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 사는 옛 스타들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0.15 15: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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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과거 안녕… TV 밖서 새 길을 찾다

[일요시사=사회팀] TV 속에서 사라진 스타들의 ‘인생 2막’소식이 간간이 들린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들이 연예계를 떠난 이유와 연예인이 아닌 제2의 삶을 살아가며 인생의 반전을 맞이한 스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특이한 할머니 분장으로 90년대 인기를 누린 개그우먼 정재윤. 1987년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최연소자로 입상하면서 방송계에 데뷔한 정재윤은 리포터, MC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하다 98년 결혼과 동시에 방송계를 떠났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한 방송에 출연하며 피부미용관리사로서의 삶이 공개됐다. 방송에 출연한 그는 어린 나이에 시작해 힘들었던 방송생활과 이른 결혼으로 빈 그의 자리를 후배들이 채워 방송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와 연예인 최초로 제1회 피부미용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미용관리사로서의 삶을 고백했다.

피부미용관리사 에 대한 경력사 협회 자격증, NGO 국제발관리협회 자격증, 한국네일협회자격증 등 8개의 자격증을 보유한 그는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향장미용학과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호서전문학교 피부미용학과 겸임교수 및 방송의상예술학부 특임교수를 맡고 있다. 피부미용 전문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정재윤은 피부관련 프로그램 출연과 LA에서 강연을 하는 등 미의 전도사로 활동중이다.

80년대 하이틴
세계적 요리사로

그는 “피부미용을 공부하고, 내 이름을 내건 화장품까지 내놓으면서 화장품에 관해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면서 “앞으로 열심히 연구해 여성들의 노화를 최대한 늦춰주는 명품 화장품을 개발해 세계로 수출함으로써 미용의 한류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90년대 <뿌요뿌요> <바다> 등의 히트곡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4인조 혼성그룹 ‘유피(UP)’의 리더 김용일은 현재 국내에서 손꼽히는 웨이크보드 선수다.

97년 침체기에 빠져있던 ‘유피’가 해체되며 그룹 ‘옵션’을 결성해 활동했지만 이마저도 인기를 얻지 못한 그는 가수로서의 생활을 중단하고 웨이크보드 선수로 전향했다.

이후 각종 국내·국제대회에서 순위권에 들며 웨이크보드 선수로서 이름을 알린 김용일은 국내 최고의 웨이크보드 선수로 인정받았다. 웨이크보드 마니아들의 ‘우상’인 그는 지난 7월에 열린 ‘2013 웨이크보드 케이블파크 러시아 세계 챔피온십’에서 2위를 수상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활약 중이다.

웨이크보드 선수이자 지도자인 김용일은 ‘웨이크보드 교실’을 운영하며 그만의 뛰어난 묘기와 라이딩 실력을 일반인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가 지도한 팀이 전국 웨이크보드 아마추어 동호인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지도자로서의 실력 또한 입증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솔직하게 연예인 생활보다 지금 스포츠를 하는 게 나에게는 적성에 맞는 것 같다. 그냥 살아있는 것 같다.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것 같고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보트 뒤에서 물을 가르며 웨이크 보드를 즐기는 게 훨씬 더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90년대 인기가수
세계적인 선수로

<할 수 있어> <대한건아 만세> 등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90년대의 대표적인 꽃미남 그룹 NRG의 멤버였던 문성훈은 현재 가방 디자이너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1997년 이성진, 천명훈, 노유민과 함께 NRG로 가수활동을 시작한 문성훈은 2004년 그룹을 탈퇴하며 가수활동을 중단했다. 종종 방송출연을 하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2011년 KBS <여유만만>을 통해 가방 디자이너 겸 CEO로 변신한 모습을 공개했다. 지갑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가방 제작을 배우게 되면서 가방 제작 사업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가죽공예를 배우며 실력을 쌓아 5년째 가방제작 사업을 하며 가방 제작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가방 제작 교육기관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방송에 출연한 그는 “(연예계 활동 당시에는) 내 열정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 만큼 그때 열심히 했으면 아마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꿈을 버린 것이 아니니까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여러분을 방송에서 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연예계에 복귀하고픈 희망도 내비쳤다.

80∼90년대 아이돌 멤버들 이색 직업 화제
변호사, 요리사, 스포츠 선수로 ‘제2의 삶’

배우 문근영이 영화 <어린 신부>에서 불러 유명해진 <난 사랑을 아직 몰라>의 원조는 80년대 하이틴 여가수 이지연이다. 청순한 외모로 많은 남성을 설레게 했던 이지연은 <난 사랑을 아직 몰라>로 데뷔하며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바람아 멈추어다오> 등을 히트시켰다.

인기의 절정을 누리던 90년, 이지연은 그룹 ‘히파이브’ 출신인 사업가 정국진씨와 미국에서 결혼하며 3집 음반발표를 마지막으로 연예계를 떠났다.

18년의 결혼생활 끝에 이혼한 그는 어린 시절 배운 요리 실력으로 애틀란타 소재 유명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뢰’에 입학해 식품영양학, 식당경영학, 요리 실기 등의 수업을 받았다. 전 과목을 A학점으로 졸업한 그는 각종 요리대회에서 수상하며 세계 최고급 호텔에서 일류 요리사로 성장했다.

