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보는 외국 골프여행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일 년에 단 한 차례 찾아오는 휴가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휴가철은 벼르고 벼르던 외국 여행을 겸한 골프여행을 하기에 좋은 시기, 지금부터라도 여행사들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꼼꼼히 살피면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여행을 즐길 수 있다. 혹시라도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살피는 시간조차 부족한 독자를 위해 가까이는 일본에서부터 5시간대에 닿을 수 있는 태국까지 ‘가보고 싶은 골프장’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여행사 정보 꼼꼼히 살피면 저렴한 비용으로 즐겨
일본서 5시간대 태국까지 가보고 싶은 골프장’ 찾아라

<일본>북해도 니세코 힐튼

한적한 시골마을 같은 북해도는 겨울이면 스키, 여름이면 골프로 왁자해진다. 특히 여름이면 시원하고 청명한 북해도의 기후 덕분에 많은 피서객이 찾아든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여름 여행지로 꼽히는데다 청정의 자연에서 나온 유제품, 게를 비롯한 해산물 등의 먹을거리로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곳이다.

니세코 힐튼은 기존의 니세코 프린스 호텔을 세계적인 명성의 힐튼에서 인수하여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니세코 힐튼은 리조트형 호텔로 북해도의 자연을 이용한 각종 계절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여러 액티비티 중 겨울을 제외한 계절이라면 단연 골프가 백미다. 골프를 마친 후 수질 좋은 니세코 힐튼의 온천이 긴장한 몸의 근육을 풀어 줄 것이다.

니세코 힐튼은 2개의 골프 코스(니세코 빌리지골프코스, 니세코 골프코스)를 갖고 있다. 니세코 빌리지 골프코스는 호텔에 인접한 18홀 규모이고, 니세코 골프코스는 호텔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니세코 힐튼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니세코 빌리지 골프코스는 18홀, 파72, 6805야드 규모다. 니세코 빌리지 골프코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홀은 10번 홀. 가장 장거리 홀인데다 그린이 연못에 둘러싸여 있어 무사히 통과하려면 상당한 집중이 필요하다.

니세코 골프코스는 아놀드 파머가 설계했으며 백화나무와 낙엽송, 북해도 특유의 침엽수까지 어우러진 코스다. 니세코 골프코스에서 가장 유명한 홀은 5번 홀로 요우테산을 향해 티샷을 날리게 되는데 그린 오른쪽 앞에는 연못, 왼쪽으로는 벙커가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며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곳이다.

<일본>규슈

규슈지방은 일본에서도 레저·관광지역으로 유명하며 서울에서 2시간여 남짓한 거리에 있다 보니 외국 골프투어 하면 떠오르는 장거리 비행에 대한 부담감, 공항 도착 후 골프장까지의 오랜 이동시간에 대한 피로감이 없다. 서울 수도권 지역 골퍼들은 인천공항에서 9~10시쯤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2시간 후 골프장에 도착할 수 있어 여유 있게 점심식사 후 오후 18홀 라운드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주말을 끼고 금요일에 출발하면 일요일까지 최대 90홀 라운드도 가능하다.

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동남아 지역의 3박5일 일정과 비교해 비슷한 라운드는 물론이고 일정도 하루 반나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골프투어를 마친 후 피로감도 적은 편이다. 일본 지역 최남단에 있는 미야자키는 골프뿐 아니라 수려한 자연경관과 천혜의 온천자원 다양한 먹을거리 등이 유명하다. 태평양을 끼는 지역특성상 새벽에 라운드를 시작하면 태평양 수면으로 떠오르는 생전 보기 힘든 찬란한 해 오름을 조망할 수 있다.

