 이소은은 당시 가요계에서 가장 어린 솔로 여가수였다. EBS <청소년 창작가요제> 출신인 그는 앨범을 발표하기 전부터 가수이자 작곡가인 윤상과 이승환, 이적으로부터 가창력을 인정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키친> <오래오래>를 비롯해 김동률과의 듀엣곡 <기적> <욕심쟁이> 등을 부르며 소녀적인 감성의 발라드 가수로 인정받았다.

가수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던 2009년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며 방송생활을 중단했다. 변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한 그는 지난해 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현재 미국의 한 로펌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8월 YTN <이슈 앤 피플>에 출연한 이소은은 “어릴 때부터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가수 생활을 하면서 나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됐고 일종의 책임감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받은 관심에 비해 사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릴 때 데뷔하며 충분히 다른 꿈을 꿀 수 있었다. 나 자신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시 돌아온 스타는?
기자님도, 목사님도 컴백

조정린이 TV조선 <연예해부, 여기자 삼총사가 간다>의 진행자로 돌아왔다. 2002년 고등학생이었던 조정린은 MBC 설날특집 <팔도 모창 가수왕>에서 뛰어난 성대모사 실력과 입담을 선보이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MBC 시트콤 <논스톱5> <두근두근체인지>에 출연한 그는 Mnet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의 진행을 맡으며 라디오 DJ, 리포터 등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로 주목받았다. 잘 나가던 그는 2008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몇 년간 자신을 칭찬하는 글이 자작극이라는 의혹을 받으며 비호감 연예인으로 전락했다.

이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조정린은 지난해 9월 TV조선 방송기자로 입사해 화제를 모았다. TV조선 문화연예부 소속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8월 <연예해부, 여기자 삼총사가 간다> MC로 복귀했다. 조정린은 “과거에는 내 부분(MC)에만 힘을 쏟았다면 이번에는 프로그램의 진행은 물론이고 취재, 섭외, 리포트 등 할 일이 많다”며 “그래도 프로그램 전반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설렌다”고 MC 발탁 소감을 밝혔다.

지난 6월 서세원도 채널A <서세원 남희석의 여러 가지 연구소(이하 여러 가지 연구소)> MC로 돌아왔다. <여러 가지 연구소>는 다양한 인생의 문제를 놓고 색다른 질문과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토크쇼다.

1996년부터 KBS <서세원쇼>의 명MC로 사랑을 받았던 서세원은 2004년 방송사 PD 등에게 홍보비를 건넨 혐의를 받으며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방송을 중단한 그는 미국의 한 신학 교육기관에서 정규과정을 수료한 뒤 2011년, 목사 안수를 받아 청담동에 개척교회를 세우고 선교활동을 해왔다. 목사가 된 이후 방송 또한 하느님의 뜻이라 밝히며 방송복귀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던 그가 <여러 가지 연구소> MC로 복귀소식을 알렸다.

6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그는 “오랜만에 방송국에 오니 굉장히 기쁘고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직업이 개그맨이기에 웃기는 것이 내 본분인 것 같다”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방송 한 달 만에 프로그램이 폐지되며 그의 재치있는 입담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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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