현재는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란타에서 한국식 바비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음식 재료와 미국인의 입맛을 아우르는 그의 요리는 미국의 각종 언론에 소개되며 베스트 식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애틀란타의 명성있는 요리평론가들이 뽑는 ‘베스트 요리 10선’에서 ‘매운 돼지고기 샌드위치’가 6위를 차지해 명성을 이어갔다.

지난 5월 SBS <땡큐>에 출연한 그는 힘들었던 가수생활을 고백하며 “과거는 과거일 뿐이며 이제는 최고의 요리사로 인정받는 것만이 남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가수, 리포터거쳐
유명 영어강사로

지난 3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걸그룹 망하고 토익 강사가 된 여자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사진의 주인공은 그룹 O-24(오투포)의 멤버 안미정이었다.

O-24는 90년대 청순한 ‘힙합 여자그룹’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자유> <첫사랑> 등의 곡을 발표한 걸그룹이다. 멤버 주연정이 탈퇴하면서 3인조로 활동을 이어가던 이들은 2집 <그로잉 업>의 타이곡이 표절시비에 휘말리며 소리없이 해체했다.




이후 안미정은 수원 SBS 리포터로 방송계에 얼굴을 알리며 2007년 SBS <뉴스와 생활경제> 리포터로 방송에 복귀해 미모의 리포터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곧 방송을 그만둔 그는 2009년, 한 영어 전문학원의 강사로 활동하며 ‘미모의 토익강사’로 입소문을 탔다. 현재는 토익강사를 거쳐 노량진에서 경찰영어 강사로 활동중이다.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본래 영어 교육과 방송에 관심이 많았다”며 “공부를 꾸준히 하다보니 가르치는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며 가수에서 강사로 전향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의 입장에서 스타들을 응원하겠다”며 강사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 밝혔다.

가요계 엄친딸
미국 변호사로

가요계의 소문난 ‘엄친딸’ 가수 이소은은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의 삶을 살고 있다. 꾸밈없이 맑은 목소리의 16세 소녀로 데뷔한 이소은은 당시 가요계에서 가장 어린 솔로 여가수였다. EBS <청소년 창작가요제> 출신인 그는 앨범을 발표하기 전부터 가수이자 작곡가인 윤상과 이승환, 이적으로부터 가창력을 인정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키친> <오래오래>를 비롯해 김동률과의 듀엣곡 <기적> <욕심쟁이> 등을 부르며 소녀적인 감성의 발라드 가수로 인정받았다.

가수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던 2009년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며 방송생활을 중단했다. 변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한 그는 지난해 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현재 미국의 한 로펌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8월 YTN <이슈 앤 피플>에 출연한 이소은은 “어릴 때부터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가수 생활을 하면서 나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됐고 일종의 책임감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받은 관심에 비해 사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릴 때 데뷔하며 충분히 다른 꿈을 꿀 수 있었다. 나 자신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시 돌아온 스타는?
기자님도, 목사님도 컴백

조정린이 TV조선 <연예해부, 여기자 삼총사가 간다>의 진행자로 돌아왔다. 2002년 고등학생이었던 조정린은 MBC 설날특집 <팔도 모창 가수왕>에서 뛰어난 성대모사 실력과 입담을 선보이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MBC 시트콤 <논스톱5> <두근두근체인지>에 출연한 그는 Mnet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의 진행을 맡으며 라디오 DJ, 리포터 등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로 주목받았다. 잘 나가던 그는 2008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몇 년간 자신을 칭찬하는 글이 자작극이라는 의혹을 받으며 비호감 연예인으로 전락했다.

이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조정린은 지난해 9월 TV조선 방송기자로 입사해 화제를 모았다. TV조선 문화연예부 소속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8월 <연예해부, 여기자 삼총사가 간다> MC로 복귀했다. 조정린은 “과거에는 내 부분(MC)에만 힘을 쏟았다면 이번에는 프로그램의 진행은 물론이고 취재, 섭외, 리포트 등 할 일이 많다”며 “그래도 프로그램 전반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설렌다”고 MC 발탁 소감을 밝혔다.

지난 6월 서세원도 채널A <서세원 남희석의 여러 가지 연구소(이하 여러 가지 연구소)> MC로 돌아왔다. <여러 가지 연구소>는 다양한 인생의 문제를 놓고 색다른 질문과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토크쇼다.

1996년부터 KBS <서세원쇼>의 명MC로 사랑을 받았던 서세원은 2004년 방송사 PD 등에게 홍보비를 건넨 혐의를 받으며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방송을 중단한 그는 미국의 한 신학 교육기관에서 정규과정을 수료한 뒤 2011년, 목사 안수를 받아 청담동에 개척교회를 세우고 선교활동을 해왔다. 목사가 된 이후 방송 또한 하느님의 뜻이라 밝히며 방송복귀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던 그가 <여러 가지 연구소> MC로 복귀소식을 알렸다.

6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그는 “오랜만에 방송국에 오니 굉장히 기쁘고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직업이 개그맨이기에 웃기는 것이 내 본분인 것 같다”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방송 한 달 만에 프로그램이 폐지되며 그의 재치있는 입담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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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