기분 좋게 오전 라운드를 끝마치면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라운드에 나서면 따스한 오후 햇살 속에 골프장을 둘러싼 삼나무, 히노키(편백나무) 나무의 장관이 펼쳐진 페어웨이를 뚜렷이 조망하며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모든 코스에서 셀프 플레이가 가능해 여유 있게 주변 경관을 살펴보며 코스를 공략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오후 라운드를 모두 마친 후 골프장 주변 온천장으로 이동해 천연 미네랄 온천욕으로 피로를 털어내고서 지역 특상품인 고구마 소주를 반주 삼아 흑소와 신선한 해산물을 재료로 요리한 각종 음식을 즐기며 몸의 안팎에 쌓인 피로를 모두 날려 버리기에 충분하다.

<일본>고바야시GC

미야자키현 고바야시 시에 있는 고바야시 골프클럽은 지난 1990년 세이부 건설주식회사가 시공을 맡아 1993년에 개장한 골프장으로, 유명한 골프장 설계가인 J 마이클 폴렛이 코스설계에 참여했다. 동광그룹이 인수한 3곳의 골프장 중 가장 입지 조건이 탁월한 고바야시 골프클럽은 미야자키 공항에서 50분, 가고시마 공항에서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코마 고원의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려내 설계한 것이 특징인 고바야시 골프클럽은 대자연에 둘러싸인 빼어난 주위 경관을 자랑한다. 홀마다 삼나무와 히노키 나무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연못과 페어웨이의 기복을 교묘히 살려낸 코스가 많아 홀 공략에 정확한 판단과 실수 없는 쇼트게임은 필수조건이다.

전반적으로 페어웨이가 넓고 OB 지역이 거의 없어 아마추어 골퍼에게 베스트 스코어를 내기에 적합하다. 고바야시 골프클럽은 3곳의 골프장 중 유일하게 골프장 내 팬션을 갖춘 리조트형 골프클럽이다. 핀란드에서 직수입한 적송재로 지어진 팬션은 최신식 시설을 완비하고 있다. 총 18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어 적게는 2인에서 많게는 4인까지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실내는 거실과 침실, 샤워실, 화장실이 부속되어 있다.

<일본>가노야GC

가고시마현에 있는 가노야 골프클럽은 완만한 자연의 기복을 살린 고원에 자리 잡고 있으며 가고시마 공항에서 50분이면 골프장에 도착할 수 있다. 오오스미호, 시부시만, 타키쿠마 연봉을 바라보는 경승지에 있는 고원 코스로 남국의 뛰어난 절경을 조망하며 플레이가 가능하다. 아웃코스는 페워웨이가 넓고, 대담한 쇼트를 만끽할 수 있으며 인코스는 첫 티샷이 최대 관건이 되는 전략적인 코스로 세팅되어 있다.

그린 주변에는 전략적으로 많은 벙커가 배치되어 있어 각 홀 공략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노야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에는 대연회장이 마련돼 있어 아마추어 골프대회 후 연회장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현지의 신선한 각종 채소와 음식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메뉴로 골프장을 찾는 현지인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산둥성> 연태 애플 시티 골프장

애플 시티 골프장은 우리나라 기업과 중국 연태시가 공동으로 건설한 27홀 규모의 국제 표준 골프장이다. 골프장명에는 중국 최대의 사과 산지인 연태의 특성을 골프장 이름에 그대로 반영했다. 전체 27홀, 파108, 6530야드 규모로 마운틴, 레이크, 밸리 코스로 나누어지며  코스마다 지형적인 특성을 잘 살려 구성했으므로 색다른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그린과 페어웨이의 관리상태가 상당히 좋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인을 위해 한국어 안내 표지판이나 한국어 가능 직원을 다수 배치했다.

애플 시티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표고차 50m의 지형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깊이가 느껴지는 계곡과 완만한 능선을 연결하여 진정한 산악 골프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높고 낮은 언덕들, 자연스레 자리 잡고 있는 암석, 키 큰 나무들, 호수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사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마운틴 코스는 전반적으로 웅장하고 다양한 레이아웃이며 레이크 코스는 호수를 이용한 조경이 아름답지만 홀 공략에는 정교한 손놀림이 필요한 곳이다. 밸리 코스는 자연 계곡을 살려 디자인되어서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홀 구성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애플 시티 측은 애플 시티의 가장 대표적인 홀로 마운틴 코스 1번 홀을 꼽는다. 마운틴 코스 1번 홀은 페어웨이가 500m가 넘어 긴장을 풀고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2번 홀은 계곡에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이 만만치 않아 바람의 홀로 불린다. 반면 장타에 자신 있다면 6번 홀에서 힘을 뽐내 볼 수 있고 여러 형상의 벙커와 워터해저드가 곳곳에도사린 까다로운 9번 홀에서 본인의 기량을 시험해 볼 수 있다. 골프코스 외에 클럽 하우스 안에 한식당 등 레스토랑과 연회시설, 프로샵, 사우나와 라커룸 등을 갖추고 있다. 클럽 하우스는 매우 현대적인 유럽풍의 스타일로 작은 궁전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며 넓은 창으로 시원하게 코스가 펼쳐진다.

<태국> 치앙마이

치앙마이는 드물게 1년 내내 라운드할 수 있는 곳으로 골프 애호가들에게는 언제든지 골프생각이 나면 훌쩍 떠날 수 있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규모로는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태국 제2의 수도로 불린다. 태국 북부의 도심에서는 현란한 네온사인과 고층 건물로 대변되는 현대의 대중문화를 만나게 되지만 10km만 벗어나도 40만 명에 달하는 소수민족이 독특한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사는 밀림으로 들어가게 된다. 치앙마이는 푹푹 찌는 방콕과는 달리 여름에도 제법 선선한 기후를 만나볼 수 있어 골프 여행에는 제격인 여행지다.

여행사 투어비스에서는 피서를 즐기려는 골퍼들을 위해 ‘치앙마이골프 72 Hole 6일’이라는 골프 특선 상품을 내놓았으니 치앙마이를 흠뻑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생각해볼 만하다. 치앙마이골프 72 Hole 6일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금요일 저녁 대한항공으로 출발해 일정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나흘 동안 로얄 치앙마이, 그린밸리, 가싼 쿤딴, 레이크시티, 메조, 하일랜드, 마리나, 란나CC 중 한 곳에서 18홀 라운드를 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레이크 시티 골프클럽은 총 27홀로 홀마다 색다른 특성이 있는 코스가 미숙한 초급자부터 까다로운 상급 골퍼들까지 모두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삼면이 호수로 둘러싸인 이곳에서는 맛깔스러운 한국 음식과 함께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만나볼 수 있고 지친 몸을 회복시켜줄 온천 사우나도 즐길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흠뻑 느끼고 싶은 골퍼에게는 가싼 쿤딴 골프클럽이 제격이다. 이곳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골프장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쿤딴 국립공원 청정 지역 내에 있어 무공해 골프장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클럽하우스와 호텔의 최고 시설이 자연의 정경과 잘 어우러져 웰빙 골프투어의 최적지다. 투어 5일째에는 수공예 민속 마을인 싼캄펭을 관광한다. 이곳은 치앙마이에서 유럽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수공예 쇼핑 거리다.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13km의 쇼핑거리가 길게 늘어서 있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은 세공품, 수직실크, 목각인형, 그림우산 등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으며 특히 미얀마 산 각종 보석 공장 및 쇼룸을 갖추고 있어 쇼핑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한편 외국여행을 생각하는 사람은 일정에 맞춰 여권과 비자를 꼼꼼히 점검해두는 것이 좋다. 여권 기간이 만료되지는 않았는지, 비자가 필요한 지역은 아닌지 등의 사항을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간혹 깜박 잊어버려 여행 가기 하루 이틀 전 다급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여행사에 문의해서 여행지의 당일 날씨에 대한 정보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그리고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라면 수영복을 챙기는 것도 당신의 센스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